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 전지율이 커피를 두 잔을 타왔다.“형, 커피 나왔어.”전유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놓으라는 뜻을 보였다.“그럼 난 먼저 일 본다. 점심엔 네 형수님 출근 마중 가야 하니까. 너는 회사 일이나 잘 챙기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봐. 혼자서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이 바닥은 언제든 너를 삼킬 수 있어.”“알았어. 이번 일로 다시는 방심하지 않을게.”전지율이 이번에 실패한 건 자만심도 한몫했다. 자신이 형들 못지않게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그러나 현실이 그에게 교훈을 주었고 그 역시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지율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아니, 난 아직 어려서 당장은 생각 없어. 형들도 모두 서른 넘어서 결혼했잖아. 나도 서른쯤에 생각할 거야.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야. 난 항상 전씨 가문의 아홉째 도련님이라는 타이틀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내 힘으로 일어서는 전지율이 되고 싶어.”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젊으니까 좋구나. 몇 년은 더 즐길 수 있겠네.”“몇 년 지나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도 여섯째 형처럼 일찍 결혼할 수도 있고.”전지율은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아직 젊고 서두르지 않을 뿐이었다.인연이 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지만 오지 않으면 기다리지도 않았다.“형, 일하러 가봐. 나도 커피 마저 마시고 돌아갈래. 돈 얘기, 잊지 마. 이틀 뒤면 월급 줘야 하니까.”“걱정하지 마. 빌려주기로 한 돈은 꼭 입금될 거야.”전유림이 커피를 들고 책상으로 돌아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전지율은 커피를 마신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튿날, 그는 전유림이 보낸 돈을 받았고 따라서 월급을 밀릴 걱정은 사라졌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학생들은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한 해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설을 앞두고 진소아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오빠 모두 돌아왔다.하지만 머무를 수 있는 건 사흘 남짓뿐이었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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