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이야. 지영아, 제발. 나한테 딱 일주일만 시간을 줘.”백연신이 간절하게 말했다.그러자 한지영은 눈을 찌푸리며 한껏 언짢은 말투로 쏘아붙였다.“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교통사고 배상 얘기 꺼낸 건 당신이면서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지금은 또 시간만 달라고 하잖아요? 일주일 뒤에는 뭐라 할 건데요? 또‘몇 주만 더 기다려 달라’, 그럴 건가요?”“지영아, 난...”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려오며 백연신의 말을 가로막았다.“너희 둘이 왜 같이 있어?!”순간, 한지영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이 목소리... 아빠다!’고개를 돌리자, 한종훈과 이해영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장바구니를 든 채 두 사람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영이 든 장바구니엔 채소며 고기며, 방금 막 장 본 듯한 식재료들이 담겨 있었다.둘 다 막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듯했다.“지영아, 아침에 나간다고 했을 때 혹시 백연신이랑 만난 거냐?”이해영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한지영은 눈을 껌벅이며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래서 너희 둘, 이른 아침부터 만나서 도대체 뭘 했던 거야?”‘이걸 어떻게 말하냐고...!’한지영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백연신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산전 검사를 받았다는 걸, 지금 부모님 앞에서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그때, 이해영이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종훈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몇 마디를 속삭였다.그러자 한종훈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일단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자네도 같이 들어오게!”한종훈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빠, 연신 씨까지 같이 간다고요?”한지영이 당황해 되물었다.“그럼? 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정중히' 집으로 모셔야 하지 않겠어?”그 ‘정중히' 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르게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한지영이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백연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네, 알겠습니다.”“정말로 우리 집에 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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