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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게 가능해?

“그럴 리가 없어!”

단호히 부정하는 우현의 매혹적인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믿을 수 없어.”

애초 강씨 집안에서는 무진의 불면증을 치유하려고 전세계의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서 치료를 받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향낭 하나 때문에 치유가 된단 말인가?

마치 그를 놀리는 것 같았다?

결국 꿈틀꿈틀 일어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우현이 확인해 볼 생각에 향낭을 가져오라고 손건호를 부추겼다.

일년 내내 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는 그의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한눈에 향낭의 위치를 찾아냈다.

하지만 향낭을 손에 넣는 순간, 침대에 누워 있던 무진이 조용히 눈을 떴다.

순정한 검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했다. 왠지 정글에 숨어 있는 맹수를 연상시킨다. 언제든 달려들어 사냥감의 목을 문 채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는 맹수를.

무진의 눈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손건호와 진우현, 두 사람 모두 얼음 같은 냉기에 온몸이 관통 당하는 듯했다.

얼이 빠진 바로 그 순간, 손건호가 손에 쥐었던 향낭이 단숨에 낚아 채여 다시 무진의 손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손건호와 진우현은 방금 전 무진의 동작에 대경실색을 했다.

우현이 침을 삼키며 즉시 해명했다.

“그냥 한 번 살펴만 볼 생각이었어. 넌 방금…… 잠들었잖아?”

불면증에 시달리는 무진은 늘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맑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면부족으로 두통을 달고 사는 그였다.

정상적인 수면의 느낌을 경험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방금 막 깨어난 이 순간, 아주 드물게도 머리가 상쾌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곧 허락의 눈빛으로 우현을 응시했다.

“네 의술이 발전한 것 같군.”

무진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술이 무진의 오랜 고질병을 치료했다고 생각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무진이 잠든 게 결코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말을 이미 들은 차였다.

우현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쨌든 뛰어난 실력의 의료인으로서,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그의 의술이 한낱 작은 향낭보다 못하다니.

“향낭 가져 가서, 내가 다시 해볼 게. 최면, 다시 시도해 보자.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향낭을 만지작거리던 무진은 왠지 썩 내키지 않았다.

무진이 손에서 놓을 생각을 하지 않자, 우현도 억지로 가져올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멀뚱멀뚱 눈만 쳐다보며 그렇게 양보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손건호가 다가가서 거들었다.

“보스, 진 선생님이 시도해보게 하세요.”

그 역시 정말 이 향낭 때문인지 알고 싶었다.

무진도 그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손건호의 말을 들은 무진이 반신반의하다 결국 향낭을 우현의 손에 넘겼다.

우현은 향낭을 침대 옆 장식장 위에 올려 둔 다음, 불을 끄고 다시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무진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는 상태다. 우현은 장식장 위의 향낭을 무진의 베개 옆에 다시 갖다 놓으며 지켜보았다.

향낭을 가져다 두자마자 무진의 눈이 바로 감겼다. 이번에는 1초만이었다.

결국 결과를 받아들인 우현이 무진을 위해 조용히 문을 닫고 손건호를 따라 거실로 갔다.

멘붕 상태에서 뒤통수를 긁적이던 그는 갑자기 곧 실직하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게 가능해???”

백 번을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건호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향낭의 주인이 의술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군요. 보스가 잠들 수 있다니, 향낭 안의 성분과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겁니다. 내일 가져가서 성분 실험을 해보시죠. 다른 유해 성분은 없는지.”

우현 역시 궁금했다. 도대체 향낭 안에 무슨 신기한 것이 들어 있는지 말이다.

최대한 빨리 결과가 알고 싶은 그는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진의 집에서 그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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