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가볍게 손을 닦더니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공주님, 거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지. 장사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고.”“인질을 풀어줄지 말지를 논하기 전에, 그 인간의 생사부터 논하는 게 먼저 아닌가?”“잊지 마, 도박 룰대로 네가 진 순간 이재승의 목숨은 내 거야. 내 소유의 개가 됐다고. 이젠 내가 물라면 물어야 하고, 짖으라면 짖어야 해.”“이재승을 살리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해. 네 손으로 김현민을 죽여.”“김현민이 죽으면 이재승이 살아. 이 조건은 아직도 유효해. 나도 철회할 생각도 없고.”넷째 공주는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네가 원하는 게 뭔지는 나도 알아. 진주랑 밀양 두 재벌가들과 우리 왕실을 떼어놓으려는 속셈이잖아.”“우리 왕실이 다시는 이 지역 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으려는 거겠지.”“이재승을 빌미로 김현민을 죽이라고 부추긴 것도 참 못된 수긴 해.”“하지만 넌 날 너무 과대평가했어. 난 그냥 혼혈인 공주일 뿐이야.”“나 한 사람이 우리 왕실을 대표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나 한 사람이 진주·밀양 재벌들이랑 틀어진다고 해서 우리 왕실까지 등을 돌려야 한다는 건 아니야.”“우리 왕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주·밀양과 복잡하게 얽혀 있었어. 너 같은 놈이 정리하고 싶다고 정리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그리고 지금 내 수하들로는 김현민을 죽일 수 없어.”“설령 내가 정말 김현민을 죽인다고 치자.”“그래도 진주 세력 내부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여전히 우리와 협업하려고 들 거야.”“그러니까 김예훈, 네 작전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내가 조건을 좀 바꿔볼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건 많아. 그게 작위든, 돈이든, 시민권이든. 말만 해, 다 해줄 수 있어.”“너희 한국인들은 이런 거에 약하잖아?”“리카 제국 시민권 하나에도 너희는 조상도 팔아먹고 나라까지 팔아먹잖아. 그런 시민권보다 더 값진 게 우리 제국 시민권이야.”“내가 보기엔 이쪽이 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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