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무너졌다.고은서는 곽승재라는 이름을 부를 틈도 없이 등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몸이 앞으로 넘어지며 온몸에 고통이 몰려왔다.곧, 고은서는 의식을 잃었다.의식을 잃은 고은서는 길고 긴 꿈을 꾸었다.꿈속의 그녀는 홀로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고은서는 앞으로 걷고, 또 걸었다.그러다 문득, 꿈속의 자신이 열여덟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어린 고은서는 곧은 등과 가녀린 목선을 드러낸 채, 호텔 잔디밭 위에 마련된 무대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잔디 주변에는 풍선과 꽃으로 가득했고, 하객석도 빈자리 없이 빼곡했다.그리고 무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낯익은 인물이 서 있었다.곽승재였다.어린 곽승재는 지금보다 더 젊고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지금처럼 차고 냉담한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무대 위의 고은서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잠시 후.두 고위급 임원이 곽승재를 호출했다.떠나기 전, 그는 무대를 촬영하고 있던 사진작가를 보며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분위기 괜찮네. 여기를 아예 파티 장소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호텔 직원더러 오늘 행사 사진 정리해서 내 사무실로 보내라고 해, 참고 자료로 쓸 거니까.”다음 날, 곽승재는 수많은 사진을 전달받았다.그는 그 많은 사진 중, 고은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사진을 찾아 핸드폰에 저장했다.고은서는 단번에 그 사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얼마 전, 곽승재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앨범의 가장 앞쪽에 꽂혀 있던 그 사진이었다.곽승재는 그저 우연히 사진을 저장한 것이라 했지만...고은서가 생각을 다 마치기도 전에 장면이 전환되었다.그녀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가족 만찬에 참석하고 있었다.밝은 표정의 고은서는 머리에 화려한 크리스털 헤어핀을 꽂은 채, 고준석의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인파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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