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371 - Chapter 4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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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1화

다른 한편에서는 홍서라는 여자 둘을 데리고 유리방 안으로 들어섰다.바닥 카펫에 쓰러져 있는 희유를 보자 홍서라는 혀를 찼는데 아마도 유변학이 너무 했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그러고는 직원들에게 지시했다.“유변학 방으로 데리고 가. 약도 좀 발라주고.”희유는 온몸이 망가진 모습이었다.눈동자에는 아무 초점도 없었고, 흙먼지 묻은 인형처럼 예쁘지만 생기가 없었다.직원들이 부축하자 희유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홍서라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유변학 님 따라가는 건 운이 좋은 거야.”하지만 희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고 어떤 반응도 없었다.“데리고 가.”홍서라는 짧게 말했다.직원 두명이 희유를 담요로 감싸 올려 유리방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곧 직원들에 의해 호텔 최상층 버튼이 눌리고, 방으로 돌아왔으나 희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저항도 하지 않고 직원들이 씻기고 약을 바르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직원들이 모두 나가고 방이 조용해지자 희유는 침대 위에 누운 채 조용히 흐느꼈다.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졌다.양손은 침대 시트를 세게 움켜쥔 채, 목에서는 억눌린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깊은 새벽, 유변학이 돌아와 불을 켰다.유변학은 소파 테이블 위에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은 식사를 한번 보고, 바로 침대 쪽에 시선을 옮겼다.유변학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만 어렸지만 더 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욕실에서 타월을 두른 채 나온 순간, 침대 위에서 희유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인 눈빛으로 유변학을 바라봤다.이에 유변학은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무심하게 말했다.“난 침대에서 잘 거니까 너는 소파에서 자.”희유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소파 쪽으로 갔다.소파에 앉아도 희유는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유변학의 모든 행동을 주시했다.하지만 유변학은 더 이상 희유를 보지도 않고 그저 이불을 끌어당겨 눕고는 곧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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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2화

유변학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이었다.옆태는 날카로워 보였고 어깨와 등 근육은 선명하게 도드라졌다.한눈에 봐도 감정이라곤 없는 거칠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변학은 물을 한 모금이 아니라 거의 들이켜듯 크게 마시더니 차갑게 말했다.“말을 잘 들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희유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훌쩍이며 말했다.“이렇게 살아남는 건 원하지 않아요.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그러나 남자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두 걸음쯤 가다 문 앞에서 돌아보며 경고했다.“도망칠 생각 하지 마. 잡히면 네가 감당 못 할 일이 벌어질 테니까.”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잠시 후, 직원이 와서 식판을 치웠다.직원은 희유가 또 먹지 않은 걸 보고도 아무 말없이 돌아섰지만 나가기 직전, 작은 삼각김밥 같은 샌드위치를 하나 식탁 위에 조용히 두었다.그 작은 호의 하나가 희유의 눈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낯선 사람도 희유가 살아남길 바랐기에 여자는 여기서 끝낼 수 없었다.‘살아서 나가야 해. 엄마랑 아빠가 분명 나를 찾고 있을 거야. 기다리고 있을거야.’희유는 떨리는 손으로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그러나 입에 한 입 넣자마자 뜨거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희유는 세게 눈물을 닦아내고 천천히 샌드위치 하나를 모두 먹었다.그 후 이틀 동안 희유는 내내 이 방 안에만 있었다.같이 지내는 유변학은 아침에 나가서 늘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샤워하고 잠들 뿐 희유에게 말을 걸지도, 그날 밤처럼 다시 손대지도 않았다.그 덕에 희유는 조금씩 경계심을 풀었다.유변학의 생활 방식을 파악했고, 남자가 돌아오기 전에 씻고 준비하는 습관도 생겼다.밤에는 전처럼 계속 놀라 깨어나는 일도 줄었다.희유는 잠시나마 자신이 비교적 안전한 상태라고 느끼기 시작했다.그리고 유한이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날 유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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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3화

희유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나랑 같이 끌려온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그 아이 이름은 송우한이었고 그날 번호표는 6번이었어요.”“몰라.”이번에는 남자가 대답했으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러고는 귀찮다는 듯 손을 들어 불을 꺼버렸다.순식간에 방 안은 어둠으로 덮혔다.희유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자신을 꼭 껴안았다가 잠시 후에야 조심스레 몸을 눕힐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유변학은 언제나처럼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방을 나갔다.희유는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고 더 이상 이렇게 가만히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고 적어도 우한을 찾아봐야 했다.희유는 처음으로 방문을 열어보았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내밀어 바깥을 확인했다.밖은 길고 어두운 복도에는 적막만 가득했다.혹시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 문은 아주 조금 벌려 둔 채 복도를 따라 출구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곧 엘리베이터 옆에서 건물 전체의 층별 안내도를 발견했다.호텔은 총 37층까지 있었다.지하 1층은 카지노, 지하 3층은 주차장이었고 지하 2층은 용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위로는 1층 로비,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카드룸과 피트니스센터, 4층은 수영장과 스파였다.객실은 7층부터였고 37층은 호텔 고위층 전용 구역으로 일반 객실에는 없는 폐쇄 구역이었다.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37층이니 아마 호텔 핵심 인물들이 묵는 층일 것이고 낮에는 모두 밖에서 일을 하는 탓에 복도는 유난히 조용했다.희유는 안내도를 머릿속에 새긴 뒤 엘리베이터를 열었다.끌려왔던 첫날, 처음 내렸던 층은 9층이었기에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엘리베이터는 곧 9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 금빛 장식의 화려한 복도가 펼쳐졌다.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이 시간 호텔 투숙객 대부분은 엔터테인먼트 구역이나 카지노에 있을 테니객실 복도는 한산했다.희유는 숨을 죽이며 앞으로 걸었다.그때, 살짝 열린 객실 하나에서 우한의 목소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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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4화

홍서라가 희유를 흘끗 보더니 사람을 시켜 6층으로 데려가라 했다.6층은 바와 클럽이 있는 층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이어지는 곳은 전부가 VIP용 룸이었고, 화려하다 못해 휘황스러운 장식들이 위층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그야말로 돈을 갖다 처바른 공간이었다.대낮인데도 클럽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강한 비트의 음악이 쉴 새 없이 룸 구역까지 울려 퍼졌다.엉키는 소음 속에서 희유의 심장은 점점 더 뒤틀리듯 불안해졌다.유변학은 자신에게 말 한마디 건넬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 도와줄 가능성은 1퍼센트도 없었다.‘어떡하지? 어떡해야 하지?’희유가 어찌할 바를 몰라 멈춰 있는 사이, 홍서라는 어느새 한 룸 앞에 멈춰 섰다.그러고는 문을 두드린 뒤 희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내부 역시 밖과 똑같이 사치스럽고 휘황했다.검은 가죽 소파에 남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있었고, 유변학은 그 가운데 앉아 있었다.문이 열리자 유변학이 고개를 들었고 냉기가 어린 시선이 희유에게 바로 꽂혔다.희유는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바닥에 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눈을 들지도 못한 채 고개만 숙였다.머리 위로 떨어지는 샹들리에의 빛이 희유의 얼굴에 닿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홍서라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아까 9층에서 마주쳤어요. 유변학 님이 부른 줄 알았다는데, 착각했던 모양이에요. 6층을 9층으로 들은 것 같아요.”유변학의 눈빛은 검게 가라앉아 어떤 생각도 읽히지 않았다.그 시선이 희유에게 꽂히는 순간, 몸이 활활 타오르는 쇠판 위에 올려진 것처럼 느껴졌다.머리칼까지 타들어 가는 듯한 긴장이 엄습했고 공기마저 멎은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희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귀에는 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만 점점 더 빠르고 거세게 울렸다.홍서라가 차갑게 희유를 내리다 보고는 여자를 데리고 나가려 몸을 돌렸을 때였다.유변학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부르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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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5화

엘리베이터가 37층에 도착할 때까지 유변학은 희유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방에 돌아오자 유변학이 그제야 몸을 돌렸는데,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매서웠다.“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 도망칠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게 끝나게 될 거야. 내 말을 귓등으로 듣지 마.”희유는 입술을 꼭 깨물었고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유변학은 자신을 짓밟았고 그래서 뼛속까지 미웠다. 그런데 지금은 유변학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호되게 몰아붙여도 단 한마디 반박할 수 없었다.희유는 시선을 내리며 약해진 마음을 애써 숨겼다.“도망치려던 게 아니에요. 우한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랬어요.”유변학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자기 자신도 못 지키면서 누구를 구하겠다는 건데?”그 말에 희유의 얼굴빛이 더 창백해졌다.거실 한쪽에 작은 서재가 있었고 유변학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그곳으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희유는 소파로 돌아와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았고 시선은 멍하게 눈앞의 나무 탁자에 머물렀다.이 방에서는 어디든 갈 수 없었기에 소파만이 유일하게 숨을 붙일 수 있는 장소 같았다.도망칠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온전히 갇힌 몸이었다.또한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었다.그날 이후 유변학은 다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계속 곁에 둔 이유는 박성지에게 했던 그 말 때문이겠지.유변학은 자신에게 별 관심도 없는 듯했고 심지어 싫어하는 듯했다.그래서 조만간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홍서라에게 되돌려보낼 거란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들었다.‘그때가 되면 홍서라는 자신에게 무엇을 시키게 될까?’생각할수록 심장은 조여들고 마음은 더 어지러워졌다.유변학은 하루 종일 방을 나가지 않았다.점심과 저녁도 각자 먹었고, 식사를 끝내면 유변학은 서재로 들어가 일을 봤다.그리고 밤 열 시가 되어서야 나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유변학의 생활은 규칙적이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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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6화

문 안으로 들이닥친 사람들은 호텔 보디가드였다. 보디가드들은 유변학 쪽으로 몰려가면서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고, 유변학이 다친 곳은 없는지 재빨리 묻고 살폈다.유변학은 검은색 바지만 걸친 채였다. 드러난 상반신의 복근은 단단하게 갈라져 있었고, 얼굴과 목덜미에는 튄 피가 그대로 말라 있었다. 그 모습은 유변학을 더욱 냉혹하고 잔인해 보이게 만들었다.곧 유변학은 허리를 굽혀 휴지를 집어 들고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데리고 나가.”보디가드들은 즉시 바닥의 두 시신을 들어 옮기며, 바닥에 튄 피까지 빠르게 지워냈다.희유는 이미 몸을 일으킨 상태로, 이불을 꼭 부여잡고 눈앞의 상황을 경악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지금까지 평탄하고 안전하게만 살아온 삶에서 이런 일을 마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영화 속에서 본 적이 있어도 이렇게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잠시 후 방 안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연기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남아 있는 건 희미한 피비린내뿐이었다.유변학은 바로 잠들지 않았다. 물을 마시려 거실로 나오다가 희유의 눈과 마주쳤다.희유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고 유변학의 날 선 시선이 스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유변학은 무심하게 희유를 흘끗 보고 물을 든 채 침실로 돌아갔다.방금 전의 죽음과 가까웠던 순간 때문에 희유는 숨이 차올랐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유변학의 등을 향해 말이 튀어나왔다.“계속 나쁜 사람들 편에서 그런 일을 하면, 죽이러 오는 사람은 계속 생길 거예요. 매번 운 좋게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그 순간의 분위기와 유변학의 반응을 떠올리면 그는 분명 이번이 처음 당한 습격이 아니었다.희유는 스스로 용기를 낸다고 생각했지만, 말하는 동안 목소리가 떨려 있었다.그리고 숨을 한 번 가다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본국에 가족은 없어요? 분명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인제 그만 해요. 제발 그만 해요.”유변학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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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7화

희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유변학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짙은 피 냄새가 코를 찔렀고 희유는 순간 얼어붙었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불을 켰다.순간 방 안이 밝아지며 유변학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드러났다. 유변학은 허리 쪽을 손으로 꽉 누르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스며 나왔다.온몸을 둘러싼 검은 옷 때문에 멀리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상태는 한눈에도 심각했다.희유의 얼굴이 금세 공포로 질렸다.“저, 저 사람 불러올게요!”희유는 유변학을 지나쳐 문을 열고 나가려 했으나 발목이 거칠게 잡혔다.놀란 희유가 뒤돌아보자 유변학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나가면 안 돼. 내가 다쳤다는 걸 누구도 알아선 안 돼.”숨이 가빠진 유변학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낮게 이어갔다.“옷장 밑 서랍에 도구랑 약이 있으니까 네가 치료해.”“저, 저는 못해요!”이에 유변학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못하면 지금 배우면 돼.”희유가 망설이는 사이, 유변학의 목소리가 더 차갑게 내려왔다.“부축해.”희유는 결국 유변학의 팔을 잡고 힘껏 일으켰다.하지만 유변학의 몸은 크고 단단해,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남자는 거의 절반 이상을 희유의 어깨에 기대며 끌려갔다.이를 악문 채 반쯤 질질 끌다시피 침실로 데려가자, 유변학은 바닥에 그대로 누웠다.그러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서랍에 약상자.”희유는 심호흡한 뒤 겨우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의약품과 도구가 가득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여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고개를 돌려 유변학을 바라보았다.“어, 어떻게 해야 해요?”유변학은 눈을 감고 숨만 거칠게 몰아쉬다가 낮게 말했다.“탄환이 안에서 걸려 있어. 먼저 칼로 꺼내.”그 말을 듣는 순간, 희유의 눈이 크게 떴다.평소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 눈을 못 뜨는 희유에게 지금은 상처를 갈라 탄환을 파내라고 하고 있었다.유변학은 눈을 뜨더니 어둑한 시선으로 희유를 바라봤다.“빨리. 질질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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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8화

희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유변학이 한 말이 맞다는 걸 알았기에, 머릿속에서 스치던 위험한 생각을 바로 지워냈다.희유는 이를 악물고 칼을 상처 안쪽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피가 그대로 솟구쳐 희유의 손을 적셨고 두려움에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심장은 떨리고 손도 떨려 차마 눈을 뜨고 상처를 바라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유변학은 희유가 아무런 경험도 없는 어린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면서도 낮게 달랬다.“괜찮아. 피도 고통도 다 내 거야. 그냥 계속해. 너는 나 미워했잖아. 지금이 네가 풀 데 없는 분노를 쏟을 기회야.”유변학의 숨은 거칠었고 목소리는 어둡고 잠겨 있었다.그저 치료받는 내내 희유의 얼굴을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이에 희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삼켰다.마음을 단단히 먹고 칼끝을 더 깊게 눌러 넣으며 칼날로 탄환을 찾아야 했다.따뜻한 살이 벌어지고 피가 번지는 촉감이 손끝에 고스란히 전해졌다.몸이 떨렸지만 억지로 손목을 고정해 가며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유변학이 말한 자리, 뼈 가까운 곳에서 마침내 탄환이 느껴졌다.탄환을 끌어내기 시작했을 때 유변학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유변학은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낮게 신음을 흘렸는데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유변학의 억눌린 신음을 들은 순간, 희유의 손이 반사적으로 흔들렸다.그러자 유변학이 재빨리 희유의 손목을 붙잡았다.“계속해.”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갈라졌지만 단호했다.그러자 희유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칼끝을 탄환에 정확히 대고 힘을 실어 파냈다.피가 다시 철철 흘렀고, 유변학의 몸은 그제야 긴장감이 풀린 듯 바닥에 가라앉자 희유도 그대로 주저앉았다.몇 초 뒤, 희유는 정신을 붙들어 다시 약을 꺼내 상처에 쏟아붓고, 거즈를 대기 시작했다.꾹꾹 압박한 끝에야 피가 천천히 멎었다.유변학은 얼굴 전체에 식은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희유는 피에 젖은 거즈를 떼어내고 새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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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9화

희유는 손을 여러 번 씻었으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유변학의 몸에 묻은 피를 계속 닦아내야 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와서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희유는 깊게 숨을 들이켜 단전에서 올라오는 역한 느낌을 억지로 눌렀다.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고, 수건을 담갔다가 조심스럽게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준비는 마쳤지만 막상 유변학의 몸 앞에 서자, 본능적인 거부감이 몰려들었다.시선을 어떻게 돌려도 그림자가 눈에 스쳤다.지금 이 남자는 희유에게 있어서 그저 흉측하고 괴물 같은 존재였다.희유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닦아야 했고, 손이 스칠 때마다 온몸이 경직됐다.그래서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그냥 죽은 사람이라고.’그렇게 해서야 겨우 희유의 몸을 다 닦아내고 상처까지 다시 단단히 감쌌다.곧 희유는 옷장 문을 열어 큰 수건을 꺼내 허리에 감겨주고, 다시 힘을 줘 유변학을 침대로 옮겼다.유변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없이 희유의 손길을 받아냈다.그리고 침대에 눕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 치우고 내 옷은 잘라서 변기에 버려.”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다 깨끗하게 해둘게요.”유변학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희유를 바라봤다.눈동자는 평소처럼 차갑고 깊었지만 입술에서 예상 밖의 말이 흘러나왔다.“고마워.”그 말에 희유는 멍해졌고 곧장 희유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저 보내줄 수 있어요?”희유도 유변학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었기에 남자는 잠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안돼.”희유의 눈빛이 금세 가라앉았고 아무 말없이 돌아서서 물을 새로 떠와 바닥을 계속 닦았다.그때 등 뒤에서 낮고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대신 네가 말한 그 친구 알아봐 불게.”희유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정말요?”유변학은 짧게 응답했다.“응.”우한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희유는 오늘 밤 겪은 수치도 고통도 견딜 만하다고 느꼈다.그렇지만 고마움을 담은 말은 목까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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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0화

방 안에서 두 사람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 본 직원은 잠시 놀란 듯했다.하지만, 희유가 몸을 웅크린 채 유변학의 등 뒤로 숨어 있는 모습을 보자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듯한 눈빛을 스쳐 보였다.직원은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식판을 내려놓고 곧바로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희유는 급히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저, 아침 가져다드릴게요.”희유는 식판을 침대 옆으로 들고 갔다.“혼자 드실 수 있어요?”이에 유변학이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희유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여기선 유변학 씨가 주도권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직원 눈치를 봐야 해요?”유변학은 우유를 들고 입가에 가져가 반 잔을 꿀꺽꿀꺽 마시더니, 입가를 스치듯 닦고 낮게 말했다.“이곳엔 절대 믿을 사람 없어. 모든 사람이 서로를 경계해. 그러니 너도 기억해. 누구도 믿지 마.”“아, 네.”희유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아침을 다 먹은 뒤, 희유는 식판을 현관 쪽으로 가져갔다.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희유는 얼른 다가가 식판을 내밀었다.그리고 직원은 방에 들어오지도 않고 식판만 챙겨 나갔다.그래서 침대에 누워 있는 유변학의 상태도 보지 못했다.문을 닫고 돌아온 희유는 먼저 유변학에게 다가가 약을 다시 갈아주었다.유변학이 빨리 회복해야 더는 자기를 이용해 숨길 필요도 없고, 우한의 행방도 조사할 수 있을 테니 여자는 모든 걸 서둘러 해 주고 싶었다.유변학은 회복이 빨랐다.하룻밤 만에 안색은 어젯밤보다는 훨씬 나아졌고, 허리까지 가린 이불만 덮고 눕자 상처를 입었다는 것조차 티 나지 않았다.약을 갈아준 뒤 유변학은 다시 누워 쉬기 시작했고 지금은 무엇보다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희유는 할 일이 없어 여전히 소파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답답할 때는 창가로 가 바깥을 바라보기도 했다.창밖으로 가까운 산업 단지가 보여, 영화 속 장면처럼 그곳에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갇혀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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