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갈 수 없어.”예수진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누가 돌아갈 수 없대? 너 육씨가 없어도 우리 자매들이 있잖아. 우리가 무슨 장식품이야? 예수진, 육씨 가문의 핏줄이 아닌 게 뭐가 대수냐? 하늘이 무너져?”예수진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본래 휴대폰을 켤 생각을 하지 않았다.더는 소이연과 하지수한테 연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소이연은 지금 소송에 휘말려 있고 육현경과의 사이도 복잡해서 전력으로 외환을 대처해야 한다.그런데 예수진 때문에 육씨 가문과 대적하면 그녀의 행복을 잃을까 마음이 불안했다.육현경과 소이연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챘다.하지만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 막아서 서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워낙 갈 길이 고단한데 예수진 때문에 마음을 쓰는 건 원치 않았다.하지수를 말하자면 그녀의 가정 환경도 매우 복잡했다.송 씨와 육씨 가문은 워낙 대대로 친분이 있고 송 부인과 육은숙은 사이 좋은 자매 관계로 매주에 서너 번은 만나는 사이다.하지수가 송씨의 며느리로서 가문에서 편들고 어느 정도 봐준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때문에 예수진은 본인 때문에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혼자서 불행하면 충분하니 다른 사람까지 덩달아 불행하게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예수진은 장안의 어느 낡은 동네에서 지낸다.그녀의 친어머니가 이곳에 살고 있다.그날 쓰러지고 깨어나 보니 이곳에 와 있었다.허름한 집은 거실 하나, 방 하나뿐이고 작고 지저분했다.가연은 그녀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깨끗한 시트로 갈아주고 자신은 거실에서 잠들었다.예수진은 거절하지 않고 감동하지도 않았다.그저 아무런 느낌도 없이 받아들였다.어제 저녁, 갑자기 한밤중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예전의 예수진 같았으면 진작에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이젠 어떤 일에 닥쳐도 무관심이었다.과격하게 문을 두드린 후, 문을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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