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연이 찍은 건 한창 만개한 꽃다발이였고, 손문호는 마침 그 꽃 근처에 서 있었다. 인물은 또렷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손문호는 서연정과 거의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였기에, 곽승연이 손문호와 함께 있는 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승연아, 이 삼촌이 너 데리고 놀러 간 거야?”고은서는 무심한 듯 말을 꺼냈다.곽승연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언가 기억이 난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날은 엄마가 나 데리고 어떤 행사에 갔었어. 삼촌은 거기서 우연히 만난 거야.”“근데 난 삼촌 찍은 건 아니고, 꽃이 예뻐서 찍은 거야.”곽승연은 사진을 넘기며 말했다.“언니, 행사장 광장에 있던 로고가 너무 예쁘게 만들어져서 내가 사진 찍어뒀어. 봐봐!”고은서는 사진을 힐끔 내려다봤다. 곽승연의 말처럼 그 로고는 정말 독특했다. 문자나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마치 맨눈으로 보는 3D처럼 느껴졌다.칭찬하려던 찰나, 광장의 이름을 본 고은서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마재경이 언급한 그 ‘접선 장소’가 바로 이 광장이었다.백승엽이 고은서와 민시후를 해치기 전, 곽현수를 만나러 경마장에 갔던 날, 손문호도 그곳에 있었다.그리고 이번에, 마재경이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던 중간인을 만난 장소에도 손문호가 있었다.‘단순한 우연일까?’“언니, 왜 그래? 이거 별로야?”곽승연이 조심스레 물었다.고은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곽승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아니, 정말 예뻐. 승연아, 이 사진 언니한테도 보내줄 수 있어?”“그럼! 당연하지!”곽승연은 흥분해서는 바로 사진을 고은서에게 전송해 주었고, 고은서는 그걸 저장해 두었다.얼마 후, 차가 호원 저택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는 서연정이 미리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곽승연은 활짝 웃으며 서연정에게 달려갔고, 고은서도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인사했다.“어머니, 안녕하세요.”서연정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고생 많았어. 승연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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