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모르는 사람이야.”희유는 시선을 내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수호를 떠올리면 그날 그의 손을 잡고 나타난 여자친구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고, 가슴 안쪽이 조용하게 욱신거렸다.두 사람 사이에 갑작스러운 침묵이 흘렀다.호영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지었고, 희유도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잠시 후, 희유는 고개를 들었고 얼굴에 환한 것 같으면서도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내가 거절했다고 해서 원망하는 건 아니지?”이에 호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 너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친구 하고 싶어.”희유는 살짝 웃고 호영의 팔을 손끝으로 톡 치며 말했다.“좋네.”호영은 머쓱하게 웃자 희유는 먼저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이제 들어가자. 다들 거의 취해서 슬슬 집 갈 시간이야.”호영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방으로 돌아오니, 우한이 다른 여자애 도혜경과 함께 이야기 중이었다. 그리고 둘은 희유를 발견하자마자 손짓했다.“혜경이가 내일 본가로 내려간대. 그래서 우리도 같이 가서 놀자고 했어!”혜경은 중성 출신이었고 친구가 직접 안내하는 여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곧 여행을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에 남아 있던 묵직한 슬픔이 조금씩 걷혀갔다.곧 희유의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다음 날, 화영이 희유에게 전화를 걸어 경성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수호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희유가 마음고생할 것이라 생각했고, 졸업하며 친구들과 흩어지는 것도 분명 외로움으로 이어지리라 느꼈다.그래서 화영은 경성에 데려가 잠시라도 기분 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유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가볍고 또렷했다.[고마워요, 언니. 근데 친구들이랑 여행 가기로 했어요. 내일 바로 출발할 거라서, 이번엔 같이 못 가요.]“여행 가요? 어디로요?” 화영이 물었다.[중성이요. 친구 본가가 그쪽이라서 직접 안내해 준대요.]여행을 갈 마음이 생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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