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정법신과 죽음의 신, 두 사람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가슴 안쪽은 마치 짓눌린 것처럼 쿡쿡 조여왔다. 그들이 과연 함께 힘을 합쳐도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구주왕을 상대할 수 있을까?희망은 단 하나, 현천신녀뿐이었다.고신도는 원래 화진의 정통에서 뻗어 나온 이단이며 그녀는 그 정통의 비밀과 오래전에 잊혀진 비술들을 간직한 인물이다.현천신녀가 선봉에 선다면 어쩌면 구주왕과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현천신녀, 그대는...”뇌정법신이 입을 떼기도 전에 소채은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번뜩이며 뿜어져 나왔다. 기세가 가라앉기도 전에 그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내달렸다.이를 지켜보던 무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윤구주는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터뜨렸다.“현천신녀! 대체 왜 이렇게 빨리 도망치는 거요? 나와 한 판 붙어볼 용기도 없단 말이오? 도대체 문아름은 어떻게 그대를 꾀어서 여길 데려온 거지?”비웃는 말투였지만 그의 눈빛은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소채은이 자신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확신, 이른바 마음이 통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뇌정법신과 죽음의 신은 그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해졌다. 저들의 마지막 희망, 선봉장으로 기대했던 현천신녀가 이토록 허무하게 손 털고 달아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들과 함께 온 문씨 세가의 무사들 역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넋이 나가 있었다.현천신녀란 인물이, 그것도 곤륜지역이 자랑하던 대재능이 이렇게 도망칠 줄이야.반면 윤구주의 눈빛은 날카롭게 가라앉았다.뇌정법신과 죽음의 신, 이 둘은 결코 살려둘 수 없는 자들이었다.문씨 세가의 사람들은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기에 일단 살려두기로 했다.남해함대가 근처에 대기 중이었고 그들에겐 한 발의 미사일이면 충분했다.아직 이 무리를 쓸 일이 있었기에 굳이 지금 손볼 이유는 없었다.윤구주는 손을 가볍게 휘저을 찰나, 강력한 기류가 형성되어 문씨 세가의 사람들을 먼 거리로 날려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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