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설희가 용정의 방을 샅샅이 살펴보는 동안 용정은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냥 그녀가 확인을 마치고 조용히 나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같은 지붕 아래, 바로 옆방에 살고 있었지만 때때로 용정은 그녀와의 거리가 지구 끝처럼 멀게만 느껴졌다.용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용정도 알고 있었다.마치 용정이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그는 아직 원한을 풀지 못했기에 감정을 논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용설희는 스승이 남긴 말을 평생 잊지 않았다.그녀는 용정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경호원, 하인, 조수로만 생각하며 한 번도 그의 연인이나 아내가 될 생각을 단 번도 한 적 없었다.두려웠고, 자신을 스스로 용정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어떤 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가.둘 다 가족을 잃은 고아였고 용정은 용설희보다 조금 나을 뿐이었다.그는 양부모와 스승이 있었지만 용설희에게는 용정 외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용정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원한을 갚은 뒤에는 반드시 그녀에게 고백하겠다고, 그리고 그녀의 고집 센 성격을 바로 고치겠다고 말이다.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해도 용설희는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것이고 용정은 그런 그녀 때문에 속이 터질 게 뻔했다.여러모로 그는 ‘도련님’이라는 체면을 내세워야만 그녀를 따르게 할 수 있었다.잠시 가만히 앉아 있던 용정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샤워하러 갔다.그날 밤은 조용히 흘러갔다.다음 날 아침, 용정이 일어났을 때 용설희는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용정은 평소처럼 운동하러 나가려 했다.주방에 들어가니 그녀가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을 보았다.“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용설희가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넸다.“어젯밤 늦게 잤으면서 또 이렇게 일찍 일어났네. 좀 더 자지 그래. 잠이 부족하면 피부에 안 좋아.”“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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