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21 - Chapter 3930

3999 Chapters

제3921화

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내가 임신한 걸 아시면 분명 내 남편을 탓하실 거니까.”남편이 곁에 없다는 이유로 시언을 뭐라 할 것이 분명했다.도경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만약 할아버지까지 함께 화를 내며 직접 전화를 걸어 돌아오게 한다면,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질 터였다.아심은 시언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아심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해졌다.“오빠도 분명히 하루빨리 돌아오고 싶을 거야.”“그래서 더는 재촉하면 안 돼.”아심은 소희의 손을 꼭 잡았다.“걱정하지 마. 당장은 별일 없어.”“응.” 소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소희는 백호균이 백구연을 데리고 임시호 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백호균의 위상 때문에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그 순간, 시선을 돌린 소희는 홀 한쪽 멀리 앉아 있던 심명이 자신을 향해 능청스럽게 윙크하는 것을 보았다.구씨 집안에서 심씨 집안에도 청첩장을 보냈고, 심명은 아버지를 따라 축하 자리에 함께 온 것이었다.그러나 소희는 태연하게 자리를 지켰다.여진구 역시 하객석에 앉아 유진이 은정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조금의 질투조차 없었고 오직 순수한 축복만이 남아 있었다.유진이 은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구는 직접 보아 왔고 몸소 겪어 왔다.죽음조차도 유진으로 하여금 이 남자를 놓게 만들 수 없었는데, 이제 더 무엇을 아쉬워할 수 있겠는가?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분명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이제 유진의 사랑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으니, 은정은 그저 마음 깊이 축복할 뿐이었다.유진은 좋은 아이였고 은정은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었다.의례까 끝난 뒤, 본격적인 다례가 시작됐다.은정은 유진을 데리고 앞으로 나섰다. 도우미가 건넨 찻잔을 받아 두 손으로 공손히 어
Read more

제3922화

파티는 해 질 무렵까지 이어졌다. 여전히 드나드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흥겨운 분위기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었다.저녁 햇살은 따뜻했지만 한낮처럼 뜨겁지 않아 사진 찍기에 더없이 좋았다. 이에 유진은 유정을 비롯한 친구들을 불러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러 나갔다.임시호는 백구연이 내내 백호균 곁에만 있는 것을 보고 환한 미소로 말했다.“구연아, 너도 나가서 유진이랑 같이 놀아라.”백호균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회장님 말씀이 맞아. 괜히 우리 곁에만 있지 말고, 밖에는 다 젊은 친구들이 있잖아.”“가서 분위기 좀 즐기고, 유진이의 기운도 받아와. 그리고 나한테도 그렇게 훌륭한 손주사위를 하나 데려오면 좋겠다.”백구연은 고개를 숙이며 약간 수줍은 기색을 보이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넓은 정원에는 봄꽃이 만발해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그 사이를 오가며,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유진의 곁에는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약혼식이라는 드문 기회라서 젊은 아가씨들은 앞다투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그러나 구연은 그런 무리에 끼고 싶지 않아 혼자 한쪽에 앉아 지켜보기만 했다.해가 지며 붉은 노을이 하늘 절반을 물들였다. 정원은 황금빛에 잠겼고, 켜진 조명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노을 속을 수놓았다.구연은 잠시 앉아 있다가 파티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익숙한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눈빛이 흔들린 그녀는 곧 발걸음을 옮겨 그 뒤를 따랐다.꽃길 복도를 지나, 높낮이가 다른 관상수 너머로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조용히 다가가자 연희의 목소리가 들렸다.“파티도 안 들어가고, 날 여기로 부른 건 무슨 일이야?”심명의 목소리가 곧 이어졌다.“난 소희를 보고 싶어.”연희는 피식 웃었다.“소희라면 파티장에 있잖아. 보고 싶으면 그냥 가서 보면 되지.”심명의 목소리는 억눌린 감정이 묻어났다.“난 따로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안 돼.” 연희는 단호히 잘랐다
Read more

제3923화

백구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소희 사모님께서 몸이 좀 불편하시다고 하셔서 위층 휴게실로 올라가 쉬러 가셨어요.”“몸이 불편하다니?” 노정순이 가장 두려운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혹시 과로라도 하거나, 사람 많은 자리에서 소희가 부딪힐까 늘 걱정했는데, 지금 백구연의 말을 듣자마자 긴장한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고 급히 일어났다.“내가 가서 소희 좀 보고 와야겠어.”옆에 있던 김화연도 노정순의 얼굴빛이 달라지는 걸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노정순이 대답했다.“우리 소희가 몸이 불편하다네. 내가 얼른 가서 확인해 볼게, 금방 돌아올 거야.”김화연은 소희를 잘 알고 있었기에, 곧장 요요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같이 가죠.”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향했다.사정을 모르는 다른 부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전히 자리에 남아 있던 구연에게 물었다.“무슨 일인가요?”구연은 얼굴을 잔뜩 굳히며 낮게 말했다.“임구택 사모님께 뭔가 일이 생기신 것 같아요.”순간, 사람들은 놀라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는 척, 혹은 단순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함께 무리를 지어 위층으로 향했다.구연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부인들의 무리를 바라보다가, 입가를 은근히 올리고는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노정순는 위층에 올라 서비스 직원에게 물었다.“혹시 소희 본 적 있니?”구택과 소희는 어디에 있든 늘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직원은 분명히 소희가 올라가는 걸 본 적이 있었고, 안쪽 휴게실을 가리켰다.“지금 안에서 쉬고 계세요.”노정순이 재빨리 그 방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자 불안해졌는지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그리고 안을 보자, 잠시 멍해졌다.소희와 구택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작은 그릇을 손에 들고, 잉어탕을 식히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문으로 들어오는 노정순와 김화연을 본 두 사람은 동시에 놀란 얼굴을 했다.이에 노정순이 서둘러 다가갔다.“소희야, 괜찮아
Read more

제3924화

‘소희는 멀쩡한데, 백구연은 대체 왜 거짓으로 사람들을 위층으로 불러올린 걸까?’‘설마 임구택이 아내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려던 건 아닐 터. 그렇다면 다른 음모를 꾸민 걸까?’주위의 부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각기 다른 추측을 쏟아냈다. 뒷줄에 서 있던 몇몇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 아가씨가 임씨그룹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던데, 새로 온 임구택 사장의 비서래.”“설마 곁에 오래 있다 보니 괜한 마음이라도 품은 건 아닐까?”“사모님을 모함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어르신까지 데리고 올라온 거잖아. 근데 보니까 부부 사이는 더 돈독하네.”“딱 봐도 괜찮은 성품은 아니야. 마음씨가 참 별로구나.”...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이 구연의 귓가에 박혔다. 이에 구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앞에서는 노정순 역시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었고, 확실한 해명을 기다리는 듯했다.백구연의 얼굴은 굳어지고 난처해졌다. 원래 생각대로라면, 노정순과 다른 사람들이 위층에 올라와 소희와 심명이 단둘이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거기에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까지 겹치면, 두 사람이 뭘 했든 안 했든 일대 추문으로 번졌을 것이다.그러면 그때는 누구의 입에 의해 올라왔는지는 묻히고, 사건만 남았을 터였다.하지만 지금, 모든 게 고요하고 평온했다. 오히려 그녀의 말만 허튼소리로 드러나 버린 꼴이었다.이제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실도 없었다.구연은 애써 침착하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아까 정원에서 사모님께서 유진 씨와 사진을 찍고 계신 걸 봤는데, 곧장 혼자 위로 올라가시는 걸 보고 몸이 불편하신 줄 알았어요.”“괜히 어르신께 오해를 드려서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소희는 옅게 웃으며 입술을 올렸다.“저를 그렇게까지 챙겨 주셔서 고맙네요.”그 한마디는 마치 따귀처럼 구연의 뺨을 때렸다. 진심 어린 걱정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정말 걱정했다면 본인이 직접 따라왔어야지, 어찌 여유롭게 술잔을
Read more

제3925화

소희도 웃으며 요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구택이 그 모습을 보고 얇은 입술을 살짝 열며 미소 지었다.“아버지를 닮아서 영리하지.”김화연과 노정순이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계단은 고요했고, 노정순은 손을 뻗어 요요를 품에 안았다.“이리 와, 할머니가 안아줄게.”요요는 전혀 낯가림 없이 두 팔을 뻗어 안겨 왔고,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을 옮겼다.김화연이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우연이 아니에요. 전에 인터넷에 이미 소희를 흠집 내려는 글들이 돌았잖아요. 누군가 분명히 겨냥하고 있는 거예요.”노정순은 이번 일을 통해 상황을 알아챈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결같이 온화하던 눈빛에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누가 했든, 우리 임씨 집안을 너무 얕봤네.”김화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같은 집안은 애초에 평온할 수가 없죠. 중요한 건 가족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면 밖에서 틈탈 구석이 없는 법이죠.”그 말에 노정순이 동의하며 웃었다.“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구택이와 소희의 사이를 걱정해 본 적이 없어.”그러곤 김화연에게 물었다.“시원이와 청아는 언제쯤 결혼식을 올리나요?”그 말에 김화연은 요요의 작은 손을 쥐고 장난스럽게 놀아주며 웃었다.“그건 우리 시원이 하기 나름이죠.”구연은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모두가 낯설게 바라보는 것 같아, 서둘러 백호균에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조용한 복도를 걷던 구연의 휴대폰이 울렸다.[구연 씨, 재미있었어요?]심명의 늘어지듯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구연은 걸음을 멈추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를 악물 듯 대꾸했다.“재밌네요. 아주 재밌어요.”심명이 낮게 웃었다.[아직도 놀고 싶어요? 난 시간이 많거든요. 언제든 상대해 줄 수 있어요.]구연은 창밖 정원을 바라보며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는 낮게 말했다.“심명 씨, 내가 당신
Read more

제3926화

파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유진의 직장 동료들도 와 있었고, 은정과 함께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둘을 부추기며 러브샷을 하라고 외쳤다.유진은 즐겁게 응하며 스스럼없이 술을 따라 은정에게 건넸다.은정은 본래 성격이 고고하고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걸 유진에게 맞추고 싶었다. 은정은 살짝 고개를 숙여 유진의 목선을 스치듯 지나며 시원하게 술을 들이켰다.순간,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박수와 함께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유진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술잔을 비우고는 빈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제 만족하시죠?”“만족해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유진의 같은 부서 후배들도 자리해 있었는데, 농담을 건네면서도 진심으로 유진을 아껴 더는 혼자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술을 권하게 두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함께 잔을 들어 분위기를 맞췄다.마지막으로 술잔을 든 건 여진구였고, 남자는 잔을 가득 채운 뒤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잘생긴 얼굴 위에 담긴 웃음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전에 난 유진이가 온실 속에서 자란 꽃 같다고 생각했어요. 늘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 여겨서 둘 사랑을 의심한 적도 있었어.”“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유진이가 얼마나 용감한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그 용기에 존경심이 생겼고요. 구은정 씨, 유진이를 꼭 아껴줘요.”진구는 잠시 스스로를 비웃듯 고개를 숙였다.“술이 과했나 보네요. 말이 길어졌군요. 이건 내 잘못이니 벌주 한 잔 마실 테니 두 사람은 편하게 있어요.”말을 끝내자 진구는 머리를 젖히고 가득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이에 은정은 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술잔을 들어 마셨다.“예전에 유진의 곁을 지켜줘서 고마웠어요.”진구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이제는 은정 씨가 지켜야 할 차례죠. 부디 부탁드려요. 우리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남기를 바라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답했다.“당연히 그렇게 할
Read more

제3927화

진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걸어갔다.그날 밤 이후, 진구는 방시원을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시원이 말한 대로, 그저 성인 남녀 사이의 우발적인 사건일 뿐이라면 굳이 마음에 둘 필요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가끔 시원을 떠올리면 이가 갈릴 정도로 속이 뒤틀렸고, 알 수 없는 분노가 뼛속 깊이 숨어 올라왔다.그러면서도 스스로 우스워졌다. ‘걔는 아마 진작에 그날 일을 잊고 깨끗하게 지워버렸겠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그는 순간, 라이터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원래 흡연자가 아니었던 진구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날 밤 이후였다.어두운 조명 아래, 화사한 꽃으로 둘러싸인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보였다.화약 냄새와 어울린 희미한 불빛이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와 뒤엉켜 비현실적으로 피어올랐다.진구는 다가가 정중히 말했다.“혹시 불 좀 빌려줄 수 있어요?”그 사람이 잠시 멈추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진구는 입에 문 담배를 잊은 듯 물고 선 채 굳어 버렸다. 위에서 연이어 터지는 불꽃이 얼굴을 스치며 빛을 달리할 때, 그의 시야 속에 들어온 얼굴은 다름 아닌 시원이었다.그리고 놀라움이 스친 시원의 눈빛 뒤에 곧 환한 미소가 번졌다.시원은 라이터에 불꽃을 켜 담배 끝에 가져다주었다.“멍했어요?” 시원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불꽃이 담배 끝에 닿자 은은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여구는 곧바로 담배를 빼내고,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여긴 왜 온 거지?”시원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유진이의 약혼식인데 내가 왜 못 와요?”진구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이윽고 시원의 목소리가 뒤에서 따라왔다.“설마 아직도 그날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예요? 그럴 필요가 있나요?”진구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진구는 시원을 보기 전까진 분명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시원의 제멋대로인 태도, 가볍게 살아가는 모습이 싫었고, 혹여 다시 마주쳐도 담담하게
Read more

제3928화

소희와 성연희는 둘 다 아이를 가진 몸이라, 노정순은 둘을 먼저 돌려보내 휴식을 취하게 했다.연희와 노명성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본 뒤에야 소희는 구택과 함께 명우가 모는 차에 올랐다.연희는 오늘 내내 기분이 좋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자는 명성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던 중 명성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은 남자는 순간 얼굴빛이 굳어졌다.이에 연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누구한테서 온 전화야?”“소희 쪽이야.” 명성은 더는 자세히 말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연희와 함께 내려 다른 차로 갈아탔다.기존의 차는 예정된 길을 따라 그대로 나아갔다. 곧 뒤에서 검은색 벤틀리가 다가와 멈췄고, 명성은 연희를 그 차에 태워 다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밤 11시 무렵, 대부분의 하객은 이미 떠났고 어른들도 하나둘 빠져나갔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여전히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술잔을 기울였다.자정이 다가올 즈음, 유진과 시원은 정원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에 시원은 미안한 듯 말했다.“내가 너무 늦게 와서 예식을 못 봤네. 아쉬워.”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결혼식도 있으니까. 그때는 늦으면 안 돼.”“걱정 마. 너 결혼할 땐 내가 사흘 전부터 휴가 내고 와 있을 거야.” 시원은 활짝 웃었다.“그리고 나, 꼭 네 들러리 할 거야. 은정 씨한테 말해서 잘생긴 들러리 친구들 준비하라고 해. 아니면 나 안 할 거니까.”유진이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였다.“진구 선배 어때?”시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싫어하는 진구를 떠올리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건 아마 선배가 안 할 걸.”그 말에 유진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말도 안 돼.”시원은 더는 설명하지 않고 차갑게 식은 과일 주스를 한 모금에 들이켰다.늦봄의 밤바람은 꽃향기와 불꽃놀이 잔향을 머금은 채 살짝 얼굴을 스쳤다. 이에 유진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낮은
Read more

제3929화

시원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다 호텔 정문 앞을 지날 때, 거기 서 있는 진구를 보았다. 밤은 이미 깊었고, 아마도 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잠시 망설인 끝에 시원은 차를 그쪽으로 몰았다. 차가 막 멈추기도 전에, 진구는 스스로 차 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올라탔다.술에 취한 진구는 뒷좌석에 몸을 던지듯 기대더니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영경팰리스로 가세요.”‘헉.’시원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 남자 지금 나를 개인 기사쯤으로 아는 건가?’시원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차를 영경팰리스 방향으로 몰았다.막 사거리를 지난 순간 진구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남자는 대충 전화를 집어 들며 짧게 말했다.“여보세요?”폰을 귀에서 멀리 대고 있어서, 상대방 목소리가 차 안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사장님, 호텔 정문 앞에 도착했는데 왜 안 보이시죠?]진구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시원은 백미러를 통해 남자의 눈빛이 멍청할 정도로 허탈해 보이는 걸 똑똑히 보았다.[사장님?] 운전기사가 다급하게 묻자 진구가 낮게 대답했다.“이미 차에 탔어요.”[누구 차를 타셨어요?]“모르겠는데.”시원은 참다못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운전기사한테 말해요. 방시원이라고요.”차 안 조명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진구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이윽고 남자는 이를 갈 듯 낮게 말했다.“너, 나 납치한 거야?”시원은 두 눈이 커졌다.“무슨 소리예요?”[사장님?] 운전기사가 불안해하며 다시 물었다.“아무 일도 없어요.” 진구는 차갑게 잘라 말하고는 곧장 시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세워. 지금 내릴 거니까.”시원은 핸들을 꽉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이미 이쯤 왔으니 그냥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세우라고 했어.” 진구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싫은 사람과 같은 차 안에 있는 건, 단 1초도 못 참아.”시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차가 요란하게 멈추며, 진구는 몸을 앞으로 내던져졌다가 간신히 버텼다
Read more

제3930화

진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따라오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시원은 곧장 차 문을 열어 남자를 안으로 밀어 넣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다. 이어서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더니 곧장 자신의 집 쪽으로 차를 몰았다.가는 길 내내 시원은 속력을 높이며 앞만 보고 달렸다. 진구가 뒷좌석에서 고함을 치고 욕설을 퍼부어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 짜증이 치밀었는지 시원은 갑자기 악셀을 더 밟았다. 이에 차가 튀듯 앞으로 치고 나가며 진구는 의자에 세게 부딪히며 짧게 신음을 토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요동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집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운 시원은 다시 문을 열고 진구를 억지로 끌어내렸다.진구는 키가 훌쩍 커 180에 가까웠고, 시원은 작고 아담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의 힘으로 남자를 끌고 갔다. 술과 어지럼증에 휘청대던 진구는 버티지도 못한 채 질질 끌려 올라갔다.집 안으로 들어오자 시원은 진구를 침실로 데리고 가더니 그대로 침대 위로 내던졌다.진구는 술기운이 다소 가신 듯, 경계심을 드러내며 몸을 뒤로 물렸다.“너 뭐 하려는 거야?”시원은 굽 높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침대 위에 올라타 진구의 허리를 짓누르듯 앉았다.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낮게 말했다.“날 더 미워하게 만들 일이요.”어둠 속에서 둘의 시선이 맞닿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진구의 호흡은 거칠어졌다.잠시의 대치 끝에 진구는 손으로 시원을 밀쳐내고 몸을 뒤집어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시원이 진구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아 다시 눌러 눕히더니, 셔츠 단추를 힘껏 잡아 찢으며 입술을 덮쳤다.부드러운 입술이었으나 전기가 흐르듯 진구의 온몸을 강타했다. 순간 머릿속이 쿵 하고 울리고 온몸에 기운이 빠져 몸을 뻗은 채 저항을 하는 것 잊어버렸다....그날 밤, 늦은 시각.구연은 서재의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을 보고 차를 우리어 들고 갔고, 백호균은 책을 읽으며 의자에 편히 기대어 있었다
Read more
PREV
1
...
391392393394395
...
40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