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4221 - Bab 4230

4340 Bab

제4221화

우행은 침착하게 말했다.“화영 앞에서 네가 부린 그 작은 잔꾀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그러고는 시선을 내리지 않은 채 덧붙였다.“사실 화영은 이미 많이 봐준 거야. 계속 입찰을 이어갔다면 6억 아니 10억까지도 올랐을 거야. 그랬다면 넌 지금보다 훨씬 더 손해를 봤겠지.”가윤은 멍하니 우행을 바라보다가 경매장에서 화영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우행 씨 체면 봐서 이 꽃병은 양보할게요.’그제야 그 말의 진짜 뜻을 이해했지만 고마움은 없었다.가윤의 가슴속엔 분노와 질투만이 들끓고 있었고 여자는 이를 악물며 우행을 노려보았다.“어떻게 됐든 간에 난 너랑 화영을 절대 용서 못 해. 둘이 한패가 돼서 날 속였잖아.” “진우행, 이제 너랑 나 사이엔 끝이야. 그 여자가 있는 한 내 인생에 넌 없어!”가윤은 속사포로 말을 뱉고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이에 우행은 눈썹을 깊게 찌푸리며 숨을 고르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조용히 지시했다.“지금 바로 가윤이 뒤를 따라가 봐요. 감정이 너무 격해서 사고라도 날 수 있으니까요.”전화를 끊은 우행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옅은 연기가 우행의 얼굴 앞에서 피어올랐고, 찡그린 이마 사이로 그동안 쌓인 피로가 번져 있었다.잠시 뒤, 화영이 다가왔다.우행은 난간에 기대 담배를 태우고 있었고, 화영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맞아요. 일부러 그랬어요. 그래서 화낼 건가요?”화영의 목소리는 낮고 잔잔했다.이에 우행은 고개를 돌려 화영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요, 화영 씨는 이미 충분히 참았잖아요. 그건 나도 알아요.”가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화영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경계도, 선도 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썼다.그렇게 하면 아무리 온화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면 화가 나기 마련이었다.화영은 우행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정원 쪽을 바라봤다.“그냥 교훈 아닌 교훈 한번 주고 싶었어요.”화영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단단했다.“손해 한 번 보는 게, 오히려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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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2화

희문은 수호와 함께 가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가윤이 억울하다고 쏟아내는 이야기를 다 들은 희문은 얼굴이 붉어졌다.“진우행 그 자식, 내가 가서 따져야겠어!”그러나 수호가 곧바로 희문의 팔을 붙잡았다.“지금 우행을 찾아간다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상황은 명확하잖아. 가윤이가 먼저 화영이랑 경쟁하겠다고 나선 거야.”“결국 그 꽃병을 비싼 값에 산 것도 본인 선택이잖아. 설령 그게 함정이었다 해도, 스스로 뛰어든 거야!”그러고는 눈빛을 가늘게 좁히며 덧붙였다.“가윤이한테 직접 물어봐. 그날 자선행사에 진짜 ‘기부 목적’으로 간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야?”“처음부터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겠어? 가윤이 먼저 태클을 걸었으니, 남도 부드럽게 대해 줄 이유 없지.”“내가 화영 씨여도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게 신기할 정도야.”가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넌 왜 그렇게 화영 씨 편만 들어? 혹시 너도 그 여자한테 홀린 거야?”수호가 반박하려 했지만 세라가 수호의 말을 끊었다.“지금 그런 말로 자극하지 마. 수호 씨 말이 틀리지 않더라도, 지금 가윤이는 감정이 너무 불안정해요.”“잘못을 따지려면 일단 마음이 진정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그러자 희문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가윤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그 꽃병은 우행의 할머니한테 드리려고 산 거야!”“화영은 그걸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경쟁 붙였고, 우행은 옆에서 그걸 보면서 가만히 있었잖아. 둘이 짜고 가윤이를 속인 거라고!”수호는 냉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좋아, 그럼 계속 그렇게 감싸줘 봐. 그게 진짜 가윤이를 위한 거 같아? 그건 위로가 아니라 독이야. 지금처럼 계속 감싸면, 결국 얘는 스스로 무너질 거야.”가윤이 벌떡 일어났다.“박수호, 당장 나가! 이제 넌 내 친구 아니야! 화영 같은 여자나 챙겨! 그 여자가 딱 네 수준이야!”수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가윤아, 넌 스스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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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3화

동지 이후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졌다. 석양조차 냉기를 머금은 듯했고, 주황빛 구름층은 차가운 안개에 덮인 듯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주말 저녁, 도로는 여전히 막혀 있었다.화영이 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지만 이 시간대의 바는 아직 한산했다.상주 밴드는 오지 않았고 몇몇 손님들만 구석구석 흩어져 있었다.바텐더가 화영을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화영이 가볍게 웃었다.“연말이라 다 그렇죠. 여긴 어때요? 장사는 잘돼요?”“그럭저럭요. 단골들이 챙겨주니까요.”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화영 씨!”화영은 뒤돌아보며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한 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니, 그곳엔 수호가 있었다.두 사람은 예전처럼 자주 이야기하던 자리로 가서 마주 앉았다.이에 수호가 유쾌하게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아직이요. 우행 씨가 회사 일 때문에 야근하러 갔어요. 끝나면 같이 먹으려고요.”화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수호는 외투를 벗어 옆자리에 걸치며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두 사람 요즘은 떨어질 줄을 모르네요. 보기만 해도 부러워 죽겠어요.”화영은 미소를 띠며 웨이터가 가져온 술을 집어 수호의 앞에 내려놓았다.“오늘 나 보자고 한 거 가윤 씨 때문이죠?”수호는 화영의 통찰에 웃음 섞인 숨을 내쉬었고, 돌려 말할 생각도 없이 솔직하게 고백했다.“그래요. 걔 일 때문이에요.”수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가윤의 일은 예전부터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젠 화영 씨는 우행이랑 사귀고 있는 사이잖아요.”“그런데 지금 가윤이 상태가 이 모양이라 그래도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화영은 고개를 돌려 수로를 바라보자 남자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은숨을 내쉬었다.“우행이, 희문이 그리고 나까지 우린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다녔어요. 가윤은 우리 셋의 친구였고 그땐 지금이랑 완전히 달랐죠.”“솔직하고 활발하고 뭐든 긍정적이었고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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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4화

수호는 술잔을 비워내듯 한 모금 크게 들이켰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낮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렇게 깨끗하고 자존심 강했던 애가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버텼겠어요. 가윤이는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어요.”“다행히 매번 구해냈지만 사람 자체는 이미 무너져버렸죠.”“그 해엔 수능도 못 봤어요. 1년 동안 집에서 휴학하면서 간간이 심리 상담을 받았죠.”“그렇게 겨우 회복돼 다시 학교로 돌아가 수능을 쳤어요. 그래서 우리보다 1년 늦은 거예요.”수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그 이후로 우린 늘 조심했어요. 가윤이에게 상처 줄까 봐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했고 다들 조금이라도 예전처럼 밝아지길 바랐거든요.”“특히 우행은 늘 죄책감을 가졌고요. 그 일이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었다면, 우린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을 거고 병원에도 안 갔을 거니까요.”“그렇게 된다면 그 밤의 일도 없었겠죠.”“그래서 다들 그 이야긴 절대 꺼내지 않았어. 가윤이도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했지만 성격이 완전히 변했어요.”“집착이 심해지고 예민해지면서 의심도 많아졌죠. 특히 우리 아니 우행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비정상적일 만큼 강했고요.”“대학 들어가서야 조금 나아졌죠. 그때 세라를 만나면서 서로 통하는 여자인 친구가 생기고 그제야 예전처럼 웃는 일이 생겼거든요.”“가윤이는 우리 몇 명을 자기 세계 전부로 여겨요. 밖으로 나가길 싫어하고 그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 것도 절대 용납 못 해요.”화영의 얼굴에 묵직한 빛이 드리웠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해됐어요.”수호는 화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이 얘길 꺼낸 이유는 화영 씨가 가윤이를 봐주길 바라서도 아니고 우행을 세라에게 넘기라는 뜻도 아니에요.”“그냥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어요. 우행이를 오해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아 줘요.”“그저 둘만 잘 지내면 돼요. 가윤의 감정적인 소동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 일로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필요는 없잖아요. 화영 씨까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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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5화

“두 사람 연애 잘해요. 나중에 결혼식 땐 꼭 부르고요. 샴페인 얻어 마시러 갈 테니까요.”화영이 잔잔히 말했다.“가윤 씨 과거를 몰랐어요.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거예요.”수호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누군가는 가윤이를 현실로 깨워야 해요. 세상과 제대로 마주하게 하고 자기 인생을 책임지게 할 사람 말이죠.”화영이 미묘하게 웃었다.“그건 어려울 거예요. 지금의 가윤 씨는 나를 미워하고 우행 씨를 미워할 뿐이에요.”수호도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고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때 화영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화면을 확인하자 우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집에 없어요?]화영이 수호를 힐끔 보고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조금 일 있어서 나왔어요. 금방 들어갈게요.”[그래요. 집에서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화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나한테 해준 얘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수호가 가볍게 웃었다.“이제 다 말했으니까 됐어요. 남자친구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가봐요. 오늘 저녁 데이트 잘 즐겨요.”화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밥 먹는 건데요. 같이 갈래요?”“됐어요. 난 그런 달달한 자리 질색이거든요. 우행은 평소에 차분한 척하지만, 사랑 표현할 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잖아요. 그걸 옆에서 보라고요? 사양할게요.”수호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도 약속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화영은 코트를 들고 함께 밖으로 나왔고 두 사람은 바 앞에서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졌다.화영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 자신의 차를 찾았다.차 안에 앉자 문득 머릿속을 스친 기억 하나가 떠올랐는데 바로 며칠 전 한성아가 했던 말이었다.세라가 예전에 심리학 수업을 같이 들었다고 했다.그땐 세라가 늘 혼자 다녔다고 했으니 아마 그 시절엔 아직 가윤을 몰랐던 때일 것이다.그런데 가윤은 확실히 정신적으로 불안했고 세라는 심리를 공부했다.이후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이런 생각이 든 화영은 그 순간 등골이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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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6화

한참 후, 우행이 화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배고프죠?”이에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파요. 근데 나가기 싫어요.”우행이 낮게 웃었다.“그럼 내가 해줄게요.”화영이 고개를 들었다.“양고기탕이요?”우행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좋긴 하지만 재료를 사야 하고 끓이려면 시간 꽤 걸릴 거예요.”화영이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요. 오늘 밤은 시간 충분하니까요.”“그럼 지금 다녀올게.”우행이 몸을 일으키자 화영도 따라 일어났다.“같이 갈래요.”우행이 미소를 띠며 물었다.“아까는 나가기 싫다더니?”화영이 환하게 웃었다.“양고기탕 생각하니까 갑자기 힘이 나거든요.”우행이 입꼬리를 올리며 화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맞은편 슈퍼로 가서 필요한 재료를 빠르게 고르고, 금세 장을 다 본 뒤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화영은 우행이 디저트까지 산 걸 발견하고는 그것을 꺼내 냉장고에 넣으며 말했다.“이건 저녁 먹고 게임할 때 야식으로 먹어요.”우행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부엌으로 갔다.“다음 주에 출장 좀 다녀와야 해요.”화영이 냉장고 문을 닫으며 물었다.“어디로요?”“H섬이요.”우행의 눈빛이 잔잔하게 웃었다.“같이 갈래요? 일이 순조로우면 반나절쯤은 시간 낼 수 있을 거예요.”그러나 화영은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다음 주엔 일정이 너무 많아요.”이에 우행은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갔다가 일찍 돌아올게요.”“그래요.”화영은 무를 씻으며 짧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끓는 냄비에서 퍼지는 양고기의 향이 집 안을 따뜻하게 채워갔다.화영은 수호를 만난 일도, 가윤의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그 일은 둘에게 있어서 뽑아낼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가시였기에 화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우행의 곁에 서 있었다.그리고 현실로 보여주려 했다.누구도 죄책감만으로 한 사람을 평생 감싸줄 순 없다고.가윤의 인생은 노가윤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며칠 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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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7화

곧 우행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만 생각하고 빨리 자요. 곧 돌아갈게요.]화영의 볼이 조금 달아올랐다.무엇이라 답할까 고민하다가 몇 글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짧게 남겼다.[잘 자요.]우행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잘 자요.]가윤이 샀던 꽃병은 원래 신서란에게 드리려던 선물이었지만, 우행과의 관계가 어색해진 이후로는 더 이상 진씨 저택에 가고 싶지 않았다.결국 가윤은 그 꽃병을 세라에게 넘기며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세라는 꽃병을 가져가기 전에 우행에게 전화를 걸었다.“우행아, 나야.”짧은 정적이 흐른 뒤 우행의 낮고 단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할머님 뵙고 싶어서. 지금 혹시 할머니 댁에 있어?”[아니? 출장 중이라 강성에 없어요.]세라는 잠시 숨을 고르며 안도한 듯 말했다.“다행이네. 혹시 화영 씨가 있으면 불편할까 봐 걱정했거든. 너도 없으면 괜찮네.”우행은 아무 말이 없었다.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세라는 서둘러 말했다.“바쁜가 보네. 일 봐, 방해 안 할 테니까.”[그래.]우행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세라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꽃병을 들고 진씨 저택으로 향했다.신서란은 점심을 막 마치고 안락의자에 기대 쉬고 있었다.도우미가 손님이 왔다고 알리자 그제야 몸을 일으켰고 곧 문 안으로 들어오는 세라를 보았다.“할머니.”세라가 다정하게 인사하자 신서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은 먹었니?”“네, 먹고 왔어요.”세라는 환하게 웃으며 가져온 꽃병을 옆의 탁자에 놓았다.“가윤이가 사 드린 거예요. 대신 전달해달래요.”신서란은 꽃병을 한눈에 보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이거 비싸 보이는데 이런 건 왜 샀대?”“그냥 마음이에요. 받아주시면 기뻐할 거예요.”세라는 곁의 담요를 들어 신서란의 다리에 덮으며 말했다.“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식사 잘하세요?”“좋아, 다 괜찮아.”신서란이 부드럽게 웃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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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8화

세라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식탁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이건 그때 이모랑 이모부께서 제 유학을 도와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의 뜻이에요. 그때 받은 사랑은 평생 갚을 수 없다는 걸 알아요.”“이건 빚을 갚는 게 아니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예요.”송혜라는 카드를 흘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그때 우리가 도운 건 네가 우행이랑 사귀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때의 넌 우리 아들의 여자친구였고 그 관계에서 우리가 한 거지.”“지금은 아무 관련이 없잖아. 지금의 네가 예전의 너 대신 갚을 이유는 없어.”세라는 순간 멍하니 송혜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의미를 깨달았다.시간이 흘렀지만 송혜라는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었다.그러자 세라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서글픔과 후회가 스쳤다.“그래도 할머니가 저한테 정말 잘해주셔서...”“세라야.”송혜라가 말을 끊었고 시선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이젠 호칭을 바꿔야 할 때야. 우행이한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할머니가 널 아껴주는 건 알지만 네 입장이 특별하잖아. 자주 집에 오는 건 이제 좀 곤란해.”송혜라의 어조는 언제나처럼 고운 품위를 잃지 않았지만 그 속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우행이는 네가 할머니와 가까운 걸 아니까 말리지 않은 거야. 하지만 그걸 이유로 그 아이를 난처하게 하면 안 돼.”세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고개를 숙였다.“요즘은 일이 없어서 자주 뵈러 왔지만 조만간 바빠질 거예요. 오늘 온 것도 사실 가윤이가 부탁해서예요.”“걔가 직접 오기 어렵다고 해서 대신 꽃병을 전해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우행이가 출장 중이라 화영 씨가 오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송혜라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우행이가 출장 갔어?”“네, 저한테 직접 전화로 알려줬어요.”송혜라는 순간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이 무거워졌다가 잠시 후 물었다.“가윤이는 왜 오지 않은 거야? 무슨 일 있었어?”세라는 망설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굳이 말씀드릴 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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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9화

신서란과 송혜라에게 인사를 마친 세라는 자신이 가져갔던 꽃병을 다시 들고 집을 나섰다.그날 밤, 세라는 바로 가윤의 아파트로 찾아가 꽃병을 돌려주자 놀란 눈으로 물었다.“할머님이 받지 않으셨다고?”세라는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받으시긴 하셨는데...”“하지만 뭐?”가윤이 다급하게 물었다.“이모가 가져가라고 하셨어. 이게 화영 씨 손에서 네가 빼앗은 꽃병이라는 걸 아셔서, 괜히 화영 씨가 오해할까 봐 받지 않겠다고 하셨어. 그리고 또...”“또 뭐라고 했는데?”가윤의 목소리가 차갑게 갈라졌고 세라는 시선을 내리깔고 작게 말했다.“앞으로도 할머님을 찾아뵙지 말래. 괜히 화영 씨가 또 오해할까 봐.”가윤은 이를 악물었다.“이모는 왜 그렇게 화영만 감싸는 거야?”곧 가윤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으며 화영을 저주했는데 그 말은 거칠고 악의로 가득했다.세라는 그런 가윤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화영 씨도 할머님이 그 꽃병을 받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아마 송혜라 여사님께 무슨 말을 했겠지.”그 말은 가윤의 신경을 건드렸다.화영이 그 사실을 알고도 자신에게 일부러 꽃병을 비싼 값에 사게 했다는 생각이 들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이 순간, 화영은 가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교활하고 음흉한 악녀’로 굳어졌다.가윤은 분노에 휩싸여 꽃병을 내던지자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에 산산이 부서졌다.그러고는 이어서 거실의 커피잔 장식품까지 닥치는 대로 내던지자 거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세라는 아무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가윤이 손을 베인 것을 보고서야 놀라 소리쳤다.“그만해! 다쳤잖아!”그러고는 급히 구급상자를 가져와 가윤의 팔을 붙잡고 상처를 소독했다.“이러지 마. 너 다치면 나만 마음 아파.”세라가 이마를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가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다가 갑자기 시선을 세라에게 돌렸다.“넌 그때 왜 M국으로 갔어? 왜 다른 남자랑 결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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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0화

세라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그 사람은 계속 사진으로 날 협박했어. 절대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엔 나한테 결혼하자고까지 했거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힘으로 버틸 수 있었겠어?”세라는 가윤을 끌어안았고 얼굴엔 절망과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왜 그때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가윤이 울먹이며 물었다.“말할 수가 없었어. 너무 무서웠고, 스스로가 더럽고 추하게 느껴졌어. 너희들이 날 경멸할까 봐 그게 더 두려웠어.”세라의 어깨가 떨렸다.“가윤아, 넌 희문이랑 수호가 왜 나를 미워했는지 알잖아. 내가 우행을 버렸다고 생각했잖아.”“하지만 그건 오해였어. 난 단 한 순간도 우행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어.”가윤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세라의 어깨를 세게 끌어안았다.“이제 이해했어. 다신 널 탓하지 않을게. 넌 잘못한 게 없어. 우행도 분명 널 용서할 거야.”“안 돼.”세라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걔한텐 절대 말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우행의 눈에 내가 더럽게 보이는 건 싫어. 걔가 나를 불쌍해서 돌아오는 건 더 싫어.”가윤은 눈시울을 붉히며 단호히 말했다.“약속할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가윤아, 나한텐 이제 너밖에 없어.”세라의 눈동자가 붉게 젖어 있었다.“내가 옆에 있을게. 언제나 네 편이고 우행은 내가 되찾을게. 널 위해서라도 반드시.”가윤이 세라의 손을 꼭 잡았다.그 순간, 흰색 블라우스에 묻은 붉은 피가 선명하게 번졌다.둘의 모습은 난장판이 된 거실 한가운데 벼랑 위에 매달린 두 사람처럼 위태로웠다.세라는 그 뒤로 이틀 동안 가윤의 곁에 머물렀고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외국에서 알게 된 친구가 지금 H섬에 와 있어. 잠깐 얼굴을 보자고 해서 가봐야 할 것 같아.”가윤이 질투 섞인 눈으로 물었다.“그렇게 중요한 친구야? 굳이 H섬까지 가서 봐야 해?”세라가 부드럽게 웃으며 가윤의 볼을 쓰다듬었다.“너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어. 그냥 예전에 날 많이 도와준 친구야. 그 덕분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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