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한지영은 마치 마음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콘서트가 끝나고, 백연신이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동안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했던 말과 그가 불렀던 노래로 가득했다.‘백연신 같은 사람이 노래를 배우다니... 정말 나 때문에 그런 걸까?’“지영아, 너 임신한 건 연우진한텐 말하면서, 너희 부모님한텐 왜 말 못 하는 거야?”백연신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차 안의 정적을 깼다.“아!”한지영은 정신이 번쩍 들며 대답했다.“그건요, 연신 씨한테 얘기했던 것처럼, 연우진 씨한텐 그냥... 괜히 나 때문에 감정 낭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설명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백연신은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우진한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면서, 정작 나한텐 뭐 하나 제대로 얘기해주는 게 없네.”그 말에 한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연신 씨... 저는 오직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결혼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거라면, 차라리 저... 유미 언니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그리고... 이 아이를 낳을지 말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한 번 아이를 낳으면 그녀와 백연신은 앞으로도 계속 얽히게 될 것이다.그 아이는 평생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가 되겠지만, 동시에...자신이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다.백연신의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러니까 너는 결국...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네?”“믿어요.”한지영은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언젠가 또 연신 씨와 사업적으로 충돌이 생기게 되면, 결국 버려지는 건 저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아, 그리고 그 택배들... 사람 보내서 가져가세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백연신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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