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정이 웃음을 띤 채로 예준성에게 말했다.“당신 동생은 겨울 씨 앞에서 꼼짝도 못 하는군요.”“그야 부부 사이의 낙이지. 때리는 쪽도 좋고 맞는 쪽도 좋은, 둘 다 원해서 하는 일이잖아.”예준성도 따라 웃었다.예준일이 정겨울에게 꼼짝 못 하는 것도 당연했다.주먹으로도 말로도 그를 당할 수 없는 데다 정겨울은 의술에 독술까지 능한 의사였다.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몰래 예준일에게 독을 먹여, 무릎 꿇고 빌 정도로 골탕을 먹일 실력이 있으니까.정겨울은 예준일이 직접 데려온 사람이었다.사실 정겨울은 애초에 그에게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오직 그의 ‘씨’를 받아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삼아, 손자를 보고 싶어 하던 스승의 소원을 채워 주려 했을 뿐이었다.그러나 예준일이 끈질기게 매달리고 뻔뻔스럽게 달라붙은 끝에야 정겨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스스로 고른 아내라면, 좋든 나쁘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법.그래도 예준일 부부는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예준일이 아내를 아끼는 마음은 맏형인 예준성 못지않았다.정겨울 또한 예준일을 깊이 사랑했기에 쉽사리 그에게 독을 쓰지 않았다. 기껏해야 겁을 조금 줄 뿐이었고 조금만 겁을 줘도 예준일은 어김없이 백기를 들었다.“늦었는데 우리도 쉬자. 용정에게 갈 거라면 미리 걔한테도 말해 두고.”“알았어요.”오랜 부부인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정겨울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온 예준일은 형에게서도 도움을 얻지 못하자 몰래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릴 적처럼 며칠만 울고 떼를 써 달라고, 그러면 아들이 꼴 보기 싫다는 핑계를 대고 아내를 따라 H시에 가서 함께 놀 수 있으니까.예훈은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몇 번이고 되읽었다.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예훈은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되물었다.[아빠, 아빠 아들이 올해 몇 살인지 아세요? 제가 어릴 때 울고 떼쓰고 사람을 성가시게 군 건 맞아요. 하지만 그건 어릴 적 이야기고 또 어린애가 울고 떼쓰는 건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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