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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내 남편은 억만장자: Capítulo 5281 - Capítulo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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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1화

예지연이 문자 보냈다.[사실 오빠가 설희 언니한테 뭘 선물해도 언니는 다 좋아할 거야. 설희 언니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언니가 신경 쓰는 건 오빠의 마음이지. 오빠가 직접 뭔가 만들어서 선물하면 언니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데.][내가 직접 뭘 만들어 줘야 할까? 맛있는 음식? 아니면 곡 하나 연주해 주고 노래 한 곡 불러 줄까?]예지연이 툭 던지듯 말했다.[여름이 지나면 가을이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잖아. H시는 가을만 돼도 날이 쌀쌀해지니까 거기서는 스웨터를 입어야 할 거야. 오빠가 설희 언니한테 스웨터를 직접 떠 주면 언니가 분명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용정이 답했다.[차라리 오빠를 죽여. 오빠는 못 하는 게 없는데 딱 뜨개질만 못 해. 배우고 싶어도 누구한테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고.]그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아서 입는 옷도 거의 다 맞춤 제작이었다. 사 입는다 해도 고급 브랜드뿐이라 뜨개질할 줄 아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그래도 할 줄 아는 사람 분명 있을 거야. 오빠가 배울 마음만 있으면 누구한테든 묻고 배우면 되지. 오빠, 나 곧 회사 도착해. 다음에 또 얘기하자.]용정에게 어려운 숙제를 제안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예지연은 더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예지연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내가 왜 오빠한테 뜨개질하라고 제안했지? 우리 엄마도 못하는데.’집안에 뜨개질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몇 분 뒤, 예지연의 차가 예진 그룹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자 입구에서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그녀를 기다리는 선우율이 보였다.예지연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쪽으로 걸어갔다.“지연아.”선우율이 몇 걸음 다가와 손에 든 꽃다발을 예지연의 앞으로 내밀었다.오늘 꽃다발은 돈 꽃으로 바뀌어 있었다.생화는 시들지만 돈 꽃은 시들지 않으니 차라리 이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그녀는 꽃다발을 받아 들며 선우율에게 말했다.“꽃 같은 거 주지 말랬잖아. 나 이런 거 안 좋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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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2화

예지연이 말했다.“우리 부모님 세대는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첫사랑처럼 금실이 좋으시잖아. 그런 게 진짜 부러운 거지.”그녀와 선우율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정이 깊긴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아직 긴데 수십 년을 첫사랑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는 누가 알 수 있을까.예지연과 선우율 사이에는 드라마틱한 열정보다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오래 함께하는 시간만이 있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엘리베이터에는 두 사람만 올랐고 경호원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선우율이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기에 경호원들도 눈치껏 끼어들지 않았다.게다가 회사로 돌아온 터라 예지연에게 회사는 곧 안전 그 자체였다.“율아. 너 뜨개질할 줄 알아?”예지연은 선우율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선우율은 잠시 멈칫했다가 대답했다.“배우면 되지.”즉, 할 줄 모른다는 뜻이었다.선우율은 물론이고, 그의 집안 사람들도 전부 할 줄 몰랐다.가정부 중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우리 오빠가 설희 언니한테 스웨터를 직접 떠서 주겠대. 그렇게 바쁜 사람이 손수 뜨개질을 하겠다니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선우율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지연아, 나도 당장 뜨개질을 배워서 너한테 떠 줄게. 아니, 앞으로 네 겨울옷은 다 내가 직접 만들어 줄게. 내가 해줄게!”‘용정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설희 누나한테 스웨터를 떠 주겠다는 거야...’스웨터 한 벌의 값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덩치 큰 사내가, 그것도 바쁜 일정 속에서 손수 여자를 위해 뜨개질을 했다는 그 정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예지연이 용설희를 부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나는 옷이 부족하지도 않아. 옷장엔 입지도 못할 만큼 옷이 쌓여 있고. 게다가 우리 A시는 겨울도 안 추워서 스웨터가 필요 없어. 위쪽으로 눈 구경 가는 게 아니면 말이야.”선우율이 말을 이었다.“뜨개질을 배워서 스웨터를 떠 줄 수도 있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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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3화

선우율은 예지연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비서가 물 한 잔을 갖다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더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선우율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고마워요.”“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비서는 보온 도시락을 힐끗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30분 뒤에 예 대표님께서 회의가 있으신데 한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선우율은 비서의 뜻을 알아들었다.이 30분 안에 틈을 내서 몇 분이라도 예지연이 보양탕을 마시게 하라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예지연은 그가 정성껏 끓인 국을 마실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고마워요.”선우율은 다시 한번 비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곧 비서가 자리를 떠났다.선우율은 일어나 다과실로 들어가 그릇과 수저를 꺼내 씻은 뒤 다시 나와 소파 앞으로 돌아가더니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고 예지연에게 국을 한 그릇 따라 두었다.다시 예지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업무에 잠겨 있었다. 너무 깊이 빠져 있어서 옆에 있는 그의 존재조차 희미해진 모양이었다.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없건만 예지연은 기어코 가문의 짐을 혼자 짊어졌다.그녀의 형제들은 모두 그녀를 믿고 있었고 회사 사람들도 그녀 앞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사람들은 예지연에게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발견하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차분했고 첫째로서의 위엄을 타고난 듯했다.모연정은 늘 예지연이 근심 걱정 없이 살기를 바랐고 그렇게 힘들게 짐을 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다.예지연은 주관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녀의 뜻을 바꾸게 할 수 없었다.선우율은 자신과 예지연이 소꿉친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이 깊고 또 양가 어른들도 일찍부터 사돈을 맺고 싶어 했다.이런 사정이 없었다면 예지연을 사로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을 것이다.선우율은 그저 부모님 세대의 그런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었다.예지연은 그의 인품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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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4화

선우율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그는 예지연의 소꿉친구임에도 늘 일보다 뒷전이었다.예지연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대체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우율은 때때로 씁쓸했다.늘 일에 밀려난 기분이었으니까.자기 회사 사무실로 돌아온 선우율은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그는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엄마, 뜨개질할 줄 아는 사람 알아요?”은서윤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뜨개질? 그건 왜 묻는 거야? 한여름에 더워 죽겠는데 누가 뜨개질을 하냐.”“용정 형 때문에요. 그 형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손수 스웨터를 떠서 설희 누나한테 주겠대요. 근데 지연이가 저한테 뜨개질할 줄 아냐고 슬쩍 물어보더라고요.”“지연이가 설희를 부러워하는 거군.”“용정 형이 설희 누나한테 스웨터를 떠 준다고 하는데 저도 할 수 있어요. 지연이가 남을 부러워하게 하는 꼴을 못 봐요.”은서윤이 대답했다.“용정 이 녀석, 무슨 생각이래. 돈 좀 써서 설희한테 새 옷 몇 벌 사 주면 될걸, 굳이 뜨개질을 손수 하겠다니... 할 줄이나 안대?”선우율이 말했다.“할 수도 있죠. 용정 형의 주위 분들은 다 능력 있는 분들이라 뜨개질쯤은 할 줄 알아도 이상할 게 없잖아요. 엄마, 뜨개질할 줄 알아요? 저 좀 가르쳐 주세요. 재봉도 좀 배워야 해요. 지연한테 앞으로 지연의 옷은 제가 다 만들겠다고 했거든요. 원단을 사다가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겠다고요.”은서윤이 말을 이었다.“아들, 허풍은 좀 그만 떨어. 다 배우고 나서 말해도 늦지 않잖아. 뜨개질 못 하는 주제에 예지연의 사계절 옷을 다 만들겠다고 하면 어떡해. 못하면 어쩌나, 그런 걱정은 안 해봤어? 근데 뜨개질은 배워볼 만하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스웨터 하나 떠서 주는 것만 해도 정성이 대단한 건데 사계절 옷을 다 만들어 주겠다고? 그것도 손수? 쯧, 정말 가지가지 한다!”“엄마,이미 큰소리를 쳐 버렸어요. 미래의 며느리를 위해서라도 저 좀 도와주세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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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5화

“걱정하지 마. 네가 배우고 싶다면 엄마가 반드시 가르쳐 줄 사람을 구해 줄 테니까. 배우고 나면 엄마한테도 한 벌 떠 줘.”선우율이 말했다.“배우고 나면 당연히 엄마 것도 떠 드려야죠. 그런데 엄마... 상의할 게 있는데요. 지연의 것부터 떠도 될까요?”“엄마 것부터 떠. 이제 막 배웠으니까 솜씨가 서툴 거 아냐. 엄마한테 먼저 떠 봐. 엄마는 네 솜씨가 나빠도 탓하지 않을 테니까. 옷 한 벌을 다 떠 보고 나면 경험도 쌓이잖아. 그다음에 지연아 것을 떠. 제일 좋은 건 지연아한테 줘야지.”선우율은 어머니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알았어요. 배우고 나면 엄마 것부터 떠 드리고 아빠 것도 떠 드릴게요. 아직 겨울까지는 한참 남았기도 했고 또 여긴 겨울도 안 추우니까요. 일 년에 추운 날이 며칠 안 되잖아요. 날씨가 추워질 때쯤까지 스웨터를 다 떠 놓고 지연을 깜짝 놀라게 해줄래요.”은서윤이 웃으며 말했다.“율아, 힘내. 엄마가 항상 응원할게. 어휴! 뜨개질하는 사람을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데 우리 아들이 뜨개질을 배우겠다니. 용정이 덕분에 우리 아들이 손수 뜬 스웨터를 입어 보게 생겼네.”선우율이 말했다.“엄마! 저 놀리지 마세요.”“널 놀리는 게 아니라 기뻐서 그래. 우리 아들이 제대로 철이 들었구나 싶어서. 네가 지연이만 집에 데려올 수 있다면 엄마가 네가 도와달란 대로 다 도와줄게. 지연이는 내가 지켜보며 키운 아이나 마찬가지야. 난 진작에 그 애를 며느리로 생각하고 있었어. 아들, 지연이한테 잘해야 해. 절대 괴롭히면 안 돼.”선우율이 말을 건넸다.“엄마, 저는 지연한테 간이라도 꺼내 주고 싶을 정도예요. 지연은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인데 제가 어찌 지연이를 괴롭히겠어요. 백년해로하고 싶지 일찍 죽고 싶지 않거든요.”선우율은 예지연의 손가락 하나 스치는 것조차 아까워했고 가령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해도 감히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었다.예지연에게는 형제가 매우 많았다. 그가 예지연에게 손을 대는 순간, 저승에 가서 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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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6화

“시간 있어? 재미있는 소식 하나 있는데.”은서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묻자 모연정이 궁금해하며 되물었다.“뭔데? 빨리 말해 봐. 나 지금 한가하니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실컷 말해도 돼.”“율이가 뜨개질을 배운대.”모연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뜨개질은 왜 배워? 그건 우리 둘도 못 하는 건데. 여기선 뜨개질하는 사람도 별로 없잖아. 일 년에 추운 날이 열흘 안팎인데 옷 두 벌 껴입으면 되잖아 스웨터까지야 필요 없지. 근데 손수 뜬 스웨터는 훨씬 따뜻하더라.”“다 너희 집 용정이 때문에 그렇잖아. 손수 스웨터를 떠서 설희한테 주겠다고 했대. 걔네는 H시에 있어서 거긴 가을만 돼도 추워지잖아. 해마다 겨울이면 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엄청 춥지. 용정이가 설희한테 스웨터를 떠 주겠다는 건 그만큼 정을 쏟는다는 거고 두 사람도 참 낭만적이지 않아? 그런데 지연이가 조금 부러워했대. 우리 아들놈은 평소에 지연을 손에 쥐면 깨질까, 입에 넣으면 녹을까 하며 애지중지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만 골라 지연이 앞에 갖다 바치고 싶어 하는 애잖아. 지연이가 별을 달라면 별도 따다 줄 애가 어떻게 지연이가 남을 부러워하게 두겠어? 그래서 뜨개질을 배워서 지연이한테도 스웨터를 떠 주겠다는 거지.”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율이는 행동파니까 마음만 먹으면 말한 대로 해낼 거야. 우리 지연이 복 터졌네. 근데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긴 들었지. 우리는 제 남편이 손수 뜬 스웨터를 입어 본 적도 없잖아. 집에 가서 남편한테 말해야겠어. 우리 남편도 이제 은퇴해서 한가하니까 뜨개질 좀 배워서 나한테 스웨터 한 장 떠 주라고 해야지. 딸이 좋은 남자한테 사랑받는 걸 부러워할 필요 없게 말이야. 호호!”은서윤이 웃으며 물었다.“나중에 그 사람들까지 하나둘 뜨개질을 배우러 다니면 어쩌려고 그래. 연정아, 너 뜨개질할 줄 아는 사람 알아? 우리 아들한테 소개 좀 해 줘. 스승을 모셔서 배우게 해야지.”요즘 세상에 장가드는 것도 참 힘든 법.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으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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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7화

용설희는 용정이 손수 떠준 스웨터를 받아 든 순간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두 사람은 도체 언제쯤이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까?’모연정은 정작 자신의 친자식 혼사는 오히려 뒤로 미루면서 용정의 결혼 걱정으로 속을 태웠다.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더는 젊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그래도 용정이 마음속에 설희가 있다는 증거잖아.”“나도 그 마음 아는데 막상 입을 열지 않잖아. 설희도 마찬가지고 눈에는 오직 용정뿐이면서도 자기를 하인 자리에 가둬 놓으니 용정도 얼마나 답답하겠어. 용정도 자주 지연이한테 전화해서 도움을 청하긴 하지만 그때마다 여동생한테 잔소리르 듣잖아.”은서윤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용정은 복수하면서 무슨 사고가 생길지 몰라서 그래.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설희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거야. 사랑하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지. 설희라는 아이도 고집이 장난 아니야. 신의님께서 처음 설희를 데려오셨을 때 용정 곁에 붙여 주려는 뜻이었지. 그 아이는 은혜를 갚겠다고 호위무사 노릇이나 하면서 고집스레 고생을 자처하니까 애가 타는 거지. 두 사람, 아마 한참은 더 끌 거야. 용정이 복수를 끝내고 모두가 무사한 그날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설희랑 결혼식을 올리겠지.”모연정도 그저 실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둘 다 소처럼 고집이 센 데다 성격까지 똑같았다.한 명은 복수를 반드시 끝내야만 인생의 큰일을 생각하겠다고 고집했고 다른 한 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는 종이며 하인이며 호위무사라고 고집하고 있었다.분명 두 사람 모두 모연정의 손으로 키운 아이들이었다.모연정은 용설희를 자기 자식처럼 아꼈고 용정이 용설희에게 품은 정을 알아챈 뒤로는 벌써 며느리로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남편과도 둘만 있을 땐 용정이 고개 숙이게 하는 건 오직 용설희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치곤 했다.예준성은 용정과 용설희의 사이를 나름 긍정적으로 보았다.그러나 어린 용정이 자라나 자기 딸에게 손을 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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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8화

여은진의 쌍둥이 아들들은 예씨 가문 젊은 세대의 맏이와 둘째였다. 용정보다 조금 어리지만 여은진은 두 아들의 혼사 문제로 종일 속 썩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젊은이들의 사랑 문제는 어른들이 재촉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우리 지연이 일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어. 본인이 원해야 하는 거지. 걱정하지 마. 지연은 도망가지 않아. 분명 네 며느리가 될 거야. 얼마나 바쁜지 봐. 나랑 밥 한 끼 하자고 해도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겨우 나오는 판국인데 남자 친구 갈아탈 시간이 어딨어. 거기다 율이가 얼마나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데 지연의 주변엔 수놈 모기 한 마리조차 없다고.”모연정이 친구를 달래며 말했다.그녀의 귀한 딸은 분명 선우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운명이다.“지연이 서른 살에 시집가겠다고 했잖아. 율이가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몇 년 더 기다린다고 뭔 대수야.”은서윤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율이는 꿈에조차도 시집가는 꿈을 꾼다니까.”모연정이 웃으며 받아쳤다.“이해해. 젊은이들 일은 간섭하지 말자. 다 큰 어른들인데 자기 생각도 있잖아. 알아서 잘할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우리끼리 서로 잘 지내면 됐지.”“우리도 그렇게 늙은 거 아니잖아. 내 마음은 아직 열여덟이야. 낭랑 18세. 호호!”은서윤은은 환하게 웃었다.두 사람 모두 쉰 살을 갓 넘긴, 예순에도 못 미친 나이였다. 관리를 잘해서 본인이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많아야 마흔 살쯤으로 보았는데 실제 나이를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다.모연정이 감회에 젖어 말했다.“요즘 사람들 워낙 오래 살잖아. 우린 120세까지 살아야 정말 오래 산 거야. 시간 정말 빠르다. 내가 겨우 우리 남편이랑 초고속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애들도 다 컸고 나도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네.”백스무 살까지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전씨 할머니처럼 그 나이까지 장수하여 자손들이 곁에서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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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9화

“결혼이란 건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애들 뜻에 맡기자. 나도 아직 일을 못 할 만큼 늙진 않았으니까 몇 년만 더 일하다 은퇴하고 우리 몇몇 노인네끼리 다리 멀쩡할 때 빨리 이곳저곳 좀 다니자.”젊었을 땐 일 때문에 놀러 다닐 시간이 없었지만 은퇴하고 자식들 걱정도 없어지면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었다.모연정의 친부모처럼 남씨 가문의 일은 전부 그녀의 오빠한테 맡겨 두고 부모님은 세계 일주를 떠났다.일 년에 한두 번 들를까 말까 했다.정말 신나게 놀고 계신 모양이다.“그럼 약속한 거다. 네가 친정에 갈 때 나한테 말해. 나도 따라갈게.”“좋아. 셋째 작은어머니한테 먼저 말해 놓을게.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라고. 안 그러면 우리가 갔을 때 그분이 우리 사촌 동생 집에 가 있을 테니까.”모연정의 셋째 작은어머니는 자주 딸네 집에 가시곤 했는데 그녀가 친정에 가도 셋째 작은어머니를 못 만날 때가 많았다.“연정아,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미안하긴. 손 하나 까딱하면 되는 일인데. 게다가 우리 예비 사위가 우리 딸을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 나도 기꺼이 돕고 싶지.”두 사람 사이에 굳이 이렇게까지 격식을 차려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은서윤이 예를 갖추자 모연정은 오히려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수십 년 지기 친구인 두 사람은 오랫동안 수다를 떨다가 휴대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은서윤은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 스승을 찾았다고 알렸다.선우율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용정은 누구한테 뜨개질을 배워야 할지 몰랐다.게다가 이 계획을 용설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용설희를 따돌린 다음에야 누구 뜨개질을 할 줄 아는지 물어보려 했다.용정은 자꾸 용설희를 떼어 놓고 틈만 나면 뜨개질 스승을 찾으려 했다. 용설희는 워낙 눈치가 빨랐고 또 늘 곁을 따라다녔기에 그의 이상한 행동을 이내 알아챘다.용정이 또 한 번 용설희를 따돌리려 하자 용설희가 진지하게 물었다.“도련님, 제가 뭘 잘못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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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0화

용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내가 귀신에 씐 셈 쳐. 하지만 나는 정말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설희야, 너 이제 내가 뭘 하려는지 알았으니까 여기 그냥 앉아 있고 더는 따라오지 마. 누가 뜨개질을 할 줄 아는지 좀 물어보고 올게.”용설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대답했다.“알았어요. 안 따라갈게요.”따라가면 웃음이 터질까 봐 걱정되었다.용설희가 따라오지 않자 용정은 다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람들에게 누가 뜨개질을 할 줄 아는지, 배우고 싶다고 물으며 다녔다.곧 용진 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사장이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들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하지만 용정은 정말로 그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는 중이었다.‘설마 앞으로 대표님을 도와 회사를 관리하려면 뜨개질까지 배워야 하는 건가?’직원들은 하나같이 집에 가면 어머니나 아내에게 뜨개질할 줄 아는지 얼른 물어보고 자신들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예지연은 자기가 툭 던진 제안한 한마디가 이렇게 큰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주우빈도 그의 동업자가 일은 팽개치고 뜨개질을 배우러 다니는 줄은 몰랐다.양인석과 양윤서는 오늘 용정이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주우빈은 일찍 관성 호텔로 가서 그들과 함께 도시 주변을 구경시켜 주었다.양윤서는 특산품을 샀는데 주우빈이 맛있다고 한 것들이었다.현장에서 시식해 보고 괜찮아서 어머니께 드리려고 특산품 한 상자, 주얼리 한 세트, 스킨케어 제품 두 세트까지 모두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었다.양윤서는 출장길에 시간만 나면 어머니 드릴 선물을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어머니는 귀가 얇고 속이 깊지 않아 외삼촌과 이모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웠지만 누가 뭐래도 여전히 그녀의 친어머니였고 그녀를 무척 아껴주는 사람이었다.주승희가 회사 일에 끼어들지만 않고 그녀의 사촌 오빠 언니들을 양씨 그룹 임원으로 앉히려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양윤서는 기꺼이 어머니를 달래며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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