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이 켜진 이곳은 볼링장이었다. 곽현수는 편한 옷을 입고 볼링을 치고 있었다. 다리를 살짝 구부리면서 걸어가다가 볼링공을 앞으로 던졌다.볼링공과 볼링 핀이 부딪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몇 개의 볼링 핀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곽현수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때 그 중년 남성이 옆으로 다가가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곽 회장님, 고은서 씨가 왔어요.”그 말을 들은 곽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고은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그녀가 나타나서 실점한 것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고은서는 기분이 상해서 먼저 인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본 곽현수는 직원이 건네는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자리를 떠났다.“휴식실로 가지.”직원은 그가 손을 닦은 수건을 받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곽현수가 앞장서자 중년 남성은 고은서와 함께 뒤를 따라갔다.휴식실은 볼링장 바로 옆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옅은 차 향기가 코끝에 맴돌았다. 이곳은 생각이 많을 때 와서 멍때리기 좋은 공간이었다.그러나 고은서는 오늘 쉬러 온 것이 아니었다.곽현수가 커피잔을 들더니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냈다. 중년 남성이 문을 닫고 나간 후, 곽현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왜 여기까지 오라고 한 줄 알아?”그의 맞은편에 앉은 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곽 회장님, 제가 어떻게 회장님의 마음을 꿰뚫어 보겠어요? 용건만 말하세요.”곽현수가 차갑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우리 승재랑 다시 만나지 말라고 말했었지. 그런데 왜 아직도 만나는 거야? 승재가 바로 앞집으로 이사 갔다고 들었어.”고은서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곽 회장님, 계속 저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제가 곽승재랑 아무 짓도 벌이지 않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저는 회장님 뜻대로 선을 그었지만 회장님의 아들이 자꾸 선을 넘네요. 저한테 이러실 게 아니라 아들 교육을 먼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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