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어.”그리고 잠시 후 스스로를 비웃듯 낮게 덧붙였다.“이경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넌 아직도 이렇게 멍청하구나.”차 안은 숨 막히도록 조용했다.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그는 시동을 걸었다.목적지는 없었다.그저 S 시의 밤거리를 천천히 떠다니듯 달렸다.그리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하늘에는 달이 높이 떠올랐을 무렵.그는 익숙한 장소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탁유미의 분식집 앞.셔터는 내려와 있었지만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아직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렸지만 가게 쪽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그저 차 문에 등을 기대고 그곳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그 시각 탁유미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커튼을 치려다 말고 창밖을 바라봤다.차 옆에 서 있는 익숙한 실루엣.그녀는 그대로 잠시 굳어 있었다.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히 커튼을 닫았다.‘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마주치지 않는 게 낫겠지.’그녀는 곧 등을 돌려 약상자를 꺼내고는 아들을 불렀다.“자, 옷 좀 벗어봐.”요즘 들어 탁윤의 작은 몸에는 군데군데 푸르스름한 멍이 많아졌다.예전에 태권도를 할 때보다 훈련이 더 빡세진 탓에 확실히 상처를 입는 일이 잦아졌다.그럴 때마다 탁유미는 늘 같은 말을 했다.“그만두고 다시 태권도 해도 되잖아. 운동은 뭐든 다 좋은 거잖아.”하지만 아이는 매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엄마.”연고를 바르던 손이 잠시 멈췄다.그러자 탁윤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나 예전보다 훨씬 날렵해졌대요.”그리고 이내 더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나중에 내가 더 강해지면 엄마랑 여동생도 지켜줄 거예요!”어린아이의 진지한 말에 탁유미는 웃음이 났다.“동생이 여동생일 거라고 어떻게 알아?”“만약 남동생이면 그때도 지켜줄 거예요!”아이의 말은 단호했다.“그리고 내가 직접 가르칠 거예요. 동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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