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고은영은 단 한 번도 량천옥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녀 말고는 또 누가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지금 이 시점에서 량천옥 또한 자취를 감췄다.배준우가 말했다.“또 몰라. 네가 강성에 거주하는 이상, 어떤 행동을 취해도 나태현이 곧장 눈치챌 테니까.”만약 고은지가 정말 강성을 떠났다면, 고은영과 연락을 취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입을 다물었다.원래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 지금은 퍼즐들이 다 한데로 뭉친듯이 다 엮여있다.게다가 나태현이 이번에 하는 수색 규모는 상상을 초월해, 고은영조차 고은지와 희주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그럼 희주 쪽은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요?”고은지가 사고를 당한 뒤, 고은영이 가장 걱정이 가는 게 다름 아닌 희주였다.그토록 찾아 헤매도 단 하나의 확실한 정보조차 얻을 수 없었다.배준우가 말했다.“있긴 있어!”“정말이요? 무슨 단서인데요?”“화장터로 향하던 차량을 알아냈어.”“…”고은영은 순간 얼이 빠진 듯 멍해졌다.겨우 그 단서라니.배준우라면 진작에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일 아닌가.그런데 지금껏 이토록 제한적인 정보밖에 없다니.고은영이 오랜만에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혹시 누군가 일부러 수사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고은영이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 말이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누군가 뒤에서 막고 있다고?’이 말을 들은 배준우는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고은영은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저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 괜히 신경 쓰시지는 마세요…”“너 먼저 밥 먹고 있어. 나 서재에 다녀올게.”말을 끝내자마자 배준우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고은영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으나,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희주, 언니…''정말 아직 살아있는 거야?'그 순간, 고은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어졌다.배준우가 자리를 뜨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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