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아, 나야...”전화 너머로 들려온 조보은의 목소리는 억눌린 울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을 뿐이었다.그녀는 조보은과 아무런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어버리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그러나 조보은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다급히 외쳤다.“끊지 마, 제발 끊지 말아 줘. 은영아... 제발...”고은영은 눈살을 깊이 찌푸렸다. 그녀는 더 이상 조보은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조보은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내 목소리 듣기 싫어한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 오늘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은영아, 부탁이야. 나 이제는 정말 갈 데가 없어.”그 말에 고은영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너 예전에 언니한테도 연락했었지?”“맞아, 했어. 하지만 은지는...”조보은의 말끝에서 분노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녀는 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고 더 초라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정우가... 정우 가슴에 종양이 생겼대. 수술비가 꽤 많이 들어... 은영아, 제발 정우 좀 살려줘. 정말 기댈 데가 없어서 그래.”‘정우?’그 이름이 귀에 꽂히는 순간, 고은영의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그녀와 고은지가 조보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오래전 일이지만 진짜 힘들었던 건 조보은이 서정우를 낳고 난 이후부터였다.조보은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는데 아들인 서정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지금 이 순간, 조보은은 전화기 너머에서 처량한 척 흐느끼고 있지만 고은영에게 있어서 서정우는 결코 좋은 동생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은영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하지만 정우는...”“사람마다 짊어진 운명이 있어. 그 운명은 받아들여야 해.”조보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에게 조보은은 이미 오래전에 마음 속에서 지운 존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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