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722 챕터
제11화
이틀 후 조은서는 집을 팔았다.시가 100억인 집을 상대가 56억까지 깎아서 심정희는 욕심이 많다고 욕했다.조은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팔아요.”오빠가 구치소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변호사 비용을 제외하고도 조씨 가문은 큰 구멍을 메워야 한다. 수많은 압박 속에서 조은서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집을 판 뒤 그녀는 조은혁을 만날 방법을 찾았다.조은혁은 잘생기고 고귀한 외모로 예전부터 가는 곳마다 부잣집 딸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초췌해 보였다. 그와 조은서는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 얘기를 나눴다.“가서 박연준이라고 하는 변호사를 찾아가 봐. 은서야, 그분이 너와 날 도와주실 거야.”조은서는 명확하게 묻고 싶었다.하지만 면회 시간이 다 되어 조은혁은 들어가야 했다.그는 여동생을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의 여동생 조은서는 어렸을 때부터 조씨 가문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란 공주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조은혁은 신문으로 조은서의 상황이 어떤지 다 알고 있었다.떠나기 전 조은서는 일어나서 쇠창살을 잡았다. 어찌나 힘을 세게 주었는지 손 마디가 다 하얗게 되었다.“오빠... 오빠...”조은혁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조용히 한마디를 뱉었다.“몸조심해.”조은서는 오빠가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박연준...‘그래, 꼭 박연준을 찾아야겠어.’조은서는 그제야 일어나서 구치소를 나왔다. 나오자마자 학원의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정중하게 부르며 학원에는 당분간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조은서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이것이 유선우의 뜻일 거라고 추측했다. 다시 돌아오라는 그의 경고였다.절대로 그녀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 유선우는 오랫동안 그녀에게 감정이 없었고 그는 단지 자기를 챙겨줄 아내와 YS그룹의 주가를 안정시켜 줄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조은서라는 여자는 그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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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조은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은 채 귓가에 입술을 대고 위험하게 물었다,“몸이라도 팔겠다는 거야?”조은서의 몸이 떨렸다.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유선우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마치 연인 사이에 속삭이는 것처럼 그녀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누구한테 팔려고, 이곳 B시에서 네가 유선우 아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는데 감히 누가 널 건드리겠어? 게다가 다른 사람이 널 만지는 걸 네가 참을 수 있다고? 남자가 여자를 산다는 건 아무런 전희도 없이 바로 하겠다는 거야. 우리 첫날 밤처럼... 아팠던 건 벌써 잊었나 봐?”조은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어떻게 그녀가 잊을 수 있을까? 첫날 밤 유선우는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많이 거칠게 대했다.그날 밤, 조은서는 그에게 거의 죽을 뻔했다.유선우는 적당히 겁먹은 그녀를 보고 그만했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돌아와서 유선우의 아내로 살아. 우리는 예전과 같을 거야.”조은서의 가느다란 목선이 긴장해서 굳었다.갑자기 그녀는 맞은편 책장에 놓여 있는 반짝이는 새 바이올린을 발견했다.YS그룹 대표가 좋아하는 여자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거금 40억을 들여 바이올린을 샀다는 가십 기사를 조은서는 기억하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그...조은서는 웃었다. ‘예전과 같다고?’예전처럼 그의 잠자리 상대로, 매일 그의 비위를 맞추고 챙겨주면서도 조금의 관심과 존경도 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심지어 그의 비서도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 예전처럼... 다른 여자와 남편을 공유해야 하나.그런 과거 그런 남자 그녀는 모두 원하지 않았다.조은서의 미소는 점점 희미해졌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그런 유선우의 아내라면 다른 사람 찾아봐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그녀를 껴안았다.유선우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안고 잘생긴 얼굴을 그녀의 귀 주위로 가져갔다. 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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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조은서의 모습은 비참했다.유선우의 옷차림은 여전히 단정하고 깔끔했다. 단지 어두운 바지가 살짝 축축하게 얼룩져 있었다.살짝 선정적이고 방탕한 모습이었다.조은서는 손이 너무 떨려서 쌀알처럼 작은 단추를 몇 번이고 잡으려다가 놓쳤다.유선우는 옆에 서서 도움을 줄 생각은 전혀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는 습관적으로 커프스 버튼을 찾았지만 만져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커프스 버튼이 계속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얼굴을 숙이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한참이 지난 뒤 조은서는 정리를 끝내고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다.유선우도 뜻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으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빛의 뜻을 알고 싶지 않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말투로 그녀는 말했다.“유선우 씨, 나 너무 힘들어요. 우리 좋게 끝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문을 열고 떠났다.이번에는 유선우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그는 그 자리에 서서 조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혼한 부부는 대부분 죽기 살기로 싸우다 서로 상처를 입는다.이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조은서가 빌딩을 나설 때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유선우의 손이 스쳐 간 피부는 아직도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아직도 그의 손길이 남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유선우가 한 말들이 떠올랐다.‘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넌 여전히 나의 아내야.’‘유씨 집안 대문이 네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네가 이렇게 마음대로 구는 걸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착하게 굴었네’그 말에 조은서는 숨이 막혔다.그녀는 밖에서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18평이 조금 안 되는 낡은 아파트에 낡고 투박한 가구만 놓여 있었다. 예전에 조씨 가문의 별장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사한 날, 심정희는 좁은 거실에서 오랫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조은서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정도 집을 구할 능력밖에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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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조은서는 예쁘게 생겼고 바이올린 연주도 아주 잘했다.담당자는 그녀에게 한 행사에 6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행사가 많으면 하루에 3, 4번은 연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에 최소 6시간 바이올린을 켰다. 가녀린 손가락에 물집이 다 잡혔다.하루하루 힘들게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조은서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그녀는 유선우에게 전화하지 않았고 유선우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녀는 뉴스로 그가 파티에 참석하고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모든 장소에서 유선우는 우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 장소들은 예전에 조은서가 그와 함께 갔던 곳이고 그의 위풍당당한 자태에 마음이 흔들렸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 모습을 보니 조은서는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다.저녁쯤 병원 옥상.조은서는 매점에서 사 온 차가운 콜라 한 병을 옆에 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음료수가 몸에 좋지 않아 마시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끔 조금씩 마셨다.이때 허민우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큰 키에 흰 외과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그는 조은서 옆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조용히 일몰을 바라보았다.마지막 황금빛 석양이 점차 사라졌다.조은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옆에 있는 허민우를 발견했다. 그녀는 당황하며 다급하게 일어나서 인사했다.“허 선생님.”허민우는 오랜 추억이 담긴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조은서는 조금 불안했다.이때 허민우는 먼 곳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은서야, 너 어렸을 땐 날 민우 오빠라고 부르더니... 여름밤에 넌 작은 텐트에서 자는 걸 좋아했잖아. 우리 어머니는 늘 너에게 팥빙수 만들어 주셨고.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어머니는 널 많이 그리워하셨어.”조은서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기억해 냈다.그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민우 오빠.”이 네 글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민우 오빠’가 옆에 있던 그때는 어렸고 조은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부잣집의 작은 공주로 귀염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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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백아현이 너무 오바를 한 나머지 마침내 함은숙까지 움직이게 했다.함은숙은 조은서를 찾아갔다.당시 조은서는 한 백화점 행사에서 연주하고 있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저렴한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손에는 밴드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말하지 않으면 누가 YS그룹 작은 사모님이라고 상상이나 할까?함은숙은 무대아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조은서는 그녀를 보고 손가락을 멈칫했지만, 바이올린 연주에 집중했다.휴식 시간에 함은숙이 다가와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밖에 카페 있으니 거기서 기다릴게.”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떠나셨다.조은서는 계속 연주를 시작하려 했지만, 옆에 동료가 걱정하며 다가와 물었다.“은서 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아까 그 여자분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아요. 아는... 어른이세요.”동료는 반신반의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조은서는 자기 옷으로 바꿔입고 맞은편 있는 카페로 향했다.함은숙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세련되어 눈에 튀었다.조은서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함은숙은 그녀에게 레모네이드 한 잔을 주문해 주고 차분하게 말했다.“커피는 피부에 안 좋아.”이어서 조은서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시작했다.“인생 경험을 쌓고 싶다면 내가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소개해 줄게. 이런 곳이 네가 유씨 집안 며느리로서 올 자리니? 그리고... 네가 지금 입은 옷도. 선우 오기 전에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아주 모든 게 엉망이야.”그녀는 많은 것을 말했다.조은서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전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 선우 씨와 이혼하겠습니다. 선우 씨가 지금 어디에 갔는지는 알고 계시죠?”함은숙은 순간 숨이 막혔다.조은서가 처음 이런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조은서는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않았다.예전에는 유선우가 아무리 조은서를 차갑게 대해도 시어머니인 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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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차창이 반쯤 내려가고, 유선우의 오만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는 공식적인 자리에 다녀온 듯 블랙 앤 화이트 클래식 슈트를 입고 있었다. 온몸에 여유로움이 흘러넘치는 모습이 조은서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비 내리는 밤,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조용히 바라보았다.조은서는 추워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그녀의 손은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움켜쥐듯 바이올린을 꽉 안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유선우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여기서 그녀는 포기하고 차에 타기만 하면 된다.그러면 곧 깨끗한 타올과 따뜻한 물을 갖게 될 것이다. 내일 더 이상 행사장에서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 호화롭고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유선우의 아내로 돌아가는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조은서는 빗속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비는 점점 더 거세졌고 속눈썹까지 젖어 시야가 흐릿해졌다.1분이 지났을 때쯤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집으로 뛰어갔다.값비싼 차 안으로 빗물이 튀었다.그와 그녀는 빗속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늦은 밤 길거리는 조은서가 빗속을 달려가는 발걸음 소리로 가득 찼다. 그 소리가 유선우의 마음을 담담하고 울적하게 두드렸다.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지만 조은서가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예쁘던 손가락에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수수하고 검소한 옷차림을 하고 어떠한 액세서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런데도 조은서는 그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비는 계속 내리고...자동차 앞 유리에서는 와이퍼가 좌우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차 안에는 운전기사와 진 비서가 묵묵히 앉아 있었다. 유선우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참이 지난 뒤,드디어 유선우가 입을 열었다.“진 비서, 설명해 봐. 왜 조은서가 학원에 출근하지 않고 저런 형편없는 이벤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거지? 은서가 사서 고생을 하는 건가?”진 비서의 머리가 울렸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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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조은서는 임대 주택으로 달려갔다.저 멀리 심정희가 우산을 들고 아래까지 내려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조은서는 속도를 늦췄다.“어머니 왜 나와 계세요?”집에 돌아와서 심정희는 타월로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말했다.“걱정돼서 다시 와 봤어.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택시 타지 그랬어?”조은서는 말했다.“비가 내리니까 택시가 잡히지 않더라고요.”심정희는 그녀에게 어서 샤워하라고 재촉했다. 그사이 그녀가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게 수프를 끓였다.조은서가 수프를 먹고 있을 때 심정희가 망설이며 물었다.“너와 유선우 사이의 일은 어떻게 됐어?”조은서가 멈칫했다.그러고는 계속 수프를 마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가 이혼을 안 하겠대요. 이혼 소송을 맡아줄 사람도 당분간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별거 신청을 했어요. 길게는 2년 정도... 그 사람이 이혼을 거부하더라고 이혼할 수 있어요.”심정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묵묵히 조은서 손끝의 상처에 약을 발라 주었다. 그러면서 심정희는 코가 시큰거렸다.당시 조은서는 음대의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고 성이 김씨인 음악 천재는 여러 번 집까지 찾아왔었다.그런데 지금은... 그런 곳에서 연주하다니.조은서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했다.“아빠 회복하시고 오빠도 나오면 계속 공부할 거예요.”심정희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난 널 믿어. 그때쯤이면 우리 은서도 음악가가 될 거야.”조은서도 함께 웃었다.오랫동안 이렇게 웃어 보지 못했다. 그녀는 웃을 때 작은 덧니 두 개가 희미하게 보였고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방으로 돌아와 그녀는 침대에 앉았다. 바이올린을 소중하게 조심히 닦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벤트 회사 매니저의 전화였다. 내일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 오픈하는데 더 퀄리티가 높은 연주가 필요하다고 했다.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바로 은서 씨가 떠올랐어요. 4시간에 100만 원이에요. 하늘에서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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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조은서는 그의 행동이 너무 친밀하게 느껴졌다.거절하려는 순간 허민우가 조수석에 놓여있던 도시락을 들어 보였다.“우리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만두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만두. 나한테 가져다주라고 하셔서.”조은서는 조금 미안했다.“아주머니가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계셨네요.”허민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기울여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어서 타. 나도 그쪽으로 가는 중이었어.”조은서는 더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차에 탄 뒤 안전벨트를 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허민우는 양손을 핸들에 올려놓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도시락을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배고프면 열어서 먹어도 돼. 아직 따뜻할 거야.”조은서는 그와 너무 가까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또 그의 차를 더럽힐까 봐 걱정되어 고개를 저었다.“집에 가서 먹을게요.”허민우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페달을 밟았다. 잠시 후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가서 천천히 먹어.”흰색 BMW는 천천히 달려갔다.약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떠나가는 차의 방향을 바라보는 유선우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그는 차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고 빠른 답장을 받았다.역시 그의 예상이 맞았다.이 레스토랑의 주인은 바로 허민호였다.너무 피곤해서인지 조은서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차는 멈췄지만 그녀는 계속 자고 있었다.허민호는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밀조밀한 얼굴이 조금 초췌해 보였다. 실크 드레스 아래 감춰져 있는 부드러운 그녀의 몸...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넋을 놓고 여자를 바라보았다.예전에 그의 눈에 조은서는 그저 어린 소녀였다.그러나 수년이 지나 그녀는 성숙한 여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유선우의 손에서 오늘날의 매혹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허민호는 기분이 복잡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몸을 기울였다.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분명히 내가 널 먼저 알았는데.”조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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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유선우와 그녀는 3년을 부부로 생활했다.그는 그녀의 어디를 자극해야 그녀가 빨리 느끼고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부드러워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낡은 아파트의 어두운 복도에서 남녀가 얽혀 있었다.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랐다. 조은서는 가장 정통적인 명문가 딸이었다. 유선우는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주위 환경에 대해 까탈스러웠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단지 그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가 품에 안겨 울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다.조은서는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의 갈라진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 목소리는 남자의 가학성과 욕망을 더 불러일으켰다.그녀의 작은 몸부림은 모두 유선우에게 제압당했다. 이어서 그는 더 거칠고 뻔뻔해졌다. 심지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악랄하게 속삭였다.“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나하고 비슷하지 않아? 날 대체할 사람을 찾고 싶은 거야?”그는 그녀의 몸을 잘 알고 있었고 스킬 또한 뛰어났다.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유선우는 땀에 젖은 그녀의 헤어라인에 기대어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온기 하나 없이 차가웠다.“좋아?”조은서는 그의 어깨에 기댔다. 보드라운 피부가 검은 셔츠와 대비되어 더 뽀얗고 투명해 보였다.몸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었지만, 정신은 뚜렷해졌다.그녀는 유선우와 허민호가 껄끄러운 사이라는 것을 확신했다.하지만 그녀는 무엇 때문인지 추측하지 않았다. 이 순간 유선우의 분노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히 지쳐있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결국 그도 부유한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아들이다. 항상 까탈스럽던 그가 이런 낡은 복도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화가 가라앉은 뒤 그는 조은서를 안아 올려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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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차에서 내린 조은서는 다리에 힘이 다 빠졌지만, 그 모습을 유선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다리에 힘을 주고 걸어갔다.사실 오늘 같은 상황은 조은서에게 있어 그렇게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지난 3년간 유선우는 여러 해괴한 자세들을 그녀에게 요구해 왔고 오늘도 그런 요구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 게다가 어차피 끝까지 간 것도 아니었다.복도에는 아직도 남녀가 함께한 뜨거운 공기가 남아 있었고 조은서는 민망함을 느끼며 얼른 아까 바닥에 떨어졌던 수제만두 도시락 통과 한 쪽에 방치된 바이올린을 주워 들었다.지친 몸을 이끌고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한 조은서가 막 문을 열려고 할 때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은서야!"그때 복도 전등이 켜졌고 조은서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혜?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병원에 들렀다가 정희 이모한테 너 어디 사는지 들었어."임지혜는 조은서 곁으로 다가와서는 진이 다 빠진 사람처럼 칭얼거렸다."나 비행기에서 내려서 병원 갔다가 여기로 곧장 온 거니까 빨리 나 밥 줘. 12시간째 아무것도 못 먹었어. 기내음식 너무 맛없더라."조은서는 문을 열어 그녀를 집으로 들여보냈다.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간 임지혜는 방안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코끝이 찡해져 몸을 돌려 조은서를 꽉 끌어안았다.조은서는 임지혜가 이러는 이유를 알겠는지 애써 웃어 보였다."나 괜찮아, 지혜야. 이제 많이 적응됐어. 진짜야."임지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태어나길 금수저였던 조은서가 이런 원래 살던 집 화장실만 한 곳에 적응됐을 리가 없었다.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울컥하는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은 임지혜가 웃으며 말했다."나 먼저 샤워할 테니까 빨리 밥 줘. 오늘은 나도 여기서 잘 거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친구랑 회포 좀 풀어야지."조은서는 요리를 잘했다. 하여 임지혜가 샤워하는 동안 그녀는 만두를 데운 후 파스타 2인분과 소시지까지 반찬으로 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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