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211 - Chapter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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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1화

세라의 목소리는 아주 잔잔했다.“그건 우행이 스스로 선택한 거야.”“공짜로 주는데 누가 마다하겠어?”가윤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자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우행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가윤은 곧바로 물었다.“아직도 걔 좋아하지? 마음속으론 아직 끝내지 못했지?”이에 세라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우린 인연은 있었지만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어.”“인연이 없다고? 처음부터 네가 먼저 걔를 만났잖아. 내가 도와줄게. 꼭 다시 우행을 되찾게 해줄게.”가윤이 세라의 손목을 꽉 붙잡자 여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나 때문에 우행이 불쾌해지면 안 돼.”“아니야.”그러나 가윤의 눈빛은 완강했다.“그 화영이라는 여자, 애초에 우행이한테 어울리지도 않아.”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자 가윤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우행이 왔네!”세라는 자세를 바로 하고 문 쪽을 바라봤다.문이 열리자마자 가윤은 반가움이 터져 나왔다.“드디어 왔...”하지만 말이 중간에서 끊겼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우행이 아니라 희문이었다.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괜찮아? 방금 다른 세대들은 다 불이 들어와 있던데, 혹시 누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가윤의 얼굴은 실망으로 일그러지자 목소리도 거칠게 변했다.“왜 네가 온 거야?”희문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설명했다.“우행이랑 가까이 사는 사람이 수호인데, 걔한테 연락했더니 일이 있어서 못 간다더라. 내가 마침 같이 있어서 대신 왔어.”희문은 말을 마치고 방 안을 둘러보다가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이세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세라? 너도 여기 있었어?”그러자 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가윤이가 무서워할까 봐 잠깐 같이 있으려고 왔어.”희문은 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려. 나가서 전기 상태 좀 보고 올게.”희문이 나가자 가윤은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곧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진우행! 정말 대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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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2화

전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수호가 말했다.“우행이한테 다 얘기했어. 지금은 아무 일도 없다고.”방 안엔 다시 불이 들어오자, 밝은 조명 아래에서 노가윤의 굳은 표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수호는 잠깐 가윤을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난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수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희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한마디 던졌다.“네 여자친구 오늘 야근이지? 데리러 가기로 했다면서? 안 가?”세라가 나섰다.“둘 다 바쁠 텐데 가봐. 난 여기 남아서 가윤이랑 있을 테니까.”“고마워, 세라야.”희문이 진심 섞인 미소로 말했다.“가윤이랑 나는 제일 친한 친구잖아. 인사할 필요 없어.”세라는 따뜻하게 웃었다.곧 희문은 가윤에게 몇 마디 위로를 더 건넨 뒤, 수호와 함께 나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각자의 차로 향하자, 수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윤이 점점 선을 넘고 있어.”그러자 희문이 놀라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이에 수호는 비웃듯 말했다.“오늘 그 정전, 진짜로 전선 문제라고 믿어?”그제야 희문도 눈치를 챘다.“설마 가윤이?”“세라도 같이 있었잖아. 이쯤 되면 뻔하지 않아?”수호의 웃음은 냉소에 가까웠다.“그때 우행이랑 같이 유학 갔던 건 세라 본인이야. 떠난 것도 끝낸 것도 세라였어.”“그런데 왜 아직도 다들 우행이 세라한테 잘못한 사람처럼 구는 건데? 그게 걔를 위하는 거야?”“난 진짜 모르겠어. 가윤은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이제 와서 세라가 우행보다 더 중요해진 건가? 그럼 멀어지는 것도 당연하지.”희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수호가 차갑게 덧붙였다.“화영 씨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배포가 크고 여유가 있어. 그러니까 더 비교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너희 행동 너무 속 좁고 유치해 보여.”수호가 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남자는 단호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희문은 굳은 얼굴로 한참을 서 있다가 뒤따라 나섰다.이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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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3화

그날 밤에는 짧게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오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화영은 처음으로 세라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그 아름다움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해주고 싶게 만드는 부드러운 매력이 있었다.화영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세라의 눈빛만으로도 대강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단단한 의지, 강한 내면, 그리고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사람.그런 성향을 가진 여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온 경우가 많았다.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백종원을 향해 말했다.“그럼 선생님께 맡길게요.”백종원도 고개를 끄덕였다.“5일 뒤에 오시면 돼요.”“감사드려요.”세라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작업실을 나서며 다시 한번 화영에게 인사했다.“시계 수리비는 어디에 결제하면 될까요? 프런트로 가면 될까요?”화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제가 작은 도움 드리는 셈 칠게요.”“그건 너무 죄송한데...”“정말 괜찮아요.”화영이 부드럽게 말하자 세라는 고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사실 곧 친구 생일이라 선물을 하나 고르려는데, 화영 씨가 좀 추천해 주시면 좋겠어요.”그 말에 화영은 속으로 웃었다.수리비를 대신 지불하려는 배려임을 알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좋아요. 함께 골라보죠.”화영은 직접 세라를 안내해 매장을 함께 둘러보았다.한 층, 두 층을 돌며 여러 제품을 살펴보다가 세라는 결국 약 2천만 원 상당의 고급 팔찌를 선택했다.결제할 때 세라는 직원에게 물었다.“여기 VIP 회원은 어떻게 가입하나요?”직원이 지엠의 회원 제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자 세라는 바로 10억 원을 선불로 결제하며 회원 카드를 만들었다.그 모습을 본 화영은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세라 씨, 지엠을 조금 더 알아보신 후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아요. 이 정도 금액은 꽤 크니까요.”하지만 세라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오늘 화영 씨가 직접 안내해 주셨잖아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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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4화

주말이 금세 다가왔다.토요일 이른 아침, 화영은 우행에게 거의 끌려 일어났다.우행은 또다시 함께 테니스를 치러 가자며 화영을 재촉했다.화영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클렌징폼을 치약으로 착각할 뻔했다.간신히 세수를 마친 뒤 화영은 문득 어젯밤 우행이 말했던 말이 아주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내일은 주말이니까 일찍 안 일어나도 되잖아요.”‘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이렇게 새벽같이 깨워놓고는 평일 아침이랑 다를 게 없었다.거기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건 우행의 체력이 왜 이렇게 좋은가였다.‘운동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는 사이, 문밖에서 우행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옷은 내가 골라서 침대 위에 놔뒀으니까 옷 갈아입고 나와서 아침 먹어요.”화영은 어젯밤 일을 떠올리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우행이 나가자 화영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뒤 욕실을 나왔다.침대 위에는 연한 회색 운동복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옷은 우행이 직접 여자를 위해 산 것이다.화영과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일부러 맞춘 운동복이었고 사이즈도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식탁으로 나가니 우행도 회색 운동복 차림이었다.우행은 우유를 따르고 있었고 화영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 그래요?”화영은 환하게 웃었다.“아니에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요.”우행이 미소를 지었다.“옷은 잘 맞아요?”“맞는 정도가 아니라 맞춤 제작한 것보다 더 맞는 것 같아요.”화영의 말에 우행이 짧게 웃으며 우유를 건넸다.“먹죠.”아침을 마치고 아홉 시 정각에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주말이라 도로는 다소 막혀 테니스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어 있었다.코트를 들어서자 눈에 익은 여자가 보였는데 바로 운동복 차림의 가윤이었다.형형색색의 운동화에 완벽한 메이크업까지 한 가윤은 전혀 운동하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화영은 곁의 우행을 흘끗 바라보았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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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5화

화영은 우행의 뒤를 따라가며 잔잔히 웃었다.“사실 괜찮아요. 나도 좀 쉬고 싶었어요.”우행이 곁눈질로 화영을 보며 말했다.“하룻밤을 쉬고 왔는데도 피곤해요? 체력이 정말 부족하네요.”화영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평소 냉철하고 강단 있는 화영이였지만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래서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우행은 아무렇지 않게 말만 남기고 멀어져 갔다.멀찍이서 지켜보던 가윤은 두 사람을 향해 독기 서린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그 시선은 마치 독사처럼 소름 끼치고 매서웠다.곧 희문이 다가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자신이 사 온 물을 건네며 웃었다.“가자, 우리도 좀 칠까?”가윤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너 혼자 쳐. 난 하기 싫어.”희문이 그녀 옆에 앉으며 말했다.“테니스 치자고 나 불러놓고 이게 뭐야?”그러자 가윤이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지금은 하기 싫다고. 안 돼?”“알겠어, 알겠어. 네가 뭐라면 그게 맞지.”희문은 달래듯 웃자 두 사람은 잠시 코트 옆에서 경기를 구경했다.하지만 희문은 금세 지루해졌다.“그럼 딴 데 갈래? 여기 계속 앉아 있을 거야?”“어디도 가기 싫어.”가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곧 점심이잖아. 우행이랑 같이 밥 먹을 거야.”그렇게 두 사람은 기다렸다.우행과 화영이 경기를 마치고 잠시 쉬자 가윤은 아무 일 없는 듯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 거야?”희문조차 가윤이 일부러 우행과 화영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이에 희문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결국 가윤의 뜻대로 맞춰주었다.점심 장소를 정한 네 사람은 주차장으로 향했고 가윤은 재빠르게 우행의 차로 다가가 말했다.“난 택시 타고 왔으니까 우행의 차 타고 갈게.”우행은 희문을 향해 말했다.“희문아, 가윤은 네가 태워. 난 화영 씨랑 차 안에서 얘기할 게 있어.”그러자 가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쉬는 날에도 일을 해? 게다가 둘이 같은 회사도 아니잖아. 무슨 일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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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6화

화영이 시계를 보고 물었다.“점심은 뭐 먹을까요?”이에 우행이 운전대를 돌리며 대답했다.“화영 씨가 정해요. 난 다 좋거든요.”화영은 창밖을 내다봤다.아침 내내 테니스를 쳤더니 배는 고팠지만 막상 뭘 먹고 싶은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화영이 고민하는 모습을 본 우행이 말했다.“요즘 내가 새로 배운 요리가 있는데 그거 해줄까요?”화영은 잠시 놀란 눈으로 우행을 봤다.예전에 우행이 주혜영 아주머니에게 음식 레시피를 물어보는 걸 들은 적이 있었으나 애써 모른 척하며 물었다.“언제 배운 거예요? 갑자기 요리는 왜 배운거예요?”우행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배워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괜히 사람들한테 게으르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고요.”이에 화영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네요. 아주 바람직한 이유고요.”“그래서 어떤 요리 배웠어요?”화영이 다시 묻자 우행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화영은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재료는 같이 사러 가죠. 마트 먼저 들르는 거죠?”“좋죠.”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렀다.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생활용품 몇 가지도 챙겼는데, 돌아보던 우행은 그때 디저트 코너 앞에서 잠시 멈췄다.우행은 문득 소희가 단 것을 정말 좋아했던 게 떠올랐지만 화영은 단 한 번도 디저트를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나 달콤한 음료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우행은 조용히 화영 쪽을 바라보자 여자는 향신료 코너에서 진지하게 조미료를 고르고 있었다.그 모습에 우행은 미소를 지으며 과일이 올라간 티라미수를 한 통 장바구니에 넣었다.집에 돌아와 우행은 외투를 벗고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말했다.“화영 씨는 좀 쉬어요. 재료는 내가 다 손질할 테니까.”화영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뒤 부엌으로 향하자 우행은 소매를 걷고 채소를 씻고 있었다.“도와줄게요.”“아니요, 괜찮아요.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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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7화

화영은 하얗게 우러난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부엌에서 전화하고 있는 우행을 바라보며, 무슨 일을 하든 진지한 남자의 모습이 유난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주혜영 아주머니의 화상 지도를 받은 덕분에 우행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맛을 만들어냈다.그러고는 다시 그릇을 들고 와 화영 앞에 내밀었다.이에 화영이 부드럽게 웃었다.“처음에 만든 것도 충분히 맛있었어요.”그러나 우행은 고개를 저었다.“요리 하나를 하더라도 대충 하면 안 되죠.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똑같이 어긋날 거예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완벽주의자시네요.”“그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 납득은 해야죠.”우행은 맑게 웃으며 덧붙였다.“아니면 마음이 불편하잖아요.”화영은 젓가락으로 연근 한 조각을 들어 우행의 그릇에 놓았다.“의지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네요. 앞으로 요리 좀 더 배우시면 제가 덕 좀 많이 보겠네요.”우행이 가볍게 웃었다.“요리 좀 더 배워야 한다고 한 건 화영 씨 아니었나요? 근데 이제는 기대치를 슬쩍 내 쪽으로 옮기네.”화영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우행 씨 솜씨에 비하면 전 너무 부족하죠.”우행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화영을 바라봤다.“괜찮아요. 난 화영 씨한테 기대 안 해요. 완벽할 필요도 없고요, 뭐를 하든 난 그냥 먹을 거니까요.”그 말은 겉보기엔 무심했지만 묘하게 따뜻했다.화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지만 마음 한쪽이 알 수 없이 두근거렸다.이에 우행이 화영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더 먹어요. 운동했으니까 기력 보충 좀 해야죠.”“양고기 많이 먹으면 속이 쉽게 더부룩해져요.”화영이 조심스레 말하자 우행은 태연하게 답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오후에 할 일도 없잖아요.”화영은 잠시 멍하니 우행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눈빛이 변함없는 걸 보고 깨달았다.“테니스 계속해도 되고요.”곧 화영은 어색한 듯 민망한 웃음을 지었는데, 생각이 잠시 엉뚱한 데로 흐른 걸 들킨 기분이었다....오후, 화영은 서재에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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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8화

다음 날, 주말 아침.아직 9시도 되기 전이었지만, 우행은 이미 단정히 옷을 차려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 당일 경제신문을 읽고 있었다.우행이 시계를 한 번 흘끗 보자 마침 침실 문이 열리며 화영이 걸어 나왔다.“됐어요. 이제 가죠.”오늘은 자선 경매회가 열리는 날이었다.지엠과 임씨그룹 모두 초대장을 받았고,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는 편이 여러모로 자연스러웠다.화영은 묵직한 광택이 흐르는 짙은 색의 드레스 차림이었다.허리선을 따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마름모 무늬가 화영의 늘씬한 몸매와 곡선을 더 돋보이게 했다.깊은 색조는 오히려 화영의 맑은 피부를 더 빛나게 만들었고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곧 우행의 시선이 화영에게서 잠시 멈췄고, 3초 정도의 짧은 정적 후에야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죠.”우행이 먼저 걸어나와 외투를 들고 와 화영의 어깨에 걸쳐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주최 측에서 오늘 경매품 목록을 미리 보냈어요. 차에 타면 파일로 보낼 테니까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봐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저도 사전 전시 자료를 봤어요. 괜찮은 물건이 몇 개 있더라고요.”우행이 미소 지었다.“그럼 내가 대신 낙찰 받아줄게요.”“아니요. 임씨그룹은 이번 행사 스폰서 쪽이라 우행 씨가 직접 나서는 건 좀 그래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화영의 말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우행은 그런 화영을 한 번 바라보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행사장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VIP 통로로 입장했다.미리 준비된 번호표를 받아 들고 입구로 향하는데 그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연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가윤이 손에 초대장을 들고 두 사람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어머, 이렇게 우연히 만났네! 두 사람도 왔네?”우행은 본능적으로 화영의 손을 꼭 잡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내 몸엔 위치추적기는 없거든요?”화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가윤은 자신을 보고 반가워하는 줄 알고 더 다가오며 말했다.“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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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9화

이에 가윤은 비웃음을 터뜨렸다.화영이 우행의 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청화백자 꽃병을 사려는 걸 눈치챘기에 더욱 이를 갈았다.‘절대 그 꽃병은 못 가지게 해주지.’30분 뒤, 경매가 시작되었다.초반엔 주얼리와 액세서리 같은 고가의 제품이 이어졌고, 모두 희귀한 물건이라 유찰 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곧이어 경매사가 새로운 물건을 소개했다.“다음은 청화백자 금채 마늘 모양 꽃병입니다. 제작 연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보존 상태가 우수합니다. 시작가는 1억 4백만 원입니다.”가장 먼저 손을 든 건 화영이었다.“1억 1천만 원.”이어 다른 사람이 호가했다.“1억 2천만 원.”화영은 주저 없이 가격을 올리자 우행이 옆에서 물었다. “1억 3천6백만 원.” “이게 화영 씨가 아까 말한 그거예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미소만 지었다.경쟁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2억 원까지 치솟았으나, 화영은 주저 없이 가격을 올렸다.“2억 2천만 원.”그때 가윤의 시선이 번뜩였다.화영과 우행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걸 보고 저건 틀림없이 우행의 할머니 선물용이라고 확신했다.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손을 들었다.“2억 4천만 원!”화영이 놀란 듯 가윤을 바라봤다.가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입가에 도전적인 미소를 그렸다.“우리 아버지 생신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이걸 선물하려고요.”화영은 짧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저도 꼭 갖고 싶어요. 2억 6천만 원.”“3억!”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가윤은 절대 지려고 하지 않았다.“3억 2천만 원.”“4억!”가윤의 목소리가 경매장 안을 울렸다.우행은 여전히 평온했고 그저 두 사람의 경쟁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순간, 경매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경매자가 조심스레 물었다.“4억! 더 있나요?”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화영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진우행 씨 체면 생각해서, 이번 건 양보할게요.”가윤은 낮게 흘기며 속삭였다.“양보가 아니라 돈이 모자라서겠죠?”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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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0화

몇몇 부인들이 화장을 고치고 손을 씻은 뒤 나가자 가윤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가윤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아빠!”[가윤아, 너 지금 어디야?]노한철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고 가윤은 왜 화가 났는지 이미 짐작했다.“경매장이요!”[그러면 그렇지!]노한철은 불안한 기색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너 내 카드에서 4억 긁은 거 맞지? 도대체 뭘 산 거야?]“좋은 거 샀죠. 청화백자 꽃병이요.”가윤은 약간의 자부심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꽃병이 가치가 4억이라고 생각해? 너 제정신이야?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함부로 입찰해?]“왜요? 저 알아봤어요. 예전에 비슷한 꽃병이 몇백억에 낙찰된 적도 있어요. 제 건 그거보다 훨씬 싸잖아요. 그 정도 가치는 있죠!”가윤은 당당하게 말했다.[청화백자의 값은 색감, 연대, 그리고 관요인지 민요인지에 따라 달라. 네가 산 그건 연대도 얼마 안 됐고 게다가 민요야.][전혀 비싼 물건이 아니라고. 기껏해야 1억이야!]가윤은 멍하니 굳었고 노한철의 목소리엔 실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노가윤, 너 벌써 서른이야. 제발 좀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라. 네 가게는 매달 적자고 그건 내가 매번 메꿔주고 있어.][크게 성공하란 말은 안 하지만 제발 돈 좀 함부로 쓰지 마.][요즘 세상에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데. 너희 엄마는 투자 망해서 손해 보고, 넌 이렇게 낭비하고 나 혼자 일해서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가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꾸중을 들었다.가슴이 쿵쾅거리고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겨우 참고 있었다.[졸업한 지가 몇 년인데 제대로 해낸 일이 뭐가 있냐? 남자친구 하나 없다고 뭐라 안 했다. 하지만 너...]노한철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가윤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끊었다.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그 꽃병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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