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811 - Chapter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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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1화

진해원은 순간 멍하니 그저 우는 현이를 바라볼 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방금 초콜릿도 받아먹었는데 왜 갑자기 울고 있는 거지?’“왜... 울어?”진해원은 초콜릿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으... 으윽... 해원이 너... 엄마가 없잖아... 흑...”현이는 훌쩍이며 말문을 이었다.“해원이 너 분명... 분명 마음이 아프잖아. 너무너무 속상할 텐데... 내가 가져온 초콜릿은... 하나도 위로가 안 되잖아... 어떻게 해야 네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흑흑...”진해원은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정말로...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슬퍼하는 거야?’“내 기분이 좋든 나쁘든...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차피... 앞으로는 혼자니까.”진해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소리야! 그게 어떻게 상관없어! 엄청 중요하단 말이야!”현이는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그리고 해원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나랑 영원히 같이 있을 거니까! 우리 둘은... 으앙...!”그렇게 말하던 현이는 슬픔에 북받쳐 진해원에게 달려들었다. 현이는 작은 두팔로 진해원을 꼭 끌어안고 그의 품에서 흐느꼈다.진해원은 어딘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울어야 할 사람은 자기일 텐데, 왜 현이가 더 서럽게 울고 있는 걸까?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그의 품 안에서 우는 현이의 체온이 그렇게나 따뜻했다. 방금 전 혼자 이불 속에 숨어 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그 순간, 마치 감정이 전염된 듯... 그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무너지듯 터져버렸다.진해원도 결국 눈물이 쏟아졌다.그렇게 그 작은 두 아이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울음이 멎었고, 현이는 여전히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된 얼굴로 손에 있던 나머지 초콜릿을 들어 진해원에게 내밀었다.“흑... 여기 초콜릿 또 있어... 이거 해원이 너 먹어!”그 초콜릿 포장지엔 현이의 눈물이 촉촉이 배어 있었다.진해원은 조심스럽게 그 초콜릿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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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2화

진해원은 현이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고 있자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래.”...진세령의 장례는 그녀의 부모인 진기태 회장 내외가 직접 S 시에서 치렀다. 하지만 외손자인 진해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였다. 이미 자신들 생활도 녹록지 않은데,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아이까지 맡아 키우려니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게 뻔했다.그래서 진기태 부부는 진해원이 강씨 저택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데려가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강지혁 쪽에서도 진기태 부부에게 진해원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마치... 진해원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이었다.한편, 소민준은 여전히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매일 계속되는 치료와 온갖 부작용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진세령의 사망 소식을 들은 순간, 힘겹게 입을 열어 말을 뱉었다.그 말은...“잘 죽었네!”한때 진세령을 사랑했던 마음은 이미 모두 증오로 변해 있었다. 그녀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마지막에 저지른 죄마저도 자기 아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결국 그 아이마저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진세령... 나를 얼마나 철저히 속였던 거야!’한때 화려했던 스타였던 그녀는 아무런 장례식도 없이 서둘러 화장되었고, 진기태 부부는 딸의 시신을 화장한 뒤 S 시를 떠났다.한편, 강씨 가문의 대문 앞, 진해원이 작고 가냘픈 몸을 떨며 외롭게 홀로 서 있었다.가정부 아이들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진기태 부부가 딸의 유골은 가지고 갔으면서도 외손자인 자신은 보러오지조차도 않았다는...“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널 원하지 않는대!”“네가 현이 아가씨한테 잘 보이면, 앞으로 좋은 날만 생길 줄 알겠지? 언젠가 아가씨도 널 버릴 거야!”“현이 아가씨는 아직 네 엄마가 사모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는 거야. 네 엄마가 겸이 도련님 납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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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3화

진해원이 현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매일 나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해?”“왜긴, 내가 해원이 너를 좋아하니까!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이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지!”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내가 피아노 잘 쳐서 그런 거야?”진해원이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물었다.“음...”그의 말에 현이는 잠시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갸웃했다.“물론 해원이 네가 피아노 잘 치는 것도 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야.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야. 피아노 잘 치는 친구들은 다른 데도 있어. 하지만 나는 그런 애들이랑 놀고 싶단 생각은 안 들거든.”“그럼... 언젠가 내가 덜 좋아지게 되면... 나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는 거야?”어린아이의 작고 여린 목소리였다.그걸 물어보는 진해원의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작게 떨리는 두 손은 그의 긴장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난 절대 해원이 너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난 언제까지나 너랑 함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해원이 너도 쭉 이 집에 있어야 해!”‘언제까지나... 그 언제까지나가 얼마를 뜻하는 걸까?’그 말의 끝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졌다.“이제 가자! 내가 새로 배운 곡 들려줄게!”현이는 진해원의 손을 끌고 본채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이번엔 진해원도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진해원은 현이의 손에 이끌려 조용히 걸어갔다.그리고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만약 내가 정말... 이 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지...그럼 계속 현이와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한편, 임신 검진일이 되던 날.한지영은 예상한 대로 병원에는 백연신이 모습을 나타냈다.지난번 백연신이 보냈던 백개나 되는 택배는 한지영이 부모님께 ‘누가 장난으로 보낸 거’라며 모두 수취 거부를 해버렸다.그녀의 부모님도 의문을 품지는 않았다. 다만 방 안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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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4화

“괜찮아.”백연신이 담담히 대답했다.“그래도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한지영은 늘 그랬듯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그의 이마를 짚으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백연신의 표정이 굳더니 그녀의 손을 휙 밀어냈다.한지영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백연신도 늦게나마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지금 이 상태에서 한지영의 터치는 백연신조차 감당하지 못할 고통이었다.“방금...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건드리지 마.”백연신의 목소리는 힘없이 잠겨 있었다.한지영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알았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거둬들이고 일부러 백연신과 살짝 떼어 앉았다.그때, 백연신은 뭔가 더 설명하려 망설이기를... 결국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다시 다물었다.‘마지막 한 번만 더... 혈충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그때 모든 걸 다 설명할게!’잠시 후, 한지영의 순번이 돌아왔고 그녀는 진료실로 들어갔다.임신 주수를 확인한 뒤 의사는 곧바로 초음파 검사를 잡아 주었다. 차가운 젤이 배 위에 번지며 기계가 움직일 때마다 한지영은 묘한 전율을 느꼈다.‘아, 정말로 내 안에 아기가 있구나...’“다 됐습니다.”검사는 금세 끝났다.“벌써 다 됐다고요?”분명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끝났다니, 한지영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네. 끝났습니다. 옷 입으시고, 잠시 뒤 결과지를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한지영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한쪽에서 결과지를 기다렸다.몇 분이 지나고,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종이에는 태아 심박수와 태아 길이가 숫자로 찍혀 있었고, 두 장의 흐릿한 스크린샷이 덧붙어 있었다.또렷하지도 않은 작은 점이지만... 그게 그녀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이었다.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고 또 보았다.‘이게... 정말 내 아이라고?’심박이 있다는 건 이미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뜻이었다.‘정말, 이 생명을 내 손으로 없앨 수 있을까?’복도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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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5화

한지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어떤 때는 자신을 아끼는 것처럼 굴다가, 또 어떤 순간에는 마치 자신을 철저히 밀어내기라도 하듯 차갑게 선을 그었다.조금 전처럼, 단지 이마에 손을 얹으려는 행동조차 거부당한 그 순간... 마치 자신이 전혀 닿아서는 안 될 사람처럼 느껴졌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산부인과까지 따라온 걸까?’‘정말 나를 걱정해서? 아니면... 단지 이 뱃속의 아이 때문에? 혹시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지도...’한지영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자신이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었을까...아이를 지울지 말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그의 태도에 마음이 휘청이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차가 멈춰 섰고, 한지영은 그제야 벌써 자신의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백연신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잠든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마 위로 헝클어진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드리워져 있었고... 긴 속눈썹은 잠든 아기천사를 떠오르게 했다.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니, 오히려 더 아름다워졌다.‘하...’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변함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 순간, 마치 그녀의 시선을 감지한 듯 백연신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그리고 곧 그녀의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지영아...”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으며, 이상하리만치 절절하게 느껴졌다.쿵! 순간, 그녀의 심장이 철렁했다.백연신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려는 듯 다가오던 손이... 막 닿기 직전에 멈췄다.그의 눈빛에서 흔들림이 사라지고, 이내 힘없이 손을 내렸다.“도착했어?”그는 덤덤히 말했다.한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마음속 어딘가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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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6화

“딱 일주일이야. 지영아, 제발. 나한테 딱 일주일만 시간을 줘.”백연신이 간절하게 말했다.그러자 한지영은 눈을 찌푸리며 한껏 언짢은 말투로 쏘아붙였다.“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교통사고 배상 얘기 꺼낸 건 당신이면서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지금은 또 시간만 달라고 하잖아요? 일주일 뒤에는 뭐라 할 건데요? 또‘몇 주만 더 기다려 달라’, 그럴 건가요?”“지영아, 난...”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려오며 백연신의 말을 가로막았다.“너희 둘이 왜 같이 있어?!”순간, 한지영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이 목소리... 아빠다!’고개를 돌리자, 한종훈과 이해영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장바구니를 든 채 두 사람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영이 든 장바구니엔 채소며 고기며, 방금 막 장 본 듯한 식재료들이 담겨 있었다.둘 다 막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듯했다.“지영아, 아침에 나간다고 했을 때 혹시 백연신이랑 만난 거냐?”이해영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한지영은 눈을 껌벅이며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래서 너희 둘, 이른 아침부터 만나서 도대체 뭘 했던 거야?”‘이걸 어떻게 말하냐고...!’한지영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백연신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산전 검사를 받았다는 걸, 지금 부모님 앞에서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그때, 이해영이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종훈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몇 마디를 속삭였다.그러자 한종훈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일단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자네도 같이 들어오게!”한종훈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빠, 연신 씨까지 같이 간다고요?”한지영이 당황해 되물었다.“그럼? 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정중히' 집으로 모셔야 하지 않겠어?”그 ‘정중히' 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르게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한지영이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백연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네, 알겠습니다.”“정말로 우리 집에 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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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엄마! 제 서랍 뒤졌어요?”한지영이 외쳤다.그러자 이해영은 눈을 부릅뜨며 딸을 쏘아붙였다.“손톱깎이 찾으려고 열어봤어. 그런데 이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처음에는 너 또 이상한 다이어트약 먹나 싶어서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까, 이건 임신했거나 임신 준비 중인 여자가 먹는 약이라잖아!”한지영은 입술을 꼭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영아, 너... 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이걸 왜 먹고 있는 거야? 아니면, 설마 너...”이해영은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붉혔다.그러나 한종훈은 일말의 여지 따윈 없었다.“솔직히 말해. 너... 백연신, 이놈 아이 가진 거냐?!”생각해 보면, 딸이 요즘 따라 자꾸 속이 안 좋다고 토하고, 얼마 전부터 갑자기 그 연우진이라는 애랑도 정리하고 친구로만 지낸다고 하고... 그러다 오늘은 또 백연신이 딸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거기다 얼마 전엔 정체불명의 택배가 한가득 집에 배달됐다. 하나하나 떠올릴수록 한종훈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한지영은 속으로 무릎이라도 꿇을 참이었다. 엽산 약 하나 보고 이 정도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니!딸의 굳은 표정을 본 한종훈은 확신을 얻은 듯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백연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거의 환갑이 가까운 나이였지만, 분노의 힘이 더해진 주먹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이 자식, 예전엔 우리 지영이 다치게 하고 떠나더니, 이제 와서 또 뭐야? 아직도 부족해? 또 이용할 셈이야?!”한종훈은 주먹으로 계속해서 백연신의 어깨와 가슴팍을 쳤다. 잠시 뒤. 숨이 가빠졌지만, 그의 손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하지만 백연신은 피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한 듯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맞고 있었다.“여보, 그만해요! 때린다고 뭐가 달라져요!”이해영이 재빨리 달려와 말리기 시작했고, 한지영도 급히 끼어들었다.“아주 나쁜 놈이야! 때려야 정신을 차리지! 우리 지영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놈은 지영이를 이용해 먹고 손 털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우리 지영이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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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8화

“책임진다고? 어떻게 책임질 건데?”한종훈의 목소리엔 분노가 그대로 묻어났다.“제가 살아 있다면 지영이와 결혼하겠습니다. 만약 죽게 된다면, 제 전 재산의 수익을 지영이 앞으로 돌려놓을 겁니다.”백연신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눈을 껌벅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려왔다. 분명 책임을 진다더니 뒤에 왜 또 죽게 되는 경우가 따라붙는지... 마치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사람처럼!한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책임지겠다고요?”한지영이 먼저 입을 뗐다.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그럼 네가 날 책임질래?”그 한마디에 한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책임지겠다는 백연신의 말에 한종훈의 분노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숨을 고르며 입을 뗐다.“정말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인가?”“네!”백연신의 확신에 찬 말투였다.한종훈은 한때 앞에 앉아 있는 백연신을 분명 좋은 사윗감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딸이 백연신과 결혼하면 딸이 행복하게 살날만 남았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다정했던 그 남자는 사고 뒤 돌연 사라졌고, 자기의 확고한 믿음에 발등을 찍혔었다.그런데... 이제와서 그런 남자에게 또 딸을 맡길 수 있을까?“이럴 거였으면, 그땐 왜 그렇게 매몰찼나?”“지영이가 병원에 누워 있던 그때, 자네가 조금이라도 우리 지영이를 생각했다면 퇴원도 하기 전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지. 자네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고는 있나? 그러고 나서 우리 딸이 어떻게 버텼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한종훈은 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려 애썼지만, 끝내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아빠!”한지영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때 그 일이 부모님한테도 큰 상처로 남았다는걸.“죄송합니다.”이제와서 백연신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우리는 자네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게 아니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가게!”한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돌렸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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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9화

한종훈이 딸 앞으로 다가와 두 손으로 어깨를 다독였다.“지영아, 우리 까짓것 동네 시선 따위 신경 안 쓴다. 정말 아이를 낳고 싶으면 그냥 낳아. 그 애는 우리 한씨 집안 손주야. 사람들이 뭐라 하든, 필요하면 우리가 이사라도 가면 그만이야. 겁낼 거 없다!”이해영도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그래, 다른 건 생각 말고 네 마음이 중요해. 아이를 낳고 싶은지, 그리고... 백연신이라는 사람하고 정말 다시 시작하고 싶은지. 그게 제일 중요해.”이해영은 한지영이 여태 백연신을 마음에 품고 살아온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지영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도...부모의 따뜻한 말에 한지영은 두 사람을 와락 끌어안고 서럽게 울음을 쏟아냈다.지금껏 꾹꾹 눌러 두었던 두려움과 혼란, 답답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부모님은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구나...’한바탕 울고 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무엇보다 자기가 임신한 걸 알게되었을 때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던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질책하고 욕할지, 아니면 아예 실망할지...하지만 부모님의 반응을 보고 나니 청심환이라도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제 결정만 남았다.아이를 지킬지, 포기할지... 그리고 백연신과의 관계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만약 아이를 지울 생각이라면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했다. 그래야 그녀의 몸에도 무리가 없을 테니까.‘하지만... 이 아이를 지우게 되면, 난 또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이상하게도 한지영은 그 아이가 어쩌면 자기 인생에 ‘단 한 번 찾아온 기회’이지 싶은 예감에 사로잡혔다.그리고, 백연신이 반복해서 말한 그 ‘일주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일주일이 지나면 우리 사이에 엉킨 매듭이 풀리나...?’만약 그렇다면, 한지영과 백연신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생각이 거듭되자, 한지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며칠 뒤, 한지영은 여느 때처럼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러나 잦은 입덧 탓에 여기저기서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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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0화

“왜 그래?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혹시 아직도 아이 문제 때문에 고민 중이야?”임유진이 조심스레 물었다.한지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고민 안 할 수 있겠어? 부모님도 이젠 다 아셔. 그런데 뭐라 안 하시고 내 선택에 맡기겠대. 연신 씨는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결혼하자고 하고... 머리로는 알겠거든, 그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걸. 나 혼자 아이 낳는 것보다야 훨씬 나아. 사람들이 혼외자라고 수군대는 일도 없고, 오히려 나를 부러워하겠지. 재벌 남편에 아이까지 있으니까.”“그런데도 아직 마음이 안 서는 거네?”임유진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나... 정말 연신 씨랑 결혼해도 될까...?”한지영이 되물었다.“아니, 지영아. 그것보다 너한테 필요한 건, ‘네가 아직도 백연신을 사랑하는가’야.”임유진의 말은 날카롭지만 따뜻했다.‘아직 사랑하냐고...?’한지영은 단단히 입술을 깨물었다.만약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다면... 수술대 위에 오르는 일쯤은 이미 끝냈을 것이다. 이렇게 며칠이고 마음을 쥐어짜며 고민하지도 않았겠지.임유진은 그녀가 굳이 답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이 널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는 나도 잘 알아. 그래서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는 다 응원할 거야. 다만 부탁 하나만 하자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솔직해졌으면 해.”“그 사람, 그러더라.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말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면서.그런데 오늘이 딱 일주일째인데... 아무 연락도 없어. 찾아오지도 않았고. 중요한 얘기 하겠다는 말도 끝내 없었고...”한지영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네가 직접 찾아가. 예전의 너라면 분명히 그랬을 텐데. 확실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잖아? 애매한 거 질색하는 사람 아닌가?”임유진은 웃으며 물컵을 밀어줬다.한지영도 피식 웃었다.“그러게, 예전엔 정말 그랬지.”그녀는 컵을 들고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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