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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 Bab

제1331화

“조용히 하세요! 여기는 병원이에요!”고은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간호사가 나와 그들에게 주의를 줬다.“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아직 안에서 수술 중인데 밖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워댄 게 너무 부끄러웠다.간호사가 들어가자 고은서는 바로 곽승재를 부축했다. 송민준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몸이 허약하고 힘도 없는 그녀가 방금 전에는 전혀 두려움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곽승재 앞을 가로막아 나섰다.“은서야, 너는 정말 곽 대표가 그렇게 약해서 나한테 반격하지 않는거라고 생각해?”송민준이 비웃듯 말했다. “넌 항상 내가 위선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곽 대표 역시 일부러 허약한 척하며 네가 그를 감싸게 해서 내가 물러나길 바라는 교활한 인간 아니야?”“은서야, 나는...”급히 변명하려는 곽승재를 뒤로 하고 고은서는 송민준을 향해 말했다.“승재 씨가 약한 척한들 무슨 상관이야? 적어도 그는 내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려 애쓰고 있어. 그런데 당신은 분명 불순한 속내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정한 척하며 모든 걸 감추려 하잖아. 위선적이야.”“더 이상 나에게 감정이 있는 척하지도 말고 좋아한다는 핑계로 결혼 운운하는 것도 제발 그만둬.”고은서는 낮은 소리로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 없어. 인간으로서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할아버지로 나 협박하는 거 좀 그만해! 더 이상 가족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고은서의 차가운 표정과 말투 속에 담긴 증오를 보며 송민준은 금테 안경을 벗어 내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사나운 기운이 번뜩이었다.“그렇다면 단단히 준비해 둬. 고은서, 이제부턴 내가 너에게 관대하게 베풀어 주길 바라지 마.”말을 마친 송민준은 곽승재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주워 들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갔다.송민준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고은서는 간신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의 송민준은 그녀가 전혀 본 적 없는 무서운 모습이었다.“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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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곽승재에게 외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알린 후, 고은서는 운전기사와 경호원과 함께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경호원더러 아래층에서 기다리라 한 뒤, 고은서는 어머니가 지냈던 방으로 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방 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깔끔했다.벽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침대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침구가 깔려 있었다. 옷장 안에는 어머니의 옷가지도 그대로 있었다.상자 하나를 열어 보니 어머니가 쓰던 물건과 함께 조향 노트와 스케치북이 있었다.어머니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꽃과 식물을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원재료를 빠르게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했다.고은서는 약간 누렇게 변한 스케치북을 꺼내 대충 넘기다가 한 장의 꽃밭 그림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림이 여재훈의 카톡 사진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고은서는 급히 여재훈의 카톡을 열어 확인했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았다.처음 사진을 봤을 때 낯이 익다고 느낀 이유가 바로 어머니가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은서는 이전에 원본 그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머니의 그림체 때문에 그리 낯익게 느껴졌던 것이다.그런데 여재훈은 왜 어머니의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썼을까? 그는 여시은의 어머니에게 깊은 정을 품고 있지 않았나? 어머니 성격상 남의 결혼에 끼어들 일은 없었고 여재훈도 혼인을 배신할 사람 같지 않은데 도대체 둘은 어떤 관계일까?고은서는 상자 안에서 어머니가 남긴 앨범도 꺼내 들었다. 앨범 안에는 주로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가 젊었을 때 사진은 적었고, 있어도 특별한 날 찍은 것뿐이었다.앨범을 덮으려는 순간, 한 장의 사진이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고은서는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에는 젊은 두 여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 명은 어머니였고 다른 한 명은 분명 익숙한 느낌은 나지만 누구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둘은 다정히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배경은 식물원이었는데 흐릿하게 ‘북성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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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역시나 열자마자 핫이슈에 짧은 음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누가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호텔 침대 옆에 떨어진 여성의 옷가지와 송민준과 비슷한 남자의 뒷모습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얼마 전 송민준이 깊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품에 안겨 있는 고은서를 바라보던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당시 공개된 그 사진은 꽤 큰 화제가 되었고 그들의 결혼 임박 소문도 돌았지만 주인공들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자 네티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며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나 이번 영상의 유출로 네티즌들의 관심과 흥분은 다시 치솟았다.그들은 영상 밑에 댓글을 달며 침대 옆의 옷이 고은서가 입었던 옷과 같기에 여자 주인공은 확실히 그녀고 몇몇 사진을 비교해 남자도 송민준이라고 주장했다.또 어떤 사람은 이 둘이 왜 정상적으로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요즘 부자들은 이런 자극적인 방식으로 연애 사실을 공개하는 걸 좋아하는 거냐며 재미있어하는 이들도 있었다.“은서야, 지금 어떻게 해야 해?” 송민아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오빤 연락이 안 돼. 북성 본부 사람들이 말하길 새벽에 차 몰고 나갔다는데 어디로 갔는지 몰라.”고은서는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그 사람은 신경 쓰지 마. 바로 능력 있는 홍보 대행사 몇 군데 연락해서 소문 확산을 막고 영상 유포를 중단시켜, 그리고 변호사에게 성명 발표하게 해. 이건 가짜 영상이며 나와 무관하다고. 허위 사실 유포자에겐 법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알겠어! 누군가 내게 영상을 보내와서 보자마자 바로 전화했어. 순간 당황해서 정신없었어. 지금 바로 처리할게!”송민아가 전화를 끊으려다 갑자기 말을 이었다.“은서야, 영상이 삭제된 것 같아. 안 열려.”고은서도 영상을 다시 눌러보니 정말 삭제되어 있었다.“혹시 곽 대표님도 봤나? 곽 대표님이 처리하라고 지시한 거 아니야?”송민아가 물었다.그럴 가능성도 충분했다.“그래도 홍보 회사에 연락해 처리하고 성명 발표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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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그리고 여 대표님이 깨어나긴 했지만 아직 회복이 더 필요해. 지금은 대화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며칠 후에 함께 찾아뵙자.” 곽승재가 덧붙였다.여재훈을 언급하자 고은서는 마음이 복잡했다. 어떻게 만나야 할지, 어떤 신분으로 만나야 할지도 잘 몰랐다.“알겠어.”...병원 VIP 병실. 여재훈은 막 깨어나자마자 비서에게 고은서에 관한 상황을 급히 물었다.고은서가 큰 문제 없이 이미 집으로 돌아가 회복 중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여재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조사했나? 이 일 누가 벌인 짓인지?” 여재훈은 힘없이 물었다.비서가 조사한 상황을 보고하려고 했는데 문가에 갑자기 여시은의 모습이 나타났다.“아빠...”같은 병원복을 입은 여시은은 병상 옆으로 달려와 빨갛게 부은 눈으로 여재훈의 손을 꼭 잡았다.“드디어 깨어났네요, 너무 무서웠어요. 저 걱정돼 죽을 뻔했어요. 제발 무슨 일 없으셔야 해요...”비서는 상황을 보고 자리를 피해 나갔다.여재훈은 아직 몸이 허약해서 여시은을 위로해 줄 수 없었다.한참 울다 겨우 울음을 멈춘 여시은이 말했다.“아빠, 아빠가 고은서를 구하려다가 칼에 찔려서 이렇게 된 거라면서요?”여재훈은 부인하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네 몸 상태는 어떻니?”여재훈의 걱정 어린 말에 여시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아빠, 전 괜찮아요. 물을 많이 먹어서 숨이 막혔고 다친 데도 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여재훈은 너무 힘들어서 여시은의 몸 상태를 더 묻지 않고 다른 물음을 던졌다.“어젯밤에 왜 죽집에 간 거야?”여시은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집에 갔는데 없었어요. 가족들이 아빠가 누군가와 죽집에 갔다고 해서 아빠를 만나러 그쪽으로 갔는데 그런 사고를 보게 됐어요.”“아빠, 아빠는 은서가 있으니 이제는 나 같은 딸은 필요 없다는 거예요?”여시은은 마음 아픈 듯 붉어진 눈으로 슬프게 물었다.여재훈은 잠시 멍해져서 여시은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새벽에 바닷가에서 악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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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여시은은 여재훈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고 눈물을 글썽이며 여재훈을 바라보았다.“아빠,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 하시는 거예요?”“제가 은서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일부러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건 절대 아니에요! 그녀를 물속으로 끌어들인 건 아빠가 항상 그녀를 중히 여기고 칭찬하셔서... 아빠 마음속에 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에요.”여시은은 상심한 목소리로 말했다.“게임 회사 일도 아빠가 은서만 능력 있다고 생각하실까 봐 두려워서 유일보다 더 대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따내려고 했던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표절한 줄은 몰랐어요! 저도 속은 거예요!”“아빠, 아빠는 공개적으로 저를 꾸짖고 제 모든 카드와 펀드를 동결시켰어요. 게다가 제가 간절히 원했던 회사도 폐업시켰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여시은은 얇은 병원복 차림에 앞머리를 넘기며 이마의 상처 자국을 드러냈다. 더욱 안쓰러운 모습이었다.“이건 어젯밤 제가 뛰어내릴 때 생긴 상처예요. 아빠가 곤란해하실까 봐 제가 스스로 뛰어내렸어요.”“난 적어도 아빠가 날 불쌍히 여길 줄 알았는데 아빠가 지금 신경 쓰는 건 내가 고은서를 해쳤냐는 것뿐이네요!”여시은은 겨우 몸을 추스르며 일어섰지만 감정이 너무 격해 몸이 한쪽으로 쏠리며 자칫 넘어질 뻔했다.“조심해!”여재훈은 걱정스레 손을 내밀다가 그만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그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고 순간 입술도 더 창백해졌다.“아빠, 괜찮으세요?”여시은은 급히 병상 곁에 엎드려 여재훈의 손등을 문지르며 연신 사과했다.“아빠, 죄송해요. 제가 또 제 멋대로였어요. 화내지 말아 주세요. 저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그만해 주세요...”그녀의 말투는 너무 불쌍하고 애처로워 마치 버림받은 작은 동물 같았다. 너무 울어눈도 퉁퉁 부어 있었다.여재훈은 더는 그녀를 나무라거나 책임을 추궁할 힘이 없었다. 수술 후 의식을 막 찾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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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민준아, 너 어떻게 된 거야? 영상이 그렇게 흐릿하면 누가 너랑 고은서인지 알겠니? 고은서 쪽에서 이미 영상은 조작된 거고 자기가 아니라고 했어. 게다가 공식 성명까지 내고 유언비어 퍼뜨리는 자들에게 전부 법적 책임 묻겠다고까지 했어!”전혜라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원본 영상을 나한테 줘. 내가 다른 사람 시켜서 다시 해볼게. 어떻게든 고씨 가문이 여론에 못 이겨 너랑 고은서를 결혼시키게 만들어야겠어.”송민준은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건 영상 화질 문제가 아니라고요. 곽 대표는 일찍부터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어요. 영상을 다시 제공해도 이슈가 돼버리기 전에 곧바로 삭제되게 만들 거예요.”“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 고은서랑 어떤 수로 결혼하려고?”전혜라가 냉랭하게 물었다.송민준의 표정은 더욱 살벌해졌다.“이 방법은 이제 틀렸어요. 고은서의 태도가 하도 단호해서 여론 따위에 굴복할 거 같지 않아요. 게다가 곽 대표가 고준석을 숨겨놓는 바람에 더 힘들어졌어요. 찾아낸다 해도 쉽게 접근하긴 틀렸어요.”“하! 내가 일찍부터 그 노인네를 이용해서 고은서를 협박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계속 미적대다가 결국 고은서도 놓치고 이게 뭐예요! 게다가 북성에 가서 며칠씩이나 있다가 오고!”여시은은 비웃으며 말했다.“송 대표는 고은서한테 홀려서 이성을 잃은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우유부단한 거지!”그 말에 송민준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는 여시은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여 대표와 곽 대표를 만만하게 생각하나 본데, 그 둘이 손잡고 나를 곤경에 빠뜨린 이상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여씨 가문의 귀한 딸인 당신은 왜 그들이 나를 공격하기 전에 단 한 마디라도 미리 귀띔해 주지 못한 거지?”이 말에 여시은은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난 자유조차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소식을 전달하겠...”“그만들 해, 싸우지 마!”전혜라는 두 사람의 다툼을 끊으며 송민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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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순식간에 붉게 부어오른 뺨을 감싸 쥐며 여시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송민준을 바라보았다.“지금 나를 때렸어? 네가 뭔데, 감히 나를 때려?!”여시은은 몸이 허약한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 송민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애당초 송민준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송민준은 두 손가락만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놔... 놔줘... 아줌마...”목이 졸린 여시은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송민준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전혜라를 향해 간절한 시선을 보냈다.전혜라는 송민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민준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시은이 놓아줘.”송민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바보 같은 결정 하나 때문에 고은서가 그만 자기와 여재훈의 관계를 다 알아버렸어요!”이 말에 전혜라의 얼굴빛도 즉시 싸늘하게 굳어졌고 눈 속에는 증오의 빛까지 스쳤다.여시은의 목은 여전히 송민준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녀는 거의 숨을 쉬지 못한 채 송민준의 손만 힘없이 두드렸다.“그만 풀어줘.” 전혜라가 다시 말했다.그제야 손을 놓은 송민준은 얼굴에 드러난 혐오감을 감추지 않은 채 손을 티슈로 닦기 시작했다.여시은은 병상에 엎드린 채 가쁘게 숨을 쉬며 연신 기침을 했다. 숨이 끊어질 듯한 기침에도 전혜라는 위로 한마디 하지 않았다.“제가 아빠를... 설득할게요... 세상에 공개하지 않도록...”여시은은 기침을 하며 힘겹게 말했다.전혜라는 그녀를 흘깃 보더니 결국 티슈를 한 장 뽑아 여시은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정말이니? 할 수 있어?”여시은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에요...”“애초에 오래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전혜라는 송민준을 향해 말했다.“공개되지 않으면 당장 위협이 되는 건 아니야. 내가 그쪽에 연락해서 진행을 서두를게. 너는 온라인 쪽에 힘 좀 더 써. 고은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잖니.”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스크를 다시 쓰며 자리를 뜨려 했다.문을 나서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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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그동안 싫어하는 여자한테 애정 표현하느라 많이 힘들었지?”송민준은 무표정으로 전혜라의 손을 치우고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자 여시은은 아픈 목을 움켜잡고 울며 말했다.“아줌마, 아까 송 대표 눈빛 보셨죠? 그 사람 진심으로 절 죽이고 싶어 했어요!분명 고은서를 상하게 했다고 절 미워하고 있는 거예요!”전혜라는 뒤돌아 여시은을 흘끗 보고 말했다.“넌 일단 네 앞날이나 걱정해. 지금 고은서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마당에 여재훈이 그녀를 딸로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앞으로 여씨 가문에서 네가 설 자리가 있겠니?”그 말을 듣자 여시은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고은서는 정말 골칫덩이예요. 절대로 우리 아빠를 빼앗아 가게 두지 않을 거예요!”...고은서는 기사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곽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그녀를 본 전미자는 얼굴의 주름까지 펴질 만큼 환하게 웃었다.“은서야, 너 참 오래간만에 오지 않았니? 이젠 할머니를 다 잊은 줄 알았어.”“그럴 리가요! 제가 누구를 잊어도 이렇게 좋은 할머니만큼은 절대 안 잊죠!”고은서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전미자는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알지, 너 일 바쁜 거 할머니도 다 안다. 하지만 여자애가 그렇게 몸을 혹사하면 안 되지. 건강 잘 챙겨야 해.”고은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그 후 그녀는 전미자와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같이 간단한 식사도 했다.전미자가 쉬러 간 뒤에야 고은서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녀와 송민준에 대한 온라인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오전보다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고은서가 성명을 발표해 영상은 합성이고 자신과 송민준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음에도 대중은 쉽게 믿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이 새로운 연애 방식을 시도 중이라는 식으로 떠들어댔다.고은서는 이런 말들에 웃음이 났다.【당신들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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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고은서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은소영이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물었다.은소영은 약간 머뭇거리더니 오늘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MQ 향수 매장에 들렀는데 거기서 한정판 향수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에게 품절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그 향수는 고은서 씨가 직접 조향한 거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부탁드려 보려고요. 혹시 미리 한 병 예약해 주실 수 있을까요?”전화로는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은소영은 아예 영상 통화 모드로 전환했다.고은서가 전화를 받자 당찬 얼굴의 은소영이 화면에 나타났다.“은서 씨! 저 그 향수 정말 너무 좋아요. 꼭 부탁드릴게요!”고은서는 예상 못 한 부탁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문제없어요.”“은서 씨는 정말 대단하세요. 자신의 회사를 차린 것도 모자라 숨은 조향 고수라니.”은소영은 웃으며 칭찬을 이어갔다.“게다가 외모도 예쁘시잖아요. 그러니 다들 은서 씨를 좋아하는 수밖에요. 제가 만약 남자였다면 저도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그 말을 마친 은소영은 누군가에게 걷어 채운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돌려 앉아 자세를 고쳤다.“집에 있는 얄미운 개가 저를 밟았어요.”얄미운 개를 집에서 키운다니… 고은서는 의아했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은소영은 다시 향수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척하더니 슬쩍 말을 돌렸다.“아, 은서 씨. 아까 휴대폰 만지다가 은서 씨와 송 대표님 관련 뉴스 몇 개 봤는데 괜찮아요?”“사생활을 캐려는 게 아니라 순전히 친구로서 걱정돼서요.”은소영은 급히 설명했다.사실 고은서와 은소영은 지금까지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었다.첫 번째는 은소영이 홍두 팔찌를 선물해 줬던 때, 두 번째는 그녀와 민시후가 송민준으로부터 그녀를 도와줬던 때. 이번에도 그녀는 고은서의 안부를 걱정해 주었다.예전의 여시은도 이처럼 다정하게 다가왔었지만 그때는 본능적으로 여시은이 불편했었고 반면 은소영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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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고은서는 은소영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곧 오랫동안 해외에 살아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거겠지 싶어 더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이틀이 지났다.인터넷상에서 고은서와 송민준의 영상이나 사진은 더 이상 검색되지 않았고 관련 화제 역시 모두 차단되었다.고은서에게서 기사를 따내려던 언론이나 1인 미디어도 결국 그녀의 회사나 집 앞을 지키는 것을 그만두기 시작했다.이틀 동안 고은서는 대부분 시간을 전미자 곁에서 보냈다.그 사이 곽승연도 찾아와 본가에서 하루를 머물렀다.고은서와 여시은이 괴한들에게 납치된 사건 결과가 나왔다.겉으로는 몇몇 범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여재훈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갈취하려 했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강성의 여씨 가문에서 진행 중이던 중요한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 했다고 했다.하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게 여씨 가문의 방계 쪽에서 비밀리에 꾸민 일이었다.그들은 여재훈이 얼마 전 강성으로 돌아와 분쟁을 처리하면서 자신들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던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여재훈의 딸인 여시은을 납치해 위협하고 경고를 보내려 한 것이다.또한 여재훈이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들고 그 핵심 프로젝트를 자신들의 손에 넣으려는 목적도 있었다.이 사실을 곽승재에게서 들었을 때 고은서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이익을 위해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악랄해질 수 있다니.“그럼 그 사람들, 잡혔어?”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고개를 저었다.“그 범인들 몇 명은 이미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라 범행 하나 더 늘어나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아 해. 그들은 누가 지시했느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어. 그저 여 대표님과 그 딸이 해성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돈이 많은 것도 알았기에 그를 대상으로 큰돈을 뜯어내려고 했다고 주장했지.”게다가 여씨 가문의 방계는 너무 은밀하게 움직였고 나름대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라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아 겉으로는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었다.“그럼 나를 납치한 건 단순히 사람을 잘못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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