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651 - Chapter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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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1화

고은지는 더 이상 이름 없는 산골 여인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배준우의 처형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는 존재도 아니었다. 그녀는 량천옥의 딸이었으니 말이다.‘그런 그녀를 감히 건드리려 하다니. 그 무모함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거지?’장선명이 짧게 입을 열었다.“기다릴 필요 없어. 은지 씨는 이미 천락 그룹을 뒤엎고 떠났거든.”“뭐라고요?”안지영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일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육명호 씨가 천락 그룹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무려 다섯 건이나 빼앗아 갔어. 투자 자금이 수백억대인 프로젝트를 말이지.”“네?”“고은지 씨가 한 거야.”“그게 정말이에요?”안지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은지가 단순한 직장인처럼 생활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판을 흔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천락 그룹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어떻게 그런 중요한 사업들을 그렇게 허무하게 뺏길 수가 있어?”그녀 눈에 비친 고은지는 그저 상처 많고 조용한 여자였다.‘그런 여자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단 말인가.’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장선명이 부드럽게 웃으며 안지영의 콧잔등을 가볍게 집었다.“아이를 잃은 여자를 얕보면 안 돼.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거든.”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아보이던 여자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그 누구보다 냉철해지는 것이었다.“은지 씨가 초반에 일부러 육명호 씨한테 빼앗긴 프로젝트들은 천락 그룹 측에서 알아채고 막았어. 하지만 그건 다 눈속임이었지. 이번에 뺏긴 프로젝트들을 눈치챘을 땐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였고... 그렇게 결국 손해를 보게 된 거지.”안지영은 그 말을 들으며 고은지를 다시금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그녀를 깊은 절망 속에 내던졌던 나태현은 정녕 몰랐던 것이다. 그 어둠의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진짜 분노가 무엇인지 말이다. 고은지는 자신의 고통쯤은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었지만 고희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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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그녀의 말투를 들은 량천옥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이 상황에, 그딴 게 아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럼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량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무거웠다. 그 말을 들은 량천옥의 눈빛이 스르르 어두워졌다.“그딴 것들이 외손녀보다 중요하냐고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로웠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치 살을 도려내는 칼날같이 말이다.량천옥은 량의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더욱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아, 제가 깜빡했네요. 당신은 그저 본인이 잘사는 게 가장 중요하죠? 외손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잖아요”“너!”“조금이라도 그 아이를 아꼈다면 애초에 그때 그렇게 버리진 않았겠죠.”“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당장 이 일을 수습하지 않으면...”“근데 어쩌죠? 저에게는 딸이 훨씬 더 소중하거든요.”량천옥은 그녀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말로는 죄책감 운운하더니 결국 말뿐이었네... 한때는 나더러 모진 사람이라고 비난하더니 매정한 건 본인 아닌가? 외할머니란 사람이 지금 은지가 사라진 이 마당에 왜 저러는 거야? 난 아무리 힘들어도 은지를 포기하려 한 적 없어.’“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량의의 반응을 들을 생각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통화가 그녀에게 안겨준 건 그저 실망뿐이었다.나태현과 량천옥의 상황이 강성에서 한창 소란스러운 가운데 지씨 가문의 분위기도 무겁기 짝이 없었다.지신혜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지신후는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 있었고 박은정 역시 안색이 안 좋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지신혜를 향했는데 그 눈빛은 말 그대로 싸늘했다.지신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쓸모도 없는 계집애, 돌아오긴 왜 돌아와!”“여보, 내가 뭐랬어요? 신혜가 나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을 리 없다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당신이 안 믿은 거지...”그 말에 지신혜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박은정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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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지신혜의 말에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지신후는 다시금 딸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고은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어요.”순간, 실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박은정의 얼굴빛이 그대로 굳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이내 다급히 물었다.“돌아올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회를 잡았다는 듯 뻣뻣하게 굴던 박은정은 지신혜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지신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말 그대로예요. 이제 돌아올 수 없다는 거죠.”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잔혹할 만큼 무서웠다. 박은정은 눈꺼풀을 바르르 떨더니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았다.지신후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따라와. 서재에서 얘기하자.”그의 눈빛엔 이미 모든 짐작이 들어 있었다. 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어렴풋이 아니,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계단을 올라갔다. 지신혜도 망설임 없이 그 뒤를 따랐다.계단을 오르며 박은정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신혜는 그녀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던졌다. 그 눈빛에 박은정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미쳤나 봐. 완전히 미쳐버린 게 틀림없어. 정신이 온전하다면 어떻게 이런 짓을...’서재 안에서.지신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깊게 빨아들였다.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너 고은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지신혜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영영 사라지게 만들었죠.”“미쳤구나, 정말 미쳤어!”지신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눈앞에 서 있는 지신혜는 평소처럼 얌전하고 단정한 외모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소름 끼칠 정도로 독했다.영영 사라지게 했다는 그 말을 더 이상 캐묻지 않아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너 지금 량천옥이 우리 집에 어떻게 복수했는지 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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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여보, 더 이상 신혜를 지씨 가문에에 둘 수는 없어요.”박은정은 단호한 어조로 남편 지신후를 바라보며 말을 잘랐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정신이 없던 지신후는 그녀의 발언에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그게 무슨 뜻이죠?”지신혜가 눈을 부릅뜨고 박은정을 노려보았다.박은정은 혀를 차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찔렀다.“넌 정말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사는구나.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건드렸어?”“저... 저는...”지신혜는 말끝을 흐렸다.“너 나씨 가문에 시집가겠다고 했지? 어림도 없어. 시집은커녕 량천옥 손에 먼저 죽겠네.”지신혜의 얼굴이 굳어졌다. 숨조차 멎은 듯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말했잖아요. 절대 모를 거라고.”“모를 거라고?”박은정은 비웃듯 되물었다.“너 량천옥이 어떤 여자인지 모르는 거니? 여보, 당신은 알잖아요.”그 말에 지신후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신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절망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지신혜는 어려서 몰랐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량천옥이라는 여자의 광기, 집념, 치밀함을 말이다.나씨 가문과의 약혼이 지씨 가문에 일정한 이익을 안겨준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그와 달리 량천옥은 자기 딸 고은지에게 작은 모욕이라도 가해지면 가차 없이 복수해 버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지신혜 저지른 짓은 단순한 모욕이 아니었다.지신후의 눈빛을 본 지신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버지...”그는 길게 숨을 뱉은 뒤, 결정을 내렸다.“당장 출국해.”“뭐라고요?”지신혜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 그녀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았다.“앞으로 넌 내 딸이 아닌 걸로 하자.”“아버지, 뭐라고요?”지신혜는 그 자리에서 소리쳤다.‘꿈인 건가? 날 집에서 내쫓겠다고?’“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왜 다들 날 못 믿으세요?”“들키지 않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박은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약혼이 깨져 창피를 당한 것도 모자라 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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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지신혜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그야말로 완벽했다고 말이다. 아무리 량천옥이라도, 절대 자기에게 닿을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결국 량천옥을 너무 얕보고 말았다.지신혜는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왔으니 힘도 권력도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게다가 지금 지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는 건 량천옥뿐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놓고 말하면 더 큰 문제였다. 고은지만 사라지면 반드시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나태현이 지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날 11시.정록담이 서둘러 지신혜가 은신해 있던 오피스텔로 들어섰다.“량천옥 씨, 확인됐습니다.”량천옥의 눈이 번뜩였다.“어떻게 됐나요?”정록담은 숨을 고르며 보고를 시작했다.“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가 충돌 직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요. 이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건 전화는 아닌 듯합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연락을 취하는 것 같아요.”“그래서 누가 지시한 거죠?”량천옥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록담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일을 지시한 자가 얼마나 신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중하다고 해서 결코 잡히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정록담은 담담하게 말했다.“지신혜였습니다.”그 말 한마디에 주위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씨 가문도 조사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빠른 추적이 가능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지만 그 속엔 무거운 진실이 담겨 있었다.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지신혜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완벽한 계획은 량천옥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량천옥의 눈빛은 매서운 칼날보다 날카로웠다.“갑시다.”그녀는 짧고 명확하게 말했다. 정록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폭풍 전야처럼 서늘했다.두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지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한 순간, 그들 앞에 낯익은 차 한 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태현의 차였다. 그리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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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그때, 정록담이 어느 순간 조용히 다가와 량천옥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방금 지씨 가문이 공식적으로 지신혜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고 발표했습니다.”그 말에 량천옥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이 타이밍에 그런 발표라니?’의미는 명확했다. 지씨 가문은 이미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넘기고 손을 털었다는 뜻이었다. 마치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말이다.이미 확신하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공식적인 선언을 들은 순간, 량천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느꼈다.지신혜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량천옥의 표정만으로도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녀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말했다.“량 여사님이 여기까지 오시다니... 안으로 들어가시죠.”그녀는 안으로 초대할 생각이었다. 마치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량천옥은 냉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발걸음은 조용했지만 지신혜는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위압감에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 쳤고 눈 쌓인 길바닥에 미끄러지며 그대로 차가운 얼음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량천옥이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지씨 가문 사람도 아닌 주제에 날 안으로 들이겠다고?”“무, 무슨 말씀이죠?”지신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지신후가 그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이렇게 빨리, 이렇게 단호하게 날 내치다니…’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량천옥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 고은지는 어디 있지?”그 말에 지신혜의 숨이 꺾였다.“저는 무슨 말씀인지 잘...”량천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시간 끌 생각 마. 아니면...”그녀는 조용히 몸을 굽혔다.언제 손에 들었는지도 모를 작은 과도 하나가 그녀의 손 안에 있었고 그 날카로운 칼끝이 어느새 지신혜의 뺨에 스쳐 있었다.“아아악!”차가운 칼날, 그리고 그보다 더 차가운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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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고은지라는 이름을 듣자 량천옥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듯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이내, 맹렬한 분노가 다시금 솟구쳐 올랐다.그녀는 그대로 눈밭 위에 쓰러져 있던 지신혜의 몸통을 발로 세차게 걷어찼다.“기다려. 두고 보자. 절대 그냥 안 넘어갈 테니까.”량천옥의 이성이 돌아오자마자 떠올린 건 단 하나,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였다.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지신혜를 눈밭에 남겨둔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정록담 씨, 당장 그자들을 찾으세요. 지금 당장!”그러자 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이미 지시해두었습니다. 지신혜 씨가 말하는 그 무리를 지금 공항 쪽에서 수색 중입니다.”량천옥은 피범벅이 된 지신혜만을 그 곳에 남긴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며 떠났다.그때, 구석에서 전화를 받던 나태현이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지신혜는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량천옥 그 미친년이 분명히 아주 깊은 상처를 냈을 거야, 얼굴에 흉터가 남을지도 ‘몰라.나태현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힘껏 걷어찼다!지신혜는 몸을 겨누지 못하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눈길에 쓰러졌다.“태현 씨...”그녀가 더 말하기도 전에, 나태현은 이미 차에 올라 그대로 떠나버렸다.차가 달리며 일으킨 바람에 지신혜는 추워 몸을 떨었다.‘어떻게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어? 난 당신의 약혼녀인데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이야?’낙의는 떠났다.지신혜는 떨리는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만졌는데 손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아악!”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비명이 울려 퍼졌다.‘왜, 왜 모두 고은지 때문에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그녀는 돌아서서 넷 가문의 대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문 열어, 들어가게 해줘, 들어가게 해달라고!"분노에 찬 목소리는 결국 눈보라 속에 사라졌고, 아무도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한편, 차 안에서.량천옥은 마음이 조여지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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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어때? 입을 열었어?”정록담의 물음에 삭발한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아뇨. 하지만 증거는 명확합니다.”그는 흰색 스마트폰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정록담이 그것을 받아 들여 화면을 확인하더니 곧장 량천옥에게 건넸다.“지신혜의 계좌입니다. 이틀 전, 정확히 일백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량천옥의 눈빛과 분위기는 완전히 돌변했다.얼음처럼 차가운 침묵 속에서 그녀는 정록담에게 눈치를 줬다.정록담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삭발 사내 역시 그 눈빛만으로도 뜻을 알아차렸다.그 순간, 폐공장 안은 다시금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과 무자비한 폭력 소리로 가득 찼다.무자비한 구타는 십여 분간 이어졌고 량천옥은 아무렇지 않게 낡은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치 저승에서 돌아온 여왕처럼 살기만 남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끝까지 입을 안 열면 모두 바다 밑에 던져버려.”그녀의 목소리는 칼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은 사람의 피까지 얼게 만들었다.그 말을 들은 몇몇 양아치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전부 묶어.”삭발한 사내의 명령에 부하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안, 안 돼!”그동안 끝내 입을 열지 않던 자들조차 손발이 결박되자 비로소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량천옥은 그 광경을 차갑게 지켜볼 뿐,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았다.양아치들이 하나둘 묶여 끌려 나갈 즈음 그중 한 명이 결국 이성을 잃고 절규했다.“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의뢰인이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해서 그 여자를 바다에 던졌습니다.”그 순간, 문이 열리며 나태현과 양지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그 말을 듣게 되었다."그 여자를 바다에 던졌습니다."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적막이 폐공장을 뒤덮었다.차가운 밤공기 속, 바람이 싸늘하게 휘몰아쳤다.양지호는 반사적으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았기에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무표정 속에서 그는 바람보다 더 서늘한 냉기를 느꼈다.그 말이 들은 량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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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고은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고은영은 마음이 한시도 편하지 않았다.배준우가 나태현과 통화를 끝내고 돌아온 그 순간,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린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아, 아니예요... 그럴 리 없어요.”머릿속이 하얘졌다.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나태현은 전화로 배준우에게 몇 마디만 전했는데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졌다는 것이었다.배준우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무슨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어떤 말도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순 없었다.고은영에게 있어 고은지는 그저 언니가 아니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기대던 사람이었다.그녀는 배준우의 따뜻한 품에 안겨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마치 뼛속까지 냉기로 얼어붙은 듯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정말이에요? 진짜 되돌릴 수 없는 건가요?”고은영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물었다.배준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확실해. 량천옥 씨는 지금 바로 남해로 가고 있대.”그 말을 들은 순간, 고은영의 호흡이 급격히 가빠졌다.‘정말... 돌아올 수 없는 걸까? 진짜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걸까?’그녀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에 휩싸여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왜... 왜 하필 언니예요? 왜 우리 언니한테 이렇게 잔인한 거죠? 고생 끝에 행복이 온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나요?”‘다들 고생 끝엔 행복이 온다고 하는데 왜 우리 언니한테는 고통만 남았을까.’어린 시절의 고은지는 항상 고통과 결핍 속에 살았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세상은 한 번도 평온했던 적이 없었다.‘이제서야 겨우 친엄마를 만나고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끝내 얻은 건 죽음이라니...’“은영아...”“준우 씨, 언니는 단 하루도 행복하게 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마지막까지...”“우선 사람부터 찾자. 응? 아직 포기하지 말자.”그 말은 오히려 고은영의 마지막 이성마저 끊어놓았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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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량천옥의 눈에서 눈물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그 울부짖음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그 안에는 형용하여 말할 수 없는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녀는 고은지가 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고 믿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진주 머리핀 하나로 남아있던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고은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 무리와 마주쳤으니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량천옥은 무너져버린 듯 주저앉아서 울었다.그녀는 고은지가 겪었을 고통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상상하는 순간, 그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싶었다.량천옥의 시선이 나태현을 향했다. 멀리서 그저 무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량천옥은 미친 듯이 그의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이성을 잃은 채 주먹을 내질렀다.“다 나씨 가문 놈들 때문이야. 너희 집안이 고은지를 죽인 거라고! 속이 시원해? 만족하냐고, 응?”그는 분명 말했다. 고은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절대로 그녀와 엮일 일은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결국 고은지는 그와 엮인 끝에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나태현, 너희 집안 사람들 전부 다 벌받을 거야. 다 저주받을 거라고!”량천옥의 날카로운 절규는 거센 해풍을 타고 절벽 아래로 흩날려갔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 이곳에 있는 이들의 심장을 파고드는 절망을 감싸주진 못했다.“돌려줘. 우리 은지 돌려줘! 돌려달라고!”그녀는 이 모든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겨우 몇 시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평온했는데 지금, 량천옥의 세상이 무너졌다. 끝내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량천옥 씨!”정록담이 급히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이미 아수라장이 된 현장은 그녀가 쓰러지며 더욱 혼란에 빠졌다.정록담은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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