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런 걸 묻는 거죠?”“그냥 추측일 뿐이야.”송민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잡담하듯 말을 이었다.“시후는 어릴 때부터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지. 싸우고 문제 일으키는 게 일상이었어. 아저씨도 그 애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셨고. 난 한때 민아가 왜 그런 애를 좋아했는지 이해 못 했어.”고은서는 송민준이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잠자코 듣기만 했다.“그러다 시후가 널 좋아하게 됐잖아?”송민준이 눈을 뜨고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때 깨달았지. 시후도 꽤 예리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그래서?”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송민준은 웃으며 머리를 다시 좌석에 기대었다.“시후는 예전처럼 방탕한 부잣집 아들로 사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 민씨 집안은 다들 유능하잖아. 걔 한 명 없어도 문제없지. 가끔은 능력이 없을수록 인생이 더 편할 수도 있어.”무심한 말투였지만 고은서는 그 안에 숨은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은서는 몇 달 전 자신과 민시후가 당한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그 배후가 송민준일지도 모른다.그 말은 곧, 민시후가 유능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암시 같았다.고은서는 송민준이 인정할 리 없다는 걸 알기에 따져 묻지도 않았다.그가 C 선생이라면 못 할 일이 없을 테니까.하지만 고은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송민준, 당신은 자신이 한 일들이 송씨 가문에 어떤 피해를 줄지 생각해 본 적 없어?”“당신 부모님, 그리고 송민아까지, 다들 당신을 그렇게 믿고 ST 그룹 전체를 당신에게 맡겼잖아. 친어머니에게는 실망을 안 주고 싶다면서 송씨 가문 사람들은 실망하게 해도 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송민준은 잠시 멈칫한 듯했지만 곧 눈을 감고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 듯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그 후로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차가 라이트문 아파트에 도착하자 고은서는 송민준에게 하차를 알렸다.송민준은 별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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