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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1131 - 챕터 1140

1224 챕터

제1131화

고은서는 고국성이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고준석이 그의 앞에서 한마디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고은서가 그런 능력이 있을 리 없다며 믿지 않았다. 그저 고준석이 고은서를 편애하는 거라 여겼을 뿐이다.‘그런데 이제 와서 삼촌이 먼저 그 얘기를 꺼낸다고?’“예전엔 네가 곽승재만 졸졸 따라다녔지, 딱히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잖아. 그때는 그저 네 외할아버지가 널 예뻐하는 거라서 한 얘기인 줄 알았지, 네가 이토록 능력이 뛰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어.”고은서의 생각을 읽은 듯 고국성이 말을 이었다.“이제는 네가 많이 성장한 것 같더라. 게다가 예전에 MQ의 히트 향수들도 다 네 엄마 손에서 나온 거잖아. 보아하니 네 외할아버지가 예전에 네 재능을 칭찬한 것도 허투루 들은 건 아니었던 것 같아.”고국성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러 감정이 밀려왔다.만약 한 사람이 약하고 무능하면 가족마저도 그를 무시하게 된다.반대로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존중과 호의를 보이기 마련이다.세상은 다소 현실적이고 이기적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그래서 사람은 어떤 면에서든 강해져야 한다.“은서야, MQ는 향수를 주력으로 하고 있잖아. 만약 정말 인기를 끌 수 있는 신제품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야.”유성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고은서는 향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중에 향수에 들어가야 할 특정 원료가 지나치게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서 대량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시장형세를 잘 파악하고 있는 유성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량 생산이 어렵다면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요즘 사람들은 독특하고 희소한 제품을 더 선호하기에, 오히려 대량 생산하지 않는 쪽이 더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고은서는 유성준의 생각이 꽤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원료 구입이 너무 어려워서 한정판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 결국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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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고은서와 송민아가 도착했을 때, 송민아의 부모님과 송민준은 이미 와있었다.서빙 직원이 그들을 위해 문을 열자, 고은서는 앞쪽 휴식 공간의 차탁에 앉아 있는 송민아의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두 분은 모두 쉰을 갓 넘긴 듯해 보였다. 송민아의 아버지 송철호는 짙은 색 중국 특색의 당의를 입고 있었고, 송민아의 어머니 차연수는 무늬가 우아한 치파오를 차려입었다. 실내가 좀 더워서인지 그녀의 숄은 한쪽에 걸려 있었다.차연수는 아마도 관리를 잘한 덕분인지 송철호보다 훨씬 동안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면서 다정히 이야기 중이었고, 옆자리에 앉은 송민준도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고 있었다. 부모의 다정함과 아들의 공경이 느껴지는 훈훈한 광경이었다.“아빠! 엄마!”송민아는 부모님을 보자마자 그들의 품을 향해 달려들었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송민아는 차연수의 팔을 껴안고는 애교를 부렸다.“민아야, 아빠는 안 보여?”송철호는 송민아에게 장난을 걸었다.“아빠도 당연히 보고 싶었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송민아는 송철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애교를 부렸다.송철호는 그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제 됐다, 됐어!”“고은서 씨이시죠? 어서 들어오세요.”차연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은서를 따뜻하게 맞았다.그러면서 송민아의 허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민아도 정말, 너는 엄마랑 아빠밖에 안 보이지, 은서 씨를 소홀히 하면 어떡해.”“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흥분했어요!”송민아는 깡충깡충 뛰어 고은서 옆에 자리했다.“엄마, 아빠, 이쪽은 제가 늘 말씀드린 고은서예요. 보시다시피 정말 예쁘죠?”고은서는 부끄러운 듯 송민아를 가볍게 밀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송민아의 부모님께 인사했다.“은서 씨는 정말 예쁘고 상냥하네요. 이러니깐 우리 민아가 반할 만하지.”차연수는 환하게 웃었다.고은서도 미소를 지으며 답례했다.“과찬이세요, 어머님.”“은서야, 너무 긴장하지 말고, 와서 차나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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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고은서는 생각했다. 이렇게 세심하고 배려 깊은 송민준이라면, 정말 마음먹고 여자를 쫓는다면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물론 고은서는 송민준에게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은서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음식들 정말 제 입맛에 딱 맞아요. 저도 사양하지 않고 잘 먹을게요.”송민아는 이 틈을 타서 고은서와 송민준을 놀리려 했지만, 고은서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결국 그 말을 되려 삼켰다.분위기는 꽤 화기애애했다. 송철호와 차연수는 고은서가 어색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함께 대화를 이끌었고, 송민아는 직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꺼냈다.송민준은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웃거나 응대해 주었다.다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고은서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잠시 후, 송민준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 전화는 부하 직원이 업무 관련해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워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고은서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송철호와 차연수를 향해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저를 이렇게 아껴주시고 또 이렇게 민아를 이토록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민아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제가 술 대신 차로 감사의 인사를 드릴게요.”“은서 씨, 그런 말씀 마세요.”차연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저희가 오히려 고마워해야죠. 은서 씨 지난 일들 다 잊고 민아를 이끌어준 거라서지금 민아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이게 다 은서 씨 덕분이에요.”“맞아요, 은서 씨. 민아는 어릴 때부터 누구를 존경한 적이 없는데, 매번 은서 씨 얘기만 나오면 칭찬이 끊이질 않아요.”송철호도 옆에서 거들었다.“은서 씨같이 훌륭한 사람과 함께하다 보니 우리 민아도 점점 더 성장하는 것 같아요.”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민아는 원래부터 훌륭했어요. 다만 부모님이 조금 늦게 알아보셨을 뿐이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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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오빠, 일은 잘 마무리됐어?”송민아가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무슨 얘기 중이었어? 분위기가 좀 무거운 것 같은데?”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민아를 이렇게 아끼는 거 보니까, 괜히 부러워졌을 뿐이야.”“너희 외할아버지도 너 정말 많이 아끼시는 것 같던데. 평소에 너도 외할아버지 자랑 자주 하잖아?”송민아가 다정하게 말했다.“그러니까 너도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야. 괜히 부러워하지 마!”송민아의 진심 어린 말에 고은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그 후로 고은서는 송민아의 부모님에 대해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첫째는 계속 언급하면 너무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고, 둘째는 송민준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송민준은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사람이기에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의심을 살까 그의 앞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웠다.저녁 식사가 끝났을 땐 벌써 여덟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송민아의 부모님은 오랜만에 딸을 만나 헤어지기 아쉽다며 그녀를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고은서는 올 때 송민아 부모님이 보내준 차로 왔기에 돌아갈 때는 그녀의 기사를 부르려 했다.고은서는 기사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송민준이 부드럽게 그녀를 말렸다.“은서야, 내가 데려다줄게.”곽승재한테서 들은 바에 의하면, 백유미가 말하길 C선생이 송민준일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부터 고은서는 송민준과 단둘이 있는 상황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지금은 송민준이 ‘호스트’ 입장에서 배웅하겠다고 한 것이기에, 딱 잘라 거절하는 것도 너무 티가 날까 봐 거절하지 못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양하지 않고 신세 좀 질게.”고은서는 송민아와 송민아 부모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송민준의 차에 올랐다.차 안은 그리 넓지 않았고, 오늘 송민준은 술을 조금 마셨기에 차 안에는 은은한 술 향이 감돌고 있었다.고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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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곽승재는 평소처럼 셔츠에 정장을 입고, 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곽승재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쳐다보았다.“오빠, 여기서 뭐 해?”고은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평소 곽승재는 예의를 지키는 편이라 그녀가 먼저 부르지 않으면 먼저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곽승재의 눈에는 마치 짐을 덜어낸 듯한 안도감이 스쳤다. 그는 고은서를 보며 설명했다.“퀸 데리러 왔어. 근데 퀸이 실수로 우유를 엎질러서, 아주머니가 씻기러 데려갔어.”지난번 곽승재는 퀸을 라이트문 아파트에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가 바쁠 땐 이미숙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며칠 전까지는 곽승재가 직접 퀸을 데리고 다녔지만, 오늘은 일이 있는지 이미숙에게 맡긴 듯했다.고은서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소파에 앉았다.“오늘 송민준이랑 식사는 어땠어?”곽승재는 고은서에게 휴지를 건네며 물었다.고은서는 휴지를 받아 입가를 닦고, 식사 자리에서 송민아의 부모를 떠보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했다.곽승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내가 사람을 시켜서 조사하게 할게. 너는 송민준 앞에선 언급하지 마.”고은서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오늘 송민준의 태도 중 이상한 점은 없었어?”곽승재가 다시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예전이랑 똑같았어. 신사적이고 예의도 바르고.”굳이 이상한 점을 꼽자면, 돌아오는 길에 송민준이 주동적으로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송민준은 항상 어색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반 시간 동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술 냄새가 차 안에 퍼지지 않게 하려고 그랬다고 했지만, 고은서는 그저 그가 신사적인 가면을 유지할 마음이 없어져서였다는 느낌을 받았다.단지 고은서가 계단을 오를 때쯤 되어서야, 그는 다시 완벽한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다.“왜 그래?”곽승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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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경찰은 해외 계좌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그 계좌는 외국에 있는 한 화교 명의로 되어 있었고, 그 인물은 여시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그러니까, 이번 사건은 여시은과는 무관하고, 마재경이 일부러 그녀를 모함한 거라는 말인가요?”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로는 이 사건이 여시은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마재경 또한 누군가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 역시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녀가 아는 건 그저 지시를 전달한 중간자였을 뿐이었다.그 순간, 고은서는 그날 경찰서 앞에서 마주쳤던 여시은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금도 동요하지 않던 표정과 입가에 아른거리던 그 비웃음.그녀는 자신이 곧 풀려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은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때 여시은은 고은서에게 경고까지 했다.“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이제 와 생각해 보니 여시은은 처음부터 모두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고은서는 확신했다. 이 일 역시 여시은의 손이 닿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은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여시은은 마재경이 그녀를 지목하게 내버려두었을까? 또 왜 며칠씩이나 경찰서에서 용의자 신세를 감내한 걸까?’경찰은 조사를 마친 후 고은서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그리고 여시은은 곧 규정에 따라 석방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다만, 마재경과 중간자에게 지시를 내린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은서는 묘한 허탈함을 느꼈다.그녀는 여시은의 약점을 잡았으니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여시은이 이 일과 관련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는 멘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그녀는 이 소식을 곽승재에게 전한 뒤, 조용히 경찰서를 나서려 했다.그러나 로비에서 뜻밖의 사람을 마주쳤다. 그 사람은 바로 여재훈이었다.그는 비서와 변호사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경찰 쪽 사람들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아마도 여시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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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여시은은 개업 리셉션 건으로 인해 여재훈이 그녀에게 크게 실망하고 그녀의 인품을 의심하게 되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시은은 여재훈 앞에서 일부러 해코지당한 척 ‘연극’을 벌였다.처음엔 모든 사람들더러 그녀를 비난하게 했다. 그녀는 억울함을 꾹꾹 눌러 참고,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사람들의 의심과 손가락질을 감내했다.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을 때,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결백을 증명해 냈다. 이게 바로 여시은이 생각해 낸 완벽하게 계산된 ‘절박함’이였다.모두가 여시은은 더 이상 구제 불능이라 여길 때, 진실이 드러났다.이번 사건은 여시은과 아무 관련이 없었고, 그녀 또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여재훈만큼은 그녀를 안쓰럽게 여길 수밖에 없다.그리고 여재훈이 그녀를 안쓰럽게 여기게 된다면, 여시은은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까지 완벽히 ‘세탁’할 수 있다.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여시은의 계산은 정말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여재훈은 이제 여시은을 다시 신뢰하게 될지도 모르고, 오히려 그가 여시은을 의심했던 것을 후회하며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밤이 되자, 곽승재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그는 여시은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고, 자연스레 고은서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데리고 바비큐집에 갔다.“이런 거 못 먹잖아,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고은서가 의아해서 물었다.곽승재가 말했다.“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고기로 해결 못 할 일은 없다고. 한 번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두 번 먹으면 된다고.”고은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내가 언제 그런 말 했어?”곽승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한 번 내가 아파서 서재에 누워 꼼짝하지 않고 있었는데, 넌 내가 무슨 큰일이라도 당한 줄 알고 바비큐 사주겠다고 했잖아. 그땐 네가 날 그렇게 위로하려 했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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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이번 일은 여시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 말은 배후에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이전에는 그저 그녀가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지만, 이제는 거의 확실해졌다.“혹시 C선생일까?”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단정 짓긴 어려워.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 송민준의 요 며칠 동안의 일정을 조사하게 했어. 그중에서도 여시은과 연락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고.”고은서는 곽승재의 업무 처리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고 느꼈다.“C선생이 남자가 아닐 수도 있잖아?”고은서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네 말은 C선생이 여시은이라는 거야?”곽승재가 되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송민준은 고은서에게 피해 가는 일을 한 적이 없었고, 그저 여시은만이 노골적으로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근데 여시은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렇게 큰일을 벌이면서까지 나를 공격하려는 걸까?”고은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백유미가 날 못마땅해하는 건 너랑 결혼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근데 여시은은? 물론 너한테 호감은 있는 것 같지만, 너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어.”곽승재 역시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곽승재는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C선생이 여성이었다면, 백유미가 진작 눈치챘을 거야. 남녀는 말투나 행동 방식 같은 것들에서 차이가 있거든.”곽승재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백유미 정도의 눈치라면, 그녀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 일은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두 사람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은서는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많이 풀리는 것 같았다.한 시간쯤 지나, 곽승재는 술을 마신 것 때문인지 아니면 피곤해서인지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검은 눈동자에도 열기가 감돌았다.비록 고은서와 곽승재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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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곽승연이 찍은 건 한창 만개한 꽃다발이였고, 손문호는 마침 그 꽃 근처에 서 있었다. 인물은 또렷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손문호는 서연정과 거의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였기에, 곽승연이 손문호와 함께 있는 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승연아, 이 삼촌이 너 데리고 놀러 간 거야?”고은서는 무심한 듯 말을 꺼냈다.곽승연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언가 기억이 난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날은 엄마가 나 데리고 어떤 행사에 갔었어. 삼촌은 거기서 우연히 만난 거야.”“근데 난 삼촌 찍은 건 아니고, 꽃이 예뻐서 찍은 거야.”곽승연은 사진을 넘기며 말했다.“언니, 행사장 광장에 있던 로고가 너무 예쁘게 만들어져서 내가 사진 찍어뒀어. 봐봐!”고은서는 사진을 힐끔 내려다봤다. 곽승연의 말처럼 그 로고는 정말 독특했다. 문자나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마치 맨눈으로 보는 3D처럼 느껴졌다.칭찬하려던 찰나, 광장의 이름을 본 고은서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마재경이 언급한 그 ‘접선 장소’가 바로 이 광장이었다.백승엽이 고은서와 민시후를 해치기 전, 곽현수를 만나러 경마장에 갔던 날, 손문호도 그곳에 있었다.그리고 이번에, 마재경이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던 중간인을 만난 장소에도 손문호가 있었다.‘단순한 우연일까?’“언니, 왜 그래? 이거 별로야?”곽승연이 조심스레 물었다.고은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곽승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아니, 정말 예뻐. 승연아, 이 사진 언니한테도 보내줄 수 있어?”“그럼! 당연하지!”곽승연은 흥분해서는 바로 사진을 고은서에게 전송해 주었고, 고은서는 그걸 저장해 두었다.얼마 후, 차가 호원 저택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는 서연정이 미리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곽승연은 활짝 웃으며 서연정에게 달려갔고, 고은서도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인사했다.“어머니, 안녕하세요.”서연정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고생 많았어. 승연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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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고은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어느 정도 마무리는 됐지만, 또 다른 귀찮은 일이 생겼어요.”고은서는 자신이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했던 이야기를 서연정에게 간단히 털어놓았다.다만, 여재훈이 자신을 위해 다쳤다는 등 민감한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서연정은 곽승연을 돌보느라 바쁘기도 하고, 본인의 일도 있는데 괜히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 마재경 씨라는 분, 예전에 승재랑 스캔들 났던 그 사람 맞지?”서연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생각해 보면, 이 일도 어쩌면 승재가 일을 크게 만든 셈이네.”마재경과 관련된 일은 사실 명확하게 누구의 잘못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일이었고, 고은서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그게 아니었기에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곽승연이 주방에서 나온 걸 본 고은서는 마치 그제야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어머니, 승연이가 그러는데 며칠 전에 정월 광장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다던데요?”서연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곽승연더러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말한 뒤, 고은서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그날 참여한 건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자선단체가 주최한 공익 행사였다고 했다.“승연이 말로는, 그날 손문호 씨도 오셨다던데요?”고은서가 조심스레 덧붙였다.“맞아요. 문호 씨는 그런 행사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쪽에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에요.”‘그날 손문호가 진짜 단순히 행사만 참여하러 간 걸까?’고은서가 의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가 나타난 장소가 두 번이나 공교롭게 겹친 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이 문제는 서연정에게 더 묻기 어려운 사안이라, 나중에 곽승재와 따로 이야기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은서의 호기심은 그 정도로 멈추지 않았다.“어머니, 좀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고은서가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손문호 씨에게 감정이 있으신가요?”손문호는 서연정에게 오랜 세월 마음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서연정이 Y국에 있을 때 손문호도 그곳에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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