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너머에서 곧장 들려온 건 노쇠한 목소리였다.“김도현 도주, 검도는 평안한가?”“염려 마십시오. 오늘 부적을 연 건 다름 아닌 선생님께 한 사람에 대해 여쭙고자 해서입니다.”김도현의 말투에는 극진한 존경이 묻어 있었다. 그는 이 노인을 대단히 높이 받들고 있었다.“혹시 윤구주에 관한 일인가?”“하하! 윤구주는 선생님의 제자이니 그자에 관해서는 제가 감히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알고자 하는 건 임씨 일가의 선조가 과연 누구였는가 하는 겁니다.” 김도현은 다시 한번 정중히 물었다.반대편은 잠시 침묵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를 꺼리는 듯한 기색이었다.“김도현 도주, 자네가 묻는 건 임씨 일가의 뿌리, 그 연원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인가?”“그렇습니다. 임홍연, 그 아이가 심상치 않더군요. 평범한 육신을 지닌 인간일 뿐인데도 구씨 일가 선조가 뿜어낸 독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김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본래 임씨의 출신에 관해서 내가 함부로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자네가 이렇게 물어오니 답은 해야겠지.”“임씨는 본래 염씨에서 갈라져 나온 집안일세. 염씨의 시조가 실종된 뒤, 그들이 세운 제국이 무너졌고 후손들은 이름을 감추고 성을 임씨로 바꿨지.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명맥은 이어져 오늘날에 이른 것이야.”“염씨요? 염황... 아니, 그게 아니라 황조라면 염인황의 후손이라는 말이군요! 어쩐지...” 김도현은 숨을 죽이며 말했다.그의 눈빛에 경외심이 피어올랐다. 서요산의 선조가 천계를 넘나드는 신통한 능력을 갖췄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김도현 도주, 이 일은 부디 윤구주에게 전하지 말게. 자칫 그 아이의 운명이 흐트러질 수도 있어. 그리고 이건 하늘의 비밀이니 더 이상 드러내선 안 돼. 괜한 고통을 또 짊어지게 하지 마.”노인의 말엔 진심 어린 당부가 실려 있었다.“알겠습니다. 그저 궁금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윤구주가 걱정돼서요. 이번 고난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설령 넘긴다 해도 얼마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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