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촌 동생 말씀입니까?”안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말을 하면서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장선명의 친척은 워낙 많았다. 사촌 누나만 해도 여덟, 아홉은 족히 될 터였다. 그 시절 사람들은 어찌나 자식을 많이 낳았던지, 지금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었다.“소아 아가씨이십니다.”도우미가 공손히 대답했다.'소아 아가씨…?'안지영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장선명과 결혼한 후, 그녀는 남편의 과거 이야기를 여러 차례 전해 들었고, 그중 가장 자주 거론되던 이가 바로 소아였다.더구나 들은 바에 따르면, 소아가 태중에 있었을 적부터 장선명의 모친은 두 사람을 혼인시키려 했었다.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안지영은 그 시절엔 근친혼을 피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기가 찼다.어찌 그런 어처구니없는 약속을 하려 했단 말인가.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었다.게다가 소아는 줄곧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장선명과 실제로 교류한 적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한밤중에 느닷없이 킹덤 타운을 찾아왔다니...“소아 씨가 왔다고요?”안지영은 무뚝하게 도우미를 바라보며 상황파악을 했다.물론 두 사람 사이에 실질적인 교류가 없더라도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게다가 한밤중에 찾아오니, 안지영의 마음이 마냥 좋지 않았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소아 아가씨께서 눈가가 붉게 부어 있을 정도로 우시면서 오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안지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울며 찾아왔다니...숨을 고르려 애쓰며 그녀는 발길을 옮겼다.몸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가까워질수록 걸음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다.문 앞에 도착한 후, 안지영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귀를 문에 바짝 대었다.안쪽에서는 흐느끼는 여인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그리고 곧 이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선명 오빠, 저 정말 그 사람이랑 결혼하기 싫고 결혼할 마음도 전혀 없어요. 제발 아빠께 말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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