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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451 - Chapter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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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1화

주민기는 계속해서 고은서에게 곽승재가 정말로 이혼을 원했다면 그에게 이혼 협의에 관한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도 그럴 것이 GS 그룹에는 확실히 전문적인 변호사팀이 따로 있고 그 어떤 변호사도 주민기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니 말이다.“사모님, 곽 대표님이 겉으로는 사모님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모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더 긴장하고 걱정해요.”주민기가 말을 이었다.“지난번 사모님이 민 대표님의 차를 들이받았을 때 대표님은 소식을 듣자마자 하던 일을 제쳐두고 바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사모님이 갑자기 백유미의 목을 조른 그 일도 대표님께서는 걱정돼서 제게 전말을 조사하라 했어요.”“사모님, 곽 대표님은 두 분이 이혼한 뒤로 줄곧 후회하며 괴로워했고 어떻게든 사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했어요.”이미 말을 꺼낸 김에 주민기는 전부 털어놓기로 했다.“지난번에 사모님이 대표님께 하얀색 목베개 하나를 선물했었죠? 대표님께서 그걸 하도 아끼는 바람에 지금은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그 목베개가 사모님의 선물이라는 걸 알 정도예요.”주민기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고은서는 그 일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대충 건넨 물건을 곽승재가 그렇게까지 아낀다니... 그렇다면 예전에 그녀가 건넸던 선물들을 그는 왜 그렇게 싫어하며 받지도 않았을까? 고은서의 마음을 읽은 듯 주민기가 계속하여 말했다.“예전에 사모님이 준 선물들도 곽 대표님이 말로는 싫다며 불평했지만 사실은 전부 따로 보관해 뒀어요.”“그 프런트 직원은 곽 대표님이 사모님을 싫어한다고 착각해서 제멋대로 처분한 것뿐이죠. 나중에 곽 대표님께서 그 직원이 사모님을 오해했단 걸 알고는 당장에 해고했고 프런트 전체를 재교육시켰어요. 그래서 지금은 프런트 직원 전원이 사모님을 알아볼 수 있게 됐고요.”고은서가 나중에 GS 그룹에 몇 번 들렀을 때 프런트 직원들의 태도가 지나치게 공손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주민기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곽 대표님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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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고은서는 퇴원을 앞둔 곽승재에게 이런 뜻밖의 사고가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어머니...”고은서가 조심스럽게 불렀다.서연정은 정신을 가다듬고 대답했다.“은서 왔구나.”그녀는 피곤에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승재가 아까 점심에 잠깐 깨어나더니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어.”고은서는 이미 의사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들은 터였다.의사는 곽승재의 상처가 너무 깊어 깨어나더라도 금방 다시 의식을 잃기 일쑤였고 완전히 의식을 되찾으려면 아마 내일은 되어야 가능할 거라고 했다.“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지난번 다치신 곳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잖아요. 건강부터 챙기셔야 해요.”고은서가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다.서연정은 붉어진 눈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괜찮아.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 승재가 어릴 때도 성격은 차가웠지만 나랑은 사이가 좋아서 무슨 일이든 나와 이야기했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승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어.”서연정의 눈은 더욱 붉어졌다.“정말 후회돼. 왜 그때 승재를 혼자 두고 떠났을까... 이혼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 왜 굳이 외국으로 나갔던 걸까... 국내에 있었더라면 그 아이 곁을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충분한 모정을 주었더라면 백씨 가문 약간의 은혜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았을 거고 이렇게 많은 고통도 겪지 않았을 거야...”고은서는 죄책감으로 가득 찬 서연정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서연정은 곽승재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지금의 불행한 상황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고은서는 다가가 서연정의 손을 조용히 잡고 말없이 위로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서연정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은서야, 미안하다. 승재가 저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하고 속이 상해서... 내가 오늘 말이 좀 많았지?”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승재 씨가 이렇게 된 건 어머니 탓이 아니에요. 그리고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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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곽승재의 눈빛에는 순간 기쁨과 감격이 번뜩이더니 곧이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죄책감과 후회스러운 표정에 휩싸였다. 고은서는 곽승재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지금 곽승재는 말할 기력도 부족했고 감정적으로 큰 동요가 있어선 안 되는 상태였다.“움직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몸이 좀 더 회복된 다음에 해.”고은서의 말에 곽승재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고,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고은서를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자기 곁으로 다가와 주길, 그래서 지금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확인하길 바라는 눈빛이었다.고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곽승재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고은서의 머릿속에 전생에서 곽승재가 냉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죽고 싶으면 죽으라고 했던 장면이 번쩍 떠올랐다.가슴 속 깊이 쌓인 억울함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되살아났고 고은서는 결국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마침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왔고, 고은서는 조용히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곽승재의 눈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눈가까지 촉촉해졌다. 고은서의 행동에서 아직도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서연정과 여재훈은 두 사람의 반응을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서연정은 고은서가 감정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자신을 찾아와 이혼을 부탁하진 않았을 것이다.어머니의 입장으로서 서연정은 고은서가 자기 아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길 바라지만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선 고은서가 너무나 안쓰러워 어떤 강요도 하고 싶지 않았다.여재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세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누가 잘못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상처를 주었고 지금 그걸 만회하려고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여재훈은 곽승재를 높이 평가하지만 고은서가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면 아버지로서 언제나 딸 편에 설 생각이었다.그래서 서연정과 여재훈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없이 모른 척 지나갔다.곽승재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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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여재훈은 강성 쪽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고은서가 걱정돼 잠시 짬을 내어 찾아온 것이었다. 고은서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자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그날 오후 곧바로 강성으로 돌아갔다.그 후 한동안 곽승재는 병원에서 요양하며 상처를 회복했다.고은서는 유일 투자은행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바쁜 와중에도 매일 곽승재 보러 병원에 갔다. 하지만 대부분 그가 잠든 시간을 골라 방문했다.곽승재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탓에 고은서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복잡한 심정이었다.지난 생은 고은서에게 온통 고통뿐이었기에 지금 자극을 받아서 안 되는 곽승재에게 혹여 자신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낼까 두려워 의식이 있을 때는 마주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한편 곽현수의 몸도 여전히 회복 중이라 서연정은 두 병원을 오가며 바쁘게 지냈다.여재훈이 강성으로 돌아간 후 여씨 가문을 둘러싼 뉴스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여재훈의 당숙이 주주 신분을 이용해 그룹 내에서 사리사욕을 채우고 권력을 남용한 사실이 드러나 여진 그룹에서 쫓겨났다. 그의 아들이 운영하던 사업들도 탈세 및 경쟁사에 대한 악질적인 탄압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폐업 위기에 처했다.이들은 심지어 암흑 세력과 결탁하여 살인 청부까지 했으며 앞서 해성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의 배후에도 그들이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그뿐만 아니라 여재훈은 주요 언론을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그는 대외적으로 조사 결과 여시은의 친부모는 다른 사람이며 자신은 여시은과의 부녀 관계를 정식으로 해지한다고 성명했다.이 소식이 퍼지자 강성 언론은 물론 해성 언론까지 발칵 뒤집혔다.해성 언론은 여시은이 저지른 온갖 추문들을 다시 끄집어냈고 그녀의 친부모에 대한 정보까지 파헤쳤다.그 결과, 그녀의 친모는 20여 년 전 유곽의 창녀 출신이었고, 친부는 여자의 돈을 뜯어먹고 사는 기둥서방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듣고 거침없는 반응을 보였다.[어쩐지, 명문가 출신이라더니 성격은 그야말로 악독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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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여시은은 전혜라가 진심으로 도우려는 마음에 그 여자에게 큰돈을 줬을 리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착한 척하지 마. 내가 지금 이렇게 비참한 건 다 당신 때문이야!”여시은은 뺨을 감싸며 이를 갈 듯 말했다. “당신들이 여재훈에게 재산을 내 이름으로 이전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여재훈이 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접고 부녀 관계까지 끊겠다고 했겠어?!”지난번 손문호가 고은서와 서연정을 감금하고 여재훈에게 모든 재산을 여시은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뒤로 여시은은 여재훈과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애초에 여시은은 여재훈이 자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을 해외로 내보내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산만 손에 넣으면 고은서가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었다.그 돈만 있으면 평생 다 쓰지 못할 만큼의 부를 갖게 되는 것이니 해외에서 어떤 삶을 살든 마음대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렇게 철저하다고 믿었던 계획이 결국 손문호 때문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여시은은 전혜라 덕분에 겨우 해외로 빠져나왔지만 여재훈은 경찰을 통해 여시은에게 이전된 재산을 전부 회수했고 그녀가 쓰던 카드도 모두 정지시켰으며 여시은의 명의로 된 부동산과 주식도 전부 동결시켜 버렸다.여시은은 하는 수 없이 예전처럼 눈물로 호소하며 여재훈에게 잘못했다고 빌기로 했다. 여재훈이 20년 넘게 자신을 아껴줬으니 설마 마음이 안 약해질까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고은서가 다친 후 여재훈은 여시은을 철저히 외면하더니 아예 그녀의 친부모를 찾아내 부녀 관계까지 법적으로 끊어버리려 했다.여시은이 머리가 깨질 정도로 이마를 조아려도 여재훈은 단 한 번도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부녀의 정 따윈 이제 없었다.“지금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당신 때문이야!” 여시은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전혜라에게 소리쳤다.전혜라는 미쳐가는 듯한 여시은을 보더니 다시 한번 그녀의 뺨을 후려쳤고 여시은은 그 힘에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전혜라는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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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당신이 일부러 고은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고은서가 얼마나 여재훈을 닮았는지 알게 해줬지. 그리고 향수를 제작할 줄 안다는 것도, 고은서 엄마 덕분에 집안의 향수 사업이 한때 번창했다는 것도 당신이 말해줬잖아!”여시은은 비웃으며 말했다.“결국 고은서와 고씨 가문이 사라져야만 내가 여씨 가문의 진짜 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암시하려고 했던 짓이잖아!”“내가 먼저 제안한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실상 고씨 가문과 고은서가 사라지길 바란 건 바로 당신이었지! 당신은 고은서의 엄마를 평생 질투했고 자신의 모든 실패를 그 여자 탓으로 돌렸어! 위선적이고 악독한 건 당신이야. 꺅!”여시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혜라는 찻잔을 집어 들더니 그녀의 머리 위로 던졌다. 여시은은 비명을 질렀다.찻잔은 이마를 찢어놓았고 따뜻했던 차는 그녀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열기에 깜짝 놀란 여시은은 급히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막 끓인 물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여시은은 더는 전혜라와 맞붙을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계속 이렇게 맞서다간 그녀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전혜라처럼 냉혈한 인간이라면 자살로 위장해 죽이기라도 할 것이며 심지어 여론까지 조작할지도 모른다.절망과 분노, 원한과 질투로 가득 찬 여시은의 눈에는 증오의 불꽃이 일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미칠 듯이 미웠다.“내가 C 선생이었다고 인정할게. C 선생 이름으로 했던 일들도 내가 했다고 하면 되잖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전혜라는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무슨 자격으로 조건을 운운해?”여시은은 말했다.“자격은 없지. 하지만 난 이제 잃을 것도 없어. 그러나 송민준은 달라. 송대표는 사회적 지위도 있고 ST 그룹도 있고 돈도 넘쳐나잖아?”“나는 어차피 끝장난 인생이야. 최악은 그냥 죽는 거지. 하지만 당신은 송민준을 잃을 각오가 돼 있어?”여시은은 어리석지 않았다. 전혜라가 진짜로 신경 쓰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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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고은서는 여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재훈은 강성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아 당분간 해성으로 올 수 없었다. 그가 보낸 사람들이 조사한 결과, 손문호는 생전에 전혜라와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고 그 단서를 이미 경찰에 넘겼다고 했다.이어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건강을 잘 챙기라며 몇 가지 주의점을 당부했다.전화를 끊은 뒤 고은서는 본가에 들러 곽승연과 전미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말동무가 되어주었다.요즘 전미자는 곽현수와 곽승재가 무슨 사고를 당한 게 아닌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고은서에게 여러 번 캐물었다.곽현수의 화상 부위는 아직 피부이식이 끝나지 않았고 곽승재의 상처 또한 완전히 낫지 않아 고은서는 전미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여전히 핑계를 대며 진실을 숨겼다.비록 전미자는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지만 고은서가 애써 태연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오후가 되자 고은서는 고객과의 약속이 있어 본가를 떠났다.상대와의 대화는 꽤 순조로웠고 시간이 꽤 흐른 것을 본 고은서는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다.식사를 마친 시각은 밤 9시 무렵이었다.고객 몇 명이 술을 꽤 마셔 고은서는 그들을 기사에게 태워 보냈고 본인은 로비에서 자신을 데리러 올 또 다른 기사를 기다렸다.소파에 앉자마자 고은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송민준과 그의 두 명의 조수를 보게 되었다.송민준은 술을 마신 듯 얼굴에 평소의 신사적인 기색은 없었지만 양미간 사이에는 은근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고은서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송민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송민아가 북성으로 돌아간 후 고은서는 송민준과 다시 마주한 적이 없었다.전에 육현석이 송민준의 증거가 확보되어 조사를 위해 해성에 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풀려난 걸까? 보석으로 나온 걸까?고은서가 생각에 잠긴 사이, 송민준이 어느새 그녀 앞으로 다가왔고 그의 조수들은 눈치껏 먼저 자리를 떴다.고은서의 경호원은 송민준을 알아보고 그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앞을 가로막았다.송민준은 경호원을 흘끗 쳐다봤지만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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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고은서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런 걸 묻는 거죠?”“그냥 추측일 뿐이야.”송민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잡담하듯 말을 이었다.“시후는 어릴 때부터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지. 싸우고 문제 일으키는 게 일상이었어. 아저씨도 그 애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셨고. 난 한때 민아가 왜 그런 애를 좋아했는지 이해 못 했어.”고은서는 송민준이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잠자코 듣기만 했다.“그러다 시후가 널 좋아하게 됐잖아?”송민준이 눈을 뜨고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때 깨달았지. 시후도 꽤 예리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그래서?”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송민준은 웃으며 머리를 다시 좌석에 기대었다.“시후는 예전처럼 방탕한 부잣집 아들로 사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 민씨 집안은 다들 유능하잖아. 걔 한 명 없어도 문제없지. 가끔은 능력이 없을수록 인생이 더 편할 수도 있어.”무심한 말투였지만 고은서는 그 안에 숨은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은서는 몇 달 전 자신과 민시후가 당한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그 배후가 송민준일지도 모른다.그 말은 곧, 민시후가 유능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암시 같았다.고은서는 송민준이 인정할 리 없다는 걸 알기에 따져 묻지도 않았다.그가 C 선생이라면 못 할 일이 없을 테니까.하지만 고은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송민준, 당신은 자신이 한 일들이 송씨 가문에 어떤 피해를 줄지 생각해 본 적 없어?”“당신 부모님, 그리고 송민아까지, 다들 당신을 그렇게 믿고 ST 그룹 전체를 당신에게 맡겼잖아. 친어머니에게는 실망을 안 주고 싶다면서 송씨 가문 사람들은 실망하게 해도 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송민준은 잠시 멈칫한 듯했지만 곧 눈을 감고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 듯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그 후로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차가 라이트문 아파트에 도착하자 고은서는 송민준에게 하차를 알렸다.송민준은 별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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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민시아는 고은서의 전화를 받고 조금 놀란 듯했다.“은서 씨, 무슨 일인가요?”고은서는 먼저 민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물은 뒤 말했다.“시아 씨, 민시후가 한동안 북성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회장님 뵈러 한번 가야 하지 않을까요?”민시아는 늘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며 민씨 가문을 책임져 온 매우 영민하고 스마트한 여성이었기에 고은서의 말을 듣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시후가 기억을 되찾고 당신을 다시 찾아온 건가요?”민시후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일부러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고은서는 민씨 가문 사람들에게 이를 밝힐 생각이 없었다.“아뇨.”“다만, 시아 씨도 최근 강성과 해성에서 일어난 뉴스를 보셨을 테고 저와 여시은 사이의 갈등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고은서는 담담히 말했다.“여시은이 이렇게까지 날뛰게 된 건 어느 정도 저와도 관련이 있어요. 여시은은 민시후와 저 사이의 일들을 전부 알고 있어서 저한테 복수하지 못하면 민시후에게 화풀이할까 봐 걱정돼요.”민시아는 고은서가 이 말을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약간 의아해했다.“지금 시후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곁엔 소영이가 있잖아요. 여시은이 복수하려 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곽승재를 노리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민시아의 의문도 타당했다. 고은서 역시 이전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밤 송민준이 너무 이상했다. 계속해서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만일을 대비하는 게 나쁘진 않잖아요.” 고은서가 말했다.“저도 곽승재도 여시은을 경계하고 있어서 쉽게 접근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민시후는 기억을 되찾지 못했고 여시은은 제가 그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다는 걸 잘 알아요. 그 사람을 다치게 하면 제가 괴로워질 거란 걸 알죠.”“시아 씨, 어떤 경우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시후가 또다시 무슨 일을 겪게 되길 바라지 않으시잖아요?”민시아 역시 동생이 다시 다치는 걸 절대 원치 않았다.“하지만 시후 말로는 해성에 간 건 어머니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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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고은서는 휠체어를 사무실 안으로 밀며 물었다.“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곽승재의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은서야, 너 요 며칠 병원에 안 왔잖아. 전에 왔을 때도 날 피해 다녔고. 그래서 그냥...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왔어.”고은서는 조금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요 며칠 좀 바빴어.”그녀는 티테이블 옆에 앉아 도시락을 열고 곽승재에게 물었다.“밥은 먹었어?”곽승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럼 같이 먹어.”고은서는 그에게 수저를 건넸다.곽승재가 포장해 온 음식은 고은서 입맛에 딱 맞아 그녀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반면 곽승재는 몇 입 뜨지도 못하고 틈틈이 반찬을 집어 고은서에게 주려 했지만 거리 탓에 쉽지 않았다.고은서는 배부르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자마자 곽승재를 향해 재촉했다.“빨리 병원으로 돌아가. 의사가 이렇게 몰래 나온 거 알면 화낼 거야.”하지만 곽승재는 움직일 념을 하지 않았다.“은서야, 사실 오늘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왔어.”고은서는 피할 수 없는 순간임을 알아채고 조용히 곽승재를 바라보았다.곽승재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네가 말했던 그 악몽... 나도 꿨어...”“잠깐!”고은서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식기를 치우게 한 다음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다.“말해도 좋아. 하지만 내가 감정을 조절 못 할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곽승재의 눈동자엔 고통과 후회가 가득 찼다.“은서야, 내가 쓰레기였어.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해도 당연한 거야.”“네가 그때 꿈 얘기했을 때 난 믿지 않았어. 그렇게까지 비극적일 리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꿈속에서의 너는 네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어. 너는... 너무 괴로워서...”그 장면을 떠올렸는지 곽승재는 목이 멘 듯 자살이라는 단어를 끝내 말하지 못했다.고은서도 전생의 고통이 떠올라 숨이 막히듯 힘들었다. 그녀는 손에 쥔 찻잔을 꼭 쥐며 곽승재를 바라봤다.“그래서 이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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