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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8 Capítulos

제5291화

주우빈은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의 사내였다. 장사판에서 부리는 수완만 빼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재계라는 곳은 수완도 배짱도 필요한 곳이다.양인석은 그걸 독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자신도 주우빈 못지않은 수완을 지녔으니까.따르릉!주우빈의 휴대폰이 울렸다.이모에게서 온 전화였다.주우빈은 두 손님이 보는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하예정의 전화를 받았다.“우빈아, 윤서는 오늘 떠나는 거니?”“네.”하예정이 말을 이었다.“윤서는 며칠 더 머물 생각은 없대? 왜 이렇게 바삐 돌아간대? 나는 그 애가 참 마음에 드는데.”주우빈이 양윤서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모, 양 대표님은 워낙 바빠서 관성에 사흘 머무는 것도 한계래요. 그분이 마음에 드시면 나중에 양씨 가문에 놀러 가 보세요. 틀림없이 반갑게 맞아 주실 거예요.”양윤서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환영해요. 언제든요. 이모, 저도 이모가 너무 좋은데 언제 한가해지시면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그래, 언제 시간 나면 갈게. 윤서야, 너희한테 줄 선물을 좀 준비해서 사람 시켜서 그쪽으로 보냈어. 그냥 나의 작은 성의야. 지금 밖이야? 아니면 호텔에 있어? 호텔로 보내라고 해 뒀는데.”주우빈이 휴대폰을 양윤서에게 건넸다.양윤서는 하예정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선물을 흔쾌히 받기로 했다.하예정의 정성이 담긴 것인 만큼 사양했다가는 오히려 섭섭해할 것이었다.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그녀도 하예정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 갈 참이었다.“윤서야, 며칠만 더 있지 그래. 나도 며칠 뒤면 휴가를 낼 수 있는데.”하예정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양윤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모, 회사가 정말 바빠서 더는 머물 수가 없어요. 얼른 돌아가야 해요. 밀린 일이 산더미인데 다음에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주 대표님 회사와 협력 관계이기도 하니까 앞으로 자주 올 거예요. 앞으로 올 때마다 제가 이모께 한턱낼게요. 이모는 그냥 와 주시기만 하면 돼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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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2화

양윤서가 난감한 표정으로 주우빈에게 말했다.“이모가 너무 많이 보내셔서 우리 둘이서는 도저히 다 가져갈 수가 없겠어요.”주우빈이 말했다.“괜찮아요. 캐리어를 하나 더 사서 짐을 전부 담아 택배로 보내면 됩니다. 도착하면 마중 나오는 분들이 계실 테니 직접 옮길 일도 없고요. 아니면 제가 택배로 보내 드릴까요? 저의 이모가 원래 그런 분이세요. 사람을 워낙 살뜰히 챙기셔서 손님만 오면 집 안의 보양식품이란 보양식품은 죄다 싸서 선물해 주고 싶어 하시거든요.”하예정의 집에는 보양식품이 즐비했다. 그녀는 그때마다 이걸 다 누가 먹냐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하예정은 용정을 마주칠 때마다 보양식을 건네며 몸을 챙기라고 당부했다.야근으로 흐트러진 기운을 보양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변함없는 논리였다.주우빈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이 때문에 전시우에게 보양식품은 더 이상 영양이 아닌, 기피 대상이었다. 그 단어만 들어도 표정이 굳고 얼른 둘러댈 핑계를 찾아 도망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다.질리도록 먹었으니까!양인석은 하예정이 보낸 선물을 훑어보았다. 보양식품도 있었고 관성 특산품도 있었으며 주얼리에 고급 피부관리 제품, 명품 가방까지 들어 있었다.그중에서도 보양품이 가장 많았다.하예정의 정성은 그야말로 대단했다.양인석은 머릿속으로 따져보았다.손녀는 전씨 가문의 큰아들에게는 영 마음을 주지 않는 눈치였다.그렇다면 하예정과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되기는 어려울 터.그러나 손녀가 주우빈과 맺어진다면 하예정의 조카며느리가 되는 꼴이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양윤서가 시집가고 싶지 않고 시험관 시술로 아이 둘만 낳겠다고 몇 번이고 못을 박았지만 양인석은 좀처럼 단념하지 못했다.여전히 손녀가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니까.데릴사위가 아니어도 두 가문 사이로 오가며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양 대표님, 호텔 옆에 백화점이 있어요. 제가 가서 캐리어 두 개를 사 와서 짐을 다 넣어 공항까지 가져가서 보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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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3화

“할아버지!”양윤서는 얼굴이 굳어졌다.“또 그러시면, 저 이제 관성에 안 올 거예요. 그리고 할아버지, 주 대표님 아버지 일은 그만 들먹이세요. 그건 그분 아버지 일이지 그분과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할아버지가 이 얘길 또 꺼내시면 저 정말 주 대표님한테 다 일러바칠 거예요. 할아버지가 그분 아버지가 젊었을 때 바람피운 걸 싫어하고 주씨 집안의 핏줄이 좋지 않다고 하셨다고요.”양인석은 얼른 두 손을 들어 항복했다.“알았다, 알았어. 그만하자. 주 대표는 주 대표이고 그 아버지는 그 아버지고. 주 대표가 좋은 남자야, 됐냐?”“원래 좋은 남자예요. 좋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눈여겨보셨겠어요? 너무 완벽해서 그분한테선 흠을 못 찾으시니까 그 아버지한테서 트집을 잡고 이삼십 년 전에 저지른 잘못을 들춰내시는 거잖아요. 누군들 살면서 실수 한 번 안 해 봤겠어요?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 안 해 보셨다고 장담하실 수 있어요? 앞으로 주 대표님 아버지 얘기는 그만 하세요. 말 좀 조심하세요. 할아버지도 연세가 있으신데 남의 일을 꼭 그렇게 들춰내고 싶으세요?”손녀에게 한바탕 타박을 들은 양인석은 낯이 뜨거워졌다.그는 자기 입을 살짝 때리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이다음에 또 이런 말을 꺼내면 내가 내 입을 스스로 때리마.”“됐어요. 할아버지, 우리도 얼른 짐 좀 챙겨요. 공항까지도 시간이 좀 걸리니까요.”말을 마친 양윤서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두 사람은 계약서에 서명하러 온 것뿐이라 오래 머물지 않았고 그래서 가져온 짐도 적었다.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주우빈이 캐리어 두 개를 사 왔다. 그는 자신과 이모가 양윤서에게 준 선물을 그 두 개의 캐리어에 모두 담아 주었다.주우빈이 손수 짐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양윤서는 속으로 생각했다.‘할아버지가 주 대표를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 이 남자는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아.’주우빈은 짐을 다 넣고 캐리어를 한번 들어 보며 양윤서에게 말했다.“다행히 이모가 보내신 선물이 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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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4화

주우빈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몸을 돌려 걸어 나왔다.공항을 나선 주우빈은 곧바로 노씨 그룹으로 향했다.회사에 막 도착했을 때 이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서는 떠났어?”하예정이 물었다.“네. 두 분을 공항까지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 길이에요.”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했어. 양 회장님은 연세가 있으니까 네가 공항까지 모셔다드리는 게 훨씬 낫지. 내가 윤서한테 준비한 선물은 다 챙겨 갔어?”“이모 성의인데 양 대표님이 안 챙길 리가 있나요. 무척 기뻐하면서, 어머니 몫까지 챙기신 이모의 세심함을 칭찬하더라고요. 다만 짐이 많아서 제가 캐리어를 두 개 더 사서 짐까지 정리해 공항까지 보내 드렸어요.”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윤서가 올 때 우리한테 선물을 많이 사 왔는데 돌아가는데 빈손으로 보낼 수 있겠어. 난 그 애, 참 마음에 들어. 두 회사가 앞으로도 거래하게 되는데 시간 나면 놀러 오라고 해. 다음에 오면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 주고 맛있는 것도 더 먹여 줘야지. 윤서도 스트레스가 커 보이던데 좀 쉬어 가면서 일해야 해.”주우빈이 일부러 말했다.“이모는 저랑 시우는 왜 관심하지 않으세요? 우리도 부담이 큰데 좀 쉬어야 한다니까요.”하예정이 곧바로 나무랐다.“너희는 사내놈들이고 몸도 튼튼한데 뭘 걱정해. 게다가 너희 능력이면 쉴 시간을 얼마든지 짜낼 수 있잖아. 너도 좀 속도를 늦춰. 그렇게 빨리 달리지 말고. 그래야 좀 쉴 수 있지. 가끔 네 회사 사람들이 나한테 전화해서 좀 천천히 하라고 전해 달래. 네 속도를 못 따라가서 야근하게 된다고.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하예정의 말은 사실이었다.노씨 그룹의 직원들은 너무 지칠 때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말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주우빈에게 속도를 늦추거나 며칠 쉬라고 권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밀린 일을 마무리하고 한숨이라도 돌릴 수 있다고.매일 강도 높은 업무를 견디다 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주우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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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5화

“애 하나를 보나 둘을 보나 똑같지. 시간이 어디 없겠니. 몇을 낳든 이모가 다 맡아서 키워 줄게. 다만 이모가 너희랑 세대 차이가 있어서 아이들을 제대로 못 키울까 봐,너희가 싫어할까 봐 걱정일 뿐이야.”주우빈이 말을 이었다.“무슨 말씀이세요. 이모와 이모부는 아이들을 정말 잘 가르치시잖아요. 시우와 하연만 봐도 얼마나 훌륭하게 키우셨어요. 시우는 증조할머니 영향이 제일 컸지. 다 내 공이 아니야.”전씨 할머니는 생전에 증조할머니가 되셨지만 정말 손수 돌보며 키우신 증손주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중에서도 할머니의 숨결을 가장 오래 곁에 둔 이는 전시우와 전호영네 쌍둥이였다.“증조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죠. 교육자로 활동하셨다면 더 빛났을 텐데 그쪽에 발을 들이지 않으신 게 아쉬울 정도예요. 증조할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이를 낳으면 증조할머니께 맡기고 싶을 거예요.”하예정이 말을 건넸다.“그래, 할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었다.100세 넘게 사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매우 드물었다.전씨 할머니는 이미 행복하고 온전한 삶을 살다 가셨다.오래 사셨고 병도 없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살아 계실 때 자손이 가득했고 자손이 모두 효성이 지극했는데 전씨 할머니야말로 진정한 인생 승자였다.하예정은 전씨 할머니만큼 오래 살 생각을 감히 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늘 전태윤에게 자식들이 모두 자기 가정을 꾸리고 손주와 외손주까지 보게 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곤 했다.그럴 때마다 전태윤은 늘 그녀를 나무랐다.전태윤은 평소 아내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적도 꾸짖은 적도 없었다.하지만 아내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얼굴을 붉히며 되받았다.“나이는 내가 더 많으니까, 죽더라도 내가 먼저 죽어.”전태윤은 자기 집안은 원래 장수하는 혈통이라며, 전씨 할아버지도 전씨 할머니보다 먼저 가셨지만 일흔은 넘기고 가셨다고 덧붙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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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6화

뻔뻔하기로는 소문난 여자였다.원하는 게 생기면 온갖 수를 다 써서라도, 체면 따위는 내던지고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마는 성격이다.주우빈이 말했다.“이모,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가 아는 젊은 여자들 중에는 아직 마음이 가는 사람이 없어요.”“큰고모가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긴 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까지 부탁해서 시간 나면 집에 돌아오라고, 자기가 맞선을 주선해 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전 큰고모 말 안 들어요.”“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말했어요.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큰고모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요.”주우빈은 어릴 때부터 고모에게 휘둘리지 않았다. 이제는 서른을 넘겼고, 두 대기업의 경영진으로 일하며 사회 경험도 어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쌓였다.그런 그가 주서인에게 휘둘릴 리 없었다.주서인이 그토록 열심히 그의 맞선을 주선하는 것도 결국 결혼을 이용해 주우빈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일 뿐이었다. 정말 큰고모 뜻대로 결혼이라도 했다가는 앞으로 고모네 가족의 현금인출기가 되고 말 것이다.“넌 사리 분별도 할 줄 알고 선도 잘 지키는 아이니까, 이모는 네가 고모한테 휘둘릴까 봐 걱정하진 않아. 우빈아, 윤서는 어떻게 생각해?”한참을 돌려 이야기하던 하예정이 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양윤서를 마음에 들어 했다.물론 조카의 짝으로 말이다.주우빈도 이제 서른을 넘겼으니 슬슬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다. 반면 아들 전시우는 이제 20대가 조금 넘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결혼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도 전시우는 돌아서 가 버리며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조금만 더 말하면 사촌 형도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데 아직 솔로라며 자기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는데 왜 나한테 그러냐는 식이었다.주우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물었다.“이모가 양 대표님을 마음에 들어 한 거예요? 저랑 엮으려고요?”하예정이 웃었다.“난 그 아가씨가 꽤 괜찮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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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7화

“이모, 저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주우빈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하예정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지만 주우빈이 전화를 끊어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하나같이 똑같다니까. 결혼 얘기만 꺼내면 바로 전화를 끊어.”하예정이 중얼거렸다.이제야 생전에 할머니가 왜 그렇게 초조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은 하나둘 다 자라 어른이 됐는데, 하나같이 싱글이였다.할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이쪽에서 주우빈이 이모에게 양윤서에 대한 인상을 질문받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는 양씨 가문의 조손이 몇 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한성으로 돌아왔다.미리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양씨 가문의 운전기사는 양인석과 양윤서가 나타나자 바로 차에 태웠다.양인석이 말했다.“먼저 나를 회사에 데려다주게. 그다음 윤서를 집으로 보내주고.”“윤서야, 짐도 많은데 할아버지는 바로 회사로 갈 테니 넌 집으로 가렴. 네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양윤서가 말했다.“엄마한테 전화만 하면 돼요. 저도 할아버지랑 같이 회사로 갈게요.”몇 시간이나 비행기를 탔더니 그녀도 조금 피곤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있으니 더 힘들 것이었다.오히려 자신이 회사로 가고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가 쉬어야 했다.“할아버지, 제가 회사로 갈게요. 할아버지는 집에서 쉬세요. 회사에 큰일도 없으니 제가 들어가면 돼요. 오늘 저녁은 회식도 없으니까 집에서 같이 밥 먹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해요.”양윤서가 단호하게 말했다.손녀가 고집을 부리자 양인석은 결국 뜻을 받아들였다. 손녀를 먼저 회사에 보내고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 반나절 쉬기로 했다.확실히 조금 피곤하긴 했다.나이를 먹으니 체력도 정신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다행히 윤서가 훌륭하게 자랐다. 그의 가르침 아래 이제 혼자서도 회사 일을 도맡아 할 수 있었다.대부분 회사 사람도 이미 윤서를 인정했다. 아직 몇몇 오래된 고집쟁이들이 이런저런 트집을 잡고 있긴 했지만, 그들이야 자신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니 통제가 가능했다. 결국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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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8화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아버님, 윤서는요?”주승희가 물었다.“윤서도 아버님이랑 같이 출장 갔잖아요?”양인석이 온화하게 대답했다.“윤서는 먼저 회사로 갔어. 내가 이 나이에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탔더니 너무 피곤하다고, 윤서가 먼저 집에 가서 쉬라고 하더구나.”그는 며느리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한번 보고 예의상 인사를 건넸다.“다들 와 있었군.”“양 회장님.”주승현 일행도 얼른 양인석에게 인사했다.양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운전기사와 경호원이 차에서 짐을 내렸다.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본 주승희가 시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님, 윤서랑 떠나실 때는 작은 캐리어 두 개만 가져가셨잖아요. 그런데 돌아오실 때는 왜 이렇게 큰 캐리어가 두 개나 늘었어요?”양인석은 경호원에게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게 한 뒤, 집 안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야. 윤서와 만나자마자 마음이 잘 맞았나 보더구나. 우리가 오늘 돌아가는 걸 알고 선물을 잔뜩 챙겨 줬어.”“택배로 보내기도 번거로우니 캐리어를 두 개 더 사서 전부 넣고 수하물로 부친 거지. 사람이 도착하니 짐도 같이 도착했고.”주승희가 다가와 부축하려 하자 양인석이 말했다.“나 걸을 수 있어.”아직 남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늙은 건 아니었다.주승희는 더는 손을 대지 않고 시아버지 옆을 따라 걸었다.“회사에 그렇게 급한 일이 있어요? 이 시간이면 밥 먹을 때잖아요. 윤서도 참, 밥부터 먹으러 오지 않고 바로 회사로 가다니. 제가 아침부터 주방에 아버님이랑 윤서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하라고 했는데요.”주승희는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집이 아니라 회사로 간 딸이 못마땅했다.사흘이나 출장을 다녀왔으면 돌아와서 푹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작 반나절 쉬는 것뿐인데.“윤서가 알아서 일정을 짤 게다.”양인석이 담담하게 말했다.주승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 시아버지가 자신이 회사 일에 관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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