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영의 머릿속에는 문득, 오래전 그날의 대화가 떠올랐다.그녀는 그에게 장난스럽게 말했었다.“연신 씨, 우리 둘 다 칠십, 팔십이 되어도 이렇게... 키스할까? 그땐 너무 질려서 키스 같은 건 안 하게 되겠지?”그러면 그는 항상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지겨울 리 없지. 지영아, 네가 나이 들어도, 내가 너랑 함께 눈 감고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난 계속 널 안고 키스하고 있을 거야.”그때 그 말은, 마치 평생을 함께하자는 약속 같았다.하지만... 그 미래는 결국 오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한지영은 그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게 이어갔다. 마치 그 입맞춤 속에 마지막 인사를 담듯이...‘이건 우리의 마지막 인사야... 우리의 끝...’그들의 애틋한 입맞춤이 끝나고, 백연신은 한지영을 천천히 놓으며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쉰 듯한 애타는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지영아... 아직 나 사랑하는 거 맞지? 응? 내가... 이렇게 너랑 입 맞출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다시는 안 올 줄 알았어...”5년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혈충의 저주도 사라진 지금... 그녀를 마음껏 안을 수 있게 되었는데...“지영아... 그때 내가 너를 떠났던 건... 백씨 가문을 되찾아야 너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그리고...”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영이 말을 가로챘다.“나를 지키는 방법이... 다른 여자를 선택하는 거라면, 난 그런 것 따위는 필요 없어요.”한지영의 단호함에 백연신은 몸이 점점 굳어져 가는 걸 느꼈다. 그녀의 맑고 반짝이는 눈빛에는 슬픔과 단단함이 배어있었다.“지영아... 만약 그때 내가 그랬던 게, 정말 네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하면... 그렇다면 날 용서해 줄 수 있어?”백연신의 목소리는 간절했고 눈빛은 애처로웠다.그러나... 그녀는 담담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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