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671 - Chapter 1674

1674 Chapters

제1671화

나태현과 나태범은 싸우다가 언성이 높아진 끝에 또 그렇게 등을 돌렸다.한편, 요즘 안지영과 고은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붙어 다녔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게다가 고은영은 한 번 출산을 경험한 적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늘 육아에 관한 것이었다.그날도 안지영은 뜨개질을 하는 고은영을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쳤다.“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걸 직접 만든다고?”고은영은 실을 손가락에 감아올리며 조용히 웃었다.“직접 만든 게 아무래도 의미가 더 있으니까. 너도 해볼래?”안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못 해. 진짜 이런 건 영 소질 없어.”그녀의 말은 단호했다. 조곤조곤 실을 엮는 고은영의 모습이 보기에는 그럴듯했지만 솔직히 결과물은 꽤나 난해했기 때문이었다.전에 장선명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배준우를 만났을 때, 그가 어처구니없는 컬러와 디자인을 한 목도리를 하고 나온 적이 있었다고 말이다.‘대체 어느 브랜드에서 만든 거지?’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야 알고보니 그것도 브랜드 제품이 아닌 고은영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그걸 알고 나니 안지영은 이 정도면 오히려 배준우가 참 많이 참았구나 싶었다.고은영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안 할 거면 말지. 뭐 그렇게까지 싫어해.”안지영은 어깨를 으쓱였다.“혹시나 억지로 시킬까 봐.”“내가 그랬다고?”고은영은 장난스레 콧소리를 냈다.“응.”안지영은 짧게 웃었다.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잠시 후, 고은영이 문득 조심스럽게 물었다.“요즘 나씨 가문 상황이 어떤지 알아?”“응?”안지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나씨 가문은 그녀에게 있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곳이었다. 연루된 사람들도, 관계들도 하나같이 복잡하고 불편했기 때문이었다.“한 달 전쯤에 터졌던 그 일 이후로 나태현이랑 나씨 가문 쪽은 사실상 연을 끊은 것 같더라고...”“진짜? 그 정도야?”안지영은 눈이 커졌다.“그럼 나태현은 한 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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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화

이렇게 보면 나태웅과 나태현은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었다.나씨 가문과는 더 이상 어떤 연도, 감정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나태웅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었지만 안지영은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결국 나태범에 대한 인과응보겠네.”과거에 있던 일들은 모두 나태범이 뒤에서 판을 설계하고 뒤에서 조종한 것이었고 모든 화살이 량천옥을 향한 것도 그가 한 짓이었다. 그 일에 있어서 량천옥은 억울한 피해자임에도 말이다.허나 나태범은 그 나이를 먹고도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랄하고 완고하게 모든 것을 자신 뜻대로 휘두르려 들었다.“정말, 자업자득이야.”그날의 기억이 스치자 안지영은 이를 악문 채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고은영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맞아, 자업자득이지.”“그런 집안에 태어난 것도 나태현이나 나태웅에겐 진짜 불행이겠네.”안지영은 코웃음을 치자 고은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불행...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나태웅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나태현은 그 집안의 그림자 아래서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다.“그만하자. 더 얘기해 봤자 뭐 하겠어.”안지영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털어냈다.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씨 가문의 망했다는 소식은 그녀를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 오만하던 나태범의 모습만 떠올려도 아주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르자 안지영이 입을 열었다.“희주 쪽은 어때? 별다른 소식 없어?”분위기를 전환해보려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들이 애초에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황에 있음을 실감했다.그녀의 질문에 고은영은 짧게 대답했다.“아직 찾고 있어.”그러자 안지영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요즘은 량천옥 씨도 안 보이던데?”그 질문은 고은영조차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글쎄... 나도 못 봤어. 그 사람은 늘 자기 일에만 집중하니까. 사실 나랑 량천옥 씨 사이에 연결고리는 언니뿐이었으니까... 언니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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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3화

“은영아, 나야...”전화 너머로 들려온 조보은의 목소리는 억눌린 울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을 뿐이었다.그녀는 조보은과 아무런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어버리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그러나 조보은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다급히 외쳤다.“끊지 마, 제발 끊지 말아 줘. 은영아... 제발...”고은영은 눈살을 깊이 찌푸렸다. 그녀는 더 이상 조보은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조보은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내 목소리 듣기 싫어한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 오늘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은영아, 부탁이야. 나 이제는 정말 갈 데가 없어.”그 말에 고은영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너 예전에 언니한테도 연락했었지?”“맞아, 했어. 하지만 은지는...”조보은의 말끝에서 분노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녀는 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고 더 초라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정우가... 정우 가슴에 종양이 생겼대. 수술비가 꽤 많이 들어... 은영아, 제발 정우 좀 살려줘. 정말 기댈 데가 없어서 그래.”‘정우?’그 이름이 귀에 꽂히는 순간, 고은영의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그녀와 고은지가 조보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오래전 일이지만 진짜 힘들었던 건 조보은이 서정우를 낳고 난 이후부터였다.조보은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는데 아들인 서정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지금 이 순간, 조보은은 전화기 너머에서 처량한 척 흐느끼고 있지만 고은영에게 있어서 서정우는 결코 좋은 동생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은영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하지만 정우는...”“사람마다 짊어진 운명이 있어. 그 운명은 받아들여야 해.”조보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에게 조보은은 이미 오래전에 마음 속에서 지운 존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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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화

그린빌까지 갔다가 란완 리조트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한참을 생각하던 배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이 데려다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왜요 갑자기?”진윤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배준우는 망설임 없이 이유를 밝혔다.“은영이가 임신했거든요. 요즘 좀 예민하기도 해서 최대한 빨리 돌아가서 은영이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그건 변명도 핑계도 아닌 사실이었다.사실 배준우는 더 이상 나태현이 하는 짓을 보고 있기가 버거웠다. 고은지를 향한 나태현의 차가운 태도, 그리고 그녀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인연을 잘라내던 무정함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런 사람이 지금 와서 후회에 잠긴 얼굴로 고은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모습이라니... 참 보기 민망했다.게다가 배준우는 다른 것보다도 고은영 곁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했다.“그래요. 그럼 먼저 들어가세요.”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배준우는 차를 세우고 나태현을 진윤에게 맡긴 채 떠났다.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배준우의 눈빛엔 씁쓸함이 스쳤다. 나태범의 두 아들로서 그들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었다. 동안에 있는 나태웅이 겪고 있는 일까지 생각하면 그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윤은 나태현을 그린빌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은 넓은 구조의 고급 아파트였다.인테리어는 깔끔했고 집 상태도 깨끗한 걸로 보아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집엔 아무도 없었다.나태현은 소파에 축 늘어진 채 중얼거렸다.“은지야, 은지야...”진윤은 이마를 짚었다.‘이러니 배준우도 도망치듯 가버리지.’그는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나태현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중요했으면 왜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거냐?”차라리 고은지가 나태현 곁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진윤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들은 데 의하면 고은지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걸 감당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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