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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311 - チャプター 1320

1332 チャプター

제1311화

고은서는 고개를 들어보았다. 민시후가 머리를 약간 숙인 채 선글라스를 써서 표정이 읽히지 않았지만 고은서는 그가 자신의 손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손목에는 은소영 씨가 준 홍두 팔찌가 걸려 있었다.“소영 씨가 준 거예요. 원하신다면 드릴게요. 필경 홍두는 보통 연인끼리 주고받는 거잖아요.”팔찌를 풀려는 순간 민시후가 막았다. “은서 씨한테 선물한 거니까 이제 당신 거지요. 게다가 잘 어울리네요.”민시후 입에서 칭찬이 나오다니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소영 씨의 안목이 뛰어나서 그렇죠.”민시후는 대답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선글라스에 비친 고은서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주변에 발길이 끊긴 순간 공기가 묵직해졌다. 이렇게 나란히 선 지도 오래였다.예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턱선을 보며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민시후 씨, 재활 과정이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낯선 땅에서 온갖 상처, 그리고 시한폭탄 같은 뇌의 혈종…. 모든 게 강한 의지력 없이는 견딜 수 없었을 터였다.고은서의 말에 민시후의 목젖이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다 삼킨 듯했다.미안함이 밀려온 고은서는 일부러 태연한 척 말했다.“지금 와서 묻는 건 위선적이 돼 보이네요. 재활 과정을 가서 보지도 않고 이런 질문이라니...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민시후 씨, 가족분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지금은 곁에 좋은 분도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은서는 진심을 담아 덧붙였다.민시후는 여전히 침묵하다가 손을 뻗어 선글라스를 만졌다.고은서의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지난 두 번의 만남에서 민시후는 선글라스나 모자로 얼굴을 가렸기에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선글라스를 벗으려는 것 같은 그 순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고개를 돌리니 곽승연이 찾아오고 있었다.민시후는 선글라스를 집어 올릴 뿐 벗으려는 기색은 없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언니, 이 분 전에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 곽승연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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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슬퍼?고은서도 뒤돌아 민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휴대폰을 들어 상대방에게 시간 있는지 물으며 바에 가자고 느긋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슬픔의 흔적조차 없었다.“승연이가 잘못 느낀 거야. 가자,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고은서는 곽승연의 손을 잡았다.그 후 고은서는 줄곧 곽승연과 함께했고 식사 후 그녀가 좋아하는 나비관과 희귀 식물원도 찾았다.곽승연은 흥미로운 모양의 나뭇잎들을 수집하고 나비 표본도 몇 점 샀다. 곽승연에게는 너무 알찬 하루였다.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고은서는 아쉬워하는 곽승연과 함께 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왔다.곽승연이 이미숙의 요리를 먹고 싶다 하여 고은서는 그녀를 먼저 여기로 데려왔다.이미숙이 비장의 비법을 총동원해 곽승연이 좋아하는 요리들을 준비했다.바쁜 곽승재가 생각난 고은서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식사에 함께할 수 있는지 물었다.회의 중이던 곽승재는 꼭 제시간에 도착하겠다고 약속했다.곽승재를 기다리는 동안 고은서와 곽승연은 사진첩을 보았다. 곽승재가 선물한 사진첩을 넘기던 중 곽승연이 고은서의 첫 번째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언니, 이 사진 정말 예뻐요. 오빠 휴대폰에서 본 적 있어요.”고은서는 사진첩을 제작할 때 본 줄 알고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응, 최근에 친구들 SNS에서 모은 거야.”곽승연이 고개를 갸웃했다.“최근이 아니고 오래전이에요. 그때 저랑 엄마가 Y 국에 살 때 오빠가 왔었거든요? 제가 오빠 휴대폰에서 우연히 봤어요.”고은서는 깜짝 놀랐다. “승연아, 시간을 착각한 거 아니야?”곽승재가 그녀 사진을 보관하다니? 예전엔 그녀를 보면 냉담하고 불쾌해하던 사람이었다.“제가 착각한 게 절대 아니에요!” 곽승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Y 국에서 분명히 봤단 말이에요! 오빠가 이 사진을 별도 폴더에 넣어뒀는데 제가 실수로 발견한 거였어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말하기 싫어하더라고요. 오빠가 싫어할까 봐 더 묻지 못했어요.”고은서는 바로 외할아버지 SNS를 열어 확인했다. 외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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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고은서와 곽승연의 의아한 시선 속에 곽승재는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그는 또다시 헛기침을 하며 쑥스럽게 고백했다.“은서야, 이 사진은 사실 오래전부터 내 앨범에 있었어.”고은서는 믿을 수 없었다.“어디서 구한 거야? 우리 첫 만남이었던 파티 전에 이미 나를 본 적이 있다는 말이야?”설마 그럴 리가. 설령 봤더라도 곽승재가 몰래 사진을 찍어 저장해 줄 사람은 아니었다.고은서의 질문에 곽승재의 잘생긴 얼굴에 보기 드문 홍조가 물들었다.그는 고은서에게 그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호텔에서 업무를 보던 중 로비에 걸린 이 사진을 봤다고 설명했다. 잔디밭 파티 홍보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 사진을 저장해 두었지만 이후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아 잊고 지냈다고 했다. 최근 앨범 정리 중에서야 발견했다는 것이다.“오빠, 거짓말하는 거죠?” 곽승연이 눈을 깜빡이며 의문을 제기했다.“그동안 휴대폰 안 바꾼 거예요? 바꿀 때 예전 자료는 안 봤어요?”곽승재는 침착하게 답했다.“자료는 전부 비서가 옮겼어. 내가 직접 손댄 적 없어.”곽승연은 연애 경험이 없고 어른 세계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만화와 책을 통해 자존심 때문에 가끔은 쓸데없는 오해를 만들고 후회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의 오빠가 딱 그런 케이스일 것이다.하지만 곽승연은 말주변이 없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저 속으로 언니를 사랑해 재결합을 원한다면서 왜 지금 와서 사진을 소중히 여겼다는 걸 부정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아주머니가 맛있는 요리 많이 했다면서?” 곽승재는 곽승연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자, 주방에 가보자.”“...”곽승연은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끌려갔다.고은서는 혼자 거실에 남았다.곽승재의 조금 전 반응에서 고은서는 다시금 깨달았다. 그가 말한 ‘오래전부터 자각하지 못한 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하지만 과거의 상처는 이미 깊고도 아팠다. 그가 백유미를 감싸며 그녀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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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홍두 팔찌의 출처를 잘 알고 있는 곽승재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고은서는 곽승연이 손을 들 때부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과연 곽승재의 눈빛이 흐려지며 조금 전까지의 미소가 사라졌다.자신의 처사가 적절치 않았음을 인정한 고은서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승연아, 맛있으면 많이 먹어. 오빠는 신경 쓰지 말고.”곽승연은 오빠가 말이 없자 다시 닭 날개를 자신의 그릇으로 되돌렸다.식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곽승재의 기분만은 가라앉은 듯했다.식후 서연정이 운전기사를 보내 곽승연을 데려갔고 고은서와 곽승재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로비로 내려갔다.곽승연이 떠난 후 고은서가 물었다. “회사 다시 들어가 봐야 돼?”곽승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내가 준 선물이 그렇게 싫었어? 다른 사람에게 줘버릴 만큼?”고은서는 곽승연이 라이트문 아파트에 오자마자 팔찌를 벗게 못 한 것이 못내 후회됐다.“마구 준 건 아니야. 승연이는 네 동생이고 마음에 들어 하는데 안 줄 수가 없었어.” 고은서가 급히 해명했다.곽승재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고은서를 응시했다. “승연이는 네 홍두 팔찌를 더 좋아했을 텐데 왜 그건 안 줬어?”“...” 고은서는 곽승재가 그것까지 눈치챌 줄은 몰랐다. 끝없는 질문에 지친 고은서가 단호하게 말했다.“승재 씨, 선물은 받은 순간부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렇게 싫으면 새 걸 사서 승연이한테 준 것과 바꿔올게.”곽승재의 얼굴색은 나아지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똑같이 선물했음에도 자신의 것만이 소중하게 대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급한 어투로 변명하던 고은서는 문득 최근 곽승재가 자주 이런 상처받은 표정으로 자신을 마음 약해지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일 당일 홍두 팔찌가 은소영의 선물이라고 그에게 설명했을 때도, 어제 민시후의 등장이 우연이라고 변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연인 사이도 아닌데 그에게 설명할 의무가 전혀 없었다.“승재 씨, 최근 나를 도와 송민준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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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고은서의 질문에 곽승재의 마음이 다시금 불안에 휩싸였다.어젯밤 그가 대답을 듣지 않기로 한 이유도 고은서 입에서 듣고 싶지 않은 답이 나올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은서야, 나...”“대답해 줄게.” 고은서는 그의 말을 자르며 단호히 말했다.“시후 씨가 정말로 그걸 원한다면 나는 거절하지 않을 거야.”거절하지 않겠다는 말에 곽승재는 충격을 받은 듯 심장이 곤두박질쳤다.고은서가 용서하든 말든 묵묵히 지켜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이 대답을 듣고 난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민시후는 송민준과 달랐다. 고은서는 송민준을 경계했지만 민시후는 완전히 신뢰했었다.그가 그녀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곽승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당시 민씨 가문의 강력한 반대만 없었어도 민시후가 다쳤을 때 고은서는 주저 없이 그를 간호했을 것이고 고백도 받아들였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녀의 거절하지 않겠다는 말은 결코 일시적인 충동적 발언이 아닐 것이다. 진심 같았다.머릿속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이 떠오르자 곽승재는 아무렇지 않은 척조차 할 수 없었다.앞에 선 가냘픈 고은서를 바라보며 곽승재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이렇게나 두려울 줄 알았다면 성아연이 무슨 말을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자신의 태도가 조금만 덜 냉랭했더라도 그녀가 이정도로 자신에게 미련 한 점 남지 않았을 텐데 지금 와서 후회막급이었다.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걸음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쓸쓸한 뒷모습에 고은서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그를 잡지는 않았다....며칠 후, 고은서는 금융계 정기 회합에 초대받았다.고급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로 유일 투자의 성장 덕에 겨우 초대 권한을 얻은 것이다.파티는 럭셔리호텔이 아닌 고급 프라이빗 관저에서 열렸다.고은서는 단아한 블랙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현장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서야.”여재훈이었다.“여 대표님?” 고은서는 다소 놀랐다. 이런 가벼운 행사에 그가 직접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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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고은서는 처음 이런 곳에 오기도 했고 여재훈이 직접 얘기를 꺼냈기에 거절하지 않았다.“여 대표님,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여재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번거롭긴. 하나도 번거롭지 않아.”고은서는 여재훈과 함께 아주 고풍스러운 홀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해 고은서가 초대장을 꺼내려는데 스태프가 공손하게 인사하며 그녀와 여재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여 대표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여재훈의 파트너로 오인한 스태프를 보며 고은서가 바로잡으려는데 여재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서 씨는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존중을 표해 이름을 부르는 편이 좋을 듯 싶은데요. 고은서 씨는 혼자서도 충분히 빛나는 게스트이지 누군가의 부속품이 아닙니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며 대신 나설 줄은 몰랐기에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재훈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믿음이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어 스태프는 바로 고은서에게 예의를 갖추며 손을 내밀었다.“고은서 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고은서도 더는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여재훈과 함께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벽에는 많은 서예 작품과 그림이 걸려 있었고 모양이 특별한 분재들도 보였다. 거기에 고풍스러운 의자와 병풍까지, 고은서는 고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홀은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티브이에 자주 나오는 업계 선배들도 보였다. 그들은 일반 파티처럼 화려하게 차려입기보다는 대부분 캐주얼한 복장이었고 다가오는 여재훈을 보며 활짝 웃더니 몇 명은 여재훈에게 인사하려고 마중 나오기까지 했다.“여 대표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옆에 계신 분은 따님인가요?”한 사람이 물었다.여재훈이 얼마 전 딸의 회사를 운영 중단하게 했을뿐더러 그 딸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이런 장소에서 그런 기분 나쁜 얘기를 꺼낼 사람은 없었다.“따님 참 예쁘네요, 아우라도 뛰어나고. 여 대표님, 참 좋으시겠어요.”옆에 있던 사람이 칭찬을 늘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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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곽승재가 보내온 문자였는데 송민준이 요 며칠 또 북성으로 내려가 그녀를 괴롭힐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사실 고은서는 어제 이미 송민아를 통해 이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곽승재가 이런 문자를 보낸 목적은 꽤 분명했다.그날 곽승재는 그렇게 떠나고 이틀 동안 고은서와 연락하지 않았다. 고은서는 며칠은 더 지나야 곽승재의 화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문자가 온 것이다. 아마도 일부러 화제를 찾아 이 냉전이라고 하기엔 살짝 애매한 상황을 정리하려는 것 같았다.사실 고은서는 곽승재와 아무런 모순도 없다고 생각했고 일부러 곽승재와의 연락을 끊은 것도 아니었지만 곽승재가 일방적으로 “냉전”을 이어갔다.이제 곽승재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고은서도 더는 문제 삼지 않고 터프하게 답장했다.[그래, 알았어.]고은서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곽승재가 칼같이 답장했다.[아직 야근 중이야?]고은서는 그에게 지금 금융 파티에 왔는데 여재훈을 만났다고 전해주며 그는 초대를 받았는지 물었다. GS 그룹도 금융 사업의 규모가 작지 않았고 곽승재의 실력과 능력에 이런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곽승재는 한참 지나서야 이렇게 답장했다.[받았어. 시간이 없어서 참석은 못했지만.]고은서는 이런 이유에 딱히 놀라지 않았다. 곽승재는 그녀처럼 인맥을 늘리는데 절박하지 않았기에 이런 자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다.[너 간다고 미리 알려줬으면 어떻게든 시간 내서 갔지.]곽승재가 보낸 문자가 화면에 보였다. 약간은 느끼한 멘트에 고은서는 하마터면 물을 마시다 사레에 걸릴 뻔했다. 그때 마침 여재훈이 고은서를 찾으러 왔고 그녀는 일단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한편, 곽승재는 더는 답장이 오지 않는 카톡 화면을 보며 난감해졌다.“달콤한 멘트 날리면 감동할 거라며?”곽승재가 핸드폰을 옆에 던져두며 육현석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육현석은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서 야근하는 곽승재를 찾아와 사업을 하면서 부딪힌 성가신 일을 상담하러 왔다가 들어오자마자 기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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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육현석은 곽승재가 테이블에 던져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켜져 있는 대화창을 힐끔 훑어본 그는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보낸 짧지만 관심 어린 문자들을 발견했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따듯하게 챙겨입으라는 둥, 배고플 텐데 밥을 제때 챙겨 먹으라는 둥, 피곤하면 일찍 쉬라는 둥 여러 가지였지만 고은서는 이런 문자에 거의 답장하지 않았다.‘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이제 형이 당할 차례인가?’곽승재는 지금 그가 했던 그대로 돌려받고 있었다.“형,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 전에 왜 그렇게 도도했어? 굳이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잖아.”육현석은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올랐다. 곽승재가 그러니 육현석도 고은서를 대하는 태도가 곱지 않았다. 고은서가 문제 삼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앙심을 품고 박지연 앞에서 그의 흉을 보기라도 하면 절대 박지연과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지 문제를 제기하라고 하지는 않았는데?”곽승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사실 곽승재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예전의 철 없었던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육현석은 곽승재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이렇게 위로했다.“지금 바쁘다잖아. 늦게 확인하면 문자 올 거야.”곽승재는 고은서가 다시 연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도 너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마. 적어도 형을 믿고 있으니 많이 온 거지.”위로를 마친 육현석이 또 핀잔을 늘어놓았다.“하지만 예전에 너무 못된 건 맞아. 그때 샹들리에가 떨어져서 백유미에게 떨어졌을 때 은서를 제쳐두고 바로 백유미에게 뛰어갔잖아. 형이 은서라면 상처받지 않았겠어?”곽승재는 그때를 떠올렸다. 백유미가 그를 살려줬다고 오해했고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어 그대로 백유미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는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고 고은서가 화내도 그저 앞뒤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군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뒤에 민시후에게 일이 터졌고 고은서가 이 일로 그를 의심하고 질책해서야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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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고은서는 여재훈이 넘어질까 봐 얼른 옆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여 대표님, 천천히 가요. 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고은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재훈이 많이 마신 것도 다 고은서 때문이었기에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여재훈이 그 말을 듣고는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은서야, 고마워.”“제가 감사드려야죠. 오늘 대표님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게 됐는데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고은서가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 사실 이렇게까지 도우실 필요 없어요.”“아직 제 성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면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다 대표님 체면으로 저를 상대해 주는 거 알아요. 아직 젊으니까 한 방에 성공하길 바라지는 않아요. 이렇게 저를 데리고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술을 마셔서인지 여재훈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고 편애가 느껴지기도 했다.“은서야, 다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앞으로 또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게... 알려다오. 내가 또 소개해 줄게.”고은서는 여재훈이 과분하게 잘해준다고 생각했다. 인정이 갚기 힘들다는 걸 고은서도 알고 있었기에 여재훈에게 너무 많은 걸 빚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여재훈은 여시은의 아버지라는 게 떠올라 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아니에요. 오늘도 너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한걸요.”여재훈은 실망했는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 여재훈을 부축해 정원을 지나 원형 대문을 나서는데 도우미가 청소차를 밀고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고은서와 부딪힐 뻔했다. 다행히 여재훈이 한발 빨리 고은서 앞을 막아섰고 고은서는 그대로 여재훈의 품에 안겼다. 여재훈의 키는 외할아버지보다 컸고 웅장한 편은 아니었지만 따듯함과 안전감이 느껴졌다.“대표님, 괜찮으세요?”여재훈의 나지막한 신음에 고은서가 다급하게 물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람이 나오는 걸 보지 못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VIP를 박은 도우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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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요즘 일이 많아서 회사랑 가까운 이곳에서 지내고 있어.”고은서의 의문을 읽어냈는지 여재훈이 잠깐 설명했다. 차에서 내린 고은서가 여재훈을 부축해 차에서 내렸다.여재훈의 집은 여시은이 사는 곳처럼 화려하지 않았고 도우미도 별로 없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앞마당으로 들어가자마자 풍겨오는 꽃향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여재훈이 마당에 동백꽃을 심어놓았고 그중엔 귀하기로 소문난 금빛 동백꽃도 있었다.고은서가 살짝 놀랐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동백꽃이었는데 목단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매력이었다.이 계절에 동백꽃이 이 정도로 흐드러지게 폈다는 건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의미였다.“여기로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살짝 시들시들한데 좋아하면 조금 더 이곳에 적응하고 나서 보내줄까?”이 말에 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꽃은 꽃을 사랑하는 사람 밑에서 커야 더 잘 자라요.”고은서도 전에는 별장에 이런저런 꽃을 심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러자 여재훈도 강요하지 않고 고은서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로 향했다.소식을 받고 기다리던 가정주치의는 고은서를 보고 살짝 놀라더니 이내 표정을 정리했다. 여지훈의 허리를 살핀 그는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멍이 들어 제때 약을 바르고 마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아파서 신음하는 걸 듣고 이미 심하게 부딪혔음을 알았기에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사실 그렇게 신경 써주실 필요 없었어요. 제가 선 위치는 부딪혀도 심하게 다치지 않았을 텐데 제 앞에 막아서시는 바람에 심하게 부딪힌 거예요.”이에 여재훈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은서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위험한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괜찮아. 크게 다치지 않아서 며칠 지나면 다 나을 거야.”여재훈이 고은서를 위로하면서도 그녀가 바로 나가는게 아쉬운지 이렇게 물었다.“은서야, 배고프지? 옆에 죽을 잘하는 집이 있거든. 저녁을 별로 먹지 않는 것 같던데 같이 가서 먹을래?”고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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