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2111 - Chapter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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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1화

“네.”이경빈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저녁은 김수영이 직접 차린 네 가지 반찬과 국 한 가지.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한 상이었다.늘 쓰던 작은 네모 식탁은 이경빈이 함께 앉은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비좁아 보였다.식사를 하던 중 김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했으니 동네 사람들도 이제 다 알았을 거예요. 앞으로는 굳이 이런 호들갑은 필요 없고...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 성은 ‘탁’으로 하는 걸로... 그건 문제없겠죠?”그 순간 이경빈의 손이 아주 잠시 경직됐다.‘성은... 탁 씨.’그 단어가 그의 마음 한가운데를 묵직하게 건드렸다.“네. 문제없습니다.”그러자 김수영은 다시 물었다.“그리고... 혼인 신고한 거... 그쪽 집안엔 말해놨어요?”“제 결혼 문제는 제가 결정합니다. 시간이 되면 따로 말하겠습니다.”“그래요. 난 괜히 자네 집에서 반대한다고 우리 딸한테 피해 오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요.”“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유미에게는 어떤 불편도 없게 할 겁니다.”식사가 끝나자 이경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의 그릇을 하나씩 걷어 들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한편 김수영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저 오랜 시간 굳었던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탁유미를 향해 낮게 말했다.“일단 결혼한 건 이렇게 정리됐다고 치자. 동네 사람들 시선만 막으면 되니까. 그리고... 나중엔 애 아빠가 자주 출장 간다고 핑계 대면 돼. 그럼 자주 안 들러도 자연스러울 거야.”“응...”탁유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그때.탁윤이 조용히 주방 쪽으로 들어왔고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던 이경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엄마가... 결혼해도 예전이랑 똑같을 거라고 했어요. 진짜예요?”그 말에 이경빈의 손이 물속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곧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봤다.“너희 엄마에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한텐 아니야.”“...”“아빠는... 너희 엄마의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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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2화

그날 이후로도 하루하루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다만 그날 이경빈이 터뜨린 화려한 예식용 폭죽과 고급 사탕 덕분인지 골목 이웃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건 탁유미도 분명 느끼고 있었다.사람이란 게 원래 그런 걸지도 몰랐다.조금만 겉모습이 번듯해져도 말이 달라지고 태도가 바뀌고...‘아이 낳고 돌 지나면... 그때 경빈이랑 이혼하고 윤이가 중학교 들어갈 즈음엔 다른 동네로 이사 가자.’그게 탁유미가 세워둔 가장 현실적인 미래계획이었다.미혼모에 대한 이 사회의 시선이 유독 혹독하다는 걸 그동안 뼈저리게 겪어온 탁유미에게 이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사는 여자는 ‘미혼모로 아이 둘’을 키우는 여자보다는 나을 테니까.웃기지만 탁유미는 ‘평판’ 같은 걸 크게 신경 쓰며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세상은 그런 그녀조차 평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그렇게 탁유미가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스스로 무얼 할 수 있을지 다시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소리 없이 골목 입구로 들어왔다.그리고 그녀의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문이 열리고 고급 원피스에 짙은 자줏빛 망토를 걸친 여성이 내렸다.60대 후반 정도.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렸고 메이크업부터 발끝까지 품위가 흘러넘쳤다.그 순간 탁유미의 심장이 요동쳤다.‘왔다...’그녀는 단번에 알아봤다.이씨 가문의 안주인... 이경빈의 어머니.탁유미는 예전에 단 한 번 스쳐 지나듯 마주쳤던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때 이 여자는 탁유미에게 극도로 무심했고 탁유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하나도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나중에 탁유미는 감옥에서 계속 되뇌었다.그의 어머니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경빈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걸.그래서 더더욱 무관심했던 것이라는 걸.그때 이경빈 어머니는 가게 앞까지 다가왔고 탁유미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차갑게 물었다.“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생각해 보면 내가 진작 왔어야 했지.”이경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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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3화

바로 그때 또 한 대의 차가 급히 멈춰 섰다.차에서 급하게 내려온 이경빈이 자기 어머니가 탁유미의 팔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급히 뛰어왔다.“엄마, 여기까지 오셔서 뭐 하시는 거예요? 유미한테 무슨 말씀하신 거예요?”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곧장 불안한 눈빛으로 탁유미 쪽을 바라봤다.“엄마가 뭐라 하셨든 신경 쓰지 마.”혹시라도 어머니의 말로 인해 탁유미가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아들의 반응에 김수영은 얼굴빛이 굳어졌다.“걱정하지 마라. 유미한테 듣기 싫은 말 같은 건 안 했다.”그러나 이경빈은 여전히 의심스러워 보였고 결국 탁유미가 나서서 말했다.“정말이야. 어머님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그제야 이경빈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엄마는 여기에 왜 오신 건데요?”“그냥 내 며느리 좀 보러 온 거다. 네가 결혼을 했으면 집에 말은 해야 할 거 아니냐. 그리고 유미는 지금 임신한 몸이라 결혼식 올리긴 어렵지. 그러니까 아이 낳고 산후조리 끝나면 그때...”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유미가 단호히 말을 끊었다.“결혼식은 없을 거예요.”김수영은 순간 멍해졌지만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네가 정식으로 우리 집 사람으로 들어온 건데 당연히 결혼식은 해야지. 이강 그룹에서도 성대하게 준비할 거다. 필요한 건 하나도 빠질 것 없게...”“저랑 경빈이는 아이 때문이에요. 그래서 잠시 결혼했을 뿐이고 아이 돌 지나면 이혼할 거예요. 그러니까 결혼식 같은 건 필요 없어요.”그녀는 숨기지 않았다.이 결혼은 원래부터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었으니까.그 말을 들은 김수영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녀는 믿기 힘들다는 듯 탁유미를 바라보더니 이번엔 아들 이경빈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서 차에 올랐다.잠시 후 이경빈이 탁유미를 향해 말했다.“미안해. 엄마한테는 내가 잘 설명할게.”그리고 그 역시 차를 몰고 떠났다.두 대의 차가 앞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탁유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오늘 이경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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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4화

아마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깊이 빠져들수록 헤어 나오기 힘들고 만약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마치 모든 걸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밤이 깊어 갈 무렵 이경빈은 조용히 강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집사에게 보고를 들은 임유진은 순간 멈칫했다.“이경빈 씨가 왔다고요?”“네, 사모님. 강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을 좀 드신 것 같습니다.”집사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강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들여보내.”그리고 옆에 서 있던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내가 가서 어떤 일인지 보고 올게.”“응. 그래도 걱정되네...”임유진 역시 섬뜩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이 밤중에 찾아올 이유라면... 설마 탁유미와 또 무슨 일이?이경빈은 술병을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그리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강지혁을 보며 손에 든 술병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한잔 같이할래요?”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나랑 여기서 술을요?”“네... 여기 S 시에서 누군가랑 술 한잔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그나마 조금 친분이 있는 분이 강지혁 씨라서... 그래서 같이 마시려고요.”예전에 탁유미가 입원해 있던 시절 이경빈은 강지혁과 조금이나마 교류가 있었고 그 후 임유진이 강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도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서먹하지만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이경빈 씨 밑에 있는 부하들 불러서 마시면 되잖아요.”강지혁이 군말 없이 말했다.“이경빈 씨한테 목숨까지도 바칠 놈들이니까... 술 따르는 건 일도 아닐 테고요.”“그건 다르죠.”이경빈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그 애들한테 이런 속 얘기를 털어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이런 찌질한 감정은 애초에 들려줄 수도 없고요.”강지혁이 잔잔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오늘은 나한테 털어놓으러 온 거예요?”“그러니까... 한 잔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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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5화

“그래... 이미 결혼했죠. 결혼했어요...”이경빈은 흐느적거리며 중얼거리더니 또 한 모금 술을 들이켰다.술잔은 계속 비워졌고 강지혁은 고작 한두 모금만 마셨을 뿐이었다.곧 이경빈은 소파 위에서 곤히 잠들었지만 취한 상태에서도 그는 여전히 탁유미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임유진이 거실로 들어섰을 때 눈앞에 보인 건 완전히 취해버린 이경빈의 모습뿐이었다.“저 사람이 여기 왜 온 거야?”임유진이 물었다.“하소연하러 온 것 같아. 이미 유미 씨와 혼인 신고를 마쳤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마음이 더 괴로워진 걸 수도 있고.”강지혁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경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자 임유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이경빈 씨랑 유미 언니... 원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이였는데... 그때 공수진 때문에 유미 언니를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처럼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최소한 나중에 유미 언니가 제대로 억울함을 풀었더라도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을 거고...”“그래... 사람이 한 발짝 잘못 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버릴 때가 있지.”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렸다.그러더니 갑자기 그는 몸을 돌려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그 힘은 보통의 포옹과는 달랐다.임유진의 온몸을 품에 꼭 끌어안고 숨조차 허락하지 않을 듯한 강한 포옹이었다.임유진은 순간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렇게 꼭 껴안으면...”“그저... 내가 참 운이 좋다고 느껴져서.”강지혁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네가 그때 날 용서해 주고 여전히... 내 곁에 있어 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임유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해했다.그가 이경빈을 보며 과거 자신들과의 일들을 떠올린 것이라는 걸.“그건... 네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야.”임유진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강지혁을 감싸안았다.그러자 강지혁은 몸이 살짝 떨리더니 얼굴을 임유진의 목덜미에 살짝 문지르며 끝없는 애정을 표현했다.임유진은 이런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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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6화

그녀는 정말... 강지혁을 거부할 수 없었다.임유진은 천천히 두 팔을 들어 강지혁의 목을 감싸안고 그의 입술에 살짝 그러나 확실하게 입을 맞췄다.그 순간 모든 게 자연스럽게 무너졌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이경빈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그리고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있을 때 마침 임유진이 걸어 들어왔다.“말해두는데...”임유진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차가웠다.“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난 상관 안 할 거예요. 하지만 유미 언니한테 상처 주는 일 생기면... 난 절대 가만 안 있어요.”그 말에 이경빈은 깊고 피곤한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만약 그런 날이 오면요... 임유진 씨가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됩니다.”이경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저도 저 자신을 용서 못 할 테니까요.”그 말에 임유진은 잠시 말을 잃고 그대로 서 있었고 이경빈은 문 쪽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그러고는 돌아보지 않은 채 조용히 물었다.“임유진 씨.”“네?”“유진 씨는 왜... 그때 강지혁 씨와 다시 함께할 수 있었던 거예요?”임유진은 순간 얼어붙었다.“당신이 감옥에 간 것도... 강지혁 씨와 관련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결국 그 사람 곁으로 다시 돌아간 겁니까?”강지혁이 그때 보고만 있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임유진이 사라진 뒤 이경빈도 진실을 파헤치려고 했었고 그러다가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임유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한참 동안 이경빈을 똑바로 응시하더니 마침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왜냐하면... 세상 누구도 혁이보다 날 더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걸 놓쳤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경빈은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차갑고 고독한 미소였다.“그렇군요.”아마 탁유미는 단 한 순간도 이경빈을 믿지 못했던 걸까...하긴... 그가 남긴 상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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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7화

탁유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경빈을 바라봤다.“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이경빈은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고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너... 아직도 날 믿을 수 있냐고... 내가 하는 말... 한 마디라도 믿을 수 있어?”그러자 탁유미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널 믿든 말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야?”“중요해.”이경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리고 그 단호함 뒤에는 숨길 수 없는 절박함이 스며 있었다.곧 탁유미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답했다.“좋아. 믿을게.”그러고는 담담하게 이어갔다.“네가 약속한 일은 지키겠지. 결혼하자고 해서 결혼했고... 나중에 이혼하자고 하면... 그것도 지키겠지.”그 순간 이경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느낌이었다.방금까지만 해도 그녀가 ‘믿는다’라고 말해준 것에 행복이 차오르던 그의 마음이 순식간에 그대로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그 여운 아래에서 이경빈은 거의 숨을 쉬는 것도 버거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유미야... 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건 믿어?”순간 탁유미는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왜 갑자기 그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마침 그때 출생 신고 관련 서류를 내던 직원이 탁유미를 불렀다.“여기요. 서류 받아 가세요.”탁유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받아 든 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경빈에게 말했다.“됐어. 가자.”하지만 겨우 두 발짝 정도 옮기던 그때 이경빈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어.”탁유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경빈아...”그녀는 조용히 말했다.“난 네가 지금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믿어. 그리고 네가 하는 말들에 진심이 있는 것도 믿어. 하지만...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정도로 큰 감정이냐고 하면... 난 그렇게 안 느껴져.”그녀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그 안에 오래된 상처들이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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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8화

“첫눈에 반했든 아니든... 이제 와서는 중요하지 않아.”탁유미는 아주 담담하게 말하더니 곧바로 시선을 피해버렸다.한편 이경빈은 한 박자 늦게 그녀의 말뜻을 곱씹더니 잠시 후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조용히 말을 꺼냈다.“그냥... 네가 알았으면 해서 그랬어. 난 처음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때부터 이미...”“그렇다면...”그런데 그때 탁유미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네 사랑이란 게... 그 정도였다는 뜻이겠지.”그녀는 차갑게 말한 뒤 스치듯 이경빈을 지나쳐 버렸다.그리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유미야!”이경빈이 성급히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내가 데려다줄게.”“됐어. 나 혼자...”“버스 타고 갈 거야?”이번엔 이경빈이 먼저 말을 잘랐다.“사람 엄청 붐비는 시간대야. 너 지금 임신한 몸으로 그 틈에 끼어 있다가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우린 지금 부부잖아. 내가 태워주는 게 당연하지.”“우린 아이 때문에 억지로 혼인 신고한 사이야.”탁유미는 그의 손목을 뿌리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게 무슨 부부야. 설마 지금 와서 말 바꾸겠다는 건 아니겠지?”그 순간 이경빈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경빈은 탁유미를 향해 깊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네 눈엔... 내가 그런 놈으로 보여?”그 말에 탁유미는 잠시 말문이 막혔고 이경빈은 다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한테는... 아이 때문에 억지로 나랑 결혼한 거겠지. 네 입장도 이해해. 그래서 네 기준에 난 ‘남편’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그때 이경빈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유미야, 내 눈엔... 넌 내 아내야. 그리고 앞으로도... 내 유일한 아내일 거야.”순간 탁유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이경빈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 있었다.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이상하리만큼 큰 울림이 있었고 그 말은 왜인지 모르게 탁유미의 마음을 아주 깊게 건드렸다.한순간 가슴이 찌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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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9화

‘그래...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아이 태어나고 돌이 지나면 그때 조용히 이혼하자!’탁유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아직 평평한 배 위에 손을 올리더니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마음속으로 단단히 되뇌었다....원래 그녀의 계획은 단순했다.출생신고 준비까지 마친 이상 이제 이경빈과의 인연도 여기서 끝.앞으로의 삶은 예전처럼 완전히 각자의 길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그 계획은 예상 밖의 장면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산전검사 가려고 길을 나서던 그 순간 이경빈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분식집 앞에 서 있었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탁유미는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오늘 산전검사 간다며.”이경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앞으로 검사 갈 때마다 같이 갈 거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탁유미의 등골이 서늘하게 굳었다.‘앞으로도... 매달... 몇 번씩...?’‘아니, 상황에 따라 더 자주?’“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잘 다녀.”탁유미는 급히 손을 저었다.“내가 같이 가려는 건 너 때문만은 아니야. 우리 아이 때문이기도 해.”이경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투는 단호했다.“예전에 네가 윤이 가졌을 땐... 내가 곁에 없어서 너도 애도 고생만 했잖아.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아. 적어도 아빠로서 해야 할 책임 정도는 하고 싶어.”그러나 탁유미는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눌러 깨물었다.그런 그녀 앞에서 이경빈은 더 조용히 더 정확하게 밀고 들어왔다.“그리고... 임신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옆에 사람 하나 있는 게 더 안전해. 병원 다니다 보면 갑자기 서류 띄우라거나 약 받으라거나 이것저것 심부름해야 할 일 생길 수도 있고. 너 나중에 배 더 불러오면 그걸 다 혼자 하겠다는 거야? 병원에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그리고 마침 그때 분식집 카운터 안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김수영이 한마디 보탰다.“유미야... 그냥 같이 가. 엄마도 그게 마음이 편하다. 혹시 무슨 급한 일 생기면 남자 하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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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0화

“전문 진료 보러... S 시 여성병원으로 가야 한대.”탁유미가 힘없이 말하자 이경빈의 이마가 즉시 굳게 찌푸려졌다.“S 시 여성병원? 거기까지 가야 할 정도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너 지금 몸에 이상 있어?”이경빈의 낮고 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탁유미는 숨을 한 번 삼키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에 간 이식 했잖아. 그래서 여기 보건소에서 하는 기본 산전 검사로는 안 된대.”말하면서 탁유미는 휴대폰을 꺼내 병원 앱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접속하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S 시 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예약: 전부 마감]오늘뿐 아니라 일주일 안의 모든 날짜가 이미 꽉 찬 상태였다.일주일 이후도 ‘예약 오픈 후 선착순’이라고 뜰 뿐.“이걸 어떻게 하지...”탁유미는 난감함이 밀려와 잠시 눈을 감았다.결국 그녀가 떠올린 사람은 단 한 명.‘유진 씨에게 부탁하면 예약 잡을 수 있을까...?’그녀가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옆에서 이경빈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네, 저 이경빈입니다. S 시 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진료 예약 부탁드립니다. 오늘 오전 타임이면 가장 좋고요. 네, 급합니다.”탁유미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이경빈은 이미 전화 통화를 끝내고 그녀에게 돌아섰다.“바로 병원으로 가자. 도착하면 바로 전문가 진료 볼 수 있어.”탁유미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너... 예약 잡은 거야?”“응. 아는 사람 통해서 자리 하나 추가했어.”...두 사람은 S시 여성병원에 도착했다.그러자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젊은 직원이 곧장 달려왔다.“이 대표님 맞으시죠?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그렇게 직원을 따라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일반 진료실이 아닌 VIP 전문의 진료 구역.탁유미는 뜻밖의 상황에 잠시 얼어붙었다.잠시 후 간호사가 나와 그녀를 진료실로 안내했고 이경빈도 자연스럽게 함께 들어섰다.진료실 안.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의사가 고개를 들었다.산부인과 전문의 하윤하.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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