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현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은지 말이에요. 아직 살아 있어요?”나태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숨소리는 한층 더 깊고 무겁게 가라앉았다.나태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무슨 단서라도 잡은 겁니까?”“없어, 아무것도.”두 사람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한참 후, 나태현이 다시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건 나씨 가문이 진 빚이에요.”“너 지금 제정신이야?”그 한마디는 나태범의 분노를 완전히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빚? 량천옥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 나씨 가문이 그녀한테 빚을 졌다고?’나태범의 날 선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태현의 싸늘한 눈빛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실망이 스쳤다.“나태현, 다시 한번 경고할게. 그 아이 문제는 이만 인정할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고은지는 살아 있든 죽었든...”“몰래 수색하던 사람들 철수시키세요.”나태현이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나태현!”“철수시키지 않는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그래?”나태범은 더 격노했다.나태현은 대답 대신 비웃는 듯한 숨소리를 흘리더니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나태범은 천락 그룹 본사에 있었다.나태현이 갑자기 손을 떼버리는 자람에 회사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었다.나태범은 고은지를 얕잡아봤었다. 늘 연약해 보이던 여자가 이렇게 큰 시한폭탄을 심어 놓을 줄은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육명호 쪽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빼앗아 간 데다가 그 사건이 드러나면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이 망할 년이... 콜록, 콜록, 콜록!”분에 겨운 나태범이 숨을 고르지 못했다.단집사가 황급히 물컵을 건넸다.“어르신, 진정하세요.”단 집사의 눈에는 나태범을 향한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이 나이에, 이미 은퇴했어야 할 분이 두 못난 아들 때문에 다시 수렁에 빠질 줄이야...’나태범은 물을 몇 모금 급히 들이켜고서야 가슴 속의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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