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791 - Chapter 1800

1801 Chapters

제1791화

“아니에요. 전 병원에 남아 있을게요. 유진이가 무사히 수술실에서 나오는 걸 직접 보고 싶어요.”한지영의 말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집에 돌아간다 해도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저도요. 오늘은 유진 씨 곁에 있고 싶어서 온 거예요.”한지영의 말에 이어 탁유미도 고개를 끄덕였다.고이준은 두 사람의 태도를 확인하곤 곧바로 강지혁을 바라봤고 강지혁은 조용히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필요한 게 있으시면 고 비서한테 말씀하세요. 뭐든 도와드릴 겁니다.”그렇게 말한 뒤, 그는 말없이 수술실 앞 대기용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절반 숙인 채 조용히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탁유미는 마음이 놓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유진이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어.’비록 둘 사이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심지어 강지혁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까지 있었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임유진이었다.사람 인생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그러다 그녀는 문득 자기 일이 떠올랐다.그녀와 이경빈은 수많은 오해와 잘못 속에서 결국 사랑을 모두 소진해 버렸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한때는 이경빈을 놓는 게 죽기보다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일도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진 않다는 걸.지금 그녀의 몸엔 이경빈이 기증해 준 간이 남아 있었기에 이경빈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내려놓고 그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사랑할 수는 없었다.얼마 전, 그녀는 이경빈과 마지막 정리를 하며 마음을 완전히 닫았고 그 이후 이경빈의 차는 더 이상 분식점 주위에 나타나지 않았다.서로 마주치지 않는 지금 이 거리감, 그게 아마 최선의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갑자기 그녀 옆에서 들려온 메슥거리는 소리.탁유미는 고개를 돌렸고 한지영이 입을 틀어막고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탁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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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2화

“나도 이렇게 쉽게 아이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그날은 술에 취해... 내가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한지영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끝을 흐렸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탁유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지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모르겠어요. 이 아이는 제 인생 계획에 없던 존재라서요. 낳게 된다면, 연신 씨와 결혼하지 않는 한... 온갖 말들이 쏟아지겠죠. 그런데... 전 그게 두려워요.”“백연신 씨가...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봐요?”“그 사람한텐 사랑보다 더 중요한 건... 성공, 그리고 자신의 명예. 자기가 태어난 환경이 그런 사람이니까 최대한 많은 걸 쟁취하려고 해요. 사실 그게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 해요. 사랑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한지영은 고개를 숙인 채 쓴웃음을 지었다.“다만, 정말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전 아마 너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 사람처럼 쿨하지 못해서, 만약 언젠가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걸 감당 못 할까 봐 무서워요.”탁유미는 조용히 지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지영 씨가 선택할 일이에요. 다만 한 가지...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마요.”한지영은 탁유미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언니는... 예전에 탁이를 낳고 나서, 후회한 적 없어요?”“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오히려 난... 탁이를 낳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애가 없었으면, 나는 아마 진작에 삶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내겐 그 애가 말 그대로 삶의 버팀목이에요.”그 말에, 한지영은 조용히 시선을 내려 평평한 배를 바라봤다.‘과연 이 아이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기댈 수 있는 희망일까, 아니면... 평생 짊어져야 할 무게일까?’...수술은 8시간 만에 마무리됐다.수술은 다행히도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준비했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끝났으며 중간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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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3화

소영훈은 강현수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수술은 아주 잘 끝났어. 내가 예상했던 결과 중에서도 가장 좋은 편이야. 다만 유진이 손이 실제로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재활 상태를 봐야 알 수 있어.”“그 정도면 다행이에요.”강현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엔 묘하게 가라앉은 감정이 함께 실려 있었다.그녀가 무사하다면 자신이 떠나는 길 위에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번에 얼마나 오래 나가 있을 생각이냐?”소영훈이 물었다.“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저쪽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서요. 반 년이면 끝날 수도 있고, 어쩌면 3~5년은 걸릴 수도 있고요.”소영훈은 더 묻지 않았다. 강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돌아오게 되면 병원에 들러 인사드릴게요. 그때 뵙겠습니다.”그의 길고 단정한 뒷모습이 휴게실에서 사라졌다.소영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놈이... 도대체 언제쯤 유진 씨에 대한 마음을 놓아줄 수 있으려나.”그 시각, 강현수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자기 차를 찾으려던 중 걸음을 멈췄다.그의 앞을 가로막고 선 사람... 바로 강지혁이었다.“뭐야, 병실에서 유진이를 지켜야 할 사람이 왜 여기까지 나와서 날 막고 있는 건데?”강현수가 비꼬듯 물었다.“유진이는 아직 마취에서 덜 깼어. 깨어나려면 한 시간은 더 걸릴 거야.”강지혁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런데 넌 병원까지 와놓고, 왜 남몰래 숨어서 조용히 있다가 가려는 거냐?”“왜? 유진이한테 나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주고라도 싶은 거냐?”강현수는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너 오늘 저녁 8시 맞지? 지금 공항 가는 길인가 보네.”“역시 너답게 잘 알고 있네. 그래, 지금 공항 간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문을 닫으려는 순간, 강지혁이 재빨리 손으로 차 문을 막아섰다.“왜 그때 일을 유진이에게 말하지 않았어?”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강현수는 무슨 말인지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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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4화

“이게 다 뭐야, 택배가 왜 이렇게 많아?”지영은 거실 가득 쌓인 박스를 보며 무심코 내뱉었다.“그게 다 네 거더라. 아니, 너 말이야. 돈 벌기도 쉽지 않은데, 뭘 그렇게 한꺼번에 잔뜩 산 거야?”이해영의 잔소리 섞인 목소리였다.“좀 아껴 쓰고 저축도 좀 하지 그래? 이게 다 얼마야, 도대체?”“내... 내 거라고요?”한지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거실 한가득... 적어도 서른 박스는 되어 보였다.게다가 한지영은 최근에 온라인 쇼핑을 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그녀는 아무 상자나 하나 뜯어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엽산'이라는 단어가 적힌 제품을 보는 순간 흠칫 놀라 급히 말했다.“저기, 엄마. 이건 제가 방에 가져가서 정리할게요. 그냥 놔두세요!”그녀는 급하게 거실을 가득 채운 상자들을 하나씩 방으로 들여놓고는 문을 닫았다.그리고 본격적으로 상자들을 뜯기 시작했다.그런데 뜯으면 뜯을수록 점점 더 놀라웠다.안에 든 것들은 대부분 임산부용 건강식품, 임신 관련 서적, 아기용품, 임산부 전용 화장품, 튼살 크림, 심지어... 임산부용 수면 전용 바디 필로우까지...그녀는 이걸 부모님 앞에서 뜯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안 그랬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택배 상자에 적힌 수취인 이름과 주소는 전부 한지영 것이었다.생각해보니... 이런 걸 보낼 사람은 오직 백연신밖에 없었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들어 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영아?”“우리 집으로 온 택배, 연신 씨가 보낸 거죠?”“응. 벌써 도착했구나?”“네, 30개 넘게 왔어요.”“30개밖에 안 왔어?”한지영은 불길한 예감에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잠깐만요... 그럼 도대체 몇 개나 보낸 거예요?”“한 100개쯤? 다 필요할 것 같아서.”“...”그녀는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진짜... 아니, 돈이 남아돌아요?!”“내가 기꺼이 돈 쓰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그 말에 한지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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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5화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던 전화기 너머에서, 마침내 백연신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영아, 지금... 그 아이를 지우고 싶다는 거야?”“그... 그냥, 그냥 아무 말이나 한 거예요.”한지영은 조심스럽게 답했다.이상했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마치 그 아이를 없애는 일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처럼...어쨌든, 지금이라도 사람 보내서 이 택배들 전부 가져가요.”한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부모님한테 들킬까 봐 그렇게 무서운 거야?”“당연하죠! 나 지금 미혼이고 누구한테도 말 안 했는데 임신했다고 생각해 봐요. 이게 자랑할 일 같아요?”한지영은 울컥하며 되받아쳤다.보수적인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이었다.“그럼 우리가 결혼하면, 부모님도 더 이상 뭐라 하실 이유 없겠네.”“결... 결혼?”한지영은 그 말을 되뇌며 멍해졌다.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그런 상황이 올거라고 상상해 본 적은 있었지만, 백연신이 이렇게 불쑥... 그것도 전화 통화 중에 꺼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결혼하면, 아이가 있다는 게 오히려 당당한 일이잖아.”그 말을 듣자, 한지영은 눈물이 차올랐다.예전에도 그녀는 백연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내가 임신하면 어떻게 할 거야?”그리고 그때도... 그의 대답은 지금과 같았다.“연신 씨, 당신이 결혼하자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마냥 기뻐서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아빠 엄마는 아직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예전에 헤어졌을 때, 우리 부모님이 연신 씨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알아요?”한지영은 끝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때의 일은 그녀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시절, 누구보다 의지가 되었어야 할 백연신이 그녀 곁을 떠났고, 그건 부모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큰 배신이었다.그 시절, 부모님은 백연신을 가족처럼 대했으며 언젠가는 사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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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6화

“그래요.”한지영이 조용히 대답했다.“뭐 먹고 싶어요?”연우진이 부드럽게 물었다.“속 편한 걸로요. 자극적인 건 좀...”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두 사람은 콘서트장 근처의 한 식당에 들러 담백한 메뉴 몇 가지를 골라 식사를 시작했다.그러던 중, 한지영은 갑자기 속이 울렁이며 메스꺼운 느낌이 밀려오자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한참을 토하고 난 뒤에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연우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왔다.“지영 씨, 괜찮아요? 어디 불편해요?”“입덧이에요.”한지영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애초에 오늘 그를 만난 것도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였다.“입덧...?”연우진은 순간 얼어붙은 듯 표정이 굳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한지영은 부드러운 말투로 담담히 덧붙였다.“여자들이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입덧이 생겨요. 전 좀 심한 편인 것 같아요.”그제야 연우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지영 씨가 입덧을 한다는 건... 혹시, 임신한 거예요?”“맞아요. 임신했어요. 미안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을 하고 있는 한지영의 눈동자는 유리알처럼 동그랗고 맑고 투명했다.그 순간, 연우진은 자신이 왜 한지영에게 끌렸는지를 깨달았다.그녀는 늘 솔직했고 상대를 헷갈리게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진심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원래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잖아요.”연우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지금처럼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콘서트는 무리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표는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께 드리는 게 낫겠어요.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그렇긴 하지만... 그 티켓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제가 돈이라도 드릴게요. 괜히 연우 씨가 손해 보게 할 순 없잖아요.”한지영이 다급히 말했다.“괜찮아요.”연우진은 고개를 저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혹시... 백연신 씨한텐 말했어요?”그 말에, 한지영은 갑자기 가슴이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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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7화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이 착각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요.”연우진의 담담한 말에 한지영은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자연스러운 반응 덕분에 아까의 민망함도 한결 줄어든 듯했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그런데... 나 임신한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 부모님한텐 말씀 안 드렸거든요.”연우진은 순간 멈칫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백연신 씨가 책임지기 싫다고 한 거예요?”“네?”한지영은 눈을 깜빡이며 당황했다. 연우진의 너무나 단도직입적인 추측에 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그 사람한테서 책임질 마음이 없다는 말 들어서, 그래서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리는 거예요?”연우진이 다시 묻자 한지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 순간...“도대체 누가 책임지기 싫다고 그래?”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순간, 한지영은 소름이 끼치듯 몸이 본능적으로 굳어 있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백연신이 바로 뒤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불과 몇 걸음 거리였다.‘세상에...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연우진 역시 그를 보곤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특히 지금 백연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묘하게 싸늘한 시선이 연우진을 괜히 움찔하게 만들었다.백연신은 천천히 걸어와 한지영 곁에 섰고 몸을 조금 숙이며 그녀에게 낮게 말했다.“왜? 저 사람한테 내가 책임 안 진다고 말했어?”“여, 연신 씨... 왜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말해요?”한지영은 얼굴이 붉어지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 순간 백연신은 그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바짝 감싸안았다.“그럼 그날은? 그땐 나한테 훨씬 더 가까이 붙어 있었잖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은 어딘지 창백했고 목소리에는 묘한 농염함이 묻어 있었다.한지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뭐라 반박해야 할지 몰라 버벅대기만 했다.그 모습을 본 연우진이 말문을 열었다.“그럼, 백연신 씨. 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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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8화

“그래? 그런데 왜 밖에 있어? 안 들어가 보고.”백연신이 되물었다.한지영은 그를 짧게 흘겨보며 말했다.“임신했는데요... 콘서트장 얼마나 시끄럽고 정신없는지 연신 씨도 알잖아요. 그 안에 들어갔다가 혹시라도 누가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예전에도 그는 함께 콘서트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정도는 알 텐데 말이다.백연신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지영아... 그럼 혹시 아기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나...”한지영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그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아까 연우진 씨는 네가 임신했는데 내가 책임 안 지려고 한다고 생각하더라.”“그건 오해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는 급히 해명했다.백연신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네가 내가 책임지길 바란다면... 나, 책임질게.”그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한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의 시선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고 빨려 들어갈 것처럼 강렬했다.“그래서, 책임졌으면 좋겠어? 나, 그렇게 해줄까?”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유혹적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질 만큼 따뜻한 말투였다.‘하지만 안 돼!’그녀가 원했던 건, 그런 의미의 ‘책임’이 아니었다.한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백연신의 눈빛엔 눈에 띌 정도로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그럼... 이제 나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는 거야? 부모님한테 혼나는 게 낫고, 아기가 혼외자 태어나게 되어도 나랑은 엮이기 싫다는 거야?”한지영은 입술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서며 조용히 물었다.“지영아, 너 나 그 정도로 미워해?”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면 마음이 더 흔들릴 것 같아서...혼란스러운 감정을 애써 억누르기 위해 그녀는 그저 외면하는 것을 선택했다.잠시 침묵하던 백연신은 문득 물었다.“그럼, 만약 내가 어느 날 죽으면... 넌 슬퍼할 거야? 살아 있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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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9화

비록 그런 행동이 그의 통증을 더 악화시켰지만, 백연신은 끝까지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녀는 몰랐다. 그 말 한마디가 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그리고 백연신을 고통 속에서도 계속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는걸...“지영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나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줘.”백연신이 낮게 속삭였다.몸속에 남은 혈충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 그녀에게 모든 걸 솔직히 말할 생각이었다....한지영은 결국 GB의 콘서트를 보게 됐다. 다만 수많은 팬들과 북적이는 일반 관객석이 아니라 특별 VIP 전용 룸에서였다.넓은 유리창 너머로 무대 전경이 한눈에 보였고, 동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를 비추는 여러 화면도 함께 있어, 말 그대로 무대를 360도로 관상할 수 있었다.한지영은 새삼 돈의 위력을 실감하며 감탄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왜, 마음에 안 들어?”백연신이 물었다.“그런 건 아닌데... 뭔가 좀 이상해요. 콘서트는 다 같이 소리 지르고, 미친 듯이 환호하는 맛이 있어야 재밌는 거잖아요.”한지영이 말했다.“나는 그냥 네가 GB 콘서트 보고 싶다고 한 게, 그 다섯 남자들 보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보기만 하면 된 거 아니었어?”백연신이 다정하게 물었다.한지영은 갑자기 연이은 기침을 하더니 말을 얼버무렸다.“아니 그게... 잘생긴 남자 얼굴만 보는 건 아니거든요.”“그럼 뭘 보는데?”백연신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몸매요!’한지영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실력이요. 노래도 잘하고 퍼포먼스도 멋지잖아요.”“그래?”백연신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무대에서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이번 곡은 예전 명곡 중 하나였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발라드였다.GB 다섯 멤버는 무대 중심과 네 끝에 나뉘어 서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그런데 그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백연신이 조용히 그 노래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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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그 순간, 한지영은 마치 마음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콘서트가 끝나고, 백연신이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동안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했던 말과 그가 불렀던 노래로 가득했다.‘백연신 같은 사람이 노래를 배우다니... 정말 나 때문에 그런 걸까?’“지영아, 너 임신한 건 연우진한텐 말하면서, 너희 부모님한텐 왜 말 못 하는 거야?”백연신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차 안의 정적을 깼다.“아!”한지영은 정신이 번쩍 들며 대답했다.“그건요, 연신 씨한테 얘기했던 것처럼, 연우진 씨한텐 그냥... 괜히 나 때문에 감정 낭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설명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백연신은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우진한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면서, 정작 나한텐 뭐 하나 제대로 얘기해주는 게 없네.”그 말에 한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연신 씨... 저는 오직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결혼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거라면, 차라리 저... 유미 언니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그리고... 이 아이를 낳을지 말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한 번 아이를 낳으면 그녀와 백연신은 앞으로도 계속 얽히게 될 것이다.그 아이는 평생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가 되겠지만, 동시에...자신이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다.백연신의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러니까 너는 결국...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네?”“믿어요.”한지영은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언젠가 또 연신 씨와 사업적으로 충돌이 생기게 되면, 결국 버려지는 건 저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아, 그리고 그 택배들... 사람 보내서 가져가세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백연신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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