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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1화

“그 여자의 몸을 탐낸 건지 아닌지는 너 자신이 제일 잘 알 거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거라.”태허노도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이도현에게 더 이상 변명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그 여자의 몸을 탐냈던 거 같기도 하고...“그래. 아직 양심이 좀 있구나. 끝까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변명하지 않은 걸 보면. 자. 간만에 네놈 얼굴도 보고 뜻밖에 아가들도 만나고 아주 즐거웠다. 이제 이들을 데리고 내려가 보거라. 네 선배들이 분명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다. 어서 가봐라. 넌 이제 우리 태허산의 장문이다. 가서 실컷 단련하고 사명을 다한 후 다시 돌아와 태허산을 지켜라. 물론 네가 그 전에 태허산이 지켜온 모든 비밀을 풀어낸다면 다시 돌아와 태허산을 지킬 필요가 없다. 난 네가 분명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너는 우리 태허산 천 년 역사상 유일무이한 천재이고 이 태허산을 창립한 시조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으니까. 태허산 역대 인물 중 너보다 잘난 천재는 없으니 난 네가 꼭 태허산의 전통을 깨뜨리고 후세 제자들의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태허노도가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태허산에 올라온 이후로 태허노도는 줄곧 이도현의 단점을 들춰내기만 했다.예전에 태허산에서 같이 보낸 8년 동안도 늘 그랬다. 태허노도의 입에서 이도현을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말을 듣기 힘들었다.이도현이 느끼기에 태허노도의 교육 방식은 일부 가정의 스파르타식 교육이나 다름없었다.이런 가정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면 자만하지 말라 채찍질하며 늘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바빴다.그리고 아이가 실수라도 하면 온갖 욕설을 퍼부어댔다.사실 이런 부모의 눈에 아이는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에 불과했다.이도현은 자기 스승의 교육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겼다.그래서 스승의 꾸지람에 익숙해진 이도현은 갑자기 칭찬을 들으니 오히려 어색하고 믿기지 않았다.“스승님, 왜 그러세요?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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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2화

“이게 다 스승님 탓이에요. 스승님이 평소에 저에게 칭찬 한 번 해준 적 없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칭찬을 들으니까 믿겨 지지 않잖아요. 게다가 스승님이 하신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제가 태허산 천 년 역사상 유일무이한 천재이고 시조보다 뛰어나다고요? 말도 안 돼요. 제가 재능이 조금 있긴 해도 전부 기연 덕분이에요. 만약 제가 기연을 얻지 못했다면 아직도 무도 경계를 돌파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저를 시조와 비교하시다니... 시조에게 혼쭐날까 두렵지도 않아요?”이도현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이 썩을 놈아, 네가 뭘 안다고 그러냐? 기연을 얻지 못한 수련자가 어디 있겠어? 마찬가지로 시조에게 기연이 없었을까? 이 세상엔 누구나 자기만의 기연이 있어. 심지어 네가 얻은 것보다 더 큰 기연을 얻은 자들도 많지. 그런데 왜 그자들은 이름을 날리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해. 자, 생각해봐. 지금은 말법시대라 천지의 영기가 거의 말라붙었어.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네가 불과 몇 년 만에 지금의 경지까지 올라온 거고. 만약 네가 시조가 살던 영기 가득한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경지까지 올라갔을까? 반대로 시조가 살던 그 시대의 천재를 지금 이 말법시대로 데려온다면 과연 똑같이 이름을 날렸을까? 그러니 이 자식아, 너무 자신을 얕보지 말고 네가 가장 강하다고 믿어. 만약 너조차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남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태허노도의 칭찬이 머릿속에 박혀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알겠어요, 스승님. 저도 제가 뛰어나다는 걸 알지만, 겸손해서 말을 안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결국 스승님께서 알아채셨네요. 휴... 전지전능한 데다 인품까지 훌륭한 강자가 되기 참 힘드네요...”“꺼져...”태허노도는 참지 못하고 이도현을 꾸짖었다.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씩씩거리며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는 네 여인을 데리고 예전에 자신이 살던 동굴을 구경했다.그 후 태허산 구석구석을 함께 돌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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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3화

이도현은 네 여자를 안고 태허산을 천천히 내려갔다. 이번엔 한지음이 있어서인지 소유정과 한소희는 예전처럼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았다. 그저 이도현 곁에 살며시 기대어 두 손으로 그의 옷깃을 꼭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이도현의 허리를 꽉 조이던 다리도 얌전히 모여 있었고 누구 하나 다리를 젖히지 않았다.산은 오르기보다 내려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이도현처럼 뛰어내리는 방식을 선택하면 오히려 내려가는 게 훨씬 쉬웠다. 올라간 땐 네 사람을 두 번에 나눠서 올려보내느라 시간이 꽤 걸렸지만, 내려갈 땐 슝 하고 바닥에 착지했다.“와... 엄청 빠르네요... 심장이 멎을 뻔했어요...”한소희가 가슴을 두드리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도현 오빠가 없었다면 훨씬 더 빠르게 느껴졌을 거야.”소유정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빠르니까 아주 좋네요. 습기도 없고. 안 그래요, 유정 언니? 이번엔 다리가 젖지 않았죠?”한소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뜬금없이 무슨 소리 하는 거야...”소유정은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 순간 소유정뿐만 아니라 이도현도 마음이 뜨끔거렸다.사람은 양심이 찔리면 자기도 모르게 가장 미안한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이도현의 시선도 바로 그랬다. 그는 본능적으로 한지음을 바라보았다.“대체 어디에 습기가 있다는 거예요? 도현 오빠,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한지음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쳐다보며 물었다.“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이도현이 급히 부정했다.그는 평소에 절대 마음 찔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일도 억울하게 얽힌 거지만,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그래서 한지음의 질문에 저도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진짜 없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해요?”한지음은 이도현의 반응을 보고 더욱 의심스러워졌다.“믿지 마세요. 사모님, 제가 장담하는데 무조건 무슨 일 있었어요. 게다가 사소한 일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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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4화

이도현은 등자월의 대범한 말에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어서 가자. 이 산속에서 차 탈 수 있는 곳까지 가려면 몇 시간은 걸릴 거야.”이도현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도련님, 마음이 찔리셨나요? 사실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많았어요. 예를 들어 어제 산에 올라올 때 시간이 넉넉했어요. 안 그래요?”등자월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도현을 흘끗 쳐다보았다. 이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을 본 순간 재빨리 배시시 웃으며 덧붙였다.“도련님, 방금 그거 가설이었어요. 절대 도련님이 그랬다는 게 아니에요. 그 짧은 시간에 뭘 하겠어요? 게다가 유정 씨와 소희 씨를 안고 위로 날아오르는 상황이었는데 나쁜 짓을 했을 리가 없죠. 그러니까 도련님,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지 마세요. 저는 도련님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리라 믿어요. 자, 어서 앞으로 가요.”등자월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의 앞뒤가 모순적이지만, 소유정과 한소희는 등자월의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두 사람은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어서 갑시다. 더 지체했다간 해가 지기 전에 이 산속에서 못 나가요.”한지음이 소유정과 한소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그 후로 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길만 걸었다. 마치 방금의 민망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누구도 이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네 여자 중 한지음만 무공 실력이 거의 없었다. 체력도 일반 여성보다 조금 좋은 정도라 오랫동안 산길을 걷자 금세 지쳐서 걷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지음아, 이리 와. 내가 업어 줄게. 조금만 더 가면 헬기가 우리를 데리러 올 거야.”이도현은 한지음이 안쓰러워 그녀를 업겠다고 했다.“오빠, 저 괜찮아요. 계속 걸을 수 있어요.”한지음이 이도현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마에 땀이 가득 맺혔는데... 넌 저 셋이랑 비교하면 안 돼. 저 셋은 다 무사야. 실력이 높지 않아도 세속계에서는 이미 최정상의 강자라고. 그러니 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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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5화

이도현의 품에 안긴 한지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한지음은 살며시 이도현의 목을 감싸 안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었다. 귓가에 이도현의 힘찬 심장 소리가 들리자 한지음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이 순간 한지음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지금 이도현이 바로 그녀의 전부였다. 이도현만 곁에 있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소유정과 한소희는 한지음이 무척 부러웠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이 한지음이 아니라 자신이길 바랐다.물론 그들도 이도현의 품에 안기거나 이도현을 껴안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만약 이도현이 자신을 이렇게 깊게 포옹한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이도현과 네 여자는 모두 자기 생각에 빠져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도현은 사대신수의 신령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고 네 여자는 모두 이도현에 관한 생각뿐이었다.네 여자의 소원은 서로 다르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모두 이도현의 협조가 필요했다.예를 들어 한지음은 다시 이도현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니 이 소원을 이루려면 무조건 이도현의 협조가 필요했다.등자월의 소원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이도현의 곁을 떠나지 않고 영원히 이도현과 함께 있는 것이었다. 이도현이 그녀를 인정한다면 이도현의 여자로 살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도현의 시녀로 살 생각이었다.소유정과 한소희의 소원은 더욱 간단했다. 바로 이도현의 여자가 되어 자신을 이도현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었다. 이 둘은 아직 아이를 낳는 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한지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자 이도현 일행의 이동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태허산에서 완전히 나왔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 휴대폰은 다섯째 선배 기화영이 선물한 것이었다.이도현의 첫 번째 휴대폰은 여덟째 선배 신연주가 선물해준 위성 전화였다. 그 휴대폰은 한번 충전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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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6화

수많은 전화 중 대부분이 열 명의 선배한테서 걸려온 것이었다. 그 외에 오민아, 조혜영, 야노 요시코, 신영성존, 도광, 문지해의 전화도 있었다. 또한, 소유정과 한소희의 할아버지, 그리고 한지음의 아버지도 이도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그중에서도 이도현이 가장 놀란 건 주현진의 전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다.이도현은 이별할 때 분명 노문호와 주현진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서였다.그런데 지금 주현진이 보낸 메시지와 통화 기록이 있었다. 도저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이도현은 문자를 읽을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신영성존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드디어 통화가 가능하시네요. 주인님, 괜찮으세요? 다치진 않으셨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신영성존의 걱정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응. 나 괜찮아. 지금 태허산 외곽, 예전에 네가 나를 마중하던 곳에 있어. 이곳으로 헬기를 보내 줘.”이도현이 간단하게 말했다.“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모시러 가겠습니다.”신영성존이 흔쾌히 대답했다.이도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셋째 선배 인무쌍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도현이 성역으로 떠날 때 인무쌍은 이미 임신 3개월 차였다. 그 뒤로 7개월이 지났으니 인무쌍은 지금 임신 10개월 차였다. 아이가 벌써 태어났거나 곧 태어날 시기였다.“도현 후배?”전화 너머에서 인무쌍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엔 긴장과 기쁨이 가득했다.“셋째 선배, 저에요. 잘 지냈어요?”이도현은 사실 아이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응. 우리 다 잘 있어. 언제 돌아온 거야? 다치진 않았지? 지금 어디야? 완성에 도착한 거야? 주소를 말해 주면 내가 사람을 보내서 데리러 갈게. 지음 씨는 구해냈어?”인무쌍이 연달아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이도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 너머에서 갑자기 다른 여자들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셋째 선배, 진짜 그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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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7화

마침내 자신에게 말할 기회가 돌아오자 이도현은 한숨부터 길게 내쉬었다.이도현의 선배는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이도현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대했다.방금 통화 중에 우르르 몰려와 한바탕 떠들어 댄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렀다.이도현은 7개월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선배들의 속을 썩인 것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가서 꾸중을 들을 게 뻔했다.이도현은 이미 상상이 갔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 선배들은 이도현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며 그가 무사한지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둘씩 이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자기 가슴에 파묻힐 것이다.이도현은 또 숨 막히지만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이 녀석아, 빨리 말해. 너 지금 어디 있어? 선배가 직접 데리러 갈게.”이번엔 둘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 방금 스승님을 만나고 내려온 참이에요. 이미 신영성존에게 전화해서 헬기를 보내 달라고 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 금방 집에 도착할 거예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 그러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기다릴게. 너 그리고 지음 씨, 자월 씨가 무사히 돌아온 기념으로 축하 파티를 열 거야.”“주세요... 둘째 선배, 저도 도현 후배랑 통화하고 싶어요...”전화 너머에서 휴대폰을 뺏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열째 선배 연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도현 후배, 나 누구인지 맞춰봐.”연진이가 웃으며 물었다.“열째 선배, 제가 어찌 선배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겠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이놈아, 내 목소리를 잊지 않았나 봐. 네가 내 목소리조차 못 알아챈다면 제대로 혼내줄 생각이었어... 다시는 내 침대에 바라 오르지 못하게 말이야. 그리고 이 말을 어기면 네 아이의 성을 따를 각오까지 했어.”연진이는 두 마디도 안 되어 헛소리를 쏟아냈다. 일반 여자들이 쉽게 꺼내지도 못하는 말을 연진이는 밥 먹듯이 해댔다.“그럴 리 없어요. 제가 저 자신을 잊는다고 해도 선배들은 잊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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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8화

“오랫동안 안 보니까 마음이 허전했어요...”이도현이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마음만 허전했어? 다른 곳은? 예를 들어...”이도현의 예상대로 신연주는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고 더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그냥 어디든 다 보고 싶었어요...”이도현은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뒤에 있는 네 여자가 이 부끄러운 말을 들을까 봐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흥. 성의 없어. 소리는 왜 또 이렇게 작아? 이 녀석아, 너 옆에 사람 있지? 지음 씨와 자월 씨 말고 다른 여자가 더 있지?”신연주가 바로 눈치챘다.“그게...”이도현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는 여자의 직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번 느꼈다.단지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도현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다니.이런 여자 앞에서 어떤 남자가 감히 비밀을 만들겠는가? 모든 걸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데...“왜 뜸을 들여? 어서 말해. 곁에 다른 여자가 있지?”신연주가 목소리를 높여 다그쳤다.“네... 소 장군님과 한 장군님의 손녀도 저 때문에 성역에 잡혀갔어요. 그래서 제가 이분들까지 구해냈어요. 이건 제가 떠날 때 선배들께 말씀드렸잖아요.”이도현이 낮은 소리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하하... 하하하... 이놈아, 설마 그 여자들이 너의 은혜를 몸으로 갚겠다고 했냐? 그리고 넌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고? 그런 거야?”신연주가 이도현을 비아냥거렸다.“아니... 그런 일 없어요. 여덟째 선배,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이도현이 힘없이 반박했다.“흥.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너희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보면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들이대잖아. 너라고 그러지 않을 것 같아?”“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선배, 제발 저를 오해하지 마세요. 저 진짜 정직한 남자라고요.”이도현이 애써 변명했다.“아니긴 개뿔. 네가 정직한 남자라고? 흥. 네가 정직한 사람이었으면 밖에서 다른 여자를 꼬이지 않았겠지. 우리가 주현진 씨를 모를 줄 알았어? 됐어.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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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9화

이도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주현진이 어떻게 자기 집을 알아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요즘 사람 하나 찾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정부 기관에서 한 시민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전제가 있었다. 상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어야 하고 거주지가 자주 바뀌지 않아야 했다.하지만 만약 상대가 범죄자라면 백 년이 지나도 찾기 힘들었다. 본인이 스스로 나타나거나 누군가 제보하지 않는 한 말이다.이는 아동 유괴범이 잘 잡히지 않고 유괴당한 아이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그런데 주현진은 어떻게 이도현을 찾아낸 걸까? 심지어 자기 아들을 데리고 그의 집까지 찾아가 선배들에게 물어서 이도현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이도현은 주현진이 선배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여덟째 선배의 말투만 들어도 일이 심상치 않았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눈치였다.거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헬기는 초원 위에 착륙했다.곧 헬기 문이 열리고 신영성존이 안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재빨리 이도현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주인님,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신영성존은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은 신영성존의 인생을 바꿔 놓은 특별한 사람이다. 이도현을 만난 이후로 무공 경지는 물론 삶의 질까지 완전히 바뀌었다.지난번에 이도현은 죽을 지경에 이르렀던 신영성존을 구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담약까지 챙겨줬다.신영성존의 경지는 다시 한번 한계를 돌파하고 제국급 정상에 도달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신영성존은 성급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이는 천급 경지의 무사였던 신영성존이 꿈꿀 수조차 없었던 경지이다.예전의 신영성존은 천급 무사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줄 알고 이도현에게 복수하러 갔었다.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었다.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웃기고 어리석은지...이도현의 눈에 그때의 자신은 식은 죽 먹기로 해결할 수 있는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했을 텐데 말이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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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0화

그런데도 신영성존은 한 번도 이도현을 배신하지 않았고 떠나겠다는 말을 꺼낸 적도 없었다. 한결같이 이도현을 주인으로 모시며 그가 내리는 모든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이도현은 이런 신영성존의 충성과 끈질김을 알아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영성존의 내공을 끌어올렸다.신영성존이 이도현을 실망시키지 않듯 이도현 역시 신영성존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약속대로 신영성존에게 새로운 세상을 안겨주었다. 이는 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신영성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도현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는 평생 천급 경지에 머물렀을 것이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고 제한된 세상만 보았을 것이다. 무사의 세상 따윈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신영성존은 그 세상을 직접 보았고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주인님께서 돌아오셨는데 제가 어찌 직접 나오지 않겠습니까? 주인님은 단지 제 주인님일 뿐만 아니라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시기도 합니다. 주인님이 없었다면 저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겁니다.”신영성존이 감정에 북받쳐서 말했다.“아니야. 네가 다친 것도 결국 나 때문이잖아.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야.”이도현이 신영성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아닙니다. 주인님을 위해 일하는 건 저의 영광입니다. 주인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도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신영성존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알겠어. 그만해. 그리고 이제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우리 앞으로 친구나 형제처럼 지내자니까.”“안됩니다. 저는 평생 주인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주인님께 친구나 형제가 많으시겠지만, 부하는 저 한 명뿐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는 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습니다.”신영성존의 표정이 더욱 확고했다.“너도 참...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고집을 부리냐? 진짜 그럴 필요 없다니까. 왜 말을 듣지 않아?”이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사실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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