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Bab 11 - Bab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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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향낭 덕분
강무진이 사진 속의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적막한 그의 눈동자에 빛이 서렸다.“최대한 빨리 찾아서 데려와.” 강무진이 재촉의 기운이 다분한 어조로 지시했다.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낀 무진은 이런 소소한 재미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보스,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먼저 모셔다 드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사람을 찾는 일은 아래 수하들이 바로 시작할 겁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미 댁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가볍게 턱을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한 강무진.뒤편의 작은 창고에서 휠체어를 밀고 온 손건호가 강무진을 부축해서 앉혔다. 그리고 두꺼운 담요로 무진의 다리를 덮은 후, 휠체어 채로 안아 올려 차에 태웠다.수천 번도 더 해 본 동작들은 모든 진행과정이 일사천리로 매끄러웠다.곧 무진의 거처에 도착했다.거실에는 이미 흰색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반쯤 기른 머리는 목덜미 쪽에 작은 꽁지머리로 묶여 있었다. 꼬리가 살짝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썹 아래에는 길게 뻗은 도화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살짝 웃는 듯이 꼬리가 내려온 서글서글한 한 쌍의 눈이 자칫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위로 약간 들려진 적당한 두께의 붉은 입술은 자웅을 겨루기 힘들 정도로 수려했다.금테 안경 아래의 두 눈동자에는 다정한 빛이 서려 있어 온화하고 점잖아 보였다.강무진의 오랜 친구이자, 강무진을 전담하는 정신과 의사, 진우현이었다.사실 그는 전적으로 강무진의 심리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불면증을 앓아온 강무진을 위해 최면을 걸어 수면을 돕고, 또 수면의 질을 높여 주는 게 그가 담당한 역할이었다.인기척 소리에 고개를 돌린 진우현의 눈에 손건호가 강무진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또 일하고 왔어?” 진우현은 한 차례 기지개를 켠 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었다.고개를 끄덕인 무진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휠체어에서 일어나며 진우현에게 말했다.“먼저 목욕부터 하고 올게.”이런 장면 또한 무수히 보았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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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게 가능해?
“그럴 리가 없어!” 단호히 부정하는 우현의 매혹적인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믿을 수 없어.”애초 강씨 집안에서는 무진의 불면증을 치유하려고 전세계의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서 치료를 받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향낭 하나 때문에 치유가 된단 말인가?마치 그를 놀리는 것 같았다?결국 꿈틀꿈틀 일어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우현이 확인해 볼 생각에 향낭을 가져오라고 손건호를 부추겼다.일년 내내 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는 그의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한눈에 향낭의 위치를 찾아냈다.하지만 향낭을 손에 넣는 순간, 침대에 누워 있던 무진이 조용히 눈을 떴다.순정한 검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했다. 왠지 정글에 숨어 있는 맹수를 연상시킨다. 언제든 달려들어 사냥감의 목을 문 채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는 맹수를.무진의 눈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손건호와 진우현, 두 사람 모두 얼음 같은 냉기에 온몸이 관통 당하는 듯했다.얼이 빠진 바로 그 순간, 손건호가 손에 쥐었던 향낭이 단숨에 낚아 채여 다시 무진의 손으로 들어갔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손건호와 진우현은 방금 전 무진의 동작에 대경실색을 했다.우현이 침을 삼키며 즉시 해명했다.“그냥 한 번 살펴만 볼 생각이었어. 넌 방금…… 잠들었잖아?”불면증에 시달리는 무진은 늘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맑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면부족으로 두통을 달고 사는 그였다.정상적인 수면의 느낌을 경험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그런데 방금 막 깨어난 이 순간, 아주 드물게도 머리가 상쾌했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곧 허락의 눈빛으로 우현을 응시했다.“네 의술이 발전한 것 같군.”무진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자신의 의술이 무진의 오랜 고질병을 치료했다고 생각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무진이 잠든 게 결코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말을 이미 들은 차였다.우현은 소매를 걷어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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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집으로 가서 살아 주세요
다음 날 깨어난 강무진의 안색은 평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무진의 곁에 선 비서 손건호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해줬다.무진은 길고 늘씬한 몸을 곧게 세우고 뒷짐을 진 채 창 앞에 섰다. 그의 눈동자에 미미한 놀람이 담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향낭이 자신에게 효과 있다는 걸 그 역시 짐작하지 못한 듯했다.보고를 들은 강무진의 입에서 지체없이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군.”……지난 밤을 무척 바쁘게 보낸 성연은 호텔의 침대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쾅쾅쾅……. 지축을 흔드는 듯한 소리에 성연이 놀라 잠에서 깼다.이를 빠드득 갈며 솟구치는 화를 꾹 누른 채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매섭게 치켜 뜬 성연의 눈에 냉기가 흘렀다. 송씨 집안 세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아니, 이게 시골 계집애 기운이야?’송씨 일가 세 사람을 본 성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팔짱을 끼고 섰다. 예의 그 나른한 자세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방금 전의 기세는 순전히 착각라는 듯이.“무슨 일?”문 앞에는 송종철과 임수정이 서 있었고, 두 사람 뒤에 숨듯이 선 송아연이 보였다.“네가 말한 대로 아연일 데려왔어.”송종철은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뒤에 서 있던 송아연을 앞으로 끌어당겼다.시선을 송아연에게 보낸 성연이 나른하게 쳐다보았다.앞으로 떠밀려 나온 송아연은 웃음기가 다분한 성연의 눈을 마주 대하는 순간, 다시 화가 나 노려보았다.송성연이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자신이 저런 촌뜨기에게 사과해야 하다니, 이런 치욕이 없었다.송아연은 아무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했다. 성연 역시 느긋이 편한 자세로 문 가에 기대어 서서 기다렸다.성질을 참지 못한 송종철이 송아연을 재촉했다.“아연아, 어서.”송아연이 도와 달란 듯이 임수정 쪽을 쳐다보았지만, 역시 못 본 척 슬쩍 고개를 돌리는 임수정이었다.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지자, 입술을 깨문 채 내키지 않는 듯 재빨리 말했다.“언니, 그땐 내가 철이 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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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냥 대충 이거나 먹어
이 가족의 비열한 속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성연이었다.방에 들어온 그녀는 문을 잠갔다.트렁크를 열고 미니 핀홀 카메라와 소형 녹음펜을 꺼냈다.한쪽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미니 웹캠을 설치하고, 또 다른 쪽 구석에 녹음펜을 두었다.아직 이 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문밖에는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두 사람이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지금은 송씨 가족도 그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성연이 장비들을 다 설치하고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트렁크 안의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물건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 보니, 자신의 향낭이 보이지 않았다.전신을 더듬어 보고 가방도 다시 한 번 검사해 보았지만, 향낭을 찾을 수 없었다.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외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들어 주신 향낭이었다.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해 준 분이신 외할머니는, 그녀 마음에 단 하나 남은 순수였다.외할머니와 관련된 물건이니, 절대 버렸을 리가 없었다.‘몸에 차고 다니면서 지금까지 잘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잃어버린 거지?’성연은 턱을 괴고 침대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며, 머릿속의 기억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밤 마을에서 한 남자를 치료해 주었던 상황을 차례로 떠올려 보았다.‘분명 거기서 떨어트렸을 거야.’성연이 한숨을 내뱉고는 고운 눈썹을 오므렸다.‘어쩌다 떨어졌지?’향낭은 외할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증표 같은 것이라, 그녀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든 찾아야 해.’성연이 휴대전화를 꺼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뭇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어투였다.“물건을 잃어버렸어. 애들을 보내 마을의 폐창고를 뒤져봐. 찾거든 연락해.”“보스, 뭔 데 그렇게 급해요?” 성연의 말투에서 조급한 기색을 읽은 서한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말이 많다?” 성연이 무표정하게 말했다.그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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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무용지물 같은 존재
탕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접시에는 허연 고기 몇 점 걸려 있을 뿐이었다.성연은 위가 쓰려 왔다.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에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북성의 명월각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가서 한 상 주문하면 얼마나 할까요?”성연의 수중에 돈이 없다고 믿고 있던 송종철은 성연의 말을 듣자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또 며칠 전 성연이 5성급 호텔에 묵으며 썼던 수백만 원을 그가 계산했던 게 생각났다.명월각 요리는 보통 당일 해외에서 공수해 온 고급 식자재에다 최상품의 술까지 더하면 기본이 수백만 원이었다.‘성연이 쟤가 진짜 가면 결국 또 내가 돈을 내야겠지?’임수정이 몇 백만 원을 써도 두고두고 속이 쓰리고 아팠는데, 하물며 수백만 원이라니!이 놈의 딸 송성연은 도대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생각하면 할수록 불쑥 화가 치밀어 올라 괜히 애꿎은 집사를 불러 호통을 쳤다.“뭣들 해? 아가씨 먹을 거 준비 안 하고?”괜히 자신에게 화풀이하고 있음을 잘 아는 집사는 목을 움츠린 채 별 다른 대꾸 없이 주방에 일러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지켜보던 성연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리고 별 말없이 털털하니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했다. 볼륨을 키워 성가시게 하는 세 사람의 음성을 차단시켜 버렸다.성연을 골탕 먹이려다 실패한 임수정과 송아연은 화가나 죽을 지경이었다.저 아래에서 증오심이 끓어오르고 가슴이 답답했다.다리를 꼬고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진 성연을 보며 임수정이 비아냥거렸다.“너는 허구한 날 공부는 안 하니?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시간 있을 때, 아연이에게 좀 많이 배워라, 얘. 아연인 일전에 피아노 콩쿠르에서 2등 하고, 또 학교 성적도 학년 전체에서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뭐 시골에서 교육받고 자란 너한테 무슨 기대를 하겠니? 그래도 얼굴이 반반해서 다행이네. 아니면 시집도 못 갈 텐데 말이야.”송아연도 가슴을 내밀며 경멸스럽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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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열등생일 게 뻔해
평소 귀가 밝던 성연은 그날, 임수정과 송종철이 하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겨우 한두 마디 들었을 뿐인데도 그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날 이용하겠단 말이지? 오히려 고마운 일인걸!’성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북성에 왔으니 전학수속을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순간 송종철의 안색이 굳어졌다. “알아보는 중이야.”그는 성연이 다시 학교문제로 따지고 들까 봐 재빨리 말했다. “북성에서는 학교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학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사실 그는 성연을 입학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강씨 집안으로 보낸 후 돈을 받게 되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었다.‘강씨 집안에서 얼마나 버틸지는 순전히 자기 운이지, 뭐.’지금은 성연에게 돈을 적게 쓰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것이었다. 성연은 소파에 기대앉아 실눈을 뜬 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사립학교 같은 경우에는 그냥 돈 내고 입학시험만 치르면 되는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임수정은 입에 넣었던 과일을 도로 뱉어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넌 사립학교의 일 년 학비가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하니?”그녀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그만한 돈이 있다고 해도, 네 성적으로 들어갈 수나 있는 줄 알아?”성연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다 멈추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흘겨보았다.“제 성적은 어떻게 아세요?”임수정은 냉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학년 내내 꼴찌인데 당연한 거 아니니? 어디 가서 절대 말하지 마. 창피하니까.”실은, 성연의 IQ 지수는 상위 1%였다. 하지만 그녀가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시험문제가 너무 쉽고 간단해서 도무지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귀찮아서 시험을 안 친 것뿐인데, 꼴찌는 무슨?’하지만 이런 얘기를 저들에게 할 필요는 없었다.성연은 손뼉을 짝 소리 나게 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괜찮아요. 저 혼자 가도 돼요. 돈이나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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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결혼하면 되잖아요
휠체어에 앉은 강무진의 흰 셔츠 아래로 근육이 선명한 팔이 드러나 있었다.무진은 할머니의 얘기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할머니가 건네준 서류에 손만 올린 채 한참이 지나도 펼쳐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마음이 급해진 안금여는 자세를 고쳐 앉고는 그를 다그쳤다.“시간만 보내면서 이 꼴로 살면 대체 어쩌라는 거니?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이 할머니에게 증손주도 안겨주지 않을 작정인 거야?”무진은 시선을 돌려 할머니를 쳐다보며 늘 그랬듯 냉랭하게 말했다.“손자가 저 하나는 아니잖아요. 증손주는 다른 손자들이 많이 안겨드릴 겁니다.”‘천하의 안금여가 이리 못난 소리를 하는 손자를 어떻게 내버려 둬?’화가 난 안금여는 씩씩대며 호통을 쳤다.“네가 내 장손이고, 후계자야. 그러니 당연히 네가 증손주를 안겨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죽어서 먼저 간 네 할아버지를 어떻게 보겠니? 또, 강씨 가문 조상들은 어찌 뵙고!”하지만, 무진이 여전히 서류를 볼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직접 그것을 펼쳐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무진아, 이 할머니 얼굴 봐서 한 번만! 딱 한 번만 만나봐!”그러자 그는 아예 눈을 감고는 딴청을 피웠다.손금여가 첫 장을 넘기자. 소녀의 사진이 보였다.무진의 비서인 손건호가 뜻하지 않게 그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투명인간처럼 무진의 곁을 지키며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박이며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여자애였다!그는 허리를 굽혀 강무진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보스, 보세요. 그 여자애입니다…….”무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사진 속의 그녀는 그가 손건호를 시켜 찾았던 바로 그 여자아이였다!이번엔 또 다른 사진이 보였다.흰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미소는 상큼했고 자태는 우아했다. 알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그는 눈빛이 진지해지며, 서서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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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송성연이 만점을 받다니
안금여는 무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온몸에 희열을 느끼며 조금 전까지 했던 근심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난 바로 가서 준비해야겠다. 이 아가씨를 아주 예쁘게 단장해서 네 앞에 데려와야지.”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며 방을 나갔다. 마치 무진이 딴소리라도 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비서 손건호는 자기 보스가 이런 결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에 깜짝 놀랐다.‘정말, 보스가 결혼한다고? 그것도 사진 속의 여자아이와?”‘어려 보이지만, 그간의 행적으로 봐서 보통이 아닌 게 분명해.’……안금여는 애당초 두 가지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손자 무진이 결혼을 받아들이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며 그에 맞는 대처법을 생각했으나, 결혼하겠다고 하니 송종철에게 연락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강씨 집안은 성연을 마음에 들어 하며 만족스럽게 생각했다.안금여의 연락을 받은 송종철은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를 뻔했다. 송성연이 집에 온 이후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드디어 송성연을 시집보낼 수 있게 됐다!이제 남은 일은, 성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속여서 강씨 집안에 보내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다음날, 성연은 학교에 가서 모의고사 시험을 봤다.송종철은 전에 없이 다정하게 힘내라는 응원의 말까지 했다. 정작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성연은 그를 흘깃 한 번 쳐다본 후, 그대로 지나쳐 차에 올랐다.그 모습을 본 송종철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지만, 그녀가 곧 이 집에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애써 화를 눌러 참았다. 얼마 후, 검은 벤츠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멈추어 섰다.입구에 ‘북성남고’라고 쓰인 글자가 보였다.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빛 간판은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북성남고는 북성에서 이름난 명문 학교로, 재벌 자제들이 다니는 최고의 귀족학교였다.어떻게 해서라도 상류사회에 속하고 싶은 중산층 사람들은 무리해서라도 자기 자식을 이 곳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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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내가 가서 물건을 가져오겠다
이번에 성연이 본 시험은 북성남고의 다음 월말고사 시험문제였다.명문 학교 선생님들이 출제한 것 중 중점 문제만 모은 것으로, 난이도가 높았다.그런 시험을 만점 맞은 성연이 입학하게 되면, 북성남고는 성적이 우수한 영재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그녀가 북성남고에 다니는 동안 학교에 크나큰 영예를 가져다줄 지도 모른다.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유별나게 친절한 시험 감독은 직접 그녀의 입학 절차를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학교 소개도 해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입학 절차는 아주 빨리 마무리되었다.집에 돌아온 송아연은 분통을 터뜨리며 송종철과 임수정에게 송성연이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뜻밖의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멍한 얼굴이었다.특히 송종철은 마치 그녀를 처음 보는 것처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성연은 거실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 가방 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의 휴대전화에는 두 가지 벨 소리가 저장되어 있다. 그중 조직에서 걸려 오는 전화는 특별한 벨 소리가 울렸는데, 그녀는 그런 전화는 늘 먼저 받았다.성연은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고 전화를 받았다.“보스, 혈귀가 아수라문에 들어왔다가 달아나 버렸습니다. 출구 쪽에 내통한 놈이 있었습니다.”평소 건들거리던 말투는 완전히 사라진 채, 서한기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온몸에서 얼음장 같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요즘 내가 아수라문에 가질 않았더니 난리네. 너희들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할 거야? 너희가 못 찾으면 내가 나서야 하는데, 그때까지 안 잡고 내버려 둘 거야?”서한기는 코만 만지작거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혈귀를 지키던 부하에게는 이미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흥!” 성연이 코웃음을 쳤다.서한기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눈 딱 감고 말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도둑맞았습니다. 혈귀, 그 개자식이 달아나면서 시스템도 가져가 버렸습니다. 누군가에게 팔려고 했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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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씨 집안으로 시집가다
성연은 전화를 끊고도 한참 후에야 비로소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송종철은 어떻게든 그녀를 강씨 집안으로 시집을 보내려 했고, 그녀는 결혼을 깨 버릴 방법을 궁리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면서 말이야.’강씨 집안은 사실 상대하기 까다로운 곳으로 백 년의 전통을 지닌 가문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집안이 그저 북성 최고의 갑부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세계 최고의 갑부였다. 강씨 가문 재산의 90% 이상이 지하에 숨겨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들리는 말로는, 강씨 집안의 젊은 세대 중에 아주 유능한 키 맨이 있다고 한다. 업종을 망라하며 손 대지 않는 것이 없을 만큼 실세인 데다, 그의 영향력은 하늘을 찌를 정도라고.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성연이 세운 ‘아수라문'의 정보팀에서도 그를 조사했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는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이제, 그녀가 진상 파악을 위해 직접 강씨 집안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강씨 집안이 호랑이 소굴이라 해도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성연은 송종철이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사실, 그는 성연을 속일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던 참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임수정이 과일 한 접시를 들고 성연의 방으로 갔다.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던 성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수정을 바라보다 다시 휴대전화를 봤다.임수정은 이를 악물었다. 예의 없고 무시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분노가 솟아올랐다.‘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분수도 모르고 말이야.’하지만 임수정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연아, 여기서 지내는 게 좀 불편해 보이는구나. 환경을 좀 바꿔 보는 건 어떻겠니? 우리 집보다 훨씬 좋은 곳이야. 귀족 자제들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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