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을 더 줄 테니 두 사람 다 풀어줘.”여재훈이 이를 악물고 말했지만 남자가 거절했다.“여 대표님,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팔자가 되어야 쓰는 거예요. 빨리 선택해요. 선택하면 두 사람을 동시에 크레인에 매달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그 무게를 겨우 버틸 정도의 얇은 밧줄만 몇 개 남길 거예요.”“선택이 끝나서 한사람이 내려오면 한쪽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겠죠? 그러다 줄이 버티지 못하면 그대로 떨어지는 수밖에요.”얼굴에 칼자국이 난 남자가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만약 여 대표님이 후회한다면 얇은 밧줄에 묶인 쪽이 먼저 내려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쪽에 묶인 사람도 결국 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바다에 떨어지겠죠. 이 바다는 뾰족한 암초가 많아서 떨어지면 바로 죽는다고 봐야 해요. 그렇게 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촬영하면 그게 내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되지 않겠어요?”여재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아무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에서 그는 이 남자가 말하면 말한 대로 한다는 걸 직감했다. 밧줄에 꽁꽁 묶인 고은서와 여시은은 암초에 부딪히지 않더라도 바다에 떨어지면 생환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했다.“아빠...”여시은이 남자의 말을 듣고 무서워서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눈물범벅이 된 여시은을 보고 옆에 있던 남자가 그녀의 목을 꽉 조르며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여재훈은 똑같이 밧줄에 묶여있는 고은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빛은 곧 죽을 사람처럼 절망적이었다. 심장이 저릿한 여재훈이 꿋꿋이 손을 내밀었다.“아빠, 난 다음 생에도 아빠 딸로 태어날래요.”여재훈이 손을 채 내밀기도 전에 여시은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남자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바다로 뛰어내렸다.“시은아,”여재훈이 큰 소리로 부르며 앞으로 뛰어갔다. 고은서는 뒤에 선 남자가 방심한 틈을 타 힘껏 그의 손목을 깨물었고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뒤통수로 남자의 이마를 힘껏 내리쳤다. 남자가 아파서 머리를 움켜쥐자 옆에 선 사람이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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