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촛대를 침대 위에 떨어뜨린 다음 쿠아를 방에 두고 화장실로 갔어.”여시은은 고은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 타오르지 않은 불길 사건에 대해 말했다.“그리고 물로 몸을 적셨지, 그러면 불길이 커져도 난 살 수 있거든.”“곽승재의 목소리를 듣고 일부러 젖은 머리에 가운만 두르고 나왔어. 금방 샤워를 마친 여자를 보고도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으니까.”여시은은 남자를 적지 않게 만나봤기에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예를 들면 어깨까지 드리운 긴 생머리를 하고 귀여운 동물을 품에 안은 채로 쪼그리고 앉아 예쁜 미소를 짓는다든가, 혹은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펜, 휴대폰, 휴지 등 작은 물건을 빌린다든가, 또는 남자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드러내지 않고 가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든가.여시은이 이런 수를 쓰면 손아귀에서 벗어난 남자는 거의 없었다.하지만 곽승재는 목석같았고 여시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니, 관심을 가질 리도 없었다.여시은은 그런 생각에 질투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은서를 뿌리치고 곽승재를 걷어찼다!“등신 같은 새끼가! 감히 날 무시해? 그냥 죽어!”“윽...”여시은은 일부러 곽승재의 상처를 걷어찼고, 상처에서 피가 더 많이 흘러나왔다. 곽승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고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그렇게 잠시 발버둥 치다 고통 때문에 정신을 잃었는지 더는 움직이지 않았고, 몸만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고은서는 보기만 해도 곽승재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여시은한테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애원하면 오히려 더 때릴 수 있었다.여시은은 발끝을 곽승재의 몸에 쓱쓱 문지르고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고은서의 옆으로 돌아와 고은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난 아주 어릴 적부터 내가 여재훈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줄곧 믿지 않았지. 내가 여씨 집안의 공주님이라며 여재훈과 닮았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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