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구주, 왕의 귀환: Bab 2321 - Bab 2330

2368 Bab

제2321화

“흠... 내 후손이 칠만 년이 지나 이렇게나 나약해졌단 말이냐.”임홍연이 계속된 괴로움에 죽기만을 기다리며 절망에 빠진 순간, 그 거대한 인영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그 목소리는 마치 깊은 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았고, 그 안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과 신념이 실려 있었다.임홍연은 순간 멍하니 얼어붙었다.그 순간, 문득 예전에 윤구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당신이... 설마... 내가 염황의 후손이라는 거, 그게 사실이었어요? 그럼 당신이 바로... 제 선조이신 건가요?”거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시선을 한쪽으로 옮겼다.임홍연도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마침내 보게 되었다. 삼안인 여황제가 황금빛 성력의 힘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을.그녀는 지금도 눈빛을 날리며 인황의 기세를 깨트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홍연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떠올랐다.“선조 님, 어서 저 여황제인지 뭐인지 하는 여자를 없애주세요!”하지만, 염황의 눈동자가 수축했다가 풀리기를 여러 번...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곤란한 기색이 떠올랐다.정말로 삼안인 여황제의 동력을 상대할 힘이 있었으면 자신이 지금까지 갇혀 있었겠는가?“잘 들어라. 너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내 힘도 금세 바닥날 거야. 그 여황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열쇠는 너 자신에게 있다.”임홍연은 멍하니 그의 말을 되뇌었다.‘나 자신에게?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야?’“염황님, 저 혼자서 뭘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수련조차도 해 본 적 없고, 지금 배워도 이미 늦었어요!”“염황 님, 염황 님도 제술 내공이 있으시잖아요? 차라리 저를 제물이라도 되게 해주시면... 그게 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임홍연은 허둥대며 그럴싸한 제안을 내놓았지만, 조상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멍청하긴. 너를 제물로 바쳐봤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냐? 됐다! 어쩔 수 없이 운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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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2화

‘만약 윤구주가 나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하게 된다면, 설령 내가 죽어 저승에 간다 해도...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어!’임홍연의 마음에 절망이 깊게 깔려 있었다.그녀의 아버지 임정설은 평소 딸을 아끼고 귀하게 대했지만, 나라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단 한 치의 감정도 허락하지 않는 철저한 군주였다.윤구주가 무너지면, 화진은 다시 한번 곤륜 구역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백성이 희생될 수도 있다.그런 상황을 만든 당사자가 자신이라면... 아버지는 결코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안 돼! 난 절대 포기할 수 없어!”“화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야. 내가 감당 못 하고 포기한다면 우리 임씨 가문의 선조 님들이 날 가장 먼저 버릴 거야!”“젠장. 그래, 한 번만 더 견디면 돼! 으아아악! 제발 버텨줘!”임홍연은 이를 악물었다. 왕실의 죄인이 되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윤구주에게 짐이 되는 것만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윤구주가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이 빚이든 책임이든, 혹은 훗날 화진의 황제가 되기 위해 그녀를 곁에 둔 것이든...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언제나 진심으로 그녀를 대했다.임홍연은 왕실에서 자라 세상 온갖 술수와 속임수를 보며 컸기에 사람의 진심을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정확했다.그런 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윤구주는 원래 황제가 될 그릇이야. 굳이 날 속여가며 연기할 필요 같은 건 없어!”“윤구주, 머리 좋잖아? 날 이용하려 했으면 진작에 확실하게 말했겠지. 굳이 문아름의 도를 태워버리지도 않았을 거고!”“그래! 윤구주가 내 마음을 얻어서 황위를 차지할 계획이었다면, 윤구주 성격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을 거야!”“확실해! 이 모든 건 다 삼안인 여황제가 그년이 사람 마음을 흐리게 만들려고 지껄인 거짓말이야!”“내가 고른 사람은... 설령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당당하게 저지를 사람이지, 절대 겉으론 웃으며 뒤통수 치는 그런 찌질이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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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3화

더는 지체할 수 없다!삼안인 여황제는 급해졌다.임홍연이 제일 약한 인간이니, 어쩌면 그녀가 제일 좋은 돌파구일 수도 있었다.삼안인 여황제의 요기가 폭발하며 인황의 성력을 무섭게 들이 삼키기 시작했다.“임홍연, 네가 내 손에 남은 유일한 대역전의 카드야! 이 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느냐, 그건 네 몫이다!”염황은 성력을 불어넣으며 힘을 보태고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환술의 파도 속에 결국 성력은 소진되고 말았다.염황의 성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삼안이 여황제는 치명적인 일격을 임홍연에게 겨눴다!생사가 오가는 이 순간, 갑자기 임홍연의 몸속 깊은 곳에서 인황의 혈맥이 폭발적으로 깨어났다.그리고 사방에 흩어져 있던 염황의 성력이 그녀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마치 마른 우물에 단비처럼, 그녀 안에서 폭발적인 내공 상승을 일으켰다.“좋아! 딱 지금이야!”염황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칠만 년을 모은 이 영기, 모조리 네 안에 쏟아부어 주마!”염황의 손끝에서 쏟아진 영기는 곧, 임홍연에게 걸맞은 그릇 임을 증명하듯, 무지막지한 속도로 그 몸에 스며들었다.정상적인 수련자라면 이토록 많은 영기를 한 번에 흡수해도 기쁨보다는 부작용과 통제를 시도하는 데 값진 시간이 걸린다.아무리 인황의 후예라고 해도 인황 영기의 일부만 받을 수 있었지만... 임홍연은 달랐다. 수련하지 않아도, 내공이 없어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폭주하듯 칠만 년을 쌓은 영기를 모조리 받아들였고, 내공은 순식간에 황자급 경지로 치솟았다!그리고 그 영기는 성경을 돌파하고, 반 성인 경지에 다다랐을 때야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안돼!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내가 마침 적절한 제물을 찾았다 할 때마다 바로 인황의 후예가 나타나는 거야?!”삼안인 여황제는 분노가 타오르며, 미쳐버릴 지경이었다.비록, 이 정도 수준의 내공은 삼안인 여황제에게는 껌이었지만 인황의 혈맥이 깨어난다면, 그건 분명 다른 경우였다.임홍연이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여황제의 동력은 임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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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4화

“하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삼안인 여황제한테 휘둘리진 않겠어!”“아버지... 진짜 그런 순간이 온다면... 꼭 도와주셔야 해요!”소채은은 손목에 걸린, 김도현이 준 부적을 매만지며 낮게 읊조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부적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김도현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사실, 검도 도주 김도현의 의식도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그는 이 환영이 보통 환술이 아님을 곧장 간파했다.“삼안이 여황제, 이 여자... 생각보다 더 대단하군. 천상 영역 바깥에 있는 나까지 영향을 줄 줄이야!”김도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물론 그는 지금도 원한다면 언제든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소채은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긴다.지금 윤구주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고 소채은은 아직 수련이 깊지 않다.이럴 때야말로 선배인 자신이 곁에 있어야 할 때였다.그래서 그는 곧장 이 환술의 미궁을 깨뜨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그 무렵, 검도 수제자들은 모두 도주가 수련 중인 검관 앞에 몰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특히 대선배인 견민기는 속이 들끓듯 거칠게 들이쉬며, 언제 폭발할지 모를 듯한 얼굴로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젠장! 사부님 설마 정말 저 환술에 갇히신 거야? 아니, 삼안인 여황제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자였어?”“미치겠네! 이런 식으로 가면 진짜 내가 사람들 이끌고 천상 구역 뚫고 들어간다!”견민기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걸 겨우 참고 있었다.사부가 ‘절대로 검도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칼 뽑고 날아갔을 것이다.그때였다.저 멀리서 날아오는 하나의 그림자. 검도 수제자들은 모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알아보았다.“어라? 둘째가 돌아왔네?”기쁨에 찬 견민기가 신나서 달려가자, 그를 맞이한 것은 싸다구 한 방이었다.“이놈! 어디다 대고 둘째야! 나, 이 어르신은 너한테 사숙이다, 인마!”날아온 이 남자는 입이 험하기로 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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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5화

견이영이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도현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생기라고는 전혀 없었다.“뭐야 이게... 선배가 어떻게 기척 하나 없이 죽은 듯이... 선배의 내공이 저 마귀의 술수에 걸릴 리가 없잖아?”잠시 고민한 끝에, 견이영은 어쩌면 소도연이 일부러 마귀진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문제는... 밖에서는 김도현을 볼 수가 없고, 자신이 함부로 그 안에 들어갔다가는 똑같이 갇혀버릴 수 있었다.견이영이 어영부영하고 있을 때, 검관 안에서 한줄기의 에너지 파동이 퍼져 나왔다.견이영은 재빠르게 경계했다. 하지만 곧 이 파동이 김도현과의 접촉 신호임을 눈치챘다.분명, 김도현은 이미 자신을 발견했다.뿌연 안개 속에서, 김도현의 원신이 견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영아, 절대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그 안으로 들어왔다간 너도 똑같이 당하게 될 거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를 생각해 봐.”검이영은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이 가장 잘하는 건 부록술. 김도현이 자신을 급히 부른 이유도, 그걸 기대한 게 분명했다.“알겠습니다, 선배님. 제가 비록 선배님을 직접 구하진 못해도, 똑같이 갇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그는 곧 부적 몇 장을 허공에 휘갈겨 그렸고, 여러 개의 특급 법기를 소환해 전법을 구성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전법이 완성되자 진동이 일며 파동이 퍼졌고, 그 파동을 통해 김도현이 갇혀 있는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전법의 에너지가 반사한 빛은 곧 안개 속에 갇혀있는 김도현의 모습이었다.“좋았어!”김도현은 즉시 손을 들어 휘갈겼다. 그는 원신의 정기로 안개 속에 몇 글자를 남겼다.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사실에, 그제야 견이영은 안심하기 시작했다.“과연 선배님이시다. 그런 경지에 오른 분이 저 따위 환술에 걸여 나가지 못할 리가 없지. 일부러 나가지 않는 건, 소채은을 지키기 위해,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서지. 혹시 소채은이 저 마귀의 술수에 넘어갈까봐...”소채은은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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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6화

윤구주의 몸은 썩어 문드러진 듯했고 주위엔 서늘한 살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흉포한 짐승 한 마리가 걸어 나온 듯했다.소채은은 이런 윤구주를 처음 보았다. 환술임을 뻔히 알면서도 윤구주의 이런 형상은 그녀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어쩌면 이것이 어둠에 물든 윤구주의 진짜 모습일지도 몰랐다.인황이 되지 못하면 그는 악마가 될 운명이었다. 서요산의 무명처럼 궁극의 흉마로 나아갈 것이다.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윤구주의 발걸음이 모래사장을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사악한 기운이 해안가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그가 디딘 자리엔 썩어 문드러진 검은 연꽃이 하나씩 피어났다.“소채은, 네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왜 날 구했지? 왜 날 살렸냐고! 나는 의리와 감정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네 은혜를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문아름을 떠나보냈어.”윤구주의 목소리는 분노와 원망으로 뒤엉켜 있었다.“네까짓 게 뭔데! 문아름이 아니어도 내 곁엔 임홍연이 있어!”“임홍연은 왕실 출신이고 명망 높은 가문의 사람이야. 염황의 후예라서 내가 그녀와 혼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 우린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맺어준 한 쌍이야.”“그런데 넌 날 살려줬다는 이유 하나로 내 곁에 붙어서 날 절대 놓아주지 않았어. 그렇게 나를 옭아매고 끝내는 너 같은 평민을 아내로 맞게 만들었지!”“내가 얼마나 지친 줄 알아? 하루하루를 연기하며 살아가. 매일 수많은 백성을 달래며 그들의 믿음을 지켜내야 하지! 그들은 나에게 단지 하찮은 개미일 뿐인데도 말이야!”윤구주가 뿜어낸 원한은 곧장 날카롭게 소채은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원한의 연꽃들이 그녀 안에서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연꽃은 윤구주가 그동안 삼켜왔던 어둠의 감정이었다.소채은은 이제껏 알지 못했다. 윤구주가 이런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조차 몰랐기에 더 충격이었다.그 역시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신경 쓰고 있었다.그는 사실 모든 사람들을 하찮은 존재로 여겼다. 화진의 백성들조차도 그에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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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7화

삼안 여황제가 바라는 건 소채은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소채은의 의지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그녀에게 혼술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일단 소채은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윤구주는 그녀를 놓아주기 위해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그 순간의 소채은은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한 걸음씩 천천히 빠지고 있었다.“죽음으로부터 널 지킬 수 있다면, 네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어!”소채은의 눈에서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사실 그녀는 처음 천상 구역에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살아서 나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윤구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어쩌면 그녀 자신의 뜻을 이루는 일이기도 했다.그러나 삼안 여황제가 손을 쓰려는 찰나, 한줄기의 성스러운 빛이 땅을 가르며 솟아올랐다. 이내 천수성검을 든 김도현이 빛이 치솟은 자리에 나타났다. “뭐야!”삼안 여황제의 눈은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저 늙은이가, 저 김도현이 소채은을 구하기 위해 원신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제 발로 환각의 전법으로 들어오다니!“흥! 놀랍지? 그래, 네놈은 상상도 못 했겠지. 내가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네 환각의 전법 속으로 뛰어들 줄은!”“채은 씨! 저 말에 휘둘리지 마요! 궤변에 넘어가지 말라고요! 윤구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가 원하지 않는 걸 그에게 억지로 시키진 못해요! 윤구주가 채은 씨를 아끼는 건 윤구주 스스로의 선택이에요!”“도덕적인 강요 같은 게 아니에요. 채은 씨가 윤구주를 구한 건 사실이고 윤구주가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빚은 갚아야 하고 생명을 구했으면 생명으로 보답하는 게 이치예요! 작은 은혜에도 큰마음으로 보답하는 게 사람의 도리인데 채은 씨는 윤구주에게 그런 진짜 감정이란 어떤 건지 처음으로 알게 해줬잖아요. 진정한 감정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줬잖아요!”김도현은 자신의 검에 전음을 실어 깊은 어둠의 수렁에 빠진 소채은의 의지를 북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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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8화

소채은은 머쓱해졌다. 이렇게 한 번 겪은 것도 진절머리가 나는데 이렇게 끔찍한 경험을 여러 번이나 겪어야 한다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사실 이상하단 건 처음부터 눈치챘어요. 윤구주는 임홍연이 정말 인황의 후손인지 확신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방금 나타난 윤구주의 환영은 임홍연이 인황의 후손이라고 단정 지었잖아요. 그게 거짓이란 걸 뻔히 아는데도 전 그 말에 휘둘리고 말았어요.”소채은은 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음속에서 여전히 걸리는 점이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하하하! 채은 씨는 자신감이 부족한 거예요! 미쳐야 할 땐 미쳐야 해요! 무모한 게 나약한 것보단 낫죠, 안 그래요?”김도현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임홍연은 인황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채은 씨가 여기에 온 것도 그냥 우연은 아닐 거예요. 좋아요, 나랑 함께 그 비밀을 파헤쳐보자고요!”김도현이 막 소채은을 이끌고 깊게 파묻힌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던 찰나,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선배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지금 이건 원신이 진법 안에 들어온 건데 그럼 결국 선배님도 이 진법의 제물이 되신 거 아닌가요?”소채은의 목소리는 단단했다.“제물? 그건 아니에요.”김도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다만 이 진법을 깰 수 없기에 들어오기 위해서 뭔가를 포기해야 했을 뿐이죠. 이 진법은 날 해치지 못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이쯤 되니 김도현도 더는 감추지 않았다.“그러니까 삼안 여황제는 선배님을 쉽게 다치게 하지 못하지만 만약 그녀가 죽음을 무릅쓴다면...”소채은은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그러나 김도현은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채은 씨, 나는 이 세상에서 숱한 고난을 겪었고 수많은 정상도 경험해 봤어요. 이미 도의 정점에 다다른 몸이에요, 그러니 죽음이 뭐가 두렵겠어요? 하지만 채은 씨는 달라요, 채은 씨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거든요.”“나는 도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도를 지키다 죽는 건 영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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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9화

윤구주, 임홍연 그리고 김도현이 이끄는 소채은까지 네 사람은 저마다 짙은 안개 속을 파헤치며 걷고 있었다. 그들은 뿌연 안개 속에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한편, 천상 구역에서는 원혼과 창귀의 거센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공격을 갈수록 거칠고 드세져 성수들조차 포위당해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기린수는 성수의 혈맥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소환하고 해산시키기로 했다.“7만 년 동안 천상 구역 안팎에서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아! 죽이고 또 죽여도 끝이 없어! 이대로 가다간 오래 버티지 못해!”기린수는 이미 많은 힘을 소모한 상태였고 더는 전장에 직접 나설 수 없게 되었다.“이제 때가 온 것 같아요.”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문아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무슨 뜻이지?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는 거야?”기린수가 묵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아뇨, 제 말은 삼안 여황제는 이미 궁지에 몰렸다는 거예요. 그쪽 눈엔 기세등등해 보이겠지만 제 눈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보여요. 지금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몰아붙일 타이밍이에요.”“지금처럼 극도로 예민한 순간에 만약 그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반드시 약점을 드러낼 거예요.”문아름의 목소리엔 확신이 서려 있었다.기린수는 그녀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문아름이 허튼 말을 할 인물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말해! 내가 뭘 하면 되지?”“간단해요. 기린금수의 힘을 전부 해방시켜서 천상 구역의 통제권을 두고 다투세요. 삼안 여황제의 힘은 바로 그것에서 비롯되니까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기린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농담하는 거야? 지금 내 상태로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도 천상 구역을 장악하는 건 불가능해! 이미 진법에 들어온 이상 영역을 빼앗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설령 내가 제대로 경지를 돌파한 뒤에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건 진법을 통해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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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0화

“크윽, 저 녀석 뭐 하는 거지? 설마 진짜로 목숨 걸 작정이야? 아니야, 천상 구역의 통제권을 노리는 거야! 대체 어디서 저런 배짱이 생긴 거지?”“아니, 기린수는 나보다 훨씬 오래된 존재야. 만에 하나 그가 어떤 비술을 발동한다면 천상 구역이 통째로 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어!”목숨을 걸고 싸울 수는 있어도 명백한 도박이었다. 지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삼안 여황제는 이를 악물고 몸을 던졌다. 미쳐 날뛰는 기린수를 저지하려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하지만 동력을 쓰려면 정신을 쪼개야 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허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그때, 짙은 안개 속을 걷던 윤구주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이상하군. 안개가 옅어지고 있어, 동력도 약해졌고.”함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윤구주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봉왕팔기, 이화성동!”윤구주의 금빛 눈동자가 드러나며 강력한 동력이 안개를 절반 이상 밀어냈다. 바로 그 찰나, 윤구주는 상대의 빈틈을 간파했다.“성술천주, 뚫어라!”강력한 금기의 성술이 폭발하며 하늘에서 불꽃이 세상을 뒤덮듯 쏟아졌다. 곧바로 부적 하나가 타오르다 사라졌고 그 순간 윤구주의 눈앞에 현실 세계의 요괴산이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는 요괴산의 한쪽에서 임홍연의 기운을 감지했고 다른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던 김도현 역시 이상 기류를 느꼈다. 검술을 발동해 틈을 찾으려던 그는 저보다 먼저 공격을 감행한 이가 있음을 알아챘다.“윤구주가 움직였어요! 같이 갑시다!”김도현은 소채은을 이끌고 윤구주의 기운이 감지되는 방향으로 날아올랐다.“좋았어! 환각의 진법이 깨졌어! 임홍연은 무사하고 기운도 아주 강하군. 소채은은 아직 감지되지 않지만... 여기 또 하나 아주 미세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건 누구지?”윤구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미묘한 기운은 어쩌면 김도현일 수도 있었다. 혼술에 능하지 않은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을지도 모른다.상대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보려 전음을 보내려던 순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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