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설희는 18년 전 겨울, 약곡 마을에 첫눈이 내리던 날, 김청산이 안아온 고아였다.음력 1월, 눈이 내린 날에 데려온 그날을 기념해 그녀의 이름에는 눈을 뜻하는 ‘설’자가 붙었고 성은 용정을 따라 용씨가 되어 용설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김청산은 자신에게 이미 혈육이 없다고 했고 예지호 남매는 명목상 용정의 동생이었지만 실제로는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은 사이였다.하여 용정도 본질적으로 고아나 다름없었다.용설희도 고아였다. 그녀를 곁에 두면 서로 의지할 친구가 생길 거라 여겼다.약곡 마을에 막 도착했을 때 용설희는 말수가 적었지만 일 처리는 깔끔했고 머리도 비상했다.의술, 독, 무술까지 가르치면 한 번에 익혔다.김청산은 늘 말하길 용설희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용정이가 그의 유일한 제자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그때부터 네 살 어린 용설희는 용정을 주인으로 여기며 마치 누나처럼 그를 보살폈다.그러나 용정은 그녀에게 두 사람은 평등한 관계라고 말했고 자신을 주인이나 도련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용설희는 그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용설희는 김청산이 해 준 말만 기억했다.김청산은 그녀에게 평생 용정에게 충성하라고 했고 만약 하루라도 감히 배신하거나 용정을 해치는 일을 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용설희는 김청산과 감정이 깊어 그를 자신의 은인으로 여겼다.김청산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그가 세상을 떠난 뒤 용설희는 펑펑 울며 밤을 지새웠는데 본래 말수가 적었던 그녀는 그 상실감 속에서 더 과묵해졌다.용정은 반년 동안이나 그녀의 곁을 지키며 다독였고 그제야 그녀를 서서히 슬픔의 터널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그 후로 용설희는 용정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가 어디를 가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용정에게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경호원이 되었다.용정은 용설희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면서 18년의 정을 쌓았다.그는 용설희를 한 번도 하인으로 여긴 적이 없었다.동료로, 친구로, 나아가 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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