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하는 순간 김현민의 얼굴에 독기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김현민이 정말 이렇게 끝내고 싶은 걸까?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런 증거 없이 건드리면 상대방에게 유리할 것이다. 다들 체면이 있는 사람들이니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없다.김서하도 할 말을 잃었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원한이 차 있었고 절대로 이 억울함을 참고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김현민의 말대로 지금 김예훈과 넷째 공주를 건드린다면 괜히 일을 만드는 셈이다. 단순히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자칫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공 당하여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김서하는 분노가 조금 가라앉고 냉정해졌다.“정말 이대로 끝낼 거야? 넌 죽을 뻔했잖아!”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깊은 고민이 서린 채 조용히 말했다.“고모, 이 일도 우리에게 완전히 나쁜 것도 아니에요. 예를 들면 지금 병원 안팎은 전부 우리 사람들로 가득해요. 지금부터 내가 계속 병원에 누워서 중상을 입은 무고한 피해자 역할을 하면 한편으로는 상대의 경계를 풀고 외부를 속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정심을 유도할 수 있어요. 할머니도 이런 거에 약하잖아요. 하루에 위급 통지서를 세 번만 보내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나서면 문제지만 할머니가 나서면 노발대발이죠. 기회를 이용해 흐름을 바꾸는 게 바로 이치예요. 부산 팰리스의 사건, 귀신의 별장 사건, 이재승 사건, 넷째 공주 사건들을 우리는 조사조차 하지 말고 마치 아무 상관없는 척하면 돼요. 그리고 넷째 공주는 귀신의 별장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야 해요. 할머니의 생신을 망치려는 적대 세력이 있었고 내가 그것을 발견하고 막으려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해야 해요. 이걸 통해 내가 할머니의 일에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 보여줄 수 있고 더불어 할머니와 넷째 삼촌 사이를 멀어지게 할 수 있죠. 할머니가 보시기에도 자기 손자가 가장 자신을 챙긴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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