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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1화

전지섭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정말? 그럼 누나는 왜 내가 방학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여섯째 큰아버지 댁에 간 거야?”전시우가 대답했다.“누나가 먼저 여섯째 큰아버지 댁에 가서 네 방을 정리해 놓고 재밌는 곳도 미리 알아보려고 간 거야. 네가 가면 데리고 놀러 다니려고. 그러니까 누나가 먼저 간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우리 지섭이가 제일 귀여운데 누가 싫어하겠어. 우리 모두 너를 엄청 좋아해. 물론, 네가 울지만 않으면 더 좋아하고.”전지섭이 곧바로 손을 들어 눈을 비비며 말했다.“형, 나 안 울어. 나 착해. 누나가 나보고 울면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울면 여섯째 큰아버지 집에 안 데려가 준다고 했어.”“그러니까 지섭이는 절대 울면 안 돼. 행복하게 지내야지. 우리 지섭이가 웃을 때 정말 귀엽잖아. 난 네가 웃는 모습이 제일 좋아.”“나 웃을 거야. 매일매일 웃을 거야. 형, 지금 어디 가?”전지섭이 물었다.형이 지금 막 나가려는 걸 눈치챈 것이다.전시우가 그를 내려놓으며 말했다.“호텔에 가서 네 우빈 형을 모셔 올 거야. 오늘 집에 와서 밥 먹기로 했거든. 귀한 손님 두 분도 오시고.”“나도 형 따라갈래. 우빈 형을 오랜만에 못 봤단 말이야.”전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꼬마의 뜻을 들어주기로 했다.그는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전지섭이 따라가겠다고 부모님께 알렸다.하예정이 전지섭에게 말했다.“지섭아, 넌 가지 말고 집에서 큰어머니랑 놀자, 응?”“싫어요. 시우 형이랑 갈 거예요.”전태윤도 맞장구쳤다.“집에 있거라. 조금 있으면 네 형들이 다 일어날 텐데 형들이랑 같이 놀아야지. 네 큰형은 시내까지 가야 해서 좀 멀어. 갔다 오는 동안 차에서 엄청 지루할 거야.”“그래도 형이랑 갈래요.”꼬마는 단호하게 전시우를 따라 호텔에 가겠다고 고집했다.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아들에게 말했다.“그럼 데리고 가. 대신 잘 챙겨줘.”“네.”전시우가 사촌 동생의 손을 잡고 나가려는데 하예정이 형제를 불러 세웠다.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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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2화

하예정이 허리를 펴고 아들에게 몇 마디 더 당부했다.몇 분 뒤, 전시우는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전지섭은 뒷좌석의 어린이 카시트에 앉았다.꼬마는 어른들을 따라 나들이 가는 걸 좋아하여 어른들 차든 형과 누나들 차든, 그를 위해 마련된 어린이 카시트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형, 다른 형들은 언제 와?”“글쎄, 형이 아직 물어보지 않았는데.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어. 방학이 길잖아. 대학 다니는 형들은 아르바이트하러 갈 수도 있고.”전시우는 떠올렸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방학이 되면 전씨 그룹에 들어가 아르바이트했다.사장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온갖 일을 다 했다.전씨 그룹 사람들은 그가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회사 사람들은 그에게 공손하게 대하며 어떤 일도 함부로 시키지 못했다.그 사실을 눈치챈 전태윤은 일을 하나도 안 하면 월급이 없다고, 반드시 일을 해야만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튿날부터 누군가 일을 안 시켜도 전시우는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섰는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척척 해냈고 못 하는 일은 남에게 열심히 배웠다.그 뒤로 부잣집 도련님티를 전혀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본 직원들은 조금씩 그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성인이 된 뒤에도 전씨 그룹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전시우가 몇 년 동안 일하며 쌓은 풍부한 실무 경험 덕분이었다.사회에 발을 내디딘 뒤로 전태윤 부부는 그를 자주 상류층 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관성 재계의 거물들을 소개해 주었다.이는 그가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장차 전씨 그룹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라고 말이다.사촌 동생들도 그와 같은 길을 걸었다. 전씨 가문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만 올라가면 방학 때마다 회사나 지사에서 경험을 쌓았다.물론 스스로 방학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허락되었다.특히 전하연은 그쪽을 더 좋아했다. 그녀는 집안 어른들이 자신을 오빠들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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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3화

“지섭아, 오늘 우리 집에 손님이 오시거든. 형이 손님 접대해야 해서 지금은 시간이 없어. 이틀 뒤에 가면 안 돼?”전시우는 운전하며 꼬마와 흥정했다.전지섭이 말했다.“형이 우빈 형이라고 했잖아. 우빈 형은 남이 아니라 우리 식구인데.”그는 줄곧 주우빈을 자기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우빈 형이 귀한 손님 두 분을 모시고 오잖아. 봐, 네 큰아버지랑 큰어머니 그리고 나... 오늘 왜 회사에 안 나가고 있는지 알아?”전지섭이 당당하게 말했다.“방학이니까. 방학인데 무슨 회사를 나가?”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너희 학생은 방학이 있지만 형은 방학이 없어. 우린 여전히 회사에 나가야 해.”“형은 방학 없어? 그럼...”“우리가 오늘 회사에 안 나가는 건 집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하려고 그런 거야.”전지섭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집안 어른들은 가끔 서원 리조트에서 손님을 접대하곤 했다.손님이 오면 부모님은 늘 미리 그에게 당부했다. 사고 치지 말라고.그러나 그는 사고 쳤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기껏해야 엄마 화장품을 벽이랑 바닥에 잔뜩 칠하고 아빠 양복에 물감으로 색칠하거나 혹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랑 고양이를 책가방에 몰래 넣고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한 것뿐이었다.집의 강아지랑 고양이는 정말 귀엽고 예뻐서 전지섭은 동물들을 무척 좋아했다.그리고 정원 연못의 잉어도 있었다. 한 마리를 건져 책가방에 넣고 유치원에 간 적이 있는데 선생님에게 들켰을 땐 이미 물고기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선생님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또 집의 작은 동물을 책가방에 넣어 왔다고 알려주었다. 물고기 한 마리인데 벌써 죽어 있었다고.하예정은 너무 어이없어 말도 나가지 않았다.그 뒤로, 매일 아침 유치원에 가기 전에 집안 어른들은 작은 동물이나 다른 물건이 들어 있지 않은지 그의 책가방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월요일로 하자. 월요일에 꼭 너랑 네 형이 여섯째 큰아버지 집에 갈 수 있게 해 줄게. 어때? 저녁에 내가 다른 형들한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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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4화

전지섭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누나한테 데릴사위 구하라고 해. 누나 못 떠나게 해야지. 난 누나랑 떨어지기 싫어. 형, 데릴사위가 뭐야?”“좀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그만 얘기하고 장난감이나 갖고 놀아. 형은 운전에 집중해야 하니까.”꼬마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이 ‘왜요’가 이어졌다.전시우는 자기가 박식하다고 자부했지만 막내 사촌 동생의 끝없는 ‘왜요’ 앞에서는 가끔 말문이 막혔다.형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면 꼬마가 더 묻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전지섭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어른들은 맨날 나랑 얘기하기 싫으면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고 크면 알게 된다고만 해.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커서 혼자 다 알아.”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지섭이는 똑똑하니까 크면 많은 걸 저절로 깨닫게 될 거야.”“알았어. 형, 핸드폰 좀 빌려줘.”“뭐 하게?”“누나랑 영상 통화할 거야. 누나 보고 싶어.”전시우가 차 속도를 늦추고 자기 핸드폰을 뒤로 건넸다.꼬마가 얼른 팔을 뻗어 핸드폰을 받았다.“고마워.”전시우는 이제야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었다.“형, 비밀번호 뭐야.”전시우가 잠금 비밀번호를 동생에게 알려주었다.남이라면 절대 안 알려 줬겠지만 전지섭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평소에 꼬마가 자기 핸드폰을 만질 일도 없었으니까.전지섭은 비밀번호를 입력해 잠금을 풀고 곧바로 카톡을 열었다.곧이어 전하연의 카톡을 손쉽게 찾아 눌러 영상 통화를 걸었다.전하연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 어제 전창빈 부부를 따라 하루 종일 밖에서 놀고 밤에야 돌아왔고 집에 와서도 한참을 떠들다가 깊은 밤에야 잠들었던 탓에 아직도 자고 있었다.선우민아는 전하연이 지금 휴가라서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며, 알람 따위는 맞추지 말라고 했다.전하연도 그 말에 한껏 풀어져 알람을 꺼 버리고 늦잠을 잤다.핸드폰이 울리지만 않았어도 그대로 계속 잘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벨 소리에 잠이 깨도 정신이 몽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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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5화

“뭐? 임준 형이 오늘 간다고?”전지섭은 소임준이 오늘 비행기를 탄다는 말에 더 화가 났다.곧이어 투덜거렸다.“큰형도 나한테 안 알려주고, 임준 형도 나한테 말 안 하고. 분명 몰래 가서 우리 누나를 빼앗으려는 거야. 누나, 임준 형한테 가면 안 돼. 누나는 내 누나지 임준 형의 누나가 아니야. 그 형은 자기 누나가 없으니까 맨날 우리 누나를 빼앗으려고만 해.”전하연이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나는 영원히 지섭이 누나야, 영원히. 누구도 빼앗아 가지 못해. 큰형이 깜빡했나 보네. 오늘 무슨 손님이 오신대?”전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말 많은 꼬마가 같은 얘기만 계속 늘어놓지 못하게 화제를 돌리려는 속셈이기도 했다.아홉째 작은어머니는 늘 말했다. 전지섭은 아빠와 똑 닮아서 누구든 말만 걸면 끝도 없이 떠든다고.전하연의 기억에도 전지율은 정말 말재주가 좋았다.하예정도 딸에게 말한 적 있었다. 처음 시댁 식구들을 만났을 때 전지율이 그녀에게 제일 잘해 줬다고.하지만 그것은 순수한 호의만은 아니었다. 전지율은 전태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려면 형수 하예정의 곁에 바짝 붙어 있어야 했다.“나도 몰라. 나랑 형은 지금 호텔 가는 길이야. 조금 있다가 귀한 손님 도착하면 내가 몰래 누나한테 알려줄게. 누나는 나 보고 싶어?”“보고 싶지. 너무너무 보고 싶어. 우리 지섭이가 이렇게 귀여운데 누가 안 보고 싶겠어.”전지섭은 그제야 흡족한 표정이었다.누나는 여전히 자기 누나였다.남매는 핸드폰을 붙들고 한참을 통화했다.30분이 넘게 떠들고 나서야 전하연이 아직 아침도 못 먹었고 배가 고파 이제 내려가서 밥 먹어야겠다고 말했다.그제야 전지섭이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전하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용정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여섯째 삼촌 댁에서 며칠 더 있을 거야? 며칠 놀다가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면 용진 그룹에서 일하는 거 어때? 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수 있어.]전하연은 학업을 이어갈 참이었다. 방학 동안 두 달 정도 일하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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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6화

전하연은 잠시 생각했다.‘반년이나 못 만났나?’그녀 기억엔 매달 소임준을 만났다. 소임준은 달마다 며칠씩 전하연이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도시로 출장을 오면서, 당연하다는 듯 며칠을 그녀와 함께 보냈다.전씨 그룹은 그녀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도시에 지사를 냈는데 지사에 일이 생겨 본사에서 사람을 보내야 할 때면 어김없이 소임준이 갔다.“오빠, 건강 잘 챙겨. 너무 무리하지 말고.”“괜찮아, 오빠는 익숙해. 우빈이가 관성에 돌아가서 내가 좀 더 바빠진 거야. 다음 달에 돌아오면 나도 좀 숨 돌릴 수 있어. 얼른 밥 먹어. 이만 끊자, 나 회의 들어가야 해.”“시간 되면 설희 언니랑 같이 밥 먹으러 와. 다음에 오면 사람 엄청 많을 거야.”“알았어.”용정은 웃으며 대꾸했다.언제쯤 시간이 나서 선우씨 가문에 한번 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지난번 돌아왔다가 암살을 당했다. 다행히 그와 용설희가 무사했지만 용씨 가문의 감시가 너무 심해 당분간 선우씨 가문에 가지 않기로 했다.선우씨 가문에 폐를 끼치면 그도 자책할 게 뻔했다.선우씨 가문이 용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해도 용정은 선우씨 가문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는 직접 복수하고 싶었다!통화를 마친 용정은 이미 물을 따라 한 잔 마시고는 다시 한 잔을 새로 받아 들고서야 다과실을 나왔다.용설희가 그가 나오는 걸 보고 귀띔했다.“도련님, 회의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비서가 방금 또 와서 재촉하고 갔습니다.”용정이 답했다.“응. 하연에게 전화해서 일자리 하나 마련해 주려고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지난번에 가서 물어봤는데 자기 일은 자기가 찾을 수 있으니까 그만 신경 쓰라고 하던데 한번 도전해 보게 두세요. 저는 아가씨를 믿습니다.”전하연은 온갖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렇다고 응석 부리거나 집안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똑똑하고 유능한 아가씨였다.용설희는 전하연의 능력이라면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게다가 전하연은 방학 동안 잠깐 하는 아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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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7화

관성 호텔.주우빈과 양인석과 양윤서는 아침을 마친 뒤 곧바로 레스토랑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그가 서두르지 않으니 두 사람도 재촉하지 못했다.“이모가 시우를 보내서 저희를 데리러 오게 했어요.”주우빈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양윤서가 말을 이었다.“안 그러셔도 돼요. 저희가 직접 운전해서 가도 되는데...”그편이 오히려 수월했다.“주 대표님, 전시우 씨라면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말하는 건가요?”양윤서가 물음에 주우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이모가 결혼하고 일 년이 넘어 임신해서 낳은 아이인데, 첫째이자 전씨 가문의 장손이라 모두가 보물처럼 애지중지했죠.”양윤서가 웃었다.“그렇죠. 애들은 다 부모의 보물이니까요. 전시우 씨 여동생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올해 막 대학을 졸업했어요. 22살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직 22살 생일도 안 지났어요.”“주 대표님 이모 댁은 원래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다고 들었어요. 그 사촌 여동생분이 이번 세대 유일한 여자아이라 온갖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고요.”전씨 가문의 유일한 따님 전하연은 수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었다.모두 그녀를 하느님이 특별히 사랑한 아이라고, 좋은 집안에 태어나게 해 줬다고 말이다.수십조대 재벌가에 태어난 것도 모자라 유일한 여자아이라 오빠가 열 명도 넘게 그녀를 아껴 주었다.그 덕에 그녀는 전씨 가문은 물론, 관성 땅에서조차도 제멋대로 굴어도 누구 하나 탓하지 못할 정도였다.“하연은 이번 세대 유일한 여자아이일 뿐 아니라, 전씨 가문이 몇 대를 내리 기다려 온 여자아이예요. 태어날 때부터 모두가 무척 아껴 주며 자랐죠.”주우빈은 전하연을 이다빈과 마찬가지로 다 자기 여동생으로 여기며 누구 하나 더 귀하거나 덜 소중한 법이 없이 두 사람에 대한 그의 마음은 똑같았다.심지어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두 여동생에게 준비하는 선물도 똑같았는데 단 한 번도 한쪽을 더 챙긴 적이 없었다.“다만 하연은 사랑 많이 받는다고 응석 부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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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8화

“형이 안으로 안 들어간대.”주우빈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바로 나갈게.”전화를 끊은 주우빈이 양인석에게 말했다.“시우가 도착해서 호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가시죠.”양윤서가 할아버지를 부축했다.양인석이 말했다.“목소리가 아주 어린 꼬마 같은데요.”“시우의 막내 사촌 동생이에요. 올해 겨우 다섯 살인데 방학이 되니까 형과 누나들만 졸졸 따라다녀요. 부모님은 안 따라가고요.”전씨 가문은 대가 끊이지 않고 자손이 번성했는데 그 모습이 양인석에게 한없이 부러웠다.양씨 가문에 아이가 몇 명만 더 있어도 그는 꿈속에서조차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아쉽게도 양씨 가문은 재물운은 좋지만 후손은 적었는데 손녀 대에 이르러선 사내아이는커녕 손녀 하나뿐이었다.손녀 하나뿐이니, 그 친척들이 양씨 그룹을 노리고 양씨 가문을 헐뜯어 재산을 물려받으려 드는 것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손녀에게 혼수만 쥐어 시집보내고 양자를 들여 손자 삼아 재산을 물려주라고.누군가 그런 식으로 권할 때마다 그는 얼굴을 굳혔고 기분이 나쁜 날이면 그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양자로 들인 아들은 양씨 가문의 핏줄이 아닌데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친손녀를 두고 양자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는가.양씨 가문은 대가 끊긴 것도 아닌데 양자를 들일 필요도 들일 일도 없었다!전씨 가문의 운은 참 좋긴 좋은가 보다.식구가 나날이 늘어가고 재물 운도 시들지 않으니 하느님이 복을 내려주신 일일지도 모른다.“정말 어린 사촌 동생이 있군요. 형제들 나이 차가 꽤 나나 봐요?”전씨 가문 사정을 양인석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다만 전씨 가문 아이 중 그가 아는 건 성인이 된 몇 명뿐이었고 미성년자들은 잘 몰랐다.전씨 가문은 미성년 자녀들의 사생활 보호에 있어서는 단호했다.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일은 절대 없었고 관성의 기자들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찍혀도 뒷모습뿐 정면은 영원히 담기지 않았다.정면을 찍었다면 얼른 삭제했고 감히 인터넷에 올리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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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9화

양인석이 말했다.“둘도 좋지. 다만 그 전에 네가 얼른 연애해서 남자 친구를 사귀고 결혼해야 증손주 둘을 이 할아버지가 안아 볼 수 있지 않겠냐.”양윤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주우빈에게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좀 보세요. 기회만 되면 결혼을 재촉하세요. 주 대표님은 집에서 결혼 재촉 안 받으세요?”“다 마찬가지예요. 다만 어르신들이 결혼을 재촉하셔도 억지로 강요하진 않으시거든요. 아무나 만나지 말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저도 어르신들께 말씀드렸어요. 평생 총각으로 살진 않을 테니 결혼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다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위해 솔로 생활을 끝내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야죠. 지금도 제 인연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고요.”두 사람은 집안의 결혼 재촉을 겪은 처지라, 금세 가까워진 기분이었다.주우빈은 두 사람을 데리고 호텔을 나섰다.“형, 여기야.”전시우가 차창을 내리고 주우빈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전지섭도 차창을 조금 내리고 두 눈만 내놓은 채 바라봤다.주우빈 옆에 할아버지 한 분과 큰형 한 명이 있는 걸 보고 전지섭이 물었다.“형, 저 사람들이 우빈 형의 귀한 손님이야?”“저 형... 왠지 우리랑 달라 보여. 가슴 근육이 정말 좋네.”전시우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바로잡았다.“저건 누나야. 여자분이셔. 그냥 중성적인 옷을 입고 다니시는 거지. 아니, 지섭아, 너 시력이 정상이야? 양 대표님 지금 치마 입고 있는데.”전지섭이 말했다.“내 눈은 멀쩡해. 남자가 여장한 줄 알았지. 우리 누나처럼 머리도 안 길렀잖아. 우리 누나는 긴 머리인데.”그가 봐 온 여성들은 대부분 긴 머리였다.그러나 양윤서의 머리는 자기처럼 짧았다.“모든 여자가 긴 머리를 기르는 건 아니야. 양 대표님은 그냥 짧은 머리가 편한 거지.”“너무 짧잖아. 진짜 형처럼 보여. 치마만 안 입었으면 분명 다들 남자라고 생각할걸.”그 말에 전시우는 반박하지 못했다.뒤에서 보면 양윤서는 정말 남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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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0화

모두가 차에 오르자 전시우는 이내 차를 출발시켰다.주우빈이 입을 열었다.“네가 마중 나올 줄은 몰랐어. 그냥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려고 했는데.”주우빈이 마중 나올 필요 없다고 했지만 전시우가 끝까지 오겠다고 고집했다.“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자꾸 나를 거슬려 해. 그래서 그냥 형 마중 나온 거야.”주우빈이 웃으며 말했다.“이모부는 널 무척 아끼시잖아.”전시우는 전태윤의 장남인데 전시우를 아끼지 않을 리 없었다.전하연이 생긴 뒤로 전태윤이 전하연을 더 예뻐하긴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전시우의 자리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가는 내내 세 사람은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전지섭은 알아듣지 못해 오로지 장난감에 집중했다.양윤서는 그가 떠들지도 보채지도 않고, 장난감 두 개를 번갈아 갖고 놀아도 싫증을 안 내는 걸 보며 집중력이 상당히 좋은 아이라고 여겼다.전씨 가문의 가풍도 좋고 유전자도 좋다고 들었는데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닌 듯했다.다섯 살짜리 아이의 집중력이 이 정도라니, 양윤서는 전시우와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인지 금세 알아챘다.그래서 할아버지가 그를 손녀사위로 더욱 점찍어 두신 것도 이해가 갔다.그러나 그녀는 전시우에게 느낌이 없었다.아니, 사실 양윤서는 어떤 남자에게도 감정이 없었다.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할아버지가 뭐라 하든, 양윤서는 전시우를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녀는 연하와의 연애를 좋아하지 않았다.일행이 서원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이 되어 곧 밥을 먹어도 될 시간이었다.리조트 정문에 도착하기도 전, 산기슭에 다다르자마자 양윤서는 산기슭에 끝없이 펼쳐진 꽃밭에 넋을 잃었다.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핸드폰을 꺼내 끝없는 꽃바다를 향해 사진 두 장을 찍었다.정말 아름다웠다.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길가 풍경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서원 리조트 안으로 들어서자 양윤서는 참지 못하고 차창을 내리고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전시우는 곧장 중심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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