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목소리를 내렸다.“엄마, 다시 한번 말해주는데, 그 돈은 다 가문의 자금이지 내 개인 자산이 아니야.”“나한테 있는 건 몇십억이 전부이고, 그것도 다 엄마한테 줬잖아...”그러자 임은숙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흥, 웃기고 있네, 진짜. 내가 그 말에 속을 것 같아? 말해두는데, 백억, 아니 천억이라도 내 용돈으로 안 챙겨주면 이 일은 끝난 게 아니야.”“나만 피한다고 다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 그냥 요즘 기분이 좋아서 너한테 안 찾아왔을 뿐이니까.”말을 마친 임은숙은 흡족한 표정으로 에르메스 스노우 마운틴 에디션으로 나온 핸드백을 꺼내 들더니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에르메스의 스노우 마운틴 에디션은 수십억 이상의 상품을 구매해야만 간신히 구할 수 있는 한정판 패키지였다. 그 희귀아이템을 들고 있는 임은숙을 보자마자 정민아는 놀란 듯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엄마, 그 가방 어디서 난 거야?”“어디서 났긴. 당연히 내가 산 거지.”임은숙이 새침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산 게 아니면 네가 사준 거겠니?”“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나한테 그런 효도를 한 적이 있는 줄 알아?”“이것도 용준석 아니었으면...”임은숙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는 듯 재빨리 말을 멈추고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정민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용준석이 가방을 사주며 정민아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게 분명했다.“이거 혹시, 용준석 씨가 준 거야?”정민아의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한 톤 더 높아졌다. 그녀는 가늘게 실눈을 뜬 채 임은숙을 노려보며 말했다.“엄마, 내가 분명 여러 번 말했을 텐데.”“용준석 씨랑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이제 사업 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제발 개인적인 접촉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 그 사람이 무슨 물건을 주든 절대 받으면 안 된다니까.”“괜히 이상한 말이라도 돌면 우리만 더 곤란해져.”“그 가방 당장 이리 내. 지금이라도 비서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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