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예쁘게 생겼고 바이올린 연주도 아주 잘했다.담당자는 그녀에게 한 행사에 6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행사가 많으면 하루에 3, 4번은 연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에 최소 6시간 바이올린을 켰다. 가녀린 손가락에 물집이 다 잡혔다.하루하루 힘들게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조은서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그녀는 유선우에게 전화하지 않았고 유선우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녀는 뉴스로 그가 파티에 참석하고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모든 장소에서 유선우는 우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 장소들은 예전에 조은서가 그와 함께 갔던 곳이고 그의 위풍당당한 자태에 마음이 흔들렸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 모습을 보니 조은서는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다.저녁쯤 병원 옥상.조은서는 매점에서 사 온 차가운 콜라 한 병을 옆에 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음료수가 몸에 좋지 않아 마시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끔 조금씩 마셨다.이때 허민우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큰 키에 흰 외과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그는 조은서 옆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조용히 일몰을 바라보았다.마지막 황금빛 석양이 점차 사라졌다.조은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옆에 있는 허민우를 발견했다. 그녀는 당황하며 다급하게 일어나서 인사했다.“허 선생님.”허민우는 오랜 추억이 담긴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조은서는 조금 불안했다.이때 허민우는 먼 곳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은서야, 너 어렸을 땐 날 민우 오빠라고 부르더니... 여름밤에 넌 작은 텐트에서 자는 걸 좋아했잖아. 우리 어머니는 늘 너에게 팥빙수 만들어 주셨고.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어머니는 널 많이 그리워하셨어.”조은서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기억해 냈다.그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민우 오빠.”이 네 글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민우 오빠’가 옆에 있던 그때는 어렸고 조은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부잣집의 작은 공주로 귀염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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