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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1화

반쪽짜리 신혼만 가진 수련자가 해골 지대로 날아든 뒤, 곧이어 두 명의 초극 절정 수련자가 뒤따라 날아왔다.그들은 해골 지대 한가운데에 멈춰 섰는데 그곳을 매우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와, 진짜 장난 아니네. 하지만 생긴 걸 보니 곤륜 구역 수련자는 아닌 것 같은데...”암초 섬 위에서 백호가 의아한 듯 말했다.곤륜 구역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허세 가득한 외형을 지녔고 화려한 옷차림만 봐도 구분이 가능한데 지금 내려다보이는 두 사람은 옷차림도 평범했고 특히 한 사람은 화진의 얼굴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백호가 두 사람의 정체를 궁금해할 때, 그 둘도 아래에 있는 백호를 알아차렸다.쿵!위협을 느낀 백호는 순간적으로 짐승의 피를 각성시켰다.“성수인이군.”백호의 몸 뒤로 신성한 짐승의 형상이 드러나자 위의 두 사람 모두 순간 멈칫했다.“씁! 우리 수신전의 성수인을 감히?!”그중 한 명, 매우 건장한 사내가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으르렁거렸다.수신전은 성수혈을 빼앗아간 수련자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 무시무시한 살기를 온몸으로 느낀 백호는 잠시 멘붕 상태에 빠졌다.딱 봐도 자신을 죽일 생각인 게 분명했다.‘진짜 지독하게 운도 없군. 쉬러 나왔다가 이런 놈들을 만나다니.’하지만 백호는 그보다 먼저 전투욕이 끓어올랐다.그는 원래 태생부터가 전투광이었다. 싸우기 위해 태어났고 싸우다 죽는 걸 숙명처럼 여기는 자였다.“좋아! 성경 둘이라 이거지? 한 번 붙어보자! 너희 실력 좀 배워보마!”백호가 싸움을 걸자 그 건장한 사내 역시 성수인을 활성화시켰다.그러자 긴 머리가 순식간에 금빛으로 변했다.이에 백호는 멍해졌다.‘뭐야, 얘도 성수인이야? 이 자식 정체가 뭐지?’“사자황, 진정해. 수신전이 너희 성수혈을 훔쳐 간 자들을 증오하는 건 알겠지만 누가 감히 성수혈을 완전히 융합해 낸 경우가 있었나? 대부분은 그냥 삼켜서 내공 조금 늘리거나 아니면 약이나 법기 재료로 썼지. 성수혈을 자기 핏줄과 융합한 자는 없었어.”곁에서 쌍검을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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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2화

사자황이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을 본 노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너희 수신전의 수장조차도 지금은 구주왕의 수하가 되었는데 넌 아직도 네 대장 얼굴 한 번 못 봤단 말이냐?”그 사이 백호가 다시 달려들자 노인은 이번에는 공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군신 백호여, 나는 너희 저하의 벗이다. 그만 멈춰라. 내가 정말 널 죽일 생각이었으면 아까 그 한 칼로 충분했다.”그 말에 백호는 허공에서 잠시 멈췄지만 경계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정체가 뭐냐? 우리 저하의 벗이라고 말하면 내가 곧이곧대로 믿을 줄 아냐? 내가 그렇게 어리석어 보이냐?”백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사자황은 이미 노인의 말을 통해 백호의 정체를 알아차렸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화진의 4대 군신이라니... 언제부터 화진의 군신이 이토록 강해진 거지?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문으로는 아직 구오 경지에도 못 미친다 했는데.”사자황이 중얼거리는 사이 노인은 백호에게 자신을 소개했다.“나는 서문무해. 한 번 죽이겠다 하면 반드시 죽이는 사내다. 거짓말이라곤 모른다. 수련자계에 물어보면 모두가 증명해줄 것이다. 너는 화진의 군신이고 주작이 천하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으니 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백호는 눈을 부릅뜨더니 이내 반가운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다.“혹시 그 유명한 서해 검성이십니까?”“하하! 역시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구나.”서문무해가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세상 둘째가는 검객, 단 한 사람 김도현 선배님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고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십니까?”서해 검성은 말이 없었다.“하하하!”사자황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온 얼굴에 검은 선을 그은 서문무해를 보며 가차 없이 비웃은 것이다.“참 말도 못 하는구나. 윤구주도 참, 내가 김도현을 꺾은 걸 왜 너희한텐 말 안 한 거냐? 그 싸움으로 화진 전역에 이름을 떨쳐보려 했건만 정작 너는 그 사실도 몰랐단 말이지.”서해 검성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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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3화

수호자는 단지 성수에게 인정을 받아 성수인을 사용할 수 있을 뿐, 백호처럼 성수의 정혈을 완전히 융합한 존재와는 차원이 달랐다.“화진의 군신이 이 정도라면 너희 저하는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사자황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네, 저하께서는 제 경지보다 높으십니다. 지금은 극 신급 절정에 도달하셨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준 성인 경지에 도달하십니다.”백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뭐라고?”사자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그게 정말이야? 이 어린놈아, 나한테 장난치는 건 아니겠지?”사자황이 일부러 성난 척하며 윽박질렀다.“아닙니다, 거짓말이면 제가 성을 바꾸겠습니다.”백호가 손바닥을 들어 맹세했다.“됐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자황을 길에서 만난 김에 마침 잘 됐구나. 나랑 같이 도망친 려운천을 추격하러 가자.”서해 검성이 대화 주제를 돌렸다.“려운천? 아까 그 반쪽짜리 음혼만 남긴 자 말입니까? 그자가 대체 어떤 놈이기에 두 분께서 친히 추격까지 하시는 겁니까?”백호는 더더욱 궁금해졌다.‘아무리 두 분 조상 묘를 파헤쳤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천상 구역에 몸을 던지는 한이 있어도 이 둘과 맞붙기 싫었던 려운천의 선택으로 보아, 만약 이 둘 손에 붙잡혔다면 그야말로 생지옥을 맛봤을 것이다.“그것도 모르냐? 그자는 바로 너희 화진의 숙적, 종맹의 맹주다!”서해 검성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이쯤 되니 두 사람은 꽤나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백호는 아직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두 사람의 관심이 온통 려운천에게 쏠려 있는 걸 보고는 더 이상 말을 삼갔다.다만 한 가지는 조심스레 알려주었다.“그자는 천상 구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의 그 내공이라면 제가 나서도 이길 수 있을 정도였으니 천상 구역에 들어간다면 더 비참하게 죽을 겁니다.”백호의 말은 괜히 위험을 무릅쓰고 천상 구역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무엇보다 윤구주도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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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4화

“너도 따라 들어가겠다고? 천상 구역의 전설은 너도 들었을 터. 우리 세대에서도 수많은 인물들이 그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생존자 중 하나인 화공두목이 내게 말하길, 천상 구역 황성에 있는 그 삼안인의 여황제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존재라 하더군. 내가 들어간다고 해도 죽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서해 검성이 낮게 말했다.그 나이까지 살아온 서해 검성에게 친구라 불릴 만한 인연은 많지 않았다.윤구주는 후배이니 제외고 김도현도 대결 상대이니 제외, 정말로 마음을 터놓고 지낸 벗이라면 이 사자황이 유일했다.“날 걱정한다고? 흥! 영감이나 잘해.”“그 삼안인의 여황제가 혼술에 능하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잊지 마. 나에겐 황금 성사수의 가호가 있다는 걸. 여황제를 이기진 못하더라도 그 혼술 따윈 두렵지 않아. 내 신변을 지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사자황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서해 검성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사자황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 걱정은 어쩔 수 없었다.두 사람의 내공은 비슷했지만 실전 전투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사자황이 성수인을 발동시켜 성혈을 활성화하지 않는 이상, 그의 실력은 평소 서해 검성의 고작 10% 수준에 불과했다.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해도 서해 검성의 평상시 전투력의 40%를 넘지 못했다.“이 망할 영감! 지금 그 눈빛 뭐야? 설마 날 얕보는 거야? 걱정 말라고! 그렇게 날 챙기면서 지난번 내가 아사 신전과 희랍 신전에 포위당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왜 안 나타났어?”사자황은 분노를 폭발시키며 고함을 지르더니 그대로 서해 검성을 내버려 두고 해골 지대로 날아들었다.“아오, 저놈... 지난번엔 내가 폐관 수련 중이었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서해 검성이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렸다.하지만 사자황이 저렇게 고집을 부리니 더 말리는 것도 무의미했다.“좋아. 백호, 그럼 나도 먼저 들어갈게!”서해 검성이 백호에게 손을 들어 작별을 알리며 사자황을 따라 해골 지대로 날아갔다.“아니,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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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5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낙천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모두가 이곳엔 더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다음 거주지를 수색하려 하던 찰나 천상 구역 외곽의 기류를 주시하던 윤구주는 불현듯 한 기운을 감지했다.“수련자의 기운이다.”그 말과 동시에 윤구주는 곧바로 상대를 정확히 포착했다.슉!불과 1초 만에 윤구주는 그 수련자의 등 뒤로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씁!”그 수련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살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더니 그대로 손바닥을 뒤로 뻗어 윤구주를 후려쳤다.그러나 윤구주는 손가락을 모아 검을 만들듯 두 손가락으로 그의 기운을 찢고 검기를 손바닥에 실어 수련자를 수백 미터 밖으로 강하게 밀어버렸다.그러자 수련자는 그대로 밀려나 일행이 모여 있는 곳 앞까지 나뒹굴고 말았다.그와 동시에 소채은과 문아름이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렸다.슉! 슉!수련자 역시 즉각 반격에 나섰고 셋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합을 주고받았다.영기가 요동치고 내공이 충돌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윤구주는 그 옆에 조용히 서서 셋의 싸움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이 자는 무를 통해 도에 이른 자로군. 전투 경험도 풍부하고 무공 또한 출중해.무공으로서는 거의 절정에 달했다 할 수 있지. 하지만 무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술법에는 당해내지 못하지. 내공이 황자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둘이 합을 맞춰 덤벼드니 겨우겨우 버티는 수준이군. 문아름 저 여인은 내공은 탄탄하나 술법엔 서툴러.”기린수가 냉철하게 평가를 내렸다.쉽게 말해 소채은과 문아름 모두 반쯤 배운 솜씨였지만 둘이 힘을 합치면 그 수련자를 안정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싸움이 치열해지며 수련자가 신혼을 태워 반격하려던 찰나, 윤구주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두 여인을 전장에서 순식간에 끌어냈다.그제야 낙천도 정신을 차렸고 눈앞의 수련자를 보자 곧장 뛰어들어 그의 뒤로 몸을 숨겼다.그리고 기린수를 향해 다급히 뭔가를 외쳤다.“아이가 말하길 이 사람은 무왕이라 불리는 자로 구씨 일가와 가까운 사이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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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6화

무왕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격앙된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무언가를 말했다.“흥미롭네. 어르신을 알고 너도 안대.”문아름이 웃으며 말했다.윤상현!그 말에 윤구주는 온몸이 움찔했다. 드디어 할아버지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 것이었다!“지금 어디 계신대? 아니, 내가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어.”윤구주는 곧장 이화금안을 발동시켜 자신의 원신을 무왕의 정신 속으로 보냈고 그의 기억을 훑기 시작했다.“놀라지 마세요.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혼술을 써서 제가 통역 안 해도 되게 하는 거니까요.”문아름이 놀란 무왕을 진정시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구주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혼술을 거둬들였다. 그 얼굴엔 약간의 무거운 기색이 어렸다.“왜? 문제가 생긴 거야? 설마 안 좋은 일이라도...”문아름이 물었다.“맞아. 예상했던 대로 일이 좀 있었어. 할아버지는 구씨 일가와 각별한 사이였고 바로 그 관계 덕분에 구씨 일가가 삼안인에게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거야.”“예전에 네가 우리 윤씨 일가 사람들 데려갔을 때, 내가 조당에 참배하러 갔었잖아? 그때가 바로 할아버지가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었고 그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셨던 거야.”“결국 위기는 넘기셨지만 며칠 전 삼안인이 구씨 일가의 은신처를 찾아냈고 다시 큰 전투가 벌어졌대. 그 전투 이후로 무왕도 할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고 해.”윤구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채은과 임홍연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듣기엔 그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은 아닌 듯했다.“아니,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야. 내공이 약한 무왕이 삼안인의 감시망을 뚫고 살아남았다는 게 이상하단 말이지.”“무왕 본인도 그걸 이상하게 여겼고 그래서 황성으로 가서 삼안인 여황제와 최후의 결전을 벌이겠다고 결심한 거야. 말 그대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던 거지.”윤구주가 말했다.“모든 걸 내려놔?”문아름은 무왕을 위아래로 살펴본 뒤,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눴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빛도 급격히 굳어졌다.소채은과 임홍연은 상황을 도무지 이해 못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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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7화

무왕은 꼭두각시 개조를 받은 적이 없었다.그는 여전히 정상적인 수련자였고 천지의 영기를 끌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문아름의 질문에 소채은과 임홍연은 나란히 고개를 저었다.이런 문제를 그들이 이해할 리 없었다.“잘난 척 좀 작작 해. 아름 씨 부른 거 머리 쓰라고 부른 거잖아. 그게 아니면 대체 왜 데리고 오겠어?”임홍연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자기보다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영 불쾌한 눈치였다.문아름은 그런 임홍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도대체 누가 쓸모가 없는 건데? 적어도 지금 상황만 보면 제일 무쓸모인 건 그쪽일 텐데 말이야.’“그만해.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워. 누구든 얕보지 마. 서요산 대장로님이 임홍연을 보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윤구주가 코웃음을 치자 임홍연도 기다렸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흥, 난 내 남자가 든든하게 지켜주거든? 그런데 아름 씨는 어때? 옆에 털 하나라도 붙어 있어?”문아름은 말이 없었다.‘맞다. 원래는 다 괜찮았었는데...’“내 생각에는 말이죠, 무왕은 꼭두각시 개조 없이도 천상 구역에서 오래 살아남았고 심지어 황자 경지까지 올라갔잖아요? 수련 자체는 시간을 쌓아서 이룬 거예요. 이론적으로 보면 수련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죠. 시간만 충분하면 언젠가는 황자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요.”“하지만 이게 핵심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누가 무왕을 천상 구역에서 그렇게 살게 놔뒀느냐는 거죠. 그리고 천상 구역의 주인은 누구겠어요?”문아름의 말은 곧장 삼안인 여황제를 지목하고 있었다.“그 말은 삼안인 여황제가 무왕를 일부러 오래 살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왜요? 자기와 적대할 수련자를 키워서 뭐 하게요?”소채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건 표면만 봤을 뿐이에요. 그 밑에 깔린 진짜 이유는 못 본 거죠. 삼안인 여황제의 술법은 성공했지만 외부 수련자들이 몰려와서 그 술법이 퍼질 수 있는 구역을 제한해버렸어요. 그럼 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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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8화

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정말 그런 가능성이 있었다!“하지만 난 무왕 기억 속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어.”윤구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하, 넌 삼안인 여황제의 혼술을 두려워하진 않지. 하지만 그 여자의 혼술 수준은 너보다 훨씬 위야. 수련자의 기억을 조작하는 정도야, 그 여자에겐 식은 죽 먹기지. 게다가 넌 혼술을 잘 쓰는 게 아니잖아. 단지 무력화 할 수단이 있을 뿐이지, 그 안의 이상을 직접 알아채는 능력은 없어.”문아름이 단호히 말했다.그 말을 듣고 윤구주는 기린수에게 혼술로 무왕를 다시 조사해보라고 했다.“진작 말하지, 헤헤, 내가 나설 차례네!”윤구주보다 혼술에 능한 기린수가 슬슬 손을 펼치려는 순간, 문아름이 그를 막아섰다.“삼안인 여황제는 무려 7만 년을 살아남은 존재야. 혼술을 능히 다루는 자들 중에서도 머리 나쁜 사람은 없어. 혼술 고수가 진실을 캐낼 걸 그 여자가 몰랐을 것 같아?”문아름이 냉정하게 말하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이해가 갔다. 혼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선점’이라는 단어에 있다는 걸.선제적으로 혼술을 걸어놓은 자는 나중에 실력이 더 뛰어난 자가 와도 오히려 그걸 역으로 활용해 반격할 수 있다는 것.예를 들어 삼안인 여황제가 기린수가 혼술을 꿰뚫기 전에 무왕에게 자폭을 명령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일행 모두가 난처한 얼굴로 무왕를 바라봤지만 정작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기린수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이 멍청아, 넌 이미 삼안인 여황제한테 조종당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 그 여자가 네 몸에 혼술 하나 심어놓았을 수도 있다고. 맘만 먹으면 널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기린수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러자 무왕은 정신이 멍해졌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금세 무너져버렸다.“야, 그렇게 좌절할 건 없어. 나 같은 기린인도 속고 있었는데 네가 뭘 걱정해? 솔직히 네 재능으로밖에 있었으면 잘해봐야 극 진경에 도달했을 거야. 부귀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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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9화

문아름의 돌변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너무 빠른 나머지 모두가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생각해 봐. 나조차도 이 유혹을 버틸 수 없는데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의지가 곧 세상의 의지가 되는 걸, 그 여황제는 얼마나 더 참을 수 있겠어?”문아름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녀는 삼안인 여황제가 무엇을 하려는지 완전히 꿰뚫어 본 듯했다.“그 여자가 기다리던 사람은 이미 도착했어. 그 사람이 기준에 부합하든 아니든 이젠 더는 기다릴 생각이 없는 거지.”“7만 년의 고통과 기다림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문아름이 말했다.“그래서?”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나는 삼안인 여황제가 무슨 계획을 세우든 관심 없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할 뿐이야.”“기다리면 돼. 초조해져야 할 쪽은 우리 쪽이 아니라 바로 그 여자야. 아마 곧 구씨 일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문아름이 말했다.지금 그녀의 자신감은 섬뜩할 정도였다.하지만 임홍연은 도무지 문아름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 여황제는 7만 년을 살았어. 근데 아름 씨는? 이제 몇 살인데 벌써 그 여자를 다 꿰뚫었다고 장담해? 게다가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다며.”임홍연이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맞는지 틀리는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문아름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고요한 자세로 앉아 멀리 천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시점에 과연 누가 천상 구역을 강제로 침입하려 할까?’윤구주 역시 그 점이 마음에 걸려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아름에게 물었다.“문아름, 곤륜 구역은 삼안인 여황제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원래 둘은 적이어야 맞는 거 아냐?”“흥, 곤륜은 화진과는 달라. 화진은 만민의 의지를 모을 수 있지만 곤륜은 그렇지 못해. 오로지 이익이 전부야. 죽음이 가까운 늙은 수련자들은 천상 구역으로 오는 걸 마다하지 않아. 그저 살아만 있다면 노예든 하인이든 상관없다는 거지.”문아름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렇게 일행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때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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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0화

서해 검성 쪽은 훨씬 간단했다.그의 검도 의지는 무서울 정도로 꿰뚫고 베어냈고 혼술 따위는 굳이 어떤 수단을 쓰지 않아도 오로지 강인한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그때, 차가운 기운이 담긴 전음이 두 사람의 귀에 스며들었다.“윤씨 가문 그 자의 이름과 신분을 말하라. 그럼 려운천은 너희에게 넘기겠다.”‘응?’사자황의 눈빛이 반짝였고 서해 검성 역시 크고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누구냐고? 에이, 일부러라도 안 가르쳐주지! 진짜로 궁금하면 직접 본체로 와서 붙어보든가! 이딴 그림자 하나 띄워놓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서해 검성이 도발적으로 외쳤다.이는 상대가 그저 눈의 힘으로 만들어낸 투영체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손부터 나갔을 것이다.“너는 지금 네가 누구와 적이 되었는지 모르는구나. 나는 세계의 의지를 계승한 자,그리고 곧 세계 의지 그 자체가 될 존재...”검은 그림자가 그들의 앞에서 강력한 눈의 힘을 드러내며 뭔가 말하려는 찰나였다.“젠장! 그따위 허풍은 나도 하겠네! 곤륜 구역의 애들도 맨날 자기들이 창세자라고 개소리하더니 결국은 다 썰려나갔잖아?”서해 검성이 거침없이 끊었다.“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검이 바로 나야. 신이건 불이건 내 앞에서는 다 썰려. 여기가 천상 구역이든 지옥이든 내가 전부 갈라버릴 거야!”“한마디만 하지. 려운천 넘겨. 그리고 너도 그 본체로 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 내가 기분이 좋으면 살려줄 수도 있지. 아니면 이 천상 구역을 산산조각 내줄 거야.”‘와...’사자황은 멍하니 서해 검성을 바라봤다.‘이 영감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이런 당당한 태도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서해 검성은 김도현을 꺾은 이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누구를 보든 하찮은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원래도 강자였지만 마음속에 눌러왔던 감정이 터지면서 지금의 그는 마치 용이 등천하듯 기세가 폭발하고 있었고 말 그대로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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