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에게 외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알린 후, 고은서는 운전기사와 경호원과 함께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경호원더러 아래층에서 기다리라 한 뒤, 고은서는 어머니가 지냈던 방으로 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방 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깔끔했다.벽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침대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침구가 깔려 있었다. 옷장 안에는 어머니의 옷가지도 그대로 있었다.상자 하나를 열어 보니 어머니가 쓰던 물건과 함께 조향 노트와 스케치북이 있었다.어머니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꽃과 식물을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원재료를 빠르게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했다.고은서는 약간 누렇게 변한 스케치북을 꺼내 대충 넘기다가 한 장의 꽃밭 그림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림이 여재훈의 카톡 사진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고은서는 급히 여재훈의 카톡을 열어 확인했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았다.처음 사진을 봤을 때 낯이 익다고 느낀 이유가 바로 어머니가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은서는 이전에 원본 그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머니의 그림체 때문에 그리 낯익게 느껴졌던 것이다.그런데 여재훈은 왜 어머니의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썼을까? 그는 여시은의 어머니에게 깊은 정을 품고 있지 않았나? 어머니 성격상 남의 결혼에 끼어들 일은 없었고 여재훈도 혼인을 배신할 사람 같지 않은데 도대체 둘은 어떤 관계일까?고은서는 상자 안에서 어머니가 남긴 앨범도 꺼내 들었다. 앨범 안에는 주로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가 젊었을 때 사진은 적었고, 있어도 특별한 날 찍은 것뿐이었다.앨범을 덮으려는 순간, 한 장의 사진이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고은서는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에는 젊은 두 여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 명은 어머니였고 다른 한 명은 분명 익숙한 느낌은 나지만 누구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둘은 다정히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배경은 식물원이었는데 흐릿하게 ‘북성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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