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801 - Chapter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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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1화

“내가 점점 더 의지하게 되면... 나중에 짐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럴 거 아니지?”임유진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답했다.“유진아, 넌 절대 내 인생에 짐이 아니야. 넌 내 전부야.”그 말에 임유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울렸다.이 남자는... 지금도 변함없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5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왜? 물 마시고 싶어? 아니면 화장실?”강지혁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아니, 그게 아니라...”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수줍게 말했다.“그냥, 갑자기 너를... 만지고 싶어서.”지금 그녀는 손에서 붕대는 풀었지만, 수술 부위는 매일 흉터 연고를 발라야 했고 손가락 움직임도 아직 자유롭지 않았다.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저주파 자극기로 손 신경을 자극하는 재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어디를 만지고 싶은데? 얼굴?”강지혁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들어 자기 뺨에 가져다 댔다.차가운 그의 피부와 따뜻한 그녀의 손끝이 맞닿았다. 그러고는 마치 그 온기를 더 느끼고 싶다는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임유진은 항상 그에게 따뜻함을 주는 존재였다.정작 더 의지하고 있는 쪽은... 강지혁, 자신이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끌어 아래로 내리며 턱선과 목덜미, 쇄골을 지나 자신의 가슴 위치에 가져갔다.그리고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자기 심장 위에 가져다 댔다.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비록 지금 손가락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지만,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손바닥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나는 온전히 네 사람이야. 네가 원한다면 어디든 만져도 돼.”그의 속삭임은 낮고 부드러웠지만 위태로울 만큼 유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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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조금 이따 사람 시켜서 여기 정리하라고 할게.”강지혁이 조용히 말했다.“응...”임유진은 빨간 얼굴빛을 한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정성스럽게 씻겨준 뒤, 산뜻한 병원복으로 갈아입혀 주었다.“아, 맞다. 소영훈 선생님 말로는 이틀 뒤면 퇴원해도 된대. 그때 되면... 겸이부터 먼저 보고 싶어.”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겸이는 이미 퇴원했지만, 끝까지 강씨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하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오직 하유은이 하씨 가문 저택에 있기 때문이었다.임유진은 겸이가 자신들과 더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강지혁과 상의해 당분간은 겸이가 하씨 가문에서 지내도록 두기로 했다.하씨 가문 쪽에서는 두말없이 겸이를 잘 돌보겠다며 선뜻 허락했지만, 임유진은 그들이 결국 강씨 가문과의 인연을 바라고 허락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강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네가 겸이를 강씨 저택으로 데려오고 싶으면 내가 방법을 좀 생각해 볼게.”그에게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수고를 들여야 할 뿐이었다.“일단 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 서두를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 이미 겸이를 오 년이나 기다렸는걸. 조금 더 기다린다고 해서 문제 안 돼. 겸이가 정말 우리를 받아들일 때 데려오면 되잖아.” 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강지혁은 순순히 받아들였다.임유진이 퇴원하는 날, 한지영은 병원까지 가면 오히려 임유진이 더 정신없어질까 봐, 그리고 어차피 임유진이 겸이를 보러 간다고 하니 곧바로 탁유미가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그렇게 하교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한지영은 겸이의 작은 실루엣이 교문 쪽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 겸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 정문 앞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누나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겸이 혼자가 아니었다. 하만수와 정가연, 그러니까 하유은의 부모가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경호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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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곁에 서 있던 정가연이 친절한 척 얼른 앞장서서 입을 열었다.“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겸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겸이가 하씨 가문에 있는 동안 저랑 승찬이가 책임지고 잘 돌볼게요!”지금 이 정가연의 태도를 보면 예전에 그들이 겸이를 어떻게 대했는지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도 그럴 것이, 하씨 가문 입장에선 겸이가 이 집에 오래 머무는 게 당연히 이득이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강씨 가문과의 인연을 만들 기회를 노릴 수 있으니까.그때, 분식집 쪽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지영이 다가오더니 정가연의 가식적인 말에 코웃음을 쳤다.“예전에 그 어린애를 그렇게 다치게 해놓고도 지금 이런 말 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시네요.”그 말에 정가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리고 한지영은 이내 몸을 낮춰 겸이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겸아, 네 엄마가 널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아? 지금 이렇게 학교 앞에서 누나 기다릴 수 있는 것도, 네 엄마가 목숨 걸고 널 구했기 때문이야.”겸이는 작고 예쁜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지영은 예전에도 이 아이와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겸이가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세상에서 널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너희 엄마야, 그건 꼭 기억해야 돼.”한지영이 조용히 말했다.그런데 그 순간, 예상을 깨는 겸이의 대답이 불쑥 들려왔다.“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를 사랑 해주는 사람은 누나예요!”“응?”한지영은 그 말에 당황한 듯,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겸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다’라는 게 어떤 감정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나예요. 나도 누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요!”겸이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이 녀석 참...”한지영은 겸이의 고집스러움에 혀를 찼다.‘다섯 살짜리 꼬맹이가 ‘가장 많이 사랑한다’라는 감정이 뭔지 얼마나 안다고!’그때, 임유진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그래도 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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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화

“회복은 꽤 잘 되고 있어. 대충 1년 반 정도 걸릴 것 같긴 한데, 선생님 말씀으론 일주일 뒤면 가벼운 물건은 들 수 있을 거래. 한 달 정도 지나면 간단한 타자나 글쓰기 같은 건 문제없을 거라고 하셨어.”임유진이 말했다.“다행이네.”한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하씨 가문으로 향했다.“언니, 유진이는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겸이 보러 바로 간 거잖아요. 그런데 겸이는... 반응이 진짜...”한지영은 분식집으로 돌아와 탁유미에게 말했다.“아직 어려서 그래요. 유진 씨가 겸이한테 낯설기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내가 보니까 그 아이, 누나한테 그렇게 달라붙는 거 보니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받아들이더라고요.”탁유미가 말했다.“그랬으면 좋겠어요.”한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분식집 문이 열리고 탁유미의 아들, 탁윤이 돌아왔다.탁윤은 한지영을 보자 공손히 인사했다.“윤아, 옷이 왜 이렇게 더러워? 넘어졌어?”탁유미가 물었다.“응, 조심하지 않아서 넘어진 거야.”탁윤은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바지 무릎이 다 찢어졌네.”한지영은 탁윤의 무릎 부분이 헤져 있는 걸 보고 말했다.“얼른 갈아입어. 내가 꿰매줄게.”탁유미가 말하자, 탁윤은 간단히 반응만 하고 서둘러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한지영은 탁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바쁘게 분식집을 돌보는 탁유미를 한번 바라본 뒤, 안쪽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마침, 바지를 벗으려던 참이었던 탁윤은 한지영이 들어오는 걸 보고 얼굴이 새빨개졌다.탁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한지영이 먼지 입을 열었다.“윤아, 너 혹시 싸웠지?”그 말에 탁윤은 뭔가 들키기라도 한 듯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나도 어릴 때 자주 싸우고 다녀서 부모님 속 좀 썩였거든. 너처럼 조심스러운 애가 정말 단순히 넘어졌다면 이렇게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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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5화

한지영은 탁윤을 바라보다가 탁윤의 긴장한 표정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알겠어, 엄마한테는 말 안 할게. 근데 다음에 또 그런 말 듣거나 그런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전화해. 이모가 직접 선생님이랑 이야기해 볼게. 그런 애들 그냥 두면 안 되지!”그제야 탁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이모.”한지영은 탁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는 가끔 너무 어른스러운 탁윤을 보면서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아직 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또래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으니.하지만, 둘이 눈치채지 못한 게 있었다. 방문 밖의 벽에 기대선 탁유미가 눈물을 머금은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탁유미는 지금껏 탁윤의 청각 문제로 인해 아이가 차별받을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 한구석에 늘 두고 있었지만, 탁윤이 단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기에 그냥 아무 문제 없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결국 자신만의 착각이었고, 아들이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탁윤은 원래 건강하게 태어나야 할 아이였다. 이런 상처, 이런 차별은 겪을 이유가 없었다.결국, 탁유미는 또다시 모든 게 다 자기 잘못이었다는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녀는 가슴 깊은 곳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한편, 임유진과 강지혁은 하씨 가문에 도착했다. 하만수부부는 이 두 사람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당장이라도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모아 잔치를 열고 싶은 눈치였지만, 강지혁이 싸늘하게 한 번 눈길을 주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때, 임유진이 겸이의 방이 새로 단장된 걸 발견했다. 정가연과 하만수는 마치 자식 사랑이 넘치는 부모인 양 들떠 있었지만, 임유진은 그들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유은이 말하길, 겸이는 여전히 자기 방이 아닌 하유은의 방에서 함께 자고 있다고 했다.“누나랑 같이 자는 게 좋아요,”겸이가 조용히 말했다.잠시 후, 임유진이 자리를 뜨려 하자 하유은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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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6화

하지만 강선율은 잠시 망설이더니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천천히 임유진 앞으로 다가왔다.“율아, 무슨 일 있어?”임유진이 몸을 낮추어 강선율을 바라보며 물었다.강선율은 긴장이라도 한 듯 입술을 꼭 다문 채 더 붉어진 얼굴로 불쑥 임유진을 끌어안더니 갑자기 볼에 뽀뽀를 했다.“엄마... 저도...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율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한 게 너무나 부끄러웠던 것이다.하지만 임유진이 기쁨과 감동이 뒤섞인 미소를 지으며 율이를 꼭 안아주자, 율이는 ‘말하길 잘했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엄마가 좋아하신다면... 앞으로 더 자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현이처럼 표현하긴 아직 좀 어렵지만...’한편, 바로 곁에는 또 다른 남자아이가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예전에 임유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임유진이 현이의 엄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엄마가 가장 증오했던 사람이기도 했다.예전 어느 날, 그의 엄마는 말했다.“너는 절대 현이랑 친구가 될 수 없어.”그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그의 엄마는 임유진을 죽일 뻔했고, 그 일 이후 그는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며칠 전, 한 가정부의 아이가 그에게 다가와 침을 뱉으며 말했다.“너의 엄마는 나쁜 사람이니까, 너도 나쁜 사람이 될 거야!”하지만 그 순간, 현이가 달려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침은 그대로 현이의 예쁜 분홍색 원피스에 튀었다.가정부 아이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했고 주변에 있던 아이들 역시 모두 침묵했다.현이는 또렷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얘 엄마가 나쁜 짓 했다고 해서 얘까지 나쁜 애는 아니야. 얘는 절대 나쁜 애로 자라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그 남자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현이는 얼룩진 원피스를 내려다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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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7화

“왜 그때 나 대신 침을 맞고 나를 보호해 준 거야?”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남자아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는 내 친구잖아. 당연히 도와줘야지!”현이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당차게 말했다.“잘못한 건 그 애들이잖아. 네 엄마가 한 일이지, 네가 한 게 아닌데 왜 너까지 욕먹어야 해?”‘친구...?’남자아이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자기는 한번도 현이와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현이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친구라 불렀다.그 순간, 낯설지만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같은 시각, 강씨 저택 거실.임유진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소년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삼켰다. 예전에 “피아노 천재”라며 감탄했던 그 소년이, 진세령... 그녀의 아들이라니.“혹시 네가 해원이니? 전에 우리 만난 적 있었지? 난 율이랑 현이 엄마야. 편하게 ‘아줌마’라고 불러도 돼.”임유진은 부드러운 미소로 진해원에게 말을 건넸다.부모에 대한 원한을 애꿎은 아이에게 떠넘길 이유가 없었다. 현이가 반드시 진해원을 데리고 살겠다고 한 이상, 이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아이가 증오 대신 따뜻함을 느끼길 바랐다.그리고 다행인 건, 임유진이 진해원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발견한 건 증오와 분노가 아닌 불안함과 초조함이었다.“혹시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 말해도 괜찮아.”진해원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저... 엄마 보고 싶어요.”그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차갑게 일그러졌다.하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아줌마가 해원이 엄마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잠시 후, 부부는 방으로 돌아왔고 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그 아이를 진세령한테 보내 줄 거야?”“해원이는 아무 죄 없는 아이야.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 당연해.”임유진은 단호했다.“우리가 막으면 오히려 더 큰 사고가 날지도 몰라. 아이들은 어른이 예상 못 한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강지혁은 깊은숨을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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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화

“그래, 아줌마가 데려다줄게.”임유진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가는 게 좋겠어.”옆에 있던 강지혁이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끼어들었다.“의사 선생님 말씀 들었지? 당분간 집에서 잘 쉬어야 해. 지금 손 움직였다가 또 다치면 회복 늦어져.”임유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럼, 혁이 네가 해원이를 데려다줘.”강지혁은 오후 두 시에 진세령을 볼 수 있도록 진해원의 면회를 잡았다.검은 벤틀리 뒷좌석, 진해원은 조용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형처럼 고요한 모습이 오히려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저 나이에 저렇게 침착할 수가...’강지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다섯 살짜리가 자기 엄마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차분히 시신을 보겠다고 하다니.이런 아이는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애초에 감정이 무딘 아이거나, 아니면 어른들도 하기 힘든 ‘감정 숨기기’를 이미 배운 아이.그리고 진해원은... 어느 쪽일까?그러고는 문득 아이의 얼굴선을 살폈다. 진세령을 닮은 부분이 의외로 드물었다. 그렇다면 아이는 아빠를 더 닮은 건가...하지만, 강지혁이 전에 진세령에 관한 조사를 해보라고 시켰을 때조차도 진해원의 친부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 없었다.그 시각, 진세령의 시체는 부검이 끝난 뒤 장례식장 안치실에 임시 보관돼 있었다.장례식장에 도착한 뒤, 강지혁은 장례식장 직원에게 진해원을 맡겨 진세령의 시신을 볼 수 있도록 했고 자신은 옆쪽 관제실로 들어갔다.관제실에는 대형 모니터가 벽 하나를 꽉 채우고 있었다.“강 회장님, 요청하신 대로 준비해 두었습니다.”관제실에 들어서자, 장례식장 소장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네.”강지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가 앉은 의자 앞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분할 화면은 모두 같은 방이 떠 있었다. 방 안에는 냉동관 하나가 놓여있었고, 그것은 진세령의 시신이 들어있는 냉동관이었다.잠시 후, 장례식장 직원과 진해원 두 사람이 화면 속으로 들어왔다.직원이 몇 마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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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9화

돌아오는 길. 강지혁은 고개를 살짝 들어 백미러를 보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볼 건 다 봤을 테고,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 이 집에 있는 동안은 얌전히 지내야 할 것이야. 괜한 꿍꿍이나 사고 치지 말고, 무엇보다 율이랑 현이한테 티끌만큼이라도 해를 끼치면... 가만 안 둬!”그가 말하는 상대는 고작 다섯 살짜리였다.하지만 그의 말에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명확했고 차가웠다.그 말에 진해원은 조용히 강지혁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아저씨는 언제 저를 내보내실 건가요?”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 작은 아이가 이토록 정확히 상황을 꿰뚫고 있다니... 예상 밖이었다.사실, 그는 애초에 진해원을 오래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현이가 너한테 싫증나면... 그때는 널 나가라고 할 거야.”그는 말끝을 끊지 않고 이어갔다.“그러니까 그전까진 말 잘 듣고 현이랑 잘 지내. 그러면 널 내보낼 때 나름 괜찮은 곳으로 보내줄 생각은 있어.”강지혁의 차가운 말투에 진해원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옷자락을 구겨 쥐고 있었다.작은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혀 있었다. 겉보기엔 차분한 듯 보여도 어린 나이는 감출 수 없었다. 긴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저는... 그냥, 현이 장난감인 거죠?”어린아이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하지만 강지혁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맞아, 넌 현이 장난감이야. 그런데 얌전한 장난감은 버릴 때도 조심해서 버리잖아. 그러니까 사고만 치지 마. 그러면 나도 너한테 그럭저럭 잘해줄 수 있어.”강지혁의 시선은 너무도 차가웠고, 그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렸다.그 순간, 진해원은 자기 몸이 얼어붙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며칠 전 밤처럼...그날 밤, 진해원은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하면서 사실은 강지혁과 현이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그때도 이 남자는 너무나도 태연한 말투로 “손을 자르면 수갑도 필요 없겠네”라는 말을 했다.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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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나... 나 안 울었어.”진해원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머리를 홱 돌려버렸다.“그런데 너 지금 눈 완전 빨간데?”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해원 얼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진해원의 눈가를 쓱 문질렀다.순간, 진해원은 너무 갑작스러워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얼어버렸다.“봐봐, 눈물 묻었잖아!”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 끝에 묻은 물기를 쳐다보더니... 혀로 살짝 핥았다.“으으... 짜다!”그 말에 진해원의 얼굴은 더 새빨개졌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얼른 눈을 피했다.“근데 왜 울었어?”현이는 얼굴을 진해원에게 들이밀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혹시... 엄마가 없어져서 그런 거야?”며칠 전, 현이는 엄마랑 아빠가 얘기하는 걸 들었다. 진해원의 엄마가 감옥에서 죽었다는걸.죽었다는 건... 이제 다시는 못 만난다는 뜻이었다.TV에서 그렇게 말했으니까.그 말에 진해원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나도 만약에 우리 엄마가 없어진다면 엄청 울 거야. 며칠이고 계속 계속 울지도 몰라!”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너 울어도 돼. 난 절대 놀리지 않아!”“나 울지 않을 거야.”현이의 말 때문이었을까, 진해원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현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손 안엔 조그마한 초콜릿 두 개가 있었다.“이거 진짜 맛있는 초콜릿이야. 나 기분 안 좋을 때 이거 먹으면 금방 나아지거든. 너도 먹어봐!”진해원은 멍한 얼굴로 초콜릿을 바라봤다.‘지금... 이 늦은 밤에 내 방에 찾아온 게, 초콜릿을 주려고...?’임유진이 돌아온 이후, 진해원은 따로 방을 배정받았고 그날부터 줄곧 혼자서 지냈다. 그래서 밤이 되면 유난히 조용하고 외로웠다.“너 지금 속으로 엄청 속상한 거 다 알거든.”현이는 그렇게 말하며 직접 초콜릿 포장을 벗기더니 살며시 진해원의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아~해봐!”현이는 자기도 입을 벌려 보이며 진심으로 진해원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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