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탁유미를 한번 보고 다시 이경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가 신경 쓰여 임유진은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다 탁유미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유진 씨. 데려다주는 사람도 있는데 뭐... 두 사람은 얼른 들어가요.”“그럼... 그래요. 우리 먼저 갈게요.”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 사이 탁유미와 이경빈은 말없이 이경빈의 차로 향했고 곧 조용히 문을 닫고 차에 앉았다.시동이 걸리자마자 이경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유미야... 정말 아이를 낳을 생각이야?”탁유미는 창밖을 보던 시선을 거두며 한숨 대신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난 이 아이를 낳고 싶어. 그리고 병원 협진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잖아.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그러나 이경빈은 차분해질 수 없었고 결국 억눌려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아까 지영 씨 봤잖아. 검사도 다 정상이라더니 결국 난산이었어. 거의 죽을 뻔했어...유미야.”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등에는 힘이 들어갔고 오늘 산부인과 앞에서 본 백연신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 숨이 막혀왔다.“그런 일은 극소수야. 정말 운이 안 좋았던 거고...”“난 그 나쁜 운이 너한테 닥치는 게 싫어.”이경빈은 거의 숨을 내뱉듯 말했다.“확률이 만분의 일이든 억만 분의 일이든... 난 네가 그런 위험을 겪는 걸 못 봐.”탁유미는 잠시 말을 잃었고 차 안의 분위기는 그 즉시 숨소리조차 무겁게 만드는 침묵으로 가라앉았다....잠시 후.차가 분식집 앞에 멈추고 탁유미는 곧장 안전벨트를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잘 가.”그런데 내리려는 순간 이경빈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더니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제발... 그 아이 낳지 마.”그의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했다.“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네게 임신을 강요했던 것도,= 무조건 낳으라고 했던 것도... 다 잘못이야. 그러니까... 제발 중절하자.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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