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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471 - Chapter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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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1화

여시은이 허리춤에 매단 물건을 보고 여시은의 부하를 제외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설마 폭탄까지 만든 거야?”송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너 미쳤어?”폭탄이 터진다면 여시은도 살 수가 없었다!여시은은 주위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며 고소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하하하, 난 죽어도 너희들과 같이 죽을 거야!”“잘 들어, 이 주위에도 폭탄을 잔뜩 설치했어. 비록 사제 폭탄이지만, 위력이 상당해! 그러니까 허튼수작 부리지 마! 안 그러면 다 같이 죽는 거야!”여시은이 말하는 사이에 송민준이 때려눕힌 사람은 이미 일어났고 주위를 살피던 사람과 함께 송민준을 제압했다.송민준은 여시은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껏해야 지형이 험한 곳을 골라 몇몇 사람을 불러 모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폭탄을 만들었을 줄이야!여재훈도 놀랐지만, 실망과 후회가 더 많았다.자신이 직접 키운 딸이 이토록 지독하고 시비도 못 가리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리고 ‘엄마가 없다’라는 이유로 엄격하게 대하지 못하고 여시은이 전혜라와 가까이 지내도록 내버려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지금 눈앞에 있는 여시은은 완전히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였다.여시은은 한 번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고 모든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고 있었다.하지만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죽을 생각 없다는 거 알아. 은서를 납치하고 나까지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뭐야? 그냥 말해!”여재훈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여시은은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시간 낭비 안 할게. 내 요구는 아주 간단해. 돈이나 지분 따위는 필요 없고 그냥 당신이 자살하면 돼.”“난 아빠를 잃었으니까 고은서도 잃어야만 해! 당신이 죽으면 난 기분이 좋아질 거고 그러면 고은서를 살려 줄 수도 있어!”여시은은 완전히 사이코였다.고은서는 여재훈을 향해 소리쳤다.“이 사람 말 듣지 마세요! 아빠가 죽어도 절 살려두지 않을 거예요!”“아니, 진짜 살려줄 거야.”여시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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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그러니까 죽어! 지금! 당장!”여시은은 말을 마치고 부하한테 여재훈의 밧줄을 끊고 칼을 건네주라고 했다!“경동맥을 찔러! 조금이라도 꼼수를 부리면 당신 딸이 대신 죽을 거야!”여시은은 목에 들이댄 칼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는 고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여재훈은 고은서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가 없었다. 하여, 칼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젓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서야, 내가 죽으면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날 네 엄마의 옆에 묻어줘.”“음... 음...!”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애원하듯 소리를 질렀다.여재훈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참 고은서를 바라보다 칼을 높이 들었다.하지만 목을 찌르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갑자기 돌멩이가 날아왔고, 칼은 “땡!”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그리고 모두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특수기동대원 세 명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역할 분담이 아주 명확했다.한 사람은 번개처럼 달려가 고은서를 잡고 있는 사람의 칼을 빼앗았고, 한 사람은 송민준을 향해 달려갔으며 나머지 한 사람은 여시은을 향해 달려갔다!앞의 두 사람은 모두 성공했지만, 마지막 사람은 결국 여시은을 접근하지 못했다.여시은은 특수기동대원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고, 상황을 알아차리고 바로 기폭 스위치를 높이 들었기 때문이다.“오지 마! 가까이 오면 누를 거야!”여시은이 허리에 두른 물건의 정체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경찰이 저격총을 쏘지 않은 이유는 이곳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총알의 불꽃 때문에 폭탄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여시은이 기폭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는 건 죽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기에 특수기동대원들은 여시은을 진정시키려고 다가가지 않겠다고 말했다.여시은은 여전히 손가락을 스위치 위에 올린 채로 특수기동대원들한테 동굴로 들어가라고 했고, 고은서 등 세 사람은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동굴은 크지 않았기에 주위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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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바위가 무너졌다.고은서는 곽승재라는 이름을 부를 틈도 없이 등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몸이 앞으로 넘어지며 온몸에 고통이 몰려왔다.곧, 고은서는 의식을 잃었다.의식을 잃은 고은서는 길고 긴 꿈을 꾸었다.꿈속의 그녀는 홀로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고은서는 앞으로 걷고, 또 걸었다.그러다 문득, 꿈속의 자신이 열여덟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어린 고은서는 곧은 등과 가녀린 목선을 드러낸 채, 호텔 잔디밭 위에 마련된 무대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잔디 주변에는 풍선과 꽃으로 가득했고, 하객석도 빈자리 없이 빼곡했다.그리고 무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낯익은 인물이 서 있었다.곽승재였다.어린 곽승재는 지금보다 더 젊고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지금처럼 차고 냉담한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무대 위의 고은서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잠시 후.두 고위급 임원이 곽승재를 호출했다.떠나기 전, 그는 무대를 촬영하고 있던 사진작가를 보며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분위기 괜찮네. 여기를 아예 파티 장소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호텔 직원더러 오늘 행사 사진 정리해서 내 사무실로 보내라고 해, 참고 자료로 쓸 거니까.”다음 날, 곽승재는 수많은 사진을 전달받았다.그는 그 많은 사진 중, 고은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사진을 찾아 핸드폰에 저장했다.고은서는 단번에 그 사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얼마 전, 곽승재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앨범의 가장 앞쪽에 꽂혀 있던 그 사진이었다.곽승재는 그저 우연히 사진을 저장한 것이라 했지만...고은서가 생각을 다 마치기도 전에 장면이 전환되었다.그녀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가족 만찬에 참석하고 있었다.밝은 표정의 고은서는 머리에 화려한 크리스털 헤어핀을 꽂은 채, 고준석의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인파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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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그날, 고은서는 긴 줄을 선 끝에야 겨우 생과일 밀크티를 살 수 있었다.그녀는 그것을 곽승재에게 전해주기 위해 GS 그룹으로 향했다.탐탁지 않은 얼굴로 그것을 받아 든 곽승재는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사무실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지시한 후, 한동안 묵묵히 앉아 조용히 업무를 처리했다.그러다 결국 밀크티를 한 모금씩, 천천히 다 마셨다.그 시각, 엘리베이터 로비에 서 있던 고은서는 다른 사람이 버린, 절반도 넘게 남은 밀크티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이내 장면이 바뀌며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의 시점으로 넘어갔다.전미자는 곽승재더러 고은서와 혼인신고를 하라 제안했다.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곽승재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전미자는 그게 못마땅했다.그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손자에게 언성을 높였다.“뭘 그리 고집 피우는 게야! 그 애에게 마음이 있으면서 왜 거절하냔 말이야! 은서가 너같이 무미건조한 아이에게 결혼을 요구하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그렇게 마음을 숨기기만 하면 뭐해!?”곽승재는 아무 반응도 없이 가만히 자리에 서 있었다.그에 분노한 전미자가 지팡이로 남자의 다리를 내려쳤다.“또 말썽부리면 너 같은 손자 없는 걸로 알 테니까 가서 은서랑 혼인신고나 해!!!”혼인신고 전날 밤.곽승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문서를 손에 쥔 채 밤새 뒤적인 그는 결국 종이 위의 글을 하나도 읽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샤워를 마친 곽승재는 드레스룸에서 한참을 망설였다.전미자의 재촉 전화를 받고서야 맞춤 제작한 정장을 꺼내 입을 수 있었다.구청 앞에 도착했을 때, 고은서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 성아연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할머니께서 승재 오빠가 안 나올 리가 없다고 하셨어. 일단 혼인신고만 하면 분명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곽승재가 걸음을 멈췄다.남자의 눈빛에 순간 어둠이 드리웠다.그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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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병실에 도착한 그는 뼈만 남은 앙상한 고은서를 마주하고 굳어버린 듯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의 고은서는 끝없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그녀의 눈에 비친 곽승재가 시리도록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은서는 마지막 힘을 다해 곽승재에게 매달렸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절망이 극에 달한 그녀는 미리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 주저 없이 자신의 심장에 내리꽂았다.“고은서!”놀란 곽승재는 피투성이가 된 고은서를 안고 울부짖었다.그는 얼른 의사를 불러오라 소리치며 그녀에게 애원했다.“죽지 마... 가지 마, 고은서...”하지만 고은서는 결국 죽었다.곽승재는 의사들의 사망선고를 들으며 수술대 옆에 무릎 꿇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자의 몸을 끌어안았다.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고은서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세상이 떠나가라 통곡했다.흡사 짝을 잃은 외로운 늑대 같은 모습이었다.고은서의 화장이 이루어진 날, 곽승재는 몇 차례나 피를 토했다.화장이 끝난 후 그는 고은서의 유골함을 품에 안은 , 비척비척 힘없이 집으로 돌아갔다.그 후, 모든 진상을 파악한 곽승재는 복수를 시작했다.강제로 정신병원 내 중증 폭력 환자 병동에 수용된 백유미와 백승엽은 그곳에서 갖은 고문과 학대를 받다가 죽어버렸다.곽승재의 복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그는 송민준, 전혜라, 손문호를 해외의 범죄 조직의 총격전 속에 휘말리게 했다.또한 여시은의 생부모를 찾아 그들에게 거액을 건넸다.그녀는 결국 부모에게 머리를 눌린 채 강제로 익사 당했다.물론 뉴스에서는 단순한 익사 사고로 발표되었다.진실을 알고 격분한 여재훈에게는 가문의 몰락을 선물해 주었다.모든 일을 마무리한 그날 밤.곽승재는 자신의 방문을 잠그고 고은서의 유골함을 끌어안았다.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남자는 곧 고은서가 사용했던 그 칼을 꺼냈다.그를 지켜보던 고은서는 곽승재를 말리고 싶었다.하지만 그 순간.남자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칼을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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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고은서는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승재 오빠 거기가 갇혀 있다가 마지막에 탈출한 거… 맞아?”박지연이 문 쪽을 힐끗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의사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여시은은 폭발 당시 즉사했어. 곽승재 씨는 특수요원이 폭발 직전에 끌어낸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폭심지에서 너무 가까웠던 탓에 크게 다쳤어. 한동안은 의식을 되찾지 못할 거야.”마침내 병실로 들어온 의사가 고은서의 몸 상태를 살폈다.꿈에서 깨어난 이후 내내 조여오던 고은서의 불안한 마음이 박지연의 설명 덕분에 조금 가라앉았다.고은서는 곽승재가 목숨이라도 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의학 기술이 발달해 다친 사람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은서는 꿈속에서 본 전생의 기억들과 끊이지 않는 불안감을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 담고 검사를 받기 위해 의사에게 몸을 맡겼다.다행히 찰과상에 그쳤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별문제 없어 보였지만 긴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하기로 했다.검사 일정을 잡는 동안 고은서는 박지연에게서 자신이 크게 다치지 않은 이유를 전해 들었다.폭발 순간, 송민준이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싸안았다는 것이었다.고은서는 어렴풋이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의식을 잃기 직전, 무거운 무언가가 그녀를 덮쳐오던 느낌을.그리고 위기의 순간 여시은의 칼을 걷어차던 송민준의 모습도 떠올랐다.그녀는 확신했다.송민준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왔던 것이라고 말이다.언제나 장난기 넘치던 박지연은 지금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송민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감히 농담을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민준 오빠는? 지금 어디 있어? 아빠는? 괜찮으셔? 할아버지는?”고은서가 물었다.“고 회장님은 어제 낮에 깨셨어. 너 걱정된다고 사람들 부축받으면서 여기까지 오셨지. 방금도 다녀가셨는걸? 지금은 저택에서 쉬고 계셔.”박지연이 말을 덧붙였다.“송민준 씨는 범죄 혐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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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검사를 마친 고은서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뒤였다.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박지연의 정신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이틀 내내 자신을 돌보느라 지쳤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른 고은서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는 박지연에게 말했다.“지연아, 너무 피곤하면 집에 가서 좀 쉬어. 여긴 간병인도 있으니까 괜찮아.”그러자 박지연이 고은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그냥… 네 검사 결과가 좀 걱정돼서. 너무 오래 쓰러져 있었잖아.”고은서는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었다.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깨어나지 못한 이유도 그 꿈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난 대체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왜 전생에는 알지 못했던 승재 오빠의 모습들을 보게 된 거지?’순간 곽승재가 칼로 심장을 찌른 모습을 떠올린 고은서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평온하던 마음이 다시금 불안에 잠식되는 것 같았다.“지연아, 우리… 승재 오빠 보러 갈래? 면회 못 해도 상관없어. 그냥… 어디 있는지만 알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박지연은 고은서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말렸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은서야. 시간도 너무 늦었는데 일단 좀 쉬자, 응?”“너 설마…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고은서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박지연을 바라보았다.오늘따라 박지연이 어딘가 이상했다.하지만 그녀는 태연히 잔에 물을 따르며 대답했다.“내가 숨기긴 뭘 숨겨, 어차피 가도 못 볼 텐데. 난 그냥… 가서 곽승재 씨 상태가 심각하단 얘기를 듣게 되면 네가 힘들어할까 봐 그러는 거지.”고은서가 뭔가를 더 물으려는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송민아를 발견한 박지연이 환히 웃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아, 왔어? 얼른 와서 은서랑 대화 좀 나눠. 난 간호사 쌤한테 오늘 복용할 약 더 있나 확인해 볼게.”박지연이 병실을 나가자 고은서가 문 너머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지연이 어딘가 좀 이상해… 내게 뭔가를 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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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송민아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오빠도 꽤 불쌍한 사람이야. 이번에도 심하게 다치고, 뼈도 여러 군데 부러지고, 돌에 깔려서 오른팔 근육이랑 인대가 전부 끊어졌어. 앞으로 오른손으로 펜조차 들 수 없을 거래…”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폭발 당시 송민준이 온몸으로 자신을 끌어안던 순간을 떠올렸다.남자가 손으로, 그리고 팔로 자신을 감싸안으며 보호해 주던 순간 입은 부상이 분명했다.“난 오빠가 왜 너와 네 가족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몰라. 하지만 오빠가 널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어. 몸을 던져가며 널 지킨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오빠가 선택한 일이니까 넌 너무 부담 갖지 마. 물론, 이 일로 오빠가 저지른 짓이 사라지진 않겠지만…”순간 송민준이 전생에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일, 그리고 이번 생에서는 외할아버지를 해치려 한 것을 떠올린 고은서는 차마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마음속의 분노가 짙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문득 송민준이 타인에게 지배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늘 전혜라의 말에 순응하듯 움직이곤 했다.그곳에는 아마 고은서가 알지 못한 진실이 있을 것이다.“그냥… 나 대신 구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줘.”그 외엔 할 말이 없었다.감사하다는 마음조차 그에게는 과분한데, 송민준이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고은서의 마음이 움직일 리가 만무했다.이번 생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의 진심이 아니었다 해도 외할아버지가 전생처럼 다칠 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섬뜩했다.고은서의 복잡한 마음을 알아챈 송민아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그저 고은서의 상태를 묻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 병실을 떠났다.이후 박지연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그녀는 고은서와 송민아 사이의 대화를 묻지 않았다.그저 작은 도시락을 꺼내며, 웃는 얼굴로 말할 뿐.“이것 좀 먹어봐. 너 너무 말라서 속상해.”평소처럼 다정하고 안정적인 박지연의 태도에 고은서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의심을 접기로 했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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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고은서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박지연은 곽승재가 폭발 직전 특수요원에게 구조되어 중환자실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현석 씨는 왜 곽승재의 장례를 언급하는 거지?’그녀는 문득 자신이 아직 꿈에서 깨지 못한 건 아닌가 싶었다.‘이건 전부 허상이야.’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고은서가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지 못한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직접 곽승재의 상태를 보지 못하니 불안감이 극대화되어 이상한 꿈만 꾸는 거야. 내일 아침에 직접 담당 의사에게 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하면 이런 악몽도 멈추겠지…’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병실로 돌아가려 했으나, 고은서의 발은 마치 땅에 붙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다리에 힘이 빠져 벽에 설치된 핸드레일을 잡지 않는다면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고은서의 이상 징후는 박지연과 육현석의 시선을 끌었다.익숙한 그림자를 발견한 박지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곧장 그녀에게 달려왔다.“은서야, 괜찮아? 정신 차려!”고은서는 박지연에게 안긴 채 병상에 몸을 뉘었다.몸이 잔뜩 굳어 말조차 내뱉지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곽승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고은서는 표정도, 목소리도, 반응조차 없는 상태였다.“은서야, 제발 이러지 마…”더는 참지 못한 박지연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난 네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그동안 숨긴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은서야…”육현석도 쉬이 말을 잇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 사람은 네가 이렇게 아파하길 원하지 않을 거야… 제발 너라도 괜찮아져야 해…”하지만 고은서는 귀를 닫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을 감고, 꿈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이게 전부 악몽이면 좋겠다 생각하며, 제발 누군가가 자신을 이 악몽에서 깨워주길 바랐다.박지연이 고은서의 차가운 손을 꼭 붙잡고 흐느꼈다.“은서야, 제발… 제발 정신 차려줘…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하지만 고은서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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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고은서가 담담하게 박지연에게 물었다.“승재 오빠 장례식은 어떻게 됐어?”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박지연이 조심스레 사실을 털어놓았다.곽씨 일가 사람들 전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육현석이 곽승재의 장례식을 맡게 되었다고 말이다.혹시라도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될까 우려한 그들은 곽승재의 사망 소식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았으며 성대한 추도식이나 장례 행렬 없이 조용히 저택 내 정원에 사진을 놓고 가까운 가족과 친구 몇 명만 참석한 장례식을 치렀다고 한다.서연정은 현장에서 바로 실신했고 늘 위엄 있던 곽현수는 하룻밤 사이 머리가 반쯤 하얘졌다.전미자는 바로 병을 얻었고 죽음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곽승연은 그저 오빠가 먼 곳에 출장 갔다고 생각하며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이 이야기를 들은 고은서는 곽씨 일가 사람들을 찾아가 보겠다는 말도, 곽씨 저택에 가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병원에서의 치료에 성실히 임했다.약도 잘 챙겨 먹고 상처 치료도 잘 받았고 식사도 빠뜨리지 않았다.다만 말수가 줄었을 뿐, 겉보기엔 마치 곽승재의 죽음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퇴원하는 날, 박지연은 고은서가 걱정스러운지 고씨 저택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고준석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였다.“나 정말 괜찮아.”고은서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곽승재는 나랑 내 아이의 생명을 앗아갔던 사람이야. 이 일로... 그 빚을 다 갚은 거지. 그 사람과 나는 이제 완전히 끝난 거야. 그 사람은 더는 나에게 빚진 게 없어. 그러니까 나 정말 괜찮아.”고은서는 웃고 있었지만, 박지연의 눈에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다.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은서야, 참지 말고 그냥 실컷 울어.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거 아니야...”고은서가 고집스레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하지만 박지연의 고집을 못 이긴 그녀는 결국 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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