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아, 우리야 뭐, 이 나이에 사람들 말이 뭐가 무섭겠니? 우린 그냥... 네가 앞으로 후회 없이 잘 살아주길 바랄 뿐이야.”이해영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 그건 딸이 스스로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과 같았다.한지영의 콧등이 시큰해졌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긴 세월 동안 부모는 자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왔다는걸.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한종훈은 무겁고 단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이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거냐? 후회하지 않겠어? 애 키우는 건, 강아지랑 고양이 키우는 거랑은 다르다. 앞으로 네 인생... 생각보다 훨씬 고될 수도 있어.”한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이미 마음 정했어요. 후회 안 해요. 이 아이가... 제 뱃속에 있는 한, 저는 이 아이의 엄마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아버지는 미간을 지그시 좁히다가 곧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그래. 그렇다면 낳자. 우리 집이 뭐, 애 하나 못 키우겠냐? 아빠가 지켜줄게. 너도, 그 아이도...”그 말에 한지영은 울컥한 감정이 다시금 밀려와 눈물을 쏟고 있었다.“아이고, 얘야. 울지 마, 울지 마! 너 지금 울면 안 돼. 감정 흔들리면 태아도 힘들어진단다.”이해영은 다급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응... 안 울게요. 안 울게요.”한지영은 억지로 눈물을 멈추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그녀는 그저 뱃속의 이 작은 생명이 무사히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그 시각, 임유진이 숨을 헐떡이며 병실에 들어섰다. 한지영이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었다.그리고 그토록 오래 이어져 온 한지영과 백연신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듣자, 임유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한지영은 백연신과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그런데, 어쩌다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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