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결과에는 반전이 없었다. 여시은과 여재훈 사이에는 역시나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었다. 그 후로 여재훈은 그 일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살았다. 대외적으로는 여시은을 친딸로 소개했고, 정말로 친딸처럼 키워왔다. “엄마의 거짓말을 믿으셨고, 여시은이 대표님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아셨는데도 왜 엄마를 대신해 여시은을 기르셨어요?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않으시고.”고은서의 눈은 이미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녀가 울먹이며 여재훈에게 물었다. “남들 눈엔 대표님을 갖고 논 여자잖아요. 그런 여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셨잖아요.”여재훈은 고은서를 향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내칠 수 없었던 고은서는 침대 옆에 반쯤 쭈그리고 앉아 그에게로 손을 올렸다. 여재훈이 고은서의 손을 소중하게 잡았다. “은서야, 난 그런 건 생각도 한 적 없어. 난 그냥, 더는 다른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고 느꼈을 뿐이야.”“사람을 사랑할 마음을 잃었으니 외부의 압력이나 그 어떤 이유 때문에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어. 그건 모두에게 불공평한 거야.”“하지만 난 그래도 하늘에 감사해. 이렇게 너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해줘서.”눈시울을 붉히는 고은서를 보며 여재훈이 그녀의 손등을 토닥였다. 고은서를 향한 여재훈의 말투엔 짙은 애절함과 사랑이 묻어있었다. “은서야, 난 정말 꿈에도 몰랐어. 나와 피가 이어진 내 딸이 있을 거라고는...”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여재훈의 모습에 고은서의 마음은 점점 더 아려왔다. 그녀 역시 친아빠를 만나게 될 줄은 죽어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은서야. 이제서야 널 찾은 날 용서해 줄 수 있겠니?”여재훈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고은서 역시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대표님 잘못이 아녜요.”“그럼 날 아빠로 인정해 줄 수 있어?”여재훈의 낮은 목소리에는 긴장감과 희망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 말에 고은서는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앞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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