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차 안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했다.둘 다 입을 굳게 다문 채 각자의 생각에만 잠겨 있었고 어느샌가 차가 분식점 앞에 멈추자 김수영이 곧장 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어머... 하루 종일 어디 다녀온 거야? 검사는 어땠어?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지?”탁유미는 애써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별일 없었어요.”하지만 그 말을 가로막은 건 이경빈이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유미야... 장모님한테까지 숨길 생각이야?”그는 숨김없이 병원에서 들은 내용을 모두 설명했고 말을 다 듣고 난 김수영의 표정은 삽시간에 불안으로 굳어졌다.“뭐라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럼... 그럼 어쩌면 좋니...”그러자 이경빈이 나서서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장모님, 유미 설득 좀 해주세요. 지금은 아이보다 유미 몸이 먼저예요. 정 자식이 필요하다면... 나중에 둘이서 입양도 할 수 있어요. 뭘 하든 상관없어요. 전 그냥... 유미한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평소라면 김수영은 ‘장모님’ 소리에 감정부터 앞섰겠지만 지금 그럴 여유는 아무도 없었다.“유미야... 엄마는... 엄마는 네가 더 중요하지 애가 뭐가 중요하니. 이건... 그냥... 좀 생각을 다시...”“엄마.”그러나 그때 탁유미가 김수영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아직 전문가 협진 결과도 안 나왔어요. 이렇게 앞서서 결론 내리면 너무 빠르잖아요. 정말로.. .이 아이에게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가 먼저 포기해버리면... 전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그 말에 김수영은 결국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거운 한숨만 내쉬었다.그러자 이경빈은 다시 탁유미를 바라보며 거듭 확인했다.“만약... 협진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그때도... 계속 낳겠다는 거야?”탁유미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안 좋다’가 어느 정도인지... 그걸 보고 결정할 거야.”그 대답에 이경빈의 마음은 다시 깊은 후회 속으로 가라앉았다....이경빈은 웬만해선 스스로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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