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201 - Chapter 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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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1화

우행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고맙다, 박수호.”[우리 사이에 뭘 또 새삼스레. 대신 화영 씨한테 여자친구 좀 소개해 달라고 해줘.]수호는 반쯤 장난스럽게 말했다. “응.”우행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수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룸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말했다.“우행이 방금 전화 왔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대.”“뭐라고?”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가윤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금방 온다고 했는데?”가윤은 방금 진우행에게 위치를 보내려던 참이었지만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순간적인 실망이 밀려왔다.그다음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수호는 괜히 화영과 가윤 사이의 갈등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급히 변명했다.“너도 알잖아, 임씨그룹에서 일하느라 워낙 바쁜 거. 임구택 사장님이 부르면 그게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지 바로 나가야 하잖아. 어쩔 수 없었을 거야.”그러자 가윤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나 보기 싫어서 그런 거겠지.”안쪽에 앉아 있던 한 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얀 니트 차림의 여자는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매끄럽게 흘러내렸고, 피부는 매끄럽고 창백했다.가느다란 눈매와 부드러운 입매가 조용한 기품을 풍겼다.갸름한 얼굴에 젊고 청초한 미모, 그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단연 돋보였다.“세라야, 그건 네가 생각이 많이 하는 거야.”수호가 곧장 말했다.“우행은 그런 일로 사람을 미워할 사람이 아니야. 옛날 일은 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걔는 그런 거 마음에 둘 사람은 아니고.”“우행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야.”이세라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세라가 아직도 나를 미워하는 거 알아요. 얼마나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일은 우리 둘 다 잊을 수 없을 거예요.”그러자 가윤이 곧 위로하듯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우행의 옆에 여자가 하나 있는데, 그 여자가 질투가 심해서 못 오게 한 거야.”“여자?”그 말에 세라의 눈이 커졌다.“지엠의 총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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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2화

가윤은 눈가가 붉어진 채 울먹이며 말했다.“이 모든 세월 동안 난, 너 돌아오기만 기다렸어. 정말로 M국에 영영 남을 줄 알았잖아. 이제는 나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다고.”“그럴 리가 있겠어?”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윤을 꼭 안았다.“너는 몰라. 이혼하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걸 감수했는지.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돌아오긴 해야 했어. 여기엔 네가 있으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가윤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수호는 조용히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희문은 자리를 옮겨 세라와 함께 가윤을 달래며 말했다.“됐어, 세라도 돌아왔잖아. 그만 울어. 우리 다 네 마음 알아.”가윤은 한참이나 흐느끼다 겨우 진정했다.희문이 접시를 들어 가윤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며칠 전엔 푸아그라 먹고 싶다고 했잖아. 여기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그렇게 인기라 며칠 전부터 예약 잡느라 고생했어. 많이 먹어.”세라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세월이 흘러도 희문이는 여전히 가윤이한테 다정하네.”그러자 희문은 어색하게 웃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몇 년이 지나도, 가윤은 내 친여동생 같으니까.”식사가 끝나고 모두 밖으로 나가던 순간, 홀 입구에서 마침 계산을 마치고 나오던우행과 화영을 마주쳤다.두 사람은 늦게 도착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레스토랑을 선택했던 것이다.세상은 정말 좁았고 가윤은 두 사람을 보자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제 알겠지? 내가 틀린 말한 거 아니잖아.”그 말에 세라는 가윤의 손을 살짝 잡으며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우행아.”세라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익숙했다.우행과 화영은 이미 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 순간,남자의 얼굴이 굳어졌고 발걸음이 멈췄다.화영은 우행의 옆얼굴에 스친 미세한 긴장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그곳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한 여자가 서 있었다.아직 아무도 소개하지 않았지만, 그 이름이 화영의 머릿속에 번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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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3화

수호가 눈짓하며 말했다.“가윤아, 오늘 술을 꽤 마셨잖아. 우리가 데려다줄게.”수호가 손목을 잡으려 하자 가윤이 자리에서 버럭 소리쳤다.“나 안 취했어! 너희가 못 하는 말, 나는 할 수 있어!”그러고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진우행!”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가윤은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이세라가 목숨 걸고 돌아왔는데, 넌 왜 아무 관심도 없어? 걔는 네가 가장 아끼던 사람이잖아!”“겨우 몇 년 지났다고 다 잊은 거야? 넌 정말 그렇게 무정한 거야, 아니면 화영 씨가 무서워서 그래?”“가윤아!”세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가윤을 부르자 주변을 둘러보고는 희문에게 말했다.“가윤이 좀 부탁할게. 난 우행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세라는 우행의 소매를 잡고 식당 밖으로 향했고, 화영도 무슨 일인지 모르고 함께 끌려 나왔다.밖으로 나오자마자 세라는 우행의 팔을 놓으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가윤이가 감정이 격할 땐 누구 말도 듣질 않잖아. 그래서 우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어.”세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화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윤이는 나와 관련된 일이라 더 예민해요. 불쾌했다면 미안해요.”화영은 조용히 말했다.“괜찮아요. 마음에 문제가 있다면 잘 달래 주세요. 우린 신경 쓰지 않을게요.”세라는 잠시 말을 잃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러고는 우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가윤이는 순수한 아이잖아. 자기가 가진 걸 잃는 걸 두려워하고.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고 조금만 이해해 줘.”“그리고 굳이 나를 피하려고 걔와 거리를 둘 필요는 없어.”우행은 깊은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쓸데없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하네.”그러자 세라는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 조심히 가.”이윽고 세라는 뒤돌아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우행은 여자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화영을 향해 말했다.“우리도 가죠.”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자 세라는 가윤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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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4화

우행과 화영은 레스토랑을 나온 뒤 차에 올랐고,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걔네가 거기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며칠 전 가윤이 모임 장소를 문자로 알려준다고 했지만, 일이 생겨 못 간다고 전화한 후로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으나, 화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이 정도로 겹치는 걸 보면 인연이 있긴 한가 봐요.”화영의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흘렀고 우행은 앞을 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이세라는 내 첫사랑이었어요.”화영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왜 헤어졌어요?”우행은 시선을 도로에 둔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함께 유학 갔는데, 졸업 후 세라는 미국에 남겠다고 했고 나는 귀국하려고 했거든요. 그때 의견이 맞지 않아서 결국 헤어지게 됐고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그래서 가윤 씨가 그렇게 여자친구 사귀는 걸 막았던 거군요. 세라 씨 때문이었네요.”가윤의 이름이 나오자 우행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아마 그럴 거야.”화영은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뭐가 이상한 건지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세라가 해외에 있을 때조차 가윤은 우행 곁의 여자를 싫어했는데, 이제 친구가 돌아왔으니 집착은 더 심해질 것 같았다.다음 날, 세라는 강성의 오래된 주택가에 있는 진씨 저택을 찾아갔다.저택에는 다른 사람 없이 신서란 혼자였고, 세라는 도우미를 따라 들어서자마자 할머니의 모습을 보더니 눈가가 붉어졌다.“할머니!”신서란은 놀란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자 여자는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그러고는 신서란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울먹였다.“할머니, 저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 저 돌아왔어요.”신서란은 순간 놀라서 세라의 어깨를 붙잡았다.“세라야. 네가 돌아왔구나.”“할머니...”세라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해외에 있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사람이 할머니였어요. 가장 죄송한 사람도 할머니예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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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5화

송혜라는 표정이 굳은 채, 사람 없는 방으로 들어가 우행에게 전화를 걸었다.“세라가 돌아왔어.”우행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잠시 놀란 듯한 목소리였다.[걔가 할머니를 찾아갔어요?]“응. 주혜영 아주머니 말로는 점심까지 같이 먹고 갔다고 해.”송혜라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세라, 이혼한 것 같아.”[네, 그건 알고 있어요.]우행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잠시 망설이던 송혜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옛날에 네가 세라와 어떤 사이였든, 이제는 네 옆엔 화영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라와 나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꽤나 단호한 우행의 대답에 송혜라는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았다.“세라가 할머니랑 오래 지냈잖아. 할머니가 예전에 손녀 삼겠다고까지 하셨으니, 정이 남는 것도 이해돼.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우행은 담담히 말했다.[굳이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어요. 할머니 연세도 많으시기도 하고 그냥 기분 좋게 해드리면 되니까요.]“그래, 알았어.”송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물었다.“너랑 화영이는 언제 화씨 집안에 인사 갈꺼야?”[설 무렵으로 생각하고 있어요.]“그래, 그게 좋겠네. 너무 미루지 말고.”[네.]우행은 짧게 대답했다.세라는 진씨 저택에서 나온 뒤 곧 가윤의 전화받았는데, 그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나 아까 우행이한테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 요즘은 아예 내 전화를 피하는 것 같아!]그러자 세라는 차분히 말했다.“어제 그렇게 사람 많은 데서 걔 체면을 박살 냈잖아. 그래서 아직 화가 안 풀린 걸 거야.”그러나 가윤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사람 자체가 달라졌어. 화영이 나타난 뒤로 나한테는 점점 무심해졌다고!]세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걔 성격 몰라? 우행은 강한 말이나 행동을 싫어해. 화를 내거나 몰아붙이면 오히려 멀어질 뿐이고.”“화영 씨를 자꾸 곤란하게 만들면 그 사람은 더 그 여자 편을 들 거야.”그 말에 가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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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6화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가윤이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전에 내가 화영 씨한테 한 말들이 너무 심했잖아.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거야.”“이제 너랑 화영 씨가 사귀는 관계라면 우리 셋이 앞으로 자주 마주칠 텐데, 계속 어색할 순 없잖아.”“아니면 우리 관계를 완전히 끊고 앞으로 다신 안 볼 거야?”우행은 아무 말없이 가윤을 바라봤는데, 짙은 눈빛은 마치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이에 가윤은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나 정말 진심이야. 한 번만 기회를 줘.”가윤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자 우행은 짧게 말했다.“화영 씨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다만, 네가 다시 그 사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 돼.”“걱정하지 마.”가윤은 순한 미소를 지었다.그날 밤, 우행은 화영과 저녁 약속이 있었고 퇴근이 조금 빨라진 남자는 화영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가윤은 옆자리에 앉아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날은 내가 잘못했어. 세라가 돌아온 걸 미리 말해야 했는데.”“그 일은 세라랑 상관없어.”우행은 단호하게 답하자 가윤의 눈빛에 짙은 그늘이 스쳤다.그러고는 혼잣말하듯 말을 이어갔다.“세라는 이혼했어. 이제 강성에 머무를 거래. 어제 같이 집 보러 다녔고.”“한두 군데 괜찮은 곳 봤는데, 자리 잡으면 일도 구할 거야. 너는 뭐 조언할 거 없어?”우행은 조용히 운전대를 잡은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없어.”가윤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듯 말했다.“어제 집 보고 나서 옛날 학교도 들렀는데, 그때 하 선생님을 만났어. 이제 부교장님이시더라.”“세라를 보시자마자 얼마나 반가워하던지, 아직 너랑 결혼한 줄 아시더라. 청첩장 못 받았다고 서운해하시던데?”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학교에서도 유명했다.하 선생님은 우행의 담임으로 남자를 아끼던 만큼 세라도 함께 챙겼다.세라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것도 하 선생님의 추천 덕분이었다.그래서 모두가 그 둘이 결국은 결혼을 해 부부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우행의 표정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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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7화

가윤은 차에 타자마자 편하게 앉아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곧이어 조수석 앞 수납함을 열어 휴지를 꺼내는 동작까지 자연스러웠는데, 그 모습은 마치 이 차가 자기 차라도 되는 듯 익숙했다.“맞다. 물어볼 게 있어.”가윤이 몸을 돌려 우행을 향해 말했다.“신서란 할머니가 세라한테 주셨던 시계가 고장 났대. 혹시 어디서 고칠 수 있는지 알아?”우행은 눈썹을 찌푸렸다.“그게 벌써 몇 년 된 거야? 고장 났으면 그냥 버려. 쓸모없잖아.”“세라는 못 버리겠대. 물론 할머니가 이것저것 많이 주셨지만, 그건 첫 번째 선물이잖아. 그걸 어떻게 버리겠어?”가윤은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매장에서 알아봤는데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 수리도 안 된대. 세라가 그 일로 며칠째 속상해하고 있어.”그러고는 뒷좌석을 향해 몸을 돌리며 화영을 보았다.“FL 풀 다이아 모델이에요. 화영 씨는 명품 업계 사람이니까 알겠죠? 그 시계를 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아요?”화영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시계라는 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에요. 내부가 고장 나면 겉이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멈춰버린 껍데기에 불과하죠.”“시간이 과거에 멈췄잖아요. 근데 그걸 억지로 현재에 맞추려 하면 오히려 마음만 복잡해질 뿐이에요.”가윤의 웃음이 살짝 굳었다.“그러면 화영 씨 말은 그렇게 좋은 시계를 그냥 버리라는 건가요? 게다가 어른이 준 건데요?”그 말에 화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온화하게 말했다.“정말 아깝다면 고쳐야죠. 저희 지엠에는 액세서리 복원 전문가가 있어요. 시계도 다룰 줄 아시거든요. 그분께 부탁드리면 아마 가능할 거예요.”“그 친구분이 원하시면 시계를 들고 한 번 지엠으로 오세요.”가윤은 순간 자신이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스쳤다.화영이 ‘그 친구분’이라고 할 때 묘하게 다른 의미가 느껴졌다.하지만 이미 자신이 시작한 이야기라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세라한테 전할게요.”“시계는 꼭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화영이 덧붙이자 노가윤은 입가에 어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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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8화

곧 우행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가윤이 자기 접시에서 치운 당근을 다시 집어 올려 담담히 말했다.“이제 괜찮아.”화영은 고개를 돌려 우행을 바라봤는데, 당근을 입에 넣는 순간 아주 미세하게 얼굴을 찡그렸다.평소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마다 우행은 절대 당근을 먹지 않았다.그 이유가 세라 때문이었다는 걸 화영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리고 지금 일부러 자기 때문에 자신이 싫어하던 음식을 먹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가윤은 곧바로 화영에게 접시를 돌리며 말했다.“화영 씨도 드세요. 이 닭날개 진짜 맛있어요. 가지도 괜찮고요!”그때 우행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남자는 자리를 일어나 밖으로 나가 전화받았다.그리고 우행이 나가자마자 가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조금 전까지의 상냥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화영을 노려봤다.화영은 옆에 있던 따뜻한 물수건을 들어 손끝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가면 벗어도 되겠네요.”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요?”가윤은 차갑게 물었다.“우행이 당신한테 세라 얘기한 적 있나요?”“간단히 언급했어요.”화영은 침착하게 대답하자 가윤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 둘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단순하든 아니든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죠.”화영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자 가윤의 표정이 굳어졌다.“세라는 이미 이혼했어요. 이번에 돌아온 건 우행이랑 다시 시작하려는 거예요.”화영은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표정은 여전히 차분했고 가윤은 목소리를 높였다.“이제 우행이한테 그만 매달려요!”화영은 조용히 가영을 바라봤다.“그럼, 우행 씨는 내가 매달려서 어쩔 수 없이 곁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가윤 씨도 그 앞에서 굳이 가식적으로 웃지 않아도 되겠네요.”가윤은 이를 악물고 화영을 노려봤으나 기세는 이미 밀려 있었다.“우행은 세라를 절대 잊지 못해요. 걔가 진심으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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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9화

할 말이 없어진 가윤은 뒷좌석에 앉았다.어두운 차 안, 불빛이 얼굴을 스치며 명암이 번갈아 비쳤고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가윤은 화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반드시 세라가 우행을 되찾게 할 거야. 두고 봐.’“집에 데려다줄까?”우행이 묻자 가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부모님 집엔 안 갈래. 엄마는 또 친구들이랑 카드 치러 갔을 거야. 가도 아무도 없으니까 내 아파트로 갈게.”가윤은 몇 년 전 샵을 열기 위해 그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사두었지만, 자리를 잡은 후엔 거의 관리하지 않았다.“여전히 그렇게 카드 치시나 보네.”우행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배문희는 원래부터 카드 도박을 좋아했다.가윤의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웠고, 학창 시절의 가윤은 방과 후 저녁도 못 먹고 지내는 일이 많았다.그때마다 송혜라가 가윤을 불러 진씨 저택의 식탁에서 밥을 먹게 해주곤 했다.그래서 가윤은 어릴 때부터 진씨 집안 사람들과 친했다.“안 그러면 뭐 하겠어?”가윤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아버지는 요즘도 출장 많으셔?”“똑같아. 한 달에 열흘은 출장, 절반은 야근. 남은 날은 뭐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어.”가윤이 차창 밖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하자 우행은 굳이 더 묻지 않았다.차는 곧 가윤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여자는 고개를 돌려 화영에게 미소 지었다.“오늘 화영 씨랑 이야기 즐거웠어요.”화영도 가볍게 웃었다.“저도요.”“앞으로 자주 봐요.”화영은 가윤의 눈빛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좋아요. 다음에 또 봐요.”가윤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움찔거리더니 우행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차에서 내렸다.차가 출발하자, 우행은 백미러로 그녀의 모습을 흘끗 보았다가 시선을 돌렸다.“오늘 회사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 화영 씨한테 꼭 사과하고 싶다며 억지로 따라온 거예요.”그러자 화영은 시트에 몸을 기대며 무심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보고 싶다는데 굳이 막을 필요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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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0화

우행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화영이 조용히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고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차 열쇠를 내밀었다.“다녀와요. 아마 80%는 거짓말일 거예요. 그래도 혹시 남은 20%의 가능성을 위해선 가봐야죠. 진짜 무슨 일을 당하게 된다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어요.”우행은 잠시 화영을 바라보다가 열쇠를 받는 대신 그 손을 잡고는 힘을 주어 그대로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화영은 갑작스럽게 몸이 쏠리며 놀라 우행에게 안겼다.우행의 외투엔 아직 바깥 공기의 냉기가 남아 있었지만, 가슴속은 따뜻했고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다.“미안해요.”우행이 화영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낮게 말했다.그러자 화영은 우행의 등 뒤 옷자락을 꼭 잡은 채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말했다.“미안하단 말은 하지 말아요. 나는 우행 씨 친구고 가윤 씨도 당신 친구잖아요.”그러자 우행은 품이 더욱 단단히 조여졌다.“그래도 둘은 다르니까요.”우행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그 말에 화영의 심장이 잠시 멈춘 듯하다가 이내 빠르게 요동쳤다.가윤은 얇은 끈 민소매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꾸민 작은 계략을 세라에게 메시지로 자랑하고 있었다.[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우행이 바로 뛰어온다는 걸 보여줄 거야. 화영이 그걸 보면 얼마나 속 터질까?]저녁 식사 때 쌓였던 분노가 이제야 풀리는 기분이었다.지금쯤 우행에게 버려진 화영이 혼자 속을 끓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윤은 속이 다 시원했다.곧 세라가 답했다.[그렇게 하면 화영은 자극받겠지만, 우행이 너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어. 이득보다 손해야.][네가 우행이 아직 널 신경 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면 이미 충분히 확인됐어. 인제 그만 전화해서 전기 들어왔다고 말해.]하지만 가윤은 물러서지 않았다.[벌써 우행이 오는 중인데 그냥 돌려보낼 생각 없어.][괜히 그랬다간 우행이 너한테 화낼 수도 있어.]세라가 한숨을 섞어 보내자 가윤은 가볍게 답했다.[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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