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세라 씨는 강성에 돌아오자마자 서원혁 씨가 나타났죠. 그날 경찰서 앞에서 마주쳤을 때, 세라 씨는 호텔에서 물건을 잃어버려 신고하러 왔다고 했어요.”“그런데 내가 세라 씨가 묵었던 호텔을 확인해 봤어요. 그 동안 도난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었죠.”“결국 세라 씨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고, 경찰서에 간 이유는 신고가 아니라 가윤 씨가 성폭행당했던 그 사건을 찾기 위해서겠죠.”“마침 세라 씨의 대학 동기가 경찰서에 있었으니까요.”세라는 손을 세게 움켜쥐었고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괜히 호텔 측에 부담 주고 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경찰에만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호텔에 기록이 없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죠.”화영은 피식 웃었다.“호텔에서 물건이 사라졌다면, 경찰이 먼저 호텔로 와서 CCTV 확인하고 상황 파악부터 해요. 그러면 호텔이 모를 리가 없죠.”화영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난 녹음 안 해요. 세라 씨가 나한테 사정을 이야기하러 왔다면 그 정도 성의는 보이셔야죠. 우리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요.”세라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좋아요. 세라 씨가 말 안 하면 내가 대신 말해보죠. 세라 씨는 가윤 씨 사건을 캐고, 그때 당시 가윤 씨를 해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죠.”“그래서 결국 방법을 찾아 서원혁 씨를 찾아냈고, 조건을 걸어 가윤 씨 근처에 나타나게 했어요.”“그래야 세라 씨가 우행 씨에게 다가갈 명분이 생길 테니까요.”“왜냐하면 그 사건으로 인해 우행 씨와 수호 씨가 가윤 씨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죄책감이 있으니까요.”“그러니 가윤 씨에게 일이 생기면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걸 세라 씨는 알고 있었죠.”“그리고 실제로 세라 씨는 그 틈을 계속 파고들었고, 아무도 세라 씨를 의심하지 않았어요.”세라는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채 조용히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화영은 계속 말했다.“그동안 세라 씨는 거액을 들여 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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