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381 - Chapter 4390

5044 Chapters

제4381화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쳤고 희유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시선은 유변학의 쇄골 근처에 고정된 채, 단 한 번도 움직이지 못했다.들어온 사람은 화려한 프린트 티셔츠에 흰 긴바지를 입고 있었고, 침대 위의 두 사람을 보고 놀란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그 뒤로는 네댓 명의 보디가드가 따라 들어왔다.밖에서 보기엔, 유변학이 측면으로 몸을 기울인 채 희유를 완전히 눌러 감싸고 있었다.이불은 허리까지만 덮였고, 넓고 탄탄한 어깨와 힘줄이 드러난 팔이 그대로 보여 분위기는 충분히 오해를 할 만했다.유변학은 방해받은 것이 불쾌한 듯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돌렸다.“전동헌 씨, 지금 뭐 하는 거죠?”전동헌은 방 안을 흘끔거리며 유변학의 등을 유심히 살폈으나 이상한 점은 찾지 못했다.그래서 포기하지 않은 듯 억지웃음을 지으며 유변학의 몸 너머, 아래쪽을 보려고 고개를 기울였다.“어르신이 여자 한 명 줬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왔죠. 어떤 여자길래 우리 사장님이 점심때가 돼도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건가 싶어서요.”이에 유변학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꺼지세요.”“왜 그래요. 전 그냥...”전동헌은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갑자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고 그리고 손을 들어 그대로 이불을 확 젖혔다.“궁금해서 왔을 뿐이라고요.”“악!”이불이 들리는 순간, 희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그리고 부끄러운 듯 유변학의 품으로 그대로 파고들어 안겼다.유변학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온몸을 떨었고, 흰 살결은 부끄러운 기색이 돌아 더욱 눈에 띄었다.유변학은 한 손으로 여자를 감싸안은 채, 다른 손을 베개 아래로 넣어 권총을 꺼냈다.그 차갑고 잔혹한 총구가 순식간에 전동헌을 겨눴다.“죽고 싶어서 환장하셨나요?”이에 전동헌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었다.당황한 표정 속에서도 어딘가 아쉬운 듯 실소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장난이에요, 장난이라고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아요. 바로 나갈 테니까요.”유변학은 이불을 다시 끌어 올려 희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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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2화

희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 낮게 말했다.“그러면 계속 살아 있어야겠네요.”유변학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희유를 향한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너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가?”희유는 고개를 들고 곧바로 응시했다.“여기서 아무리 권세가 있어도 결국 남한테 목숨을 맡기고 움직이는 거잖아요. 이번처럼 총알이 조금만 더 비껴갔어도 이미 죽었을 거예요.”유변학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그래서?”“우리 같이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 봐요.”희유의 눈동자 안에는 단단한 빛이 있었다.“저한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줘요. 그러면 우리 둘 다 무사히 귀국할 수 있어요.”이에 유변학은 짧은 웃음을 흘렸다.“날 회유할 생각인가?”희유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그때 유변학이 손을 뻗어 희유의 턱을 움켜쥐었는데 냉혹한 기운이 서린 표정이었다.“앞으로 이런 말 다시 하면 바로 홍서라에게 넘길 거야.”턱이 으스러질 듯한 고통에 희유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말은 나오지 않고 눈물만 뚝뚝 떨어졌지만 결심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살아 있기만 하면 집으로 돌아갈 거야.’오로지 그 생각 하나였다.유변학이 힘을 조금 더 주더니 희유의 몸을 바닥으로 내던졌다.그 뒤로 유변학은 차가운 경고를 했다.“그 어리석은 생각 버려. 그러다가 너만 망하는 게 아니야.”유변학은 시선을 옮겨 희유를 훑어보았다.“때로는 너 혼자 한 일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거야. 네 그 친구도 포함해서.”희유는 굳어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송우한, 우한이 소식 아는 거예요?”“알고 싶어?”유변학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묻자 희유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말도 바꿨다.“앞으로 그런 말 절대 안 할게요.”유변학은 무표정하게 말했다.“그날 걔는 선택되지 않아서 홍서라가 딜러로 보냈대.”희유는 다급히 물었다.“딜러 위험한가요?”“시킨 대로 하면 위험하진 않아.”희유의 마음 한구석이 차갑게 식었다.여기서 시킨 대로 하면 된다는 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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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3화

유변학은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희유는 초조한 마음으로 몇 분을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열리자 희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우한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저절로 차올랐다.희유는 달려가 우한을 끌어안았고 목이 메어 약하게나마 소리가 새어 나왔다.우한 역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희유를 꽉 안았다.“희유야, 우리 드디어 만났어.”그동안 이어졌던 방황과 공포, 남들 앞에서는 절대 드러낼 수 없었던 감정들이 친구를 다시 만난 이 순간 감정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감정들이 비로소 해소되는 듯했다.두 사람은 아직 살아 있었고 언젠가는 함께 이곳을 벗어나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것이 희유가 굳게 믿고 있는 유일하고 간절한 소원이었다.희유는 눈물을 닦고 우한을 위아래로 살폈다.“딜러로 일하는 건 괜찮아? 위험하지는 않아? 누가 해치지는 않았어?”우한이 말했다.“카지노 안에서 딜러로 배치됐어. 지금은 아직 괜찮아. 전에 어떤 손님이 나를 건드리려 한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 막아줬어.”“나중에 들으니 유변학이라는 사람이 신경 써준 거라고 하더라. 그 사람이 이곳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들었어.”우한은 유변학이 왜 자신을 도와줬는지는 알지 못했다.그 말에 희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다행이야.”“너는 어때?”우한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희유는 왠지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우한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울음을 터뜨렸다.“희유야, 나 도혜경이 너무 미워. 정말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희유는 다시 우한을 끌어안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서로를 지키는 거야.”우한은 눈물로 얼굴이 젖은 채 물었다.“내가 뭘 해주면 될까?”희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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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4화

이틀이 지나 유변학은 다시 부상을 입었다.이번에는 팔이었고 희유는 피가 배어 나온 소매를 봤지만 침착한 얼굴로 약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할 준비를 했다.희유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물었다.“이번에도 탄환을 파내야 하나요?”유변학은 고개를 숙인 희유의 눈매를 바라보았다. 순해 보이고 고분고분한 얼굴이었지만, 방금 말에는 묘한 비꼼이 섞여 있는 듯 느껴지자 유변학은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아.”이번 역시 총상이었지만 탄환이 팔을 스치듯 지나간 것이었다. 피는 많이 흘렀으나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희유가 막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려는 순간, 유변학이 갑자기 말했다.“욕실로 가.”“뭐라고요?”희유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지금 당장 가.”유변학은 낮고 단호하게 명령함과 동시에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에 희유는 눈빛을 굴려 상황을 파악한 뒤, 약상자를 재빨리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유변학이 짧게 응답하자 문밖의 사람이 그제야 문을 열고 들어왔다.지난번에 왔던 전동헌이었다. 지난 일로 교훈을 얻은 듯 이번에는 예의를 갖춰 노크부터 했다.전동헌의 뒤에는 흰 셔츠를 입고 은테 안경을 쓴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남자의 손에는 약상자를 들고 있었고 의사로 보였다.전동헌은 오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이번엔 많이 다치셨나요? 또 기용승 어르신을 한 번 더 구해주셨다면서요? 그래서 어르신께서 특별히 저더러 직접 와서 상태를 보라고 해서 왔어요.”유변학은 무표정하게 전동헌을 바라보았다.“어르신이 무사하면 됐어요.”전동헌은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지시했다.“어서 사장님 상처부터 보세요. 아주 꼼꼼하게 살피세요.”유변학은 팔을 내리며 말했다.“볼 필요 없어요. 작은 상처일 뿐이니까요.”“그럴 수는 없죠. 지금 사장님은 어르신의 오른팔이잖아요.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안 되죠. 이쪽은 제 개인 주치의라 경험이 많아요.”전동헌은 그렇게 말하며 의사에게 눈짓을 보냈고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다.“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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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5화

의사의 가슴에서는 피가 퍼졌고 몸은 그대로 뒤로 젖혀졌다.의사는 눈을 부릅뜬 채 끝내 눈을 감지 못했다.희유는 의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그대로 목격한 희유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고, 벽에 등을 기댄 채 온몸을 떨었다.전동헌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사장님.”유변학은 무표정하게 총을 거두며 차가운 눈으로 전동헌을 바라보았다.“저 사람은 문제가 있네요. 약에 뭔가를 섞은 게 분명해요. 믿지 못하겠으면 약상자를 가져가 검사해 보세요.”전동헌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더듬었다.“그, 그럴 리 없어요. 저 사람은 나를 몇 년 동안 따라다닌 사람이에요.”유변학의 목소리는 서늘했다.“그럼 나를 해치려 한 게 당신 뜻인가요?”“그건 절대 아니에요.”전동헌은 즉각 부인했다.잠시 멍해졌던 전동헌은 자신이 유변학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설령 의심이 가더라도 증거를 찾은 뒤에 죽였어야 해요. 어쨌든 저 사람은 내 사람이었으니까요.”유변학은 아무런 동요 없이 말했다.“만에 하나라도 놓치느니 차라리 잘못 죽이는 쪽을 택하라고 가르친 게 어르신이었는데 그건 잊었나 보네요?”전동헌은 더는 할 말이 없었는지 얼굴이 굳은 채로 문밖의 보디가드들을 불러 의사의 시신을 치우게 했다.“신뢰할 만한 의사를 따로 데려오죠.”전동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정도 상처로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유변학은 그렇게 말하며 한쪽에 멍하니 서 있는 희유를 바라보았다.“네가 와서 약을 발라.”희유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저, 저는 못 하겠어요.”“못하면 배우면 돼.”유변학이 차갑게 내뱉자 희유는 깜짝 놀란 듯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전동헌은 형식적인 말로 유변학에게 몸조리를 잘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방을 나섰다.문을 나서는 순간, 전동헌의 얼굴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지난번 일 이후로 계속 유변학을 의심해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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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6화

그날 밤, 유변학은 유난히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희유 역시 소파에 누워 이내 잠들었다.그날은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바깥이 훤히 밝아져 있었고, 유변학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그러한 상황에 희유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몸을 일으켜 침대 쪽으로 다가가며 조심스럽게 불러 보았다.“유변학 씨, 유변학 씨.”그러나 유변학은 침대에 누운 채 미동도 없었다.평소의 경계심을 떠올리면 이렇게 깊게 잠들 리가 없었다. 이에 희유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손을 뻗어 유변학의 코밑에 가져갔는데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희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설마 그 의사가 자신이 보지 못한 사이에 약을 썼고, 그래서 유변학이 독이 퍼져 죽은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머릿속이 하얘진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전동헌과 홍서라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들이닥쳤다. 침대 위의 유변학을 본 전동헌은 즉시 고개를 돌려 희유를 가리켰다.“이 여자가 유변학을 죽였네.”그러나 희유는 뒤로 물러나며 다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내가 한 게 아니에요. 나는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홍서라는 희유를 노려보며 음침하고 독한 기색을 드러냈다. “절대 살려 두지 않을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지.”그러고는 곧바로 뒤를 돌아 보디가드들에게 명령했다.“데려가서 손발부터 자르고 손님들한테 넘겨.”그 말에 희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보디가드들을 보며 극한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안 돼요.”그 순간, 희유는 번쩍 눈을 떴다. 입을 벌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방금까지의 일이 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바깥은 아직 어두웠고 희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심장은 여전히 불안하게 뛰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 유변학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희유는 무의식적으로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침대 곁에 다다르자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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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7화

유변학은 고개를 들어 희유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빵에 땅콩버터를 발랐다.식사가 끝나자 유변학은 외출할 준비를 했다. 남자는 문 앞까지 갔다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희유를 돌아보며 말했다.“오늘은 나랑 같이 나가도 돼.”그 말에 희유는 놀라서 유변학을 바라보았다.“나도 같이 나갈 수 있어요?”“방에 계속 있어도 상관없어.”유변학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나갈 거니까 기다려요.”희유는 바로 일어나 달려갔다.정식으로 밖에 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좋았다. 설령 이 건물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이 방 안에만 갇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유변학은 희유를 데리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또 다른 구조의 복도가 펼쳐치자 희유는 속으로 놀랐다. 지하 1층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유변학은 한 방 앞에 희유를 세우고 말했다.“잠깐 나가서 볼 일이 있으니까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라. 일이 끝나면 맞은편 방으로 갈 테니 그때 나를 찾아와.”희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유변학은 말을 마치고 먼저 떠났다. 희유는 호기심을 눌러가며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경계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들어온 사람은 우한이었다.“희유야.”우한 역시 희유를 보자 적잖이 놀란 얼굴이었다.두 사람은 반가움이 먼저 앞섰는지 우한이 웃으며 말했다.“왜 나를 여기로 부르나 했더니 네가 있었구나.”그제야 희유는 유변학이 이 방에서 기다리게 한 이유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방 안에 감시 장치가 있을지 몰라 중요한 이야기는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약 30분쯤 지나 우한이 말했다.“이제 일하러 가야 해.”희유는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딜러 일은 힘들지 않아?”“힘들지는 않지만 오늘은 17번 테이블로 가야 해. 거기 있는 어떤 남자가 계속 불편하게 굴어. 그리고 지난번엔 누가 도와줘서 겨우 빠져나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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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8화

방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이내 모두가 희유가 유변학의 품으로 뛰어든 이유가 총을 대신 맞아 주려는 행동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곧 폭소가 터져 나왔다.희유가 가리킨 남자 역시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유변학마저 웃음을 터뜨렸고 희유의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총이 있으면 다 나를 죽이려는 거야? 저 사람은 내 보디가드야.”희유는 처음으로 유변학이 웃는 모습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 이 남자는 눈빛이 사납기는 했지만, 이목구비 자체는 전혀 흉악하지 않았다.오히려 단정하고 늠름한 인상이었고, 웃을 때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었다.그제야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희유는 얼굴이 단번에 붉어졌다.이에 허둥지둥 유변학에게서 몸을 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웃기만 해요. 당신이 하도 사람을 겁주니까 그런 거잖아요.”유변학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고,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앉아 있어. 그렇게 부산하게 굴지 말고.”희유는 어색하게 유변학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홍서라가 보여 얌전히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참, 유변학 사장님 곁에 있는 게 네 복이긴 하나 봐.”홍서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희유는 천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유변학 씨는 좋은 사람이죠.”전동헌도 자리에 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꽃무늬 셔츠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시선을 희유와 유변학 사이에 오가며 비웃듯 말했다.“기용승 어르신은 정말 편애가 심하네요. 사장님한테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를 붙여 주잖아요.”“총까지 대신 막아 주려는 사람이라니, 왜 나는 이런 복이 없는지 모르겠네요.”이에 홍서라가 웃으며 받았다.“원하는 여자가 어디 한둘인가요? 박씨 집안의 아가씨도 한 번 보고는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지 않나요?”전동헌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희유의 옆에 앉았고 얼굴에는 건들거리면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도 나는 이런 타입이 좋거든요.”남자에게서 설명하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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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9화

홍서라는 희유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고 말투에는 분명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겁낼 필요 없어. 무슨 일이 생기면 사장님이 네 편에 서 줄 거니까.”희유는 감사한 표정으로 말했다.“우한을 만났는데 홍서라 씨가 많이 챙겨줬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홍서라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희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렇게 눈치 빠르고 영리하니 사장님이 좋아할 수밖에.”희유는 멋쩍은 듯 말했다.“그럴 리 없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늘 괜히 폐만 끼치니까요.”“여자를 지킬 수 있는 남자는 귀찮은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홍서라는 웃으며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나갔다.희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손을 씻으며 거울 속의 자신을 한참 바라보았다. 불과 며칠 사이였는데 거울 속의 얼굴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다시 방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홍서라가 자리를 떠난 뒤였다. 희유는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곁에서 전동헌이 간간이 자신을 보는 시선 때문에 좀처럼 마음이 편치 않았다.마침내 유변학이 일을 마치자, 희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와 함께 나섰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 두 사람만 남자 유변학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잔머리도 굴릴 줄 아네.”희유는 유변학의 뒤에 서 있다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무슨 말이에요?”유변학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희유를 차갑게 훑어보았다.“내 비위를 맞추려던 건가?”아마 희유가 보디가드의 손에 총이 들려 있는 걸 본 건 사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들어 총을 막겠다는 행동은 너무도 가짜 같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울기만 하던 여자가 이제는 계산할 줄 알게 됐다는 사실이, 유변학으로서는 새삼 눈길을 끌었다.희유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사람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유변학의 시선을 더는 마주할 수 없었다. 자신의 연기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속였다.유일하게 속이지 못한 사람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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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0화

전동헌은 룸을 나선 뒤 마음속에 음습한 분노를 억누른 채 먼저 카지노로 향했다.막 도착하자마자 짧은 드레스를 입은 딜러와 부딪쳤다.딜러가 들고 있던 술잔이 기울어지며 전동헌의 셔츠 위로 술이 쏟아졌고, 천 위로 금세 얼룩이 번졌다.“죄송해요.”딜러는 수줍은 얼굴로 사과하며 눈꼬리에 요염한 기색을 담아 전동헌을 힐끗 올려다보았다.전동헌은 딜러의 손을 잡아 거칠게 끌어당겨 품에 안고는 불순한 웃음을 지었다.“옷이 더러워졌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그러자 딜러는 전동헌의 품에 기대 입술을 깨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하라는 대로 할게요.”“그럼 나 대신 옷을 갈아입혀 줄 건가?”전동헌의 팔이 내려가 딜러의 허리를 감쌌다.“그, 그렇게 할게요.”딜러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눈빛으로 거의 끌려가듯 전동헌과 함께 자리를 떴다.마침 그 장면을 본 홍서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누구지?”그 질문에 뒤에 있던 보디가드가 답했다.“89번 딜러고 이틀 전에 들어왔어요.”홍서라는 냉소를 흘렸다.“어쩐지.”홍서라는 딜러의 뒷모습을 무심히 한 번 흘겨보고는 다시 행선지로 향했다.그날 밤, 보디가드 두 명이 룸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누운 여자를 시체 가방에 담아 밖으로 옮겼다.여자의 온몸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크고 작은 상처가 수십 군데나 남아 있었다.어떤 곳은 살점이 뜯겨 나가 있었고 이빨 자국이 유난히 선명했다.전동헌의 부하가 방 안으로 들어와 시체 가방 안을 한 번 훑어보고는 노골적인 경멸과 혐오를 드러냈다.전동헌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전동헌에게는 여자의 피를 빠는 괴이한 취향이 있었고, 남자의 눈에 띈 여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결말을 맞았다. 그런데도 분수를 모른 채 스스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그 시각 전동헌은 알몸으로 침대 머리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길게 뻗은 채, 입가에 남은 핏자국도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전동헌의 시선은 여자가 실려 나가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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