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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5191 - Chapter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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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1화

용설희가 용정의 방을 샅샅이 살펴보는 동안 용정은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냥 그녀가 확인을 마치고 조용히 나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같은 지붕 아래, 바로 옆방에 살고 있었지만 때때로 용정은 그녀와의 거리가 지구 끝처럼 멀게만 느껴졌다.용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용정도 알고 있었다.마치 용정이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그는 아직 원한을 풀지 못했기에 감정을 논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용설희는 스승이 남긴 말을 평생 잊지 않았다.그녀는 용정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경호원, 하인, 조수로만 생각하며 한 번도 그의 연인이나 아내가 될 생각을 단 번도 한 적 없었다.두려웠고, 자신을 스스로 용정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어떤 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가.둘 다 가족을 잃은 고아였고 용정은 용설희보다 조금 나을 뿐이었다.그는 양부모와 스승이 있었지만 용설희에게는 용정 외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용정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원한을 갚은 뒤에는 반드시 그녀에게 고백하겠다고, 그리고 그녀의 고집 센 성격을 바로 고치겠다고 말이다.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해도 용설희는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것이고 용정은 그런 그녀 때문에 속이 터질 게 뻔했다.여러모로 그는 ‘도련님’이라는 체면을 내세워야만 그녀를 따르게 할 수 있었다.잠시 가만히 앉아 있던 용정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샤워하러 갔다.그날 밤은 조용히 흘러갔다.다음 날 아침, 용정이 일어났을 때 용설희는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용정은 평소처럼 운동하러 나가려 했다.주방에 들어가니 그녀가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을 보았다.“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용설희가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넸다.“어젯밤 늦게 잤으면서 또 이렇게 일찍 일어났네. 좀 더 자지 그래. 잠이 부족하면 피부에 안 좋아.”“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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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2화

전하연이 방학을 맞아 이곳으로 온 것도, 이 시원한 날씨 때문이었다.용설희는 결국 용정을 도와 약초를 정리하고 나서 본채로 걸어 들어갔다.십여 분 뒤, 식탁 위에는 용정의 아침 식사만 놓여 있었다.용설희는 언제나 주방에서 식사했다.용정이 몇 번이고 같이 먹자고 했지만 그녀는 끝내 같은 식탁에 앉지 않았다.“용설희!”용정이 식탁 앞에 서서 굳은 표정으로 불렀다. 막 아침을 먹으려던 그녀가 소리에 놀라 얼른 나왔다.“너 아침밥은?”“저는 주방에서 먹으면 됩니다.”주방은 넓고 작은 식탁도 있어서 거기서 먹어도 충분했다.다만 조금 더 더울 뿐이었다.용정은 휴대폰을 꺼내 예지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이 시간이면 그녀는 아직 출근 전이라 아마 아침을 먹고 있을 터였다.곧 연결되었다.“오빠.”예지연이 이내 받았다. 그녀는 영상 통화에서도 좀처럼 웃지 않았지만 평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말투였다.“지연아, 너 오빠 좀 봐. 혼자 밥 먹으니까 도저히 입맛이 없어.”용정이 카메라를 돌려 주위를 한 바퀴 비춘 뒤 하소연하기 시작했다.“네 언니가 자꾸 숨어서 먹어서 나 혼자 먹게 하잖아. 입맛이 없으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거의 매일 빈 속으로 출근해. 혼자 먹으니까, 밥맛도 없어.”강제로 식탁에 앉히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둘 다 기분이 상하고 식욕도 떨어질 게 뻔했다.용정은 세 여동생이 용설희를 잘 달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자신이 말해도 소용없을 때 여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용설희가 어쩔 수 없이 한 끼 정도는 같이 먹어 주곤 했으니까.그는 가끔 여동생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용설희가 누구보다 용정을 신경 쓰는 건 분명했지만 어떤 일은 그가 직접 말해도 통하지 않아서 여동생들에게 손을 빌려야 할 때가 많았다.예지연이 오빠 뒤에 서 있는 용설희를 보며 말했다.“언니도 같이 드세요. 언니, 뭐 그렇게 맛있는 걸 숨어서 드시는 거예요? 우리 오빠가 알면 안 되는 거예요?”“그런 거 아닙니다.”용설희가 머뭇거렸다. 그녀가 먹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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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3화

곧 예지연이 전화를 끊었다.용정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붉어졌다. 여동생의 말이 마치 바로 앞에서 따끔하게 한 방을 날린 듯했다.자신이 너무 무능하다는 걸 들킨 기분이었다.그는 용설희를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를 굴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세 여동생뿐이라는 걸 알기에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이 예지연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전창빈 집에서는 전하연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평소에는 양부모가 나서도 용설희를 설득하지 못하는 판이었다.용설희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남은 아침 식사를 들고나와 식탁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용정과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도련님께서는 제 아침이 너무 싱겁다고 하셔서 도련님 아침은 저와 다른 거로 준비했습니다.”용설희는 한마디를 던지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식사를 마치면 혹시 누군가 차에 손을 댔을까 싶어 차를 점검하러 나가야 했다.그녀는 자동차 정비도 할 줄 알았는데 용정뿐 아니라 그의 경호원들 모두 마찬가지였다.누군가 감히 용정의 차에 손을 댄다 해도 바로 들통이 났다. 차를 사용하기 전에 항상 점검하고 있으니까.이런 긴장된 생활은 이미 몇 년째 이어지고 있었다.모두가 용정이 하루빨리 원수를 갚길 바라며 나쁜 놈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그날만을 기다렸다.용정의 경호원들은 매년 염천매가 교체해 주었다.지나친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용정에게 해가 될까 봐 걱정하면서 말이다.그러나 용설희만은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른 경호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내심이 강했고 무엇보다 용정과 운명을 함께하는 사이였다.“네가 좋아하는 걸로 해. 나랑 같을 필요 없어.”용정이 그녀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지연이가 앞으로는 나랑 같이 밥 먹으라고 했잖아. 혼자 먹으니까 확실히 맛이 없더라.”용설희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짧게 답했다.“네.”한참의 침묵 끝에 용정이 다시 물었다.“설희야, 혹시 내가 지연이를 이용해서 너를 압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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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4화

용정은 예지연에게 음성 메시지로 회답했다.[주방에서 나오긴 했는데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2, 3분 만에 해치우더라고. 나는 말하는 데만 집중했는데 벌써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갔어. 나는 아직 한 술도 못 떴는데.]예지연은 할 말을 잃었다.밖에서는 그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던 용정이지만 유독 용설희 앞에서는 꼬리를 내렸다.사랑하고 아끼니까.결국 예지연은 네 글자로 답했다.[자업자득!]영상 통화로 도움을 청한 것도 결국 시간 낭비였고 형제의 정으로 나섰건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용정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정말 자초한 일이었다.예지연은 더는 회답하지 않았다.출근 준비를 하려던 중 모연정이 물었다.“오빠랑 설희는 어떻게 됐대?”“제자리걸음이죠.”모연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설희가 아직도 고집이 세구나. 용정도 참 속이 털렸겠다.”“엄마, 오빠와 언니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는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감히 생각을 못 하는 거지 원한을 갚고 나면 언니가 오빠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언니가 오빠 곁을 떠날 리가 없잖아요. 언니는 오빠의 사람이에요. 엄마 며느리는 도망가지 않아요. 걱정 붙들어 매고 오빠가 일을 마무리하고 언니와 결혼하는 날만 기다리세요.”모연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말은 쉽지, 그걸 해내는 건 쉽지 않아. 그동안 그쪽에서 고생도 많았고. 사업상으로도 우리 가문들과의 연락을 피하고 있어. 원수에게 정체가 들킬까 봐. 그런데도 몇 년 동안 수없이 암살당했고 설희도 몇 번이나 다쳤잖아.”모연정의 목소리에는 양자와 설희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오빠는 어릴 때부터 원한을 안고 살아서 길이 험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아졌잖아요. 엄마, 오빠와 언니는 실력이 강해서 괜찮을 거예요.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가만히 있을 건가요? 넷째 작은어머니 제자분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근데 이건 오빠의 원한이라 직접 갚겠다고 하셔서 우리가 끼어들지 못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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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5화

모연정은 딸의 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멀뚱멀뚱 바라보았다.경호 차가 뒤따라 멀어지는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모연정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그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역시 어릴 적이 제일 예쁘지.”어렸을 때는 매일 부모 곁에 붙어 있었고 그만큼 의지하는 마음도 컸다.하지만 어른이 되면 출근해야 하고 회사 일로 하루가 바쁘다 보니 아침에 잠깐 얼굴을 마주하는 그 짧은 시간이 전부였다.평소에는 친 모녀 사이지만 전화도 뜸하고 메시지도 드물었다.매일 집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모연정은 딸이 먼 곳에서 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모두가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다.모연정의 사업은 예지연이 이어받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기에 지금은 모연정이 직접 챙기고 있었다.몇 년 뒤, 체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 아들에게 넘길 생각이었다.예진 그룹은 예지연이 이어받았으니 오빠인 예지호가 그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했다.“연정 씨, 지연이 출근했어요?”정겨울이 걸어 나오며 물었다.이 시간에 현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굳이 묻지 않아도 모연정이 딸을 보낸 걸 알 수 있었다.“네, 막 갔어요.”정겨울이 그녀를 불렀다.“자, 우리 함께 잠깐 산책이나 할까요? 지금 당장 회사에 가야 하는 건 아니죠?”“아니에요, 급한 일은 없어요.”모연정은 아직 은퇴하지 않았지만 젊었을 때처럼 온종일 사업에 매달리지는 않았다.회사에는 이미 수많은 인재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녀 없이도 잘 굴러갈 만큼 체계가 잡혀 있었다.예지호가 매일 몇 시간씩 회사에 들러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다.그는 주로 어머니의 사업과 외가 쪽 사업을 이어받았다. 야망도 커서 자신만의 회사를 몇 개 더 설립해 예지연 못지않게 바삐 돌아쳤다.그런데 얼마 전, 예지호가 새로 세운 회사 중 하나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그 소식을 들은 예지연은 그를 호되게 꾸짖었다. 욕심이 너무 앞서 무리하게 확장했다고.예지호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다른 형제들도 감히 나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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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6화

정겨울이 다시 입을 열었다.“지연이 오늘 출근이 좀 늦은 것 같지 않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예지연은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데 오늘은 거의 십 분이나 늦었다.평소에 워낙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정겨울이 바로 눈치챈 것이다.모연정이 웃으며 대답했다.“눈치챘어요? 나는 딸이 몇 시에 나가는지도 제대로 몰라요. 그냥 아침에 남편이랑 산책 갔다 오면 이미 출근한 뒤였어요. 저녁에 우리가 들어와서 쉴 때도 아직 안 돌아오고 진짜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니까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더 바빠 보여요. 같은 집에서 살면서 얼굴 보는 게 참 쉽지 않아요. 오늘은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기다렸어요. 안 그러면 정말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볼 것 같아요. 딸이라고 예쁘게만 키우고 자유롭게 살게 해 주며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자라길 바랐는데 본인이 먼저 회사를 맡겠다고 나서니까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막을 수도 없고. 지연은 나보다, 남편보다도 더 강해요. 그 리더십은 어릴 때부터 눈에 띄었거든요.”모연정의 말투에는 분명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지만 그 속엔 자랑스러움이 숨어 있었다.아들과 딸 모두 못지않게 훌륭했다.예지호는 예지연만 못했지만 그래도 A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인재였다.“이제 익숙해져야죠. 나중에 우리도 늙으면 우리 시부모님처럼 누군가 곁에 있길 바라겠지만. 우리는 식구가 많아서 다 함께 모이면 그래도 북적이고 좋을 거예요.”정겨울은 시댁의 사람이 많고 다들 화목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젊은 세대들도 모두 뛰어나서 부모로서 별로 걱정할 일이 없었다.옛날에는 시부모님이 자식들의 결혼을 걱정하셨지만 정겨울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인연이 닿으면 자연스레 결혼하게 될 거로 생각했으니까.인연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억지로 맞선을 주선해 봤자 소용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그냥 순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진리였다.정겨울은 걱정을 달고 사는 타입이 아니었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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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7화

모연정은 조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 뛰어난 의술로 개인 병원을 열었고 병원도 잘 운영하고 있었으며 의술 또한 입소문이 자자했다.재능 방면에서는 용정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란 덕분에 대부 의들보다는 훨씬 뛰어났다.“훈이랑 용정을 자꾸 비교하지 마요. 용정은 신의님 곁에서 자랐고 의술을 배운 시간도 훈이보다 훨씬 길고 빨랐잖아요. 어쨌든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애들을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우리 또래 사장 중에 제대로 은퇴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물론 그분들도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손을 놓지 못해요. 아이들이 가업을 온전히 감당할 만큼의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바로 가업을 이어받을 능력을 갖추었잖아요.”정겨울이 웃으며 말했어요.“내가 훈이를 두어 번 나무랐다고 이렇게 길게 잔소리하네요.”“그건 바로 겨울 씨가 친아들을 너무 자꾸 깎아내려서 그러죠. 예전에 신의님이 강제로 결혼해서 애를 낳으라고 하지 않으셨다면 아마 지금 훈이도 없었을걸요.”정겨울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사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았거든요. 그런데 스승님께서 평범한 사람처럼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살라고 하셨어요. 스승님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없으셨지만 나까지 그렇게 살길 바라지 않으셨거든요. 우리 스승님은 운 좋게 나를 제자이자 딸로 삼을 수 있었지만 나도 운 좋게 후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매일 결혼을 재촉하셨고 결혼하기 싫으면 애만 낳아도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내가 직접 찾지 않으면 선배들 사이에서 골라주겠다고도 하셨는데 그분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람들이라 너무 친해서 그런 쪽으로는 생각 안 하게 되더라고요.”정겨울은 그들을 형제처럼 생각할 뿐이었다.스승님의 재촉을 더 이상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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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8화

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지연이가 아까 나보고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설희는 자기 며느리니까 도망가지 않는다고, 용정은 지금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는 거라고요. 정말 결혼하고 싶어지면 용정이가 설희를 설득할 수 있을 거래요. 그런데 그 아이가 너무 융통성이 없어서 우리 같은 어른들이 말해도 소용없어요. 다행히 몇몇 여동생들은 아껴주니까 지연이가 가끔 설득해 주는 것 같더라고요.”하지만 예지연은 바빠서 오빠의 결혼 문제에 자주 신경 쓸 수가 없었다.용정이 영상 통화로 도움을 청해도 예지연에게 한 소리 듣기 일쑤였다.두 사람은 별장을 반 바퀴쯤 돌다가 각자 볼일을 보러 갔다.정겨울은 중병 환자를 수술하러 큰 병원으로 초빙을 받아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거리가 꽤 멀어서 비행기로 두 시간 넘게 날아가야 했고 수술을 마친 뒤에는 다시 A시로 돌아올 예정이었다.오늘 저녁, 남편 예준일이 오랜만에 데이트를 제안했다. 부부가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애들이 다 커서 더는 찰떡처럼 따라다니지 않으니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모연정은 자신의 카페 본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예준성과 사랑을 시작한 장소이자 A시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은서윤이 그곳에 있었다.두 사람은 가게 앞에서 마주쳤다.“연정아, 우리 정말 통하는 게 있나 봐. 카페에 들러 보려고 했는데 마침 너도 왔네.”20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은서윤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두 사람 모두 관리를 잘했고 가볍게 화장까지 해서 실제 나이보다 스무 살은 젊어 보였다.모연정이 환하게 웃으며 친구의 팔짱을 꼈다.“그래서 우리가 베스트 프렌드잖아.”“사장님, 은 대표님.”점장과 직원들이 두 창업자가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더니 바로 인사를 건넸다.두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늘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지금은 이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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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9화

점장이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그냥 테이블을 닦고 있었어요. 이렇게 이른 시간엔 아직 손님이 없거든요. 제가 커피를 한 잔 내려 드릴게요.”두 사장은 가게에 올 때마다 커피를 즐겨 마셨고 점장은 그 취향을 이미 꿰고 있었다.그래서 두 분이 오면 항상 직접 커피를 내려 드렸다.“고맙습니다.”“아니에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두 사장님은 늘 겸손하고 따뜻했다. 비록 부잣집의 부인이 되었지만 거만하게 행동한 한 적 없이 오랜 직원들에게는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했다.점장이 커피를 준비하러 가자 두 사람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처음엔 사업 얘기였지만, 금세 자녀 얘기로 흘러갔다.은서윤이 먼저 며느릿감에 관해 물었다.“지연이 요즘 많이 바쁘지? 내가 꽤 오랫동안 못 봤네.”“율이한테 지연이를 우리 집에 초대하라고 몇 달째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도 데려오질 않아.”은서윤과 선우도현의 외아들 선우율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린 선우’로 불렸다.그는 늘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불평했지만 사실 아버지도 장인어른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하는 처지였다.“하연은 완전 일벌레야.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얼굴도 못 봐. 일찍 들어오라고 해도 항상 그럴 수 없다고만 해.”모연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가 닦아 놓은 길은 싫어하고 오히려 무거운 짐을 지겠다고 하니까 나랑 남편이 정말 마음 아프단 말이야.”“지연이 너무 힘들게 하지 마. 힘든 일은 율이한테 시켜. 율이는 체력도 좋고 고생해도 잘 견디니까.”“율이도 만만치 않잖아. 지금은 선우씨 가업을 도맡고 있잖아. 그런데 네 남편은 일찌감치 손을 뗐지만 우리 남편은 아직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끔 회사에 들러 일을 보거든.”선우도현은 아들이 회사를 맡을 수 있게 되자마자 바로 은퇴하고 회사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이제는 아내와 함께 여생을 즐길 때라며, 아들이 회사를 잘 꾸려가면 실력이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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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0화

“그래도 나는 그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잖아. 나에게 얼마나 잘해 주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고 이제 훌륭한 아들까지 있으니 인생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 오히려 그 사람의 첫사랑과 결혼하지 않아서 내게 기회가 온 걸 고마워해야 할 판이야.”“맞아,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기 마련이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해.”두 엄마는 자식 얘기를 마치고는 새로 생긴 음식점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괜찮은 집이 있다면 시간 나면 한번 가보기로 했다.한편, 원림성 H시.용진 그룹 정문 앞에 하얀색 BMW 한 대가 멈춰 섰다.용시은은 그 차 뒤에 기대어 서 있었다. 오늘 그녀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하얀색 BMW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녀는 예용정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시로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용시은은 점점 초조해졌다.‘이 시간이면 예용정이 나타나야 하는데 오늘은 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지? 혹시 오늘은 회사에 안 오는 건가?’사실 예용정은 회사에 바로 가지 않았다. 원래는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중요한 고객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하여 회의는 뒤로 미루고 대신 링크 호텔로 고객을 만나러 갔다.용시은이 용진 그룹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를 만날 리가 없었다.참을성이 바닥난 용시은은 다시 경비실 창가로 다가가 경비원에게 물었다.“경비 아저씨, 오늘 예 대표님이 회사에 안 오시나요?”벌써 한참 동안 기다렸다. 그녀는 예용정을 만나려고 일부러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평소 예용정은 오전 7시 55분쯤 회사에 도착했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그였기에 출근 시간인 8시보다 항상 일찍 오고 거의 지각하는 법이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예 대표님 일정은 저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회사에 오실지 안 오실지도 몰라요.”회사 내 많은 임원조차 사장의 일정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경비원이 알 리가 없었다.용시은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 예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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